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조휴일이 말하는 ‘지금’의 검정치마 2집
Column, FEATURE, HEADLINE — By 로그스 on 7월 26, 2011 at 1:03 오후필자는 작년 말에 프리윌링의 인터뷰 기획의 일부로서 검정치마의 조휴일을 인터뷰한 바있다. 제대로 인터뷰가 불가능하기때문에 가능하면 피하고싶은 ‘이메일 인터뷰’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답변과 후속질문의 기회덕에 직접 인터뷰에 비해 딱히 떨어지지않는 인터뷰가 나왔더랬다. 그 인터뷰가 스캐터브레인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중 하나라는 것만봐도, 그 인터뷰가 알찼다고 생각한건 필자 뿐만은 아니었던듯하다. 검정치마의 2번째 앨범을 기다리고있던 많은 이들이 그 인터뷰를 통해 어느정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인터뷰 링크: http://www.scatterbrain.co.kr/headline/6132)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바로 그 앨범이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발매됐다.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그 인터뷰가 정말로 2집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2집을 직접 들어볼 수 없었기에 그냥 어림잡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직접 앨범을 들어보니 인터뷰에서 등장했던 한마디 한마디가 앨범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발언이었다. 마치 앨범 발매직후의 인터뷰처럼 말이다.
리뷰를 통한 앨범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만든이의 말로 앨범을 해부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며, 해외 매체들의 경우는 많은 매체들이 ‘In Their Own Words’같은 타이틀로 그런 기회를 마련하고있다. 그리하여 당시 인터뷰의 여러 말들이 앨범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했다. 일종의 소급적용하는 ‘In Their Own Word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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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컨셉에 대하여
“이번 앨범은 컨셉앨범이 될것 같아요. 앨범내내 반복되는 멜로딕한 테마가 있거든요. 뭔가 하나의 긴 노래처럼 느껴지는 그런 완벽한 컨셉앨범 하고는 확실히 좀 거리가 있지만, 이번 노래들이 하나의 앨범으로 묶였을때는 공통된 이야기가 있어요.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번 앨범은 이 바다 혹은 바닥을 가르는 검정치마호의 항해일지 입니다.”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바다 혹은 바닥을 가르는 검정치마호의 항해일지”다. 스트리츠The Streets의 a grand don’t come for free 만큼 스토리와 기승전결이 있는 꽉 짜여진 컨셉앨범은 아니지만, 타이틀, 앨범 커버, 앨범을 여는 파도소리, 한 선원이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듯한 음악적 색깔, 이 모든 것이 ‘항해’라는 느슨한 컨셉에 기여하고 있다. 모든 곡들을 이러한 컨셉과 연관시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군데군데 배치한 요소들 덕분에 앨범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컨셉을 손쉽게 눈치챌 수 있을것이다. “이 바닥”을 항해했던 기록이라고 본다면 모든 곡을 컨셉에 연결시킬 수도 있다. 항해일지를 전부 들려준 후, 앨범의 마지막 곡 “앵무새”에서 조휴일은 이렇게 노래한다: “내가 어떻게 이 바다위에서 살아남을지 나도 궁금해” “바다”라는 단어가 얼핏 “바닥”이라고 들리는 것도 왠지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앨범의 음악적 방향에 대하여
“201을 만들 당시엔 제가 팝음악에서 좋아하는 부분들을 제 노래들로 옮겨오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었지만, 2집에선 그런 음악적인 고민이 전혀 없었어요. 예를 들어, 노래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 부분도 없고, 빽빽한 악기의 편곡도 없어요. 충격적이지도 트렌디하지도 않지만 기존의 검정치마에 비해선 충분히 새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201이 ‘야심차고 치기어린’ 앨범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솔직하고 편안하고 좀 더 어른스러울 거에요. (중략) 어느날 충동적으로 클래식 기타를 하나 샀는데, 이제 막 기타를 처음 배운사람처럼 기타치는게 너무 재밌는거에요. (중략) 아무런 기대나 목적이 없이 만든 노래들이다 보니 만드는 과정 역시 너무 쉽고 재미있었어요. 그 때문에 음악적 고민도 많지 않았고, 가사를 쓸때도 어느 때보다 솔직할 수 있었구요. 이번 앨범엔 계산된 훅도 없고 화려한 연주나 편곡도 없어요. 다만, 비슷한 내용의 비슷한 노래들이 있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수록곡 중 절반이 통기타 처음 배울 때 가르쳐주는 C-Am-Dm-G의 코드 진행이라면 믿기 힘들겠지요?”
분명히, 검정치마 2집은 1집과 다르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있는 앨범 초반부의 트랙들은 어떠한 음악적 고민도 없이 기타를 잡고 주욱주욱 뽑아낸 곡이라는 느낌이 강하게든다. 조휴일 정도의 음악적 센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불현듯 창작의 영감을 받게되는 시기에 기타를 잡게된다면 분수처럼 솟아져나올 곡들이다. 그렇기때문에 2집의 수록곡들은 매우 직관적이다. 만든이가 직관적으로 만들었기에, 듣는 이도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다. 악기의 편성, 멜로디, 분위기, 가사, 코드 진행, 이 모든 것들이 앨범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의 말대로 이번 앨범은 1집에 비해 “충격적이지도 트렌디하지도 않”다. 다만, 검정치마의 이름을 내걸고 이런 음악이 등장했다는게 새로울 뿐이다. 이번 앨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색깔을 띄고있다고 느껴지는 건, 앨범에 특정한 컨셉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영감으로 만들어진 곡들이기 때문이다.
