수년 전 청년 창업가를 인터뷰 하고 나오는 길에 꿈에 나올 법한 집을 본 적이 있다. 넓은 정원이 있는 2층짜리 고급 주택이 있었고 필자는 “성공한 사업가의 집인가 보네요”라고 물었다. 주차장 부지 확보를 위해 주택 주인과 토지거래를 했던 창업가는 “퇴직한 공무원의 집이에요”라고 했다. 덧붙여 나온 말은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 “저분이 사는 땅마다 그렇게 가격이 올랐다네요”라며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옛날에 그런 시절도 있었겠거니, 이제까지 만난 공무원들은 좋은 정책을 개발하고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애쓴 이가 많았기에 '극소수의 일탈'로 여기자고 애써 말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기자로 일하며 이런 '씁쓸한 이야기'는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씁쓸한 이야기'의 실체를 밝힐 기회가 생겼다. LH 사태를 계기로 시·도 경찰청마다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가 올 3월에 구성됐다. 국무총리의 지시로 출발한 수사를 두고 4월 보궐선거를 앞둔 국면 전환용이었느니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강력한 행정력이 동원돼 지역에서 수십년간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파악할 전무후무한 기회를 갖게 됐다.
강원도의 공직자가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 행위에 대한 심판은 2017년 5월에도 있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부동산 업자에게 남원주 역세권에 대한 사업정보를 유출해 이익을 챙기도록 도운 혐의로 전직 원주시청 공무원 A씨를 구속 기소했고 징역 6년을 구형했다. A씨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활용해 역세권에 동생 명의로 땅을 매입한 뒤 되팔아 100억원대 시세 차익을 챙긴 4급 공무원은 징역 4년이 구형됐다. 이런 홍역을 치르고도 강원도 공직사회가 얼마나 경각심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다.
강원도는 이달 초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을 자체 조사한 결과 동서고속철 등 개발지구 인근에 땅을 취득한 공직자가 85명이었고, 농지법 위반 행위가 있는 공무원은 8명이라고 밝혔다. 감사위원회는 '강제수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논란의 핵심인 부패방지권익위법(내부 기밀 정보 이용) 위반 혐의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개발지역에 땅을 사들이는 의심을 살 만한 행위를 한 공무원이 85명이나 됐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하면서 '가짜 농부' 행세를 한 공직자는 8명이나 됐다.
이제 지역사회의 시선은 강제수사 권한이 있는 경찰에게 모아졌다. '살아 있는 권력을 잡아야 한다', '더 빨리 속도를 내서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수사가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신중함도 빼놓을 수 없다. 앞으로 수개월간 수사, 기소, 재판과 언론 보도 등 장기전이 이어질 것이다.
북새통 속에서 지역사회가 되새겨야 할 것은 간단한 상식이다. 열악한 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닌 노력, 지역경제를 살려보고자 SOC 예산을 확보한 노력을 저버리고 내부 정보로 사익을 추구한 행위는 범죄이자 지역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배신(背信) 행위라는 점이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소식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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