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한송이 100만원짜리‘땅속 버섯’을 아십니까
|
|
|
▲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있는 올리베토 레스토랑의 요리사
폴 베르톨리가 화이트 트뤼프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크기가 큰
송로버섯은 1송이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AP 자료사진 |
|
|
늦가을, 유럽에는 어딜 가나 향기로운 버섯을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송이버섯은 시즌을 마감했지만, 유럽에서 최고로 치는 트뤼프(Truffle)는 절정기를 맞이한다. 트뤼프는 흔히 송로(松露)버섯이라 부른다. 오늘날 프랑스의 음식 문화가 존재하는 데 초석을 깐 위대한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Brillat-Savarin)은 트뤼프를 가리켜 ‘주방의 까만 다이아몬드’라고 불렀다.
트뤼프로 유명한 곳은 프랑스에서는 인류 최초의 회화가 그려진 라스코 동굴 근처의 페리고 지방, 이탈리아에서는 피아트 자동차와 축구
팀 유벤투스가 연고지로 하고 있는 피에몬테 지방이다. 페리고에서는
블랙 트뤼프가 유명하고, 피에몬테에서는 화이트 트뤼프가 유명하다.
트뤼프는 땅속에 숨어서 자라기 때문에 인간의 힘만으로는 찾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은 후각이 뛰어난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 트뤼프를 채취한다. 예전에는 돼지를 이용했지만 돼지도 트뤼프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개로 교체가 된 것이다. 외국인들이 청국장 냄새를 싫어하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숙성된 염소 치즈를 좋아하지 않듯이 트뤼프도 우리 정서에는 어울리지 않는 향기일 수 있다. 약간 구리구리한 냄새가 풍기는데 어찌나 강렬한지 비행기에 싣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
|
|
▲ 프랑스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푸아그라. /조선일보DB사진 |
|
|
그래도 트뤼프는 ‘버섯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버섯이다. 트뤼프는 워낙 비싸기 때문에 양껏 먹는 음식이 아니다. 약간만 넣더라도 그 향을 음미하면서 즐길 수가 있다. 트뤼프 버섯 수프를 먹은 적이 있는데, 다른 버섯들은 큼직하게 잘라 넣었지만 트뤼프는 아주 약간만 얹어 놓을 정도로 귀중하게 다루곤 한다. 그래도 코를 갖다대면 은은한 향기가 풍겨 올라온다.
오믈렛을 만들 때도 소금과 후추로만 약하게 간을 하고 트뤼프를 약간 넣으면 계란이 트뤼프 향을 도드라지게 해준다. 아니면 빵을 만들
때 넣어서 그 향을 즐기면서 빵을 먹기도 한다. 트뤼프를 넣는 것만으로도 다른 음식들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급 음식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동서양 공통적으로 여러 가지 간 요리가 유명하지만 프랑스에서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푸아그라(Foie gras)다. 말 그대로 ‘기름진 간’이라는 뜻. 푸아그라는 알자스 지방이 가장 유명한데, 그 이유는 이 지방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이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전래되었기 때문이다. 거위나 오리를 사육할 때 깔때기를 이용해서 옥수수 사료를 반복해서 먹이다 보면 간만 이상적으로 비대해진 푸아그라가 만들어진다. 각 농가마다 사료를 어떻게 먹이느냐에 따라 맛을 내는 비법이 다르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푸아그라는 우유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기름진 맛이 난다.
|
|
|
▲ 맛있는 향기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코를 사로잡는 상하이 게. |
|
|
가을은 게의 계절이기도 하다. 대게로 유명한 영덕 지방도 이제 제철을 맞이했다. 불행히도 영덕 대게는 전 세계로 그 명성이 퍼지지 않았지만, 상하이 게는 가을이면 전 세계 미식가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상하이 게는 양징호라는 호수에서 잡힌 걸 최고로 친다. 실제로 양징호에서 잡은 게에는 등에다가 글씨를 각인해 넣는다. 그야말로 원산지 품질 보증인 셈이다.
새벽 안개를 뚫고 나가 잡아온 상하이 게는 향기가 화려하다. 중국인들은 “한 손에 소흥주, 다른 한 손에 상하이 게가 있으면 천하에 부러울 게 없다”라는 말을 한다. 상하이에서는 게 철이 되었는데도 연인이 게를 사주지 않는다면 애정이 식었다고 판단할 정도라고 하니
그 맛이 어떠한지를 가늠해볼 만하다.
|
|
|
▲ 화이트 트뤼프에서 뽑은 기름을 뿌린 차가운 호박 수프. 평범한
수프도 트뤼프를 곁들이면 최고급
별미로 탈바꿈한다. /AP 자료사진 |
|
|
지금은 제철이 되면 특급 호텔에서는 상하이 게를 직접 공수해오므로
서울에서도 중국 대륙의 진미를 맛볼 수가 있다. 상하이 게는 호수 바닥에서 자라는 수초들을 먹으면서 자란다. 가장 큰 특징은 집게발에
털이 나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양징호 산은 털이 황금 들녘처럼 밝게 빛난다고 한다. 상하이 게를 먹는 데는 다른 양념은 필요치가 않다. 오히려 양념이 과하면 게의 향과 맛만 버릴 뿐이다. 그래서 별다른 간을 하지 않고 찜을
쪄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게를 속살까지 발라 먹으려면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지만, 주황빛 나는 알과 윤기가 흐르는 하얀 속살을 파먹고 있다 보면 그 수고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면 미리 주방에서 살을 발라낸
후 샥스핀 스프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담백한 국물 맛과 그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게 살과 샥스핀, 은근히 퍼지는 상하이 게의 향기는
천하일미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형욱·음식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