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요약 : 멈추지 마!
※ 내가 생각하는 연기란?
'연기'에 대한 개념이 바뀌면 변화한다는 말씀이 이제 조금씩 알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연기'는? 솔직히 무엇이라고 말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질문을 살짝 바꿔서 하고 싶은 연기 추구하는 연기, 있을까?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자연스럽다. 즉 주변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상황과 모습이고 그래서 더욱 공감하기 쉽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성을 추구해야 하는가? 그래서 생각했던 게 '믿음'이다. 보는 관객이 믿어야 하고, 관객이 믿기 위해선 내가 먼저 믿어야 한다. 그것이 맞든 틀리든. 그래서 이 방향으로 쭉 밀어붙이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 수업을 듣고 나서 들었던 또 한 가지의 말. 하나가 풀리면 서너개는 해결된다는 이야기. 내 연기를 믿기 위해서 상황, 그리고 상대를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했고, 그 상황 속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느끼기 위해서 집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말이 이런 경우 아닐까? 확실히 '믿음' 하나만으로는 연기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 난 연기 바보였어!
확실히 난 천재는 아니다. 10번 중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는 한 번 나올까 말까?
내가 만족하는 플레이가 나와도, 그 플레이가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이걸 인정해야 해.
그리고 주저없이 시원한 플레이가 중요한 순간에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연습이고.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해본 하나.
발전이란 것이 꼭 좋을 때만 있진 않구나. 항상 저번에 했던 최상의 플레이보다 못 나오면 스스로를 자책했을끼? 올바른 방향만 정확하게 잡는다면, 과정 속에서 흔들리는 건 당연한데. 마치 좋은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부단히 노력하는 것처럼.
발전도 이런 과정과 비슷한 맥락이야.
※ 독백.
길고도 길었던 '비프'야. 이젠 너와 나의 싸움이다. 내가 추구하는 연기를 끊임없이 밀어붙이면서 너와 꼭 악수할 거야.
전체적인 흐름은 이제 좋아. 이젠 밀도감 싸움, 정말 살아있음을 추구해. 그 난장판인 상황 속에서 아버지와 진심으로 대화하는 것. 그 순간의 공기, 긴장감, 더 느끼고 상상해.
그리고 선생님께서 제시해주신 방향성, 말의 방점을 더욱 살려라.
특히 "캔자스에서 옷 한 벌 ~ 이제 남 밑에서 일할 수가 없었어요." 부분. 테크닉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교도소'가 내게 주는 뜻, '도둑질', 그리고 '남 밑에서 일하지 못했을 때'의 마음을 더 헤아려봐. 결국 내가 말하는 단어들이 가진 뜻을 더 헤아리는 것.
그래서 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작품분석부터 희곡을 다시 읽는 방향을 선택하겠다. 내가 놓치고 간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걸, 희곡 속에는. 내 칼날을 재정비하면서 갈아줄 때야.
그리고 일상에서 '진짜'의 호흡을 더욱 관찰하고 내 연기에 적용해보자. 물론 쉽지 않아. 아윤이의 플레이에서 관찰할 수 있던 점, 다헌이가 진심으로 고민할 때 비언어적으로 느껴지는 '진짜'들. 형태만 따라하면 결국 껍데기 밖에 보이지 않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아!
※ 집중에 대한 착각.
집중해서 나온 시원한 플레이. 그건 그 순간이고.
우리가 나름 과정 속에서 최고점을 찍고 원상태로 돌아오는 원인은 '집중'에 대해서 착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다.
'집중'은 마치 '신뢰'와 비슷하다. 신뢰는 쌓기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집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집중하는 순간이 누적되면 연기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임하는 내 태도가 좋아지는 것. 그래서 연습을 실전처럼 하라고 말씀하신 것.
어느 자리, 어떤 순간이라도 거기서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태도가 생기면, 연기야 자연스럽게 하지 않겠어?
또 한 가지. 집중은 파면 팔수록 내가 더 애써야 해. 가령 '비프'로서 아버지의 얼굴을 상상하고 믿어지면 말을 하는데, 처음에는 눈만 명확하게 상상하고 믿어도 진행이 되었다. 다음 날에 진행할 때는 그게 안 되더라. 그래서 아버지의 눈, 코, 입. 그 다음 날엔 주름부터 나중에는 냄새와 기운까지도 더 섬세하게 상상하고 느껴야 돼. 그래야 무엇인가 이뤄져.
즉 무엇인가 이뤘다는 착각으로 인해서 안주하지 마. 방향을 명확하게 잡고, 쭉 밀어붙여. 그게 흔들릴 지라도. 굳건하게 만들어.
※ 고여있지 마!
오늘 수업의 키포인트! 고여있지 마! 그게 연기든 뭐든.
방향을 잡고 흘러서 끝까지 가야 해. 그 과정이 내 마음에 안 들어도, 방향타를 잃지 말고 밀어붙여야 해.
우리가 하나의 감정으로 분위기만 조성하고, 크게 변화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있어. 안정감을 추구해. 그게 아니라면 내가 플레이하는 것들에 대해서 모르고 있거나.
결론은 고여있으면 자기 감정에 빠져서 연기가 잘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관객은 지루해. 본질은 관객과의 소통인데. 나의 감정팔이로 인해서 관객을 무시하는 건, 배우가 가져야 하는 매우 불필요한 태도지 않을까?
※ 칭찬합니다.
물론 내가 아직까지 추구하는 연기에 대해서 스스로 확신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오늘도 밀어붙였다. 그 방향성으로!
Q. 연기를 하면서 답답했던 순간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A.
솔직히 매순간이 답답하죠. 잘하고 싶은 욕심은 가득한데 막상 뭘 잘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지 못하고. 그래서 연기할 때도 자꾸 프레임에 갇혀서 기계적인 연기만 할 때가 답답하죠. 이번에 제가 '비프'라는 인물을 제일 오랜 시간동안 준비했는데, 시험을 한달 앞두고 망쳐버린 순간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안주하고 있었어요, 어느 정도 완성된 것 같아서.
정말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비프'를 처음 접했을 때의 일지를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그 순간에 '비프'로서 제가 느낀 것들, 그리고 생각한 것들. 그것이 완벽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제 과정들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나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지라는 친구가 스스로 위로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