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마귀광대버섯. (Amanita cothurnata. 영어속명은 Booted Amanita. 이름을 알아내는 데 만 두 달이 걸렸다. 한국 미기록종이다. 미 동부지역에서 돋는 버섯이라고 하는데, 학자에 따라서 마귀광대버섯의 변종이라고 보기도 하여 "흰마귀광대버섯"이라고 한국이름을 붙여 보았다. 이 사진은 이 버섯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갓 중앙이 약간 노란색을 띄우며 가냘프고 방사선 무늬가 있고 기부(基部)에 꽉 낀 것 같은 테가 있다. 갓 위에 하얀 인편이 붙어 있다. 갈색 갓에 흰 인편을 가지고 있는 마귀광대버섯의 독과 비슷한 독성을 가진 독버섯이다.)
한국 미기록종 그물버섯
(한국 미기록종 라일락그물버섯이다. 학명은 Boletus separans. 영어속명은 Lilac Bolete이다. 미 동북부지역에 돋는 식용버섯으로 왕그물버섯에 맞먹게 맛이 좋다. 갓은 약간 불그스레한 라일락 갈색에서 분홍색에 가까운 아주 엷은 보라색을 띄우고 가장자리는 약간 희다. 대는 굵고 갓과 같은 색의 엷은 그물형 무늬가 있다. 건드려도 색이 변하지 않는 아주 깨끗한 버섯이다. 2007년에 처음으로 많이 채취하여 식용하였다.)
흑자색그물버섯
(역시 한국 미기록종 흑자색그물버섯[필자명명]. Boletus badiceps. 미 동북부 지역에 돋는 식용그물버섯이다. 상처를 내어도 색이 변하지 않고 깨끗하여 식용해 보니 맛이 좋았다. 역시 2007년 처음 시식해 보았다.)
회갈색그물버섯
(역시 한국 미기록종 회갈색그물버섯[필자명명]이다. 학명은 Boletus variipes. 미 동북부지역에 돋는 왕그물버섯과 비슷한 그물버섯이지만 그 갓이 건조한 갈색이고 참나무(Oak) 밑 땅위에 돋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버섯 주변에 참나무 낙엽이 보인다. 상처를 내어도 그 색이 변하지 않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깨끗한 식용버섯이어서 2007년 처음 시식해 보았다.)
장미빛무당버섯
(장미무당버섯. Russula rosacea. 영어속명은 Rosy Russula. 장미무당버섯은 줄기까지 빨간 것이 그 특징이다. 매운 맛이 있어서 식용할 수 없다. 그 색깔이 아주 곱다.)
쇠눈갓버섯
쇠눈갓버섯. (Leucocoprinus brebissonii. 영어속명은 갓 중앙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짙은 회갈색 부분이 마치 황소의 눈과 같다하여 Ox-eye Lepiota이다. 이 버섯 이름을 알아내는 데 3개월이 걸렸다. 20여권의 영어로 된 버섯 안내책자들을 다 뒤졌으나 이 버섯의 사진과 안내 설명이 들어 있는 책은 오직 한 권뿐이었다. 식용가치가 없고 어쩌면 독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미기록종이며 미국에서도 희귀하다고 한다.)
노란젖버섯
(노란젖버섯. 학명은 Lactarius chrysorrheus. 영어속명은 Yellow-latex Milky. 갓은 황갈색에서 적황색으로 상처를 내면 흰 젖이 흘러나와 곧바로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운 맛이 있는 독버섯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는 식용버섯이지만 독성이 있기 때문에 유액을 제거한 뒤 반드시 조리하여 익혀 먹어야지 생식하면 안 된다고 한다(박완희).
애기버섯
(애기버섯. Collybia dryophila. 영어속명은 Oak-loving Collybia. 갓은 담황색에서 황토색을 띄우고 흰 주름에 황토색 줄기를 가진 깨끗한 식용버섯이다. 부식질의 땅위에 또는 낙엽 위에 군생한다.)
