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TV를 켜 놓고 잠을 자다 말다, 순간적으로 눈을 뜨면 다시 축구를 보고, 졸음이 쏟아지면 또 잠을 청하는 식의 날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4년 만에 돌아 오는 월드컵 축구 대회 시즌이런가?
아직 갈 길은 먼데, 육신이 지치면 아니 될 터인데 하면서 오늘도 피로한 육신으로 출근 준비를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음력으로 오월 스무 이렛날, 신부님의 칠순 고희(古希)날이다.
평생을 육정 그대로 형제 자매들을 위해 희생과 수고로 일관해 오신 신부님을 온 가족이 즐겨 모여, 화기애애한 가운데 점심 식사라도 같이 하지 못하고 만 가장 어설픈 날이 바로 오늘이 되고 있다는 것일 게다.
대단히 잘못되었고, 대단히 죄송스럽기만 하다.
송구한 마음으로 우선 카페의 한 줄 메모란에 온 가족의 뜻을 모아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인사치례(?)를 하고 출근을 서두르자니 여간 게면쩍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부디 영육간에 늘 건강하시고, 주님의 품 안에서, 주님의 뜻 안에서 더욱 활발한 사목활동을 펼치시면서, 생활 안에서 평화를 누리시기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드립니다.
거듭 축하합니다.
마음이 떠났다고 해서, 출근 상태가 영 신통치 않은 날들이 연속되고 있어 조금은 쑥스럽기도 한 채 조금 늦게 사무실에 당도하였던 것이다.
오늘도 지점장은 8월부터 출시 예정인 신상품(만 75세까지 실손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가족사랑종합보험)의 주요 골자를 뽑아 진지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합동 정보미팅이 끝난 후, 절친한 지인 두 명에게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갱신 계약을 언제 할 것인지 묻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후배 Y 군과 카톡으로 오늘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는 약속을 잡는 등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고 하였던 것이다.
점심 시간에는 동교동 어느 뷔폐식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서, 가톨릭청소년회관 다리라는 찻집으로 이동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한 잔을 마셔 가며, 꾀 긴 대화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보험업 전반에 대하여 말이다.
오후에 절친한 S 사무관이 자동차보험 만기(7월 26일) 이전인, 앞으로 약 2주 정도 후에 새차를 뽑게 되어 있어, 신차 구입 이후에 보험에 가입하겠다는 전화를 받을 수 있어서 고마웠었다.
늦은 오후시간에 아무래도 마음이 걸려 신부님께 전화를 걸어 생신을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거듭 할 수가 있어서 고마웠던 것이다.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시던 신부님!
부디 영육간에 늘 건강하소서.
그리고 용두동 재경 영천향우회관으로 이동.
오늘은 얼마 전 취임한 K 회장이 자신이 직접 뽑은 부회장들을 모아 놓고 임명장도 전달하고, 향후 향우회를 어찌 이끌어 갈 것인지에대한 자신의 정책이랄까, 내밀한 의중을 듣는 날이어서, 참석 여부에 대해 한참 동안 망설이던 끝에 결국 참석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6시 30분에 맞춰 도착한 향우회관에는 아주 적은 숫자의 신임 부회장들만이 참석해 서로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약 30분을 기다린 끝에 어느 정도 성원이 되자,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오늘의 모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냥 선임장, 또는 임명장만 전달하면 무엇 하느냐면서, 회장의 리드로 참석자 전원이 자신을 소개하는 것부터 행사는 진행.
그리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향우회를 이끌 것인지에 대한 회장의 의중을 들으며 난상토론까지 곁들이다 보니, 시간이 제법 많이 흘러 갔던 것이다.
새로 부회장단에 편입된 인물들의 면면이 비교적 신선해 보였고, 연령층도 내가 제법 고참 축에 끼일 정도로 상당히 젊어진 느낌을 안겨 주고 있었던 것이란 게다.
그리고 예약해 둔 일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친목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역시 회장의 진행으로 참석자 전원이 건배 제의를 하며, 나름대로의 색깔있는 인사를 곁들여 나아 갔던 것인데, 소주잔이 거듭 될수록 분위기는 상당히 무르 익어 갔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회식비는 영천중 6년 후배인 K 부회장이 신임 김회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뜻에서 전액을 부담하기로 하여 모두가 박수 갈채.
배불리, 든든하게 아주 잘 먹었던 것이다.
밤 10시 20분경, 모든 공식 행사를 마무리 짓고 K 선배와 제기역 방향으로 같이 이동.
뿔뿔이 흩어졌던 것이다.
앞으로 2년간 아무 회직도 맡지 않고 그냥 지내자니, 향후 나의 행보에 어떤 제약(?)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우정 맡기로 하고 나갔던 것인데.....................................어쩌랴. 역사는 흐르는 것을.
마침 그 부근에서 우리집에 바로 오는 시내버스가 있어, K 선배와 헤어져 경동시장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온 것이다.
오는 길에 술은 다 깨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도 이태리와 우루과이와의 D조 축구 경기를 관전하면서 적고 있는데, 여전히 월드컵은 열광적인 듯해 보인다.
천주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