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반의 여정에 올라
기원전 624년(혹은 B.C.563?), 코살라국(오늘날의 기원정사/슈라와스티는 이 코살라왕국의 수도)의 속국인 작은 나라 샤카(Śākya)국의 왕자로 태어난 고타마 싯타르타(Gautama Siddahārtha) 왕자는 신분에 걸맞는 유복한 삶을 향유하며 태자로 자란다. 나중에 카필라성의 왕위를 계승할 것이다.
탄생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모친을 여의었지만 대신 이모의 극진한 사랑으로 어머니의 품을 대신하고, 아버지 슛도다나의 각별한 보살핌으로 세상의 고통이나 어두운 면과는 접할 겨를 없이 성장한다.
결혼도 하고 아들(라훌라)도 얻는다.
부왕인 슛도다나(淨飯王)는 일찍이 "싯타르타는 출가하여 사문이 될 것이다"라는 바라문의 예언을 들은 바 있는지라 어떻게든 태자가 삶의 어둡고 그늘진 음지를 모르고 살아가기를 기원했다.
태자 주변을 단속하여 밝고 안락하고 즐거운 세상만을 보고 듣고 향유하게끔 엄명을 내린다.
어느 날 부왕의 명을 어기고 몰래 왕궁(카필라바스투)의 문을 나간 태자는 늙고 노쇠한 노인과 마주한다(東門).
다음날은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을(南門), 다음날은 죽어가는/죽은 사람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西門).
여태 29년 간 살면서 젊고 기운 넘치는 윤택한 주변에 둘러싸여 살던 태자로서는, 노병사(老病死)의 고통은 처음 목도하는 고통스런 인생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문을 나섰고 한 수행자를 만나게 된다(北門).
그로부터, 생로병사 인생의 네 가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듣고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부처님의 출가의 동기로 알려진 사문유관(四門遊觀, 또는 四門出遊)의 고사다.
그렇게 세수 29세에 출가의 길에 나선 고타마 싯달타 태자는
6년간의 고행 끝에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시고(正覺),
사르나트(녹야원)로 가서 5비구를 앉혀놓고 처음으로 설법(初轉法輪)하셨다(5비구와 함께 60여명이 설법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두루 유행하면서 법을 널리 펴시기를 35년, 세수 80세 되던 해, 영취산(왕사성)에 머물고 계시던 부처님은 입멸(入滅)을 예감하고 북쪽을 향해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아마도 탄생하신 룸비니(카필라바스투/카필라성)였을 것이다.
아난(Ānanda)을 비롯한 제자 몇 명이 부처님을 따라나섰다.
나란다를 지나 바이샬리에 이르러, 인근 모든 비구들을 불러 모아 설법하시고 자신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주변에 예고하신다.
바이샬리를 떠나며
“이로써 내가 바이샬리를 보는 것도 마지막이야. 나는 석 달 후에 열반에 들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며 작은 언덕에서 마치 “코끼리처럼” 바이샬리를 뒤돌아 보셨다고 경전은 전하고 있다.
코끼리는 몸집이 큰 만큼, 뒤를 돌아보려면 천천히 무겁게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 코끼리에 비유한 것은 아마도 부처님이 이미 그 당시 건강이 많이 악화되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묘사가 아닐까, 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 한역경전 속의 '카쿠타 (迦屈嗟) '
그렇게 걷고 걸어 부처님께서 쿠시나가르 인근의 파바마을(Pava/波波城/婆婆城)에 도착했을 때,
대장장이 춘다(Chunda/Cunda/Cundaka/純陀/淳陁/准陀/周那)가 부처님 일행 앞으로 달려간다.
소문으로만 전해듣던 훌륭하신 분, 깨달으신 분, 부처님이 마을에 오셨다니... 반갑고 기쁜 마음 한량없다.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꼭 공양을 올리고 싶으니 부디 응해 주십사, 간곡히 청한다.
부처님을 모시는 기쁨으로 춘다는 여러 음식들을 준비하여 차려 내놓는다.
부처님께서 조용히 춘다를 불러 말씀하신다.
“이 음식은 나한테만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요리를 대접해라”라고, 특별히 당부하신다.
춘다가 내놓은 그 요리는 ‘수카라 맛다바(sūkara maddava)’라는 이름의 음식이었다.
공양하신 후, 부처님은 극심한 복통에 시달리게 된다.
“붉은 피가 쏟아지고 죽음에 가까운 심한 통증이 일어났다.”고 경전(<<대반열반경>>중권)은 기록하고 있다.
혼자 고통을 참으며 내색 않으려 애써 태연한 척하셨지만 인근 나무 밑에 가서 하혈하시고 다시 나무 밑으로 돌아와서 아난에게
" 몹시 배가 아프구나. 가서 내 승가리의(僧伽梨衣/ 五條袈裟)를 가지고 와서 네 번 접어서 땅에 좀 깔아라. 앉아서 쉬고 싶구나.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구나."
............
그리고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아프고, 목도 마르구나. 네가 가굴차(迦屈嗟, '카쿠타/Kakkutha')강에 가서 깨끗한 물 좀 떠오너라."
又告阿難
“我今患渴
汝可往至迦屈嗟河 取淨水來”
이에 아난이 사뢰기를
"좀 전에 장사꾼 무리들이 500대의 수레를 끌고 강을 건너갔습니다. 강물이 흙탕물이 돼 있어서 아직 드실 수 없을 것입니다."
라고 하고는 자꾸 꾸물대자, 부처님께서 갈증을 호소하며 두세 번 재촉하시자 마지못해 아난이 강으로 물을 뜨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