(형광)부채버섯. (학명은 Panellus stypticus이며 옛날 책에는 Panus stypticus로 나와 있다. 영어속명은 이 버섯의 주름이 밤에 형광을 낸다하여 Luminescent Panellus 또는 그 맛이 몹시 맵다하여 Astringent Panus라고 부르기도 한다. 죽은 나무 등걸 위에 많이 돋는 갈색 갓에 갈색 주름을 가지고 있으나 포자 색은 흰색인 것이 특징이다. 줄기는 짧고 측심생이며 조직은 질긴 편이다. 특히 초겨울에도 돋아서 겨울버섯으로 보는 책도 있고, 특별히 밤에 반딧불의 불빛처럼 엷은 초록색의 형광을 내기 때문에 이 버섯 몇 송이를 떼어다가 방에 두면 밤에 잘 때 그 형광을 볼 수 있다. 질긴데다가 그 맛이 맵고 쓰기 때문에 식용할 수 없고, 이 버섯을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외상이 생겼을 때 지혈제로 사용하는 약용버섯이다. 특기할 것은 한국에서 돋는 부채버섯은 밤에 형광을 내지 않는다.
넓은갓젖버섯
(넓은갓젖버섯. 별명은 흰주름젖버섯. 학명은 Lactarius hygrophoroides. 영어속명은 Hygrophorus Milky. 사진에서 보는대로 상처를 내면 흰 젖이 다량 흘러나오며 그 색이 변하지 않는다. 미 동부지방에서 돋는 맛좋은 식용 젖버섯이다.)
분홍콩점균
분홍콩점균. Lycogala epidendrum. 영어속명은 Wolf's-milk Slime 또는 유균울 터뜨리면 분홍색 치약 같은 것이 나온다 하여 Toothpaste Slime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처음 돋을 때는 담홍색이지만 차츰 회홍색을 거쳐 녹흑색으로 변한다. 식용가치가 없다.
갈색먹물버섯
(갈색먹물버섯. Coprinus micaceus. 영어속명 Mica Cap 또는 Common Inky Cap. 활엽수 그루터기 근처에 무리지어 돋는 것이 특징. 어린것은 식용할 수 있지만 음주 전후에는 중독됨으로 약주를 좋아하여 늘 술을 마시는 분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원래 버섯요리는 술과 함께 먹는 것이 아니다.이른 봄에도 돋고 늦가을에도 돋는 가장 흔한 먹물버섯이다.)
흰깔때기버섯
(흰깔때기버섯. Clytocybe robusta. 갓은 희고 차차 아주 엷은 갈색으로 변하고 어릴 대 갓 가장자리가 안으로 말려 있다. 주름은 약간 내리주름이고 희거나 엷은 크림색이다. 기부가 약간 굵어지며 역시 갓과 같은 색이다. 포자색은 크림색에서 아주 엷은 노란색을 띄운다. 숲속 땅위에 낙엽부식토에 균륜을 이루며 많이 돋는다. 냄새가 고약해서 식용할 수 없다. 한국에 있는 흰깔대기버섯[Clytocybe maxima]과 좀 다르게 생겼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미 동부지역에 주로 많이 돋는 버섯이다.)
들주발버섯
(들주발버섯. Aleuria aurantia. 색깔과 모양이 벗겨 논 오렌지 껍질 같다 하여 영어속명은 Orange Peel이라고 부른다. 식용할 수 있다고 한다.)
황금목이
황금목이(한국신칭). (Tremella mesenterica. 영어속명은 Witche's Butter. 겨울에도 눈 녹을 때나 선선하고 습한 봄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서늘한 여름에 산 속 활엽수 죽은 나무 가지 위에서 발견된다.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죽은 침엽수에 돋는 붉은목이와 구별된다. 식용할 수 있어서 수읍[soup]에 넣어 먹는다고 한다.)
