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좀 내십시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을 알리고 드러내기 보다는 스스로의 공을 숨기는 겸손이 더 좋은 미덕으로 생각되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거나 이로운 일을 해주었을 때도 그것을 드러내는 것을 공치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당구클럽 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그것이 사업인 경우에는, 주인이 고객에 대해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당구클럽 창업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보니 신규로 창업을 하거나 기존 업장을 인수하시는 분들에게 영업 매출 극대화를 위한 조언을 드리는 일이 많습니다. 문제는 그 조언이 타당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따르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유교적 사상 범위에서의 겸손의 미덕, 그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기드믄 일은 아닙니다만,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클럽에서 어떤 용품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현수막 등을 통해 알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A와 B 두 클럽이 완전히 같은 용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희 클럽에서는 선수 및 고점자들이 사용하는 □□□사의 초크를 사용합니다.' 라든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저가팁이 아닌, 최고 성능을 발휘하는 □□□사의 팁을 사용합니다.' 혹은, '본 클럽의 당구대는 □□□사의 최신형 모델 □□□입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하여 □□□사의 □등급 라사지를 사용합니다.' 하는 식이죠.
좋은 경기 환경을 제공한다는 면에서도 고사양의 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고객이 받게 되는 느낌의 차이입니다. 고객이 모두 고점자는 아니기 때문에 성의껏 최고 사양으로 서비스를 하더라도 그것이 좋은 라사지인지, 좋은 초크인지, 좋은 큐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위에 말씀드린 방법으로 이 클럽이 다른 곳과는 뭔가가 다른 곳이라는 인상을 받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좋은 곳에서 당구를 즐긴다는 사실 자체를 자부심으로 갖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극단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히팅 시스템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의 구름이 더욱 원활해지고, 악천후에도 테이블의 성능에 변화가 없기를 기대하면서 열선 히터를 당구대에 장착하여 더 좋은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는 클럽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객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 하점자들 중에는 그것이 왜 좋은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단지 바닥에 손을 대어보고 그 따스함에 놀랍니다. 일행에게 한마디 하게 됩니다. '여기 온돌이네!' 업주에게도 물어봅니다. 그때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업주는 자신 있게 한마디 합니다. '열선을 부착해서 공이 잘 구르고 비오는 날에도 잘 튀지 않는다.' 등등의 내용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계기가 상당한 충격으로 그 고객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이며 그 충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고객은 자신이 다니는 클럽이 대단한 고품질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버리게 됩니다.
본질에서는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심리적 효과가 있습니다. 스톡홀름에서 있었던 은행 강도 사건에서 인질로 잡혔던 여성이 그 강도와 사랑에 빠졌던 것을 두고, 인질이 인질범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나중에는 그를 옹호하게 되는 성향을 두고 스톡홀름 증후군이라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클럽에 들어왔을 때 뭔가 차별화를 느끼도록 해주는 일, 물론 말없이, 겸손의 미덕을 발휘하여 고객들이 주인의 노력을 알아줄 때까지 벙어리 3년을 지내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만, 스톡홀름 증후군과는 비교할 수 없더라도,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기간을 짧게 해주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긴 시간동안 점차로 알게 되는 것을 충격이라 하지는 않습니다. '아! 여기는 뭔가 다르구나.' 하고 느끼는 시간을 짧게 할수록 고객은 그 클럽과 주인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제발 티 좀 내십시오!>
위에 말씀드린 그 '무엇'을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 행사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예술구 시범이라든지, 클럽 내 소규모의 대회라든지, 선수 및 고점자를 초빙하여 레슨을 한다든지, 자금을 크게 들여 인테리어를 바꾼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해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일곱 대짜리 당구장에서 -물론 최고 기록입니다만- 천칠백만원의 월매출을 기록했었다고 하면, 잘 믿으려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그것도 처음 인수할 당시에는 월매출이 오백만원도 오르지 않던 곳이었다고 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 주변 분들은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사실이며, 이 때 제가 즐겨 사용한 방법이 바로 이 '스톡홀름 증후군'의 효과적인 이용이었습니다.
물론, 당구용품이라든지 기타 당구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이 무엇을 물어보든 나름대로는 좋은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것은 당구 클럽을 운영하시려는 분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덕목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음식점 주방장은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부동산 중개인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가죠. 운전이나 중장비를 업으로 하고 계신 분들도 그에 필요한 각종 면허를 갖고 있으며, 더 전문적인 분야인 의사나 변호사 등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그런데 왜 당구클럽 업주들은 유독, 비전문가가 많은 것이며 그 사실을 너무나 당연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인지 사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은 당구 클럽 창업 예정자들의 문의를 받습니다. 그때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가며 이야기 합니다. 어떻게 하면 클럽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더 잘하는 분들을 일부러 찾아다녔다는 것도 이야기를 해드리죠.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실제로 실천하는 분들을 별로 뵌 적이 없습니다. 노력 없는 대가는 없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에게 이야기를 드렸고, 지면을 통해서도 이 말씀을 드린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클럽에 찾아오신 고객이 자신의 일행에게 '야! 여기 큐좀 봐' 라고 말하는 것을 수도 없이 들었다는 것 말씀입니다. 그 사실 자체가 그 고객에게는 심리적 충격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설치했던 국제식중대의 히팅 시스템이라든지, 위에 예를 들어드린 현수막이라든지, 지금은 플라스틱 사출물로 초크 케이스가 판매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그립 초크 케이스라든지, 매너를 지나칠 만큼 지키지 못하는 손님에게 주변 당구장의 약도를 그려 보내가며 손님들의 질 관리에 애썼다는 부분이라든지, 그러한 일련의 일들을 지켜보며 심리적 충격을 받던 단골 고객들은 그 클럽에서 당구를 친다는 일 자체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더군요.
일부러 자신의 친구나 동료들을 데리고 오면서, 그 데려온 친구가 자신처럼 심리적 충격을 받는 것을 즐겨가며 '거봐! 내 말이 맞지?' 할 정도로 제 편이 되어주었던 몇몇 단골 고객들의 얼굴이 지금도 매우 그립습니다.
제가 칼럼을 쓴다는 것, 당구에 대한 여러 가지 잡 지식이 많다는 것 때문에 제가 대단히 놀라울 정도로 관리를 잘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애쓰고 노력했었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합니다만, 저와 다른 분들의 차이는 바로 적당히 티를 내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성인 오락실이 철퇴를 맞은 것이라든지, 방송을 통해 당구 경기가 끊임없이 방영되고 있다는 것 등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이유로 요즘 당구클럽 매출이 다소 좋아졌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당구클럽을 지키고 계신 업주님들은 아직도 그러한 부분을 피부로 느끼고 있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날이 갈수록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아직 많이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여러 가지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고무 쿠션, 라사지와 큐 및 기타 용품도 점차로 고사양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럼! 제발 티 좀 내십시오.
자선사업 개념으로 당구 클럽을 운영하시는 분 계신가요? 분명한 하나의 사업입니다. 마냥 겸손으로 일관하시면서 손님들이 알아주기만을 기다리지 마시고, 업주가 고객을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배려하고 있는지를 적절하게 노출시키십시오. (010-3366-5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