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나오고 <찰리와 쵸콜렛 공장> 책이 많이 팔리고 또 많은 사람이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어렸을 때 도서관에서 읽었어요.
길동도서관이였습니다. (서울시 강동구 길동)
저 초등학교 4-5학년때 쯤인 것같습니다. (1984-85년 정도) 길동시장, 복잡한 재래시장 옆에, 길동초등학교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우리집에서 버스 1-2정거장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어린 저에겐 무척 먼거리여서 자주 가지는 못했습니다. 몇 번 가지 않았는데도 책 제목을 듣자마자 생각이 나는 것을 보니 그 도서관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같습니다.
한번 도서관에 가면 앉은 자리에서 3-4권 책을 읽고 돌아 왔습니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셜록홈즈 스리즈나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시리즈를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또 하얀색 책 표지에 책등 제목 위에 ABC라고 써있는 전집이 있었습니다. 서양 유명 동화를 번역한 전집이였는데 왠만한 집에는 한질씩있었습니다. 아마 제 또래 중엔 ABC 시리즈를 읽고 자란 아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찰리와 쵸콜렛 공장>은 그 시리즈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때 책을 읽고는 그 이야기와 현실이 똑같지 않아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책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느끼는 것이 무척이나 절망스러웠어요. 그만큼 책이 재미있었고, 책에 빠져 읽었지요.
창비 아동문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비아동문고는 그다지 인상깊지 않았습니다. 책이 너무 작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다만 전래동화선집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렇게 맘껏 아무 책이나 뽑아 읽을 수 있었다니 어린 시절 전 참 복을 많이 받은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도서관은 요즘과 다르게 무척 엄격했습니다.
어린이 열람실이 따로 있었는데, 꼭 신발주머니에 실내화를 가져가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에 갈 생각이 없이 근처에서 놀다가 도서관에 가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책을 읽고는 책제목, 저자, 출판사, 읽은 느낌을 꼭 일정한 양식 종이에 적어 도서관 나갈 때 사서 선생님께 내야 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아주 조용해야 했습니다. 작게라고 이야기하면, 걸을 때 소리가 나면 안되었습니다.
집으로 책을 대출해 갈 수도 없었습니다. 대출용 열람실이 따로 있어서 그곳에 있는 책만 빌려 갈 수 있었습니다. 대출용 열람실에는 어린이 책이 없어서 제가 뜻하지 않게 어려운 책을 읽게된 계기가 되었고요. (폭풍의 언덕, 제인에어 등을 읽었습니다.)
저는 요즘에도 도서관을 많이 이용합니다. 고양시 원당도서관, 백석 도서관, 화정도서관에 갑니다. 제가 처음 고양시 이사 올때는 도서관이 한 곳밖에 없었는데, 몇 년 새에 다섯 개로 늘었습니다. 가끔 어린이 열람실에 들르는데 알록달록 예쁜 소파에 구불 구불한 책꽂이, 엄마와 함께 책 읽을 수 있는 유아실, 그런 것들을 보면 놀랍고 부럽습니다.
또 어린이책 종류도 많고 다양해서 이루 말할 수가 없고요.
어린이책이 역사는 어린이 책을 받아들이는 역사도 있겠고, 어린이책 창작의 역사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린이 책 출판의 역사, 어린이 책을 읽히는 문화, 독서교육의 역사도 있을 것입니다. 제 기억만을 더듬어 보더라고 어린이 책 주변의 역사도 참 재미있을 듯합니다.
저는 모두 어린 시절 기억뿐이라서 흐릿하고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어린이 책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신 분들이라면 출판 목록이든가 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남아있을 듯합니다.
이런 역사를 찾아 써보면 어떨까요? 아주 오래전 일이 아니니 찾아보면 재미난 증거들이 많이 나올 것같습니다.
그런 주변 역사들이 학문적으로 큰 가치는 없겠지요. 하지만 별 가치 없는 것들이라도 들여다 보면 재미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