(앞으로 숲속에서 만나는 미술작품들처럼 아름답고 신기한 버섯의 사진들을 또 올려 드리려고 합니다.)
팽나무버섯
(팽나무버섯이다. 식용인 이 버섯은 일 년을 꼬박 기다렸다가 딱 한 번 늦가을에 돋는다. 만일 조건이 맞지 않으면 해를 넘긴다. 그러나 때가 오면 지체 없이 돋아나 할 일을 다 마친다.)
버섯은 기후조건이 맞지 않으면 해를 넘길 때가 많다. 몇 년이라도 기다린다. 어떤 버섯의 포자는 몇 십 년 아니 백년이라도 잠복해 있다. 전혀 흔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죽은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습도와 온도가 맞으면 갑자기 무성하게 돋아난다. 버섯처럼 인내하는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생장조건이 맞을 때까지 얼마나 잘 참고 기다리는지, 때를 기다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그러나 때가 오면 지체하지 않고 돋아나 버섯을 피우고 포자를 날려서 할 일을 마친다. 버섯이 그렇게 빨리 돋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버섯의 수분흡수력 때문이라고 한다.
민자주방망이버섯
(민자주방망이버섯, 영어속명 Blewit, 학명 Lepista nuda)
그리고 그렇게 오랫동안 인내하다가 갑자기 돋아나도록 만드는 계기(trigger)는 무엇일까? 어느 학자는 영양분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 여러분들도 화초가 각박한 땅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을 만나면 더 일찍 꽃을 피우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어느 학자는 기온의 급강하가 그 계기라고 한다. 식용버섯 가운데 민자주방망이버섯은 늦가을이나 초겨울 눈 속에서도 돋는 버섯인데,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돋는다는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영지버섯도 그렇지만 이 버섯도 칼로 줄기를 베면 또 돋아나서 일 년에 몇 번 딸 수 있다고 한다. 대체로 버섯은 한 번 베면 다시 돋는 법이 없다. 물론 그 균사는 땅 속이나 나무속에 오래 살아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버섯을 채취할 때 되도록 버섯이 돋은 죽은 나무나 땅 주변을 파헤치거나 건드리지 말고 버섯의 생장환경을 잘 보존해 주는 것이 좋다.
잔나비걸상
(잔나비걸상. 갓 표면에 나이테를 볼 수 있는 다년생 버섯의 하나이다. 맛이 좀 쓴 약용버섯이다.)
우리가 보통 버섯이라고 부르는 것은 식물의 꽃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버섯은 그 생주기(生週期, life cycle)에서 포자를 만들어 번식시키는 기관인 것이다. 구멍장이버섯에 속하는 잔나비걸상(Ganoderma applanatum, 영어속명 Artist's Conk) 같은 다년생도 있지만 대체로 버섯은 돋으면 순식간에, 짧으면 반나절, 길어야 일주일 정도 사이에 사라져 버린다. 이처럼 버섯은 반드시 다른 생물이 합성한 영양 유기물에 의존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고, 기후 조건이 안 맞으면 몇 년이라도 숨어 기다려야만 하다가, 버섯을 피우고서도 금방 사라지고 마는 부서지기 쉽고 여린 취약성(vulnerablity)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생의 무상함과 생명의 덧없음을 가르쳐 준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지체하지 않고 때가 되면 할 일을 다 마치는 모습에서 배우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붉은점박이광대버섯