앨범의 가사 또한 그의 말대로 훨씬 더 솔직하다. 그렇다고 1집의 가사가 추상적이라거나 허세스럽다는 말은 아니지만, 2집의 가사들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무엇에 대해 노래하는지 애매한 가사가 거의 없다. 물론 그도 사람이기에 마음속의 이야기를 100% 꺼내놓았을리는 없지만, 앨범을 듣다보면 조휴일이라는 사람이 201을 발매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을 겪으며,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정치마와 조휴일
“[2집은] 사실 검정치마가 아닌 조휴일로 발매할 계획이었어요. 검정치마가 조휴일하고 다를건 없지만서도 원래 계획하던 앨범은 뭔가 굉장히 로우-파이한 어쿠스틱 앨범이어서, 기존의 검정치마의 이미지 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검정치마 데뷔 앨범이 나온지 2년쯤 되다보니, 2집을 마냥 미룰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이번 앨범이 검정치마 2집이 되어버렸지요.”
검정치마가 조휴일의 1인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검정치마가 조휴일이 될 수는 있어도, 조휴일이 검정치마가 될 수는 없다. 201을 조휴일이 데뷔앨범이라 칭하지 않고, 검정치마의 데뷔앨범이라고 칭한 것은 그 앨범이 가지고있는 특정한 음악적 색깔과 느낌을 검정치마라고 규정한 셈이 됐다. 하지만 조휴일은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 검정치마와 조휴일을 분리시킨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고민을 하게된 것 자체가 검정치마가 (나름) 엄청난 인기를 얻게되었기 때문인데, 그 당시에 조휴일 뿐만아니라 누구라도 이 정도의 반응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확실히 2집은 1집과는 상당히 다른 앨범이다. 어느 정도로 다르냐면, 이걸 검정치마 2집이라고 부르기 꺼렸을만큼 다르다. 이 앨범이 검정치마 2집으로 나온 이유는 이 앨범이 1집에 연장선상에 있다거나, 검정치마의 음악적 변신를 보여주기위함이라기 보다는, 상황적으로 “2집을 마냥 미룰수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이번 봄에 전 소속사였던 루비살롱과 결별하고 혼자서 201 재발매를 진행하게 되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무엇보다 소속사를 떠나야했던 상황이 제겐 정신적으로 큰 타격이었고, 재발매를 진행하면서는 새로 녹음해야 할 노래들도 있었고, 서류작성하는것 부터 관계자들 만나는것까지 저에겐 매일 엄청난 스트레스였어요. (중략) 일단 저는 아직 음악에서 비지니스를 만드는 일엔 서투른것 같아요.”
다들 (아마도) 아다시피, 조휴일은 불미스러운 일로 1집을 발매했던 레이블 루비살롱과 결별했다. 스스로 털어놓았듯이, 그는 1집의 녹음상태에 대한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에 1집을 재녹음해서 다시 발매하길 원했으나, 소속 레이블이 없었기 때문에 앨범 제작에 따르는 수많은 (재미없고, 귀찮고, 어려운) 잡일들을 스스로 처리해야만했다. 게다가 그 때는 검정치마의 상업성이 어느정도 증명된 시기였기에, 그를 탐하는 수많은 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음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휴일이 느꼈던 음악 비즈니스에 대한 실망, 절망, 짜증 등은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들어가있다. “내일이면 나를 버릴 사람들” (“Love Shine”), “친구 친구하기전에 니 이름을 말해봐” (“외아들”) 같은 가사에서도 군데군데 드러나지만, 그러한 감정과 상황이 가장 잘 드러나있는 곡은 “아침식사”이다. 상황은 이렇다: 조휴일이 요즘 같이 밥도 잘 못먹는 누군가와 아침을 먹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관심도 없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다. “빵 말고 생각나는 숫자는 없는데, 아침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나요. 배고프고, 졸리고, 당신은 말이 많고, 열번도 속아줄테니 날 이제 좀 놔둬요. (중략) 언제나 알 수 없는 비즈니스” 이 노래를 듣고 뜨끔하는 인간, 분명 있을거다.
조휴일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누가 제대로 된 레이블 좀 구해줘라. 아무리 그래도 열번 속으면 망한다.
미국, 한국, 집
“[미국에] 와서 신나게 놀기만 한거같고 막상 여기오니까 집 같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들어서 지금은 빨리 한국에 가고 싶어요. 이제는 가까운 사람들이 한국에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지금 사는곳이 살던 집이 아니라서 그런지 여기에 정 붙이기 영 어렵군요. (중략) 집은 장소가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을 최근에 했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들지만 사람 역시 환경의 일부분이니까. 이건 너무 억지인가요.”
조휴일이 ‘집’이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은 미국이 맞다. 검정치마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앨범을 내기 전까지 대부분의 젊은 시절을 보낸 곳이 미국이니까. (물론 여기서 ‘집’이란 재산 증식을 위해 사두는 부동산의 의미가 아니라,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있는 그런 추상적인 공간, 내지는 지역을 말한다) 하지만 검정치마로 활동을 시작하고 인디 뮤지션으로 약 2년간 활동하게 되면서 한국도 집의 일종이 되어버렸다. 미국, 한국, 그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항해 (물론 여기서 ‘항해’란 배를 타고 어딘가로 물리적으로 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관계든 생활이든 뭐든 떠도는 것을 의미한다) 에 대한 이야기는 이 앨범의 주된 테마다. 그렇기에 전작에 비해 본 앨범은 훨씬 더 솔직하고, 개인적인 앨범처럼 느껴진다. 한국에서 밴드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 만났던 사람들, 가졌던 관계들, 다시 돌아간 미국 생활… 그런 조휴일의 일지(기)를 듣고 있노라면, 때로는 애틋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들린다. 위태위태 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마, 괜찮을거다. 그냥 수영하는 거라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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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2 이런 글만 보면 희대의 명반인데 막상 저는 귀에 들어오는 곡이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