(홀로 외롭게 돋은 붉은점박이광대버섯, 학명 Amanita rubescens, 영어속명 Blusher. 외롭지만 저 할 일을 하고 있다. 이 버섯은 식용버섯이지만 적혈구를 파괴하는 용혈독소가 있다고 하니까 절대로 생식하면 안 된다. 맛이 좋다고 하는데 맹독버섯이 많은 광대버섯의 일종이어서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시식조차 해 보지 않았다. 해마다 8, 9월에 비 내린 뒤 여기저기서 이 버섯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어린 붉은점박이광대버섯
(붉은점박이광대버섯의 붉은 점을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마치 연지 바른것 같기 때문에 영어속명 Blusher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버섯은 잘 돋으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많은 양이 돋는다. 뽕나무버섯은 그 균사(菌絲)가 100km까지 뻗고, 450년, 길게는 1500년이나 된 것도 있다고 한다. 어느 해 가을에 산 속 숲에 들어갔다가 기절할 만큼 놀란 적이 있다. 작은 것도 있었지만 손바닥만한 뽕나무버섯이 온 산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리지어 온통 산을 뒤덮을 듯이 무수히 돋아 있는 것을 볼 때, 그 버섯이 식용일 경우 정말 푸짐하게 채취할 수 있다. 실제로 가을(9월 10월)에 참나무가 많은 산에는 언제나 뽕나무버섯 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참나무를 베어 낸 등걸마다 엄청나게 많이 돋고 있다. 또 어떤 버섯은 그 크기도 엄청나서 잎새버섯의 경우 다발(多發)로 돋은 한 송이가 얼마나 큰지 지름이 60-70cm에다가 무게가 약 15k이나 되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 버섯으로 찌개를 끓여서 30명이나 되는 청년들을 대접하였다.
잎새버섯
(잎새버섯은 주로 죽은 참나무[Red or Black Oak] 등걸 밑에 많이 돋는데, 엷은 갈색이나 회색을 가지고 있다. 버섯 뒤에 죽은 나무가 서 있는데 많이 돋으면 그 나무를 삥 둘러싸고 여러 덩이가 돋는다. 오래 되어서 지름이 상당히 굵은 살아있는 참나무라도 그 둘레에 많이 돋는다. 가을에 한번만 돋는다. 이 버섯은 엷은 갈색이다.)
잎새버섯
(잎새버섯 은 주름이 없는 구멍장이과에 속한 버섯이다. 학명은 Grifola frondosa. 항암성분이 높아서 약용과 식용을 겸하는 버섯으로 그 맛과 향기가 매우 좋다. 잎새를 한 장씩 떼어내어 밀가루를 입혀서 튀겨내면 영락없이 닭고기 튀겨낸 것처럼 맛이 좋다. 암탉의 뒤 깃털모양 같다하여 영어 속명이 “Hen of the Wood” 이다. 지방에 따라 "Sheep's Head"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린 것은 이렇게 진한 회색이다. 인공 재배할 수 있는 버섯이다.)
시장에서 흔히 보는 느타리버섯도 자연산인 경우 한 송이의 크기가 큰 접시만하여, 수십 송이가 중중첩첩으로 죽은 아름드리나무에 함빡 돋아 있어서 채취하였다. 집사람에게 전화로 오늘 딴 느타리버섯으로 이번 내 생일에 온 교인들(아이들 포함해서 약 150명)에게 대접하면 좋겠다하니, “아니 얼마나 많이 땄기에 그러느냐?”고 믿지 않았다. 실제로 그렇게 잔치를 벌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양이어서, 사실 시중 가격으로 환산한다면 엄청난 액수일 것이다.
탐스러운 느타리버섯
(느타리버섯)
버섯을 푸짐하게 채취할 때마다 신의 풍성함, 자연은 정말 넉넉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버섯에는 욕심을 내지 않게 된다. 언제나 필요하면 여러 종류의 식용 버섯을 항상 풍성하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만나가 버섯의 일종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다. 아침에 돋아나서 곧 사라지고 마는 만나, 하루 필요할 만큼만 채취해야지 욕심을 내어 더 많이 따서 저장하면 금방 부패하여 악취를 풍기는 만나, 나는 그 만나가 버섯이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으나, 지금도 만나는 버섯의 일종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신구약 성경은 버섯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그러나 학자들은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만나가 버섯과 해조(海藻)류 사이의 복합체인 이끼종류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산느타리버섯
번데기동충하초
(동충하초 모음)
버섯 발견은 예기치 않는 행운이기에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버섯 발견의 기쁨은 보석 발견의 기쁨 바로 그것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꿈에 횡재하는 꿈을 꾸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버섯 발견은 바로 그 횡재하는 꿈이 실현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책에서만 보던 버섯을 20년 만에 숲 속에서 실제로 발견하였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친한 분 가운데 골동품을 찾아 벼룩시장을 거의 주말마다 뒤지는 분이 있다. 만일 희귀한 진품명품을 만났을 경우 그 기쁨이 얼마나 클 것인가! 버섯 발견의 기쁨도 바로 그 진품 발견의 기쁨과 같은 것이다.
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이 번데기동충하초가 돋아난 모습. 나비목의 번데기에서 오렌지색 곤봉처럼 생긴 버섯이 한 개 혹은 많이는 대여섯 개씩 돋는다. 번데기는 땅속에 들어 있다.)
특별히 2004년은 그 발견의 기쁨이 각별한 해였다. 버섯 연구 시작한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동충하초(冬蟲夏草 Cordyceps militaris 번데기동충하초)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개(마리)도 아니고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이 온 산에 덮여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캐어 낸 것만도 천 개(마리)가 넘는다. 암으로 고생하던 분들이나 친구들을 오라고 하여 대 여섯 차례에 걸쳐 한 사람이 약 300여개씩 캐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가는 곳마다 동충하초가 많이 돋아난 것일까? 마침 2004년은 내가 사는 지역의 17년 주기매미가 나오는 해였다. 6월 초 그 매미가 어찌 많은지 우는 소리가 시끄러운 정도이고 구름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충하초가 그 매미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인 줄 알았다. 허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2004년도에 동충하초가 많이 돋을 수 있는 기후 조건이 잘 갖추어져진 때문이었고 매미번데기에서 돋은 것이 아니라 나비목의 유충이나 번데기에서 돋아난 것이다. 그 때가 7월 하순 8월 초 무더운 때였다. 비가 참 많이 내렸다. 동충하초 뿐만 아니라 노란 꾀꼬리버섯도 온 산에 덮여 있었다. 동충하초는 그 길이가 약 3cm에서 5cm 반 정도 되는 곤봉모양의 오렌지 색깔을 띤 버섯이 땅위에 돋아있을 때 그 버섯 주변을 조심스럽게 파 보면 버섯이 새까만 번데기에서 돋아 난 것을 캐어낼 수가 있다.
꾀꼬리버섯
(꾀꼬리버섯 Cantharellus cibarius. 색깔이 노랗고 갓 가장자리가 물결치듯 하며 깔때기 모양에 주름은 내리주름인데 주름이 날카롭지 않고 무딘 것이 특징이다.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미 동북부지역에서는 7, 8월에 비 많이 온 뒤 해마다 같은 땅위에 돋는 지상생이다. )
큰갓버섯
(큰갓버섯 Macrolepiota procera, 그 모양이 우산 같다 하여 영어속명은 Parasol. 견과류 맛을 가진 맛좋은 식용버섯이지만 생식하면 안 되고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찾아 낸 버섯이 식용이나 약용일 경우 그 발견의 기쁨이 곧 유혹으로 현혹당하게 된다. 발견 기쁨에 빠져서 그 기쁨에 취한 나머지 곧 바로 커다란 욕심에 빠져버리는 자신을 본다. 발견의 기쁨이 가져다 준 결과, 곧 욕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버섯 발견에 따른 욕심과 그 욕심이 가져오는 생태계의 파괴는 외면하게 된다. 실제로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채취하고 계속 또 채취하고 싶은 욕심을 억제하기 어렵다. 결국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끊임없는 자기 욕심과의 싸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인간의 욕심과 버섯을 발견한 바로 거기 버섯의 존재 자체의 신비스러움을 감탄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경이로움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버섯 발견의 기쁨이 욕심에 대한 자기 성찰을 못하게 마비시킬 정도라면 그것은 치명적인 맹독버섯의 독성보다 더 강한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암버섯
(개암버섯, 학명은 Naematoloma sublateritium, 영어 속명은 그 갓 색깔이 벽돌 색이라 하여 Brick Top 이라고 부른다. 늦가을에 죽은 나무 위에나 그루터기 주변에 다량 돋는 식용버섯이다. 그래서 야생버섯 애호가들은 이 버섯이 돋기 시작하면, "아, 금년도 벌써 다 가서 이제 버섯 철이 다 지나갔구나!" 하고 말한다. 포자색깔이 보라색인 것이 특징이다. 이 버섯을 늘 많이 만나지만 식용한 적이 없는데 버섯모임에 갔다가 만난 후미꼬라는 일본계 여성이 자기는 "미소 쑵"(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하여 나도 채취하여 된장찌개나 된장국에 넣어 먹어보니 맛이 그런대로 괜찮고 씹는 감촉도 좋아 즐겨 식용하게 되었다.)
가을 어느 날 뽕나무버섯을 한 소쿠리 채취하여 산을 빠져 나오는데 어느 미국인 청년 한 사람이 두 여성과 함께 오는 것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여성 가운데 한 분이 손에 버섯 책을 들고 있다. 책이 새것인 것을 보아 방금 그 책을 사가지고 오는 것이 분명하였다. 자연히 내가 채취한 버섯이 담겨 있는 소쿠리 안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버섯 책을 들고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산으로 조금 들어가면 죽은 나무들이 몇 그루 서 있는데 어제 거기에 빨간 버섯이 많이 돋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버섯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이렇게 버섯 책을 사들고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러하냐고 하면서 함께 가 보자 하여 그 분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가서 보니 그 버섯은 팽나무버섯(또는 팽이버섯 Flammulina velutipes)이었다. 그래서 학명이 생각나기에 그 분의 책을 받아 즉시 찾아주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서서 그 버섯을 구경하였다. 물론 그 버섯은 식용이다. 색깔이 주황색인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재미있는 것은 그 버섯 줄기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짙은 갈색을 띄다가 차츰 검은 비로드처럼 보이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 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그 비로드처럼 생긴 줄기 밑동을 가진 것이 그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인 것이다. 늦가을 버섯으로 서리가 내려도 돋는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콩나물처럼 생긴 줄기가 긴 노란버섯은 바로 이 팽나무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마침 그 날은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그 다음날 가지고 가 이모저모 사진을 찍었다. 그 버섯은 색깔이 너무 곱고 탐스럽게 다발로 돋은 것이 너무나 아름다워 차마 칼로 벨 수가 없어서 한 참을 서서 다시 감상만하고 돌아왔다. 채취하면 한 소쿠리는 되겠지만 욕심을 제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
(늦가을 서리가 와도 돋는다는 팽나무버섯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시중에 파는 노랗고 콩나물처럼 생긴 팽나무버섯이 바로 이 버섯을 인공 재배한 것이다.)
팽나무버섯의 줄기 밑 보기
(줄기 끝으로 내려 갈수록 색깔이 점점 검어지는데 그 검은 모습이 마치 비로드처럼 생겼기 때문에 영어 속명으로 Velvet Foot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특징은 이 버섯을 식별해 내는 열쇠가 된다.)
첫댓글 자료가 방대해 그냥 스쳐서 읽고 갑니다...매번의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자주접해 보지못해서인지 ......??????ㅎ 지소여
잘보았습니다 감사
ㅎㅎㅎㅎㅎㅎ탐스럽고 예뿌고 ....잘보구 갑니다 ..
버섯은 언제봐도 신기합니다
잠시 공부 잘 하고 갑니다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네요. 좋은정보 감사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