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2일
수요일, Salar de Uyuni 관광 셋째 날, Culpina K 마을
(오늘의 경비 US $1:
맥주 8, 환율 US $1 = 8 boliviano)
아침 5시에 깨운다. 아침도
안 주고 5시 반에 서둘러서 떠났다. 오늘도 갈 길이 먼 모양이다. 어제 밤 역시 춥지 않았다. 매우 춥다고 해서 비싸게 주고 빌린 침낭은
쓸데없는 짐만 됐다. 여행사 사람들한테 또 당한 것이다. 못된 사람들.
한 시간쯤
달려서 어느 호숫가에서 아침을 해준다. 옆 그룹에서는 따끈한
계란 프라이를 해주는데 우리는 빵 몇 조각과 커피가 전부다. 아침부터 김샌다. 호숫가 근처에 뜨거운 물이 나오는 물구멍이 여기저기 보인다.
온천인 셈이다. 프랑스 부부는 재빨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구멍 하나를 차지한다. 목욕탕 물보다 더 따듯하단다. 준비를 못해온 우리는 부러운
마음으로 구경만 했다.
다시 두어 시간 달려서 9시
반 정도에 이번 여행의 두 번째 호수인 Laguna Verde에 (녹색 호수) 도착했다. 호수 물은 연두색인데 주위의 베이지 색의 산들과
어울려서 한 폭의 그림 같은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한 시간 정도 쉬고 난 후
우리는 우리 그룹의 다른 사람들과 작별을 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국경을 넘어서 칠레의 San Pedro de Atacama로 가고 우리는
Uyuni로 돌아가서 아르헨티나 북부로 간다.
Potosi에서 만났던 독일
여행객의 얘기가 San Pedro de Atacama는 너무 관광객으로 붐비고 물가도 비싸고 Salar de Uyuni를 본 다음에는 따로 볼
것도 없으니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는 Uyuni에서 기차로 영화 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
(Paul Newman, Robert Redford 주연, 한국명 내일을 향해 쏴라) 배경 도시인 Tupiza로 가서 그곳에서 며칠 쉰 다음에
아르헨티나 북부를 거쳐서 칠레 수도 Santiago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우리는 Uyuni로 돌아가는
다른 차를 탔다. 이 차 운전사는 매우 친절하다. 새 차에는 프랑스 그룹과 독일 그룹이 타고 있었는데 가족들인 것 같았다. 역시 프랑스
사람들과는 소통이 안 되고 독일 사람들과는 된다.
점심 후에 한 4시간 달려서
Culpina K라는 조그만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오늘밤을 보내는 것이다. 마을도 깨끗하고 숙소도 깨끗하다. 3일 만에 뜨거운 물 샤워를
하고 맥주 한 병을 사 마시니 피곤이 확 풀리는 것 같다. 내일은 아침 10시 출발이니 오늘 아침 같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오후
2시면 Uyuni 도착이라니 힘들지 않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다.
차를
멈추고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미국
Yellowstone 국립공원에서 보았던 간헐천이다
진흙이
부풀어 나온다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는 곳에서 역광으로 찍은 사진이 멋있다
자연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프랑스 커플이 부럽다
베이지
색의 흙산이 아름답다
풀은
한 포기도 안 보인다
호수
물 색깔이 연두색인 Laguna Verde 호스는 햇빛이 매우 강하다
자식들
잘 되게 해달라고 경건한 마음으로 돌멩이 탑을 쌓고 있는 엄마의 마음
2003년 11월 13일
목요일, Salar de Uyuni 관광 넷째 날, Uyuni, Hostal Avenida
(오늘의 경비 US $17:
숙박료 30, 저녁 28, 식료품 3, Tupiza 행 기차표 60, 인터넷 7, 환율 US $1 = 8 boliviano)
어제 밤도 춥지 않게 잘
잤다. 8시경 일어나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Culpina K라 불리는 이 마을 구경을 나갔다. 참 아담한 마을이다. 깨끗하기가 이를 데 없다.
한국 민속촌을 연상케 하는 잘 계획된 마을이다. 집들은 볼리비아 건축양식을 따랐는데 다양한 색깔을 쓰면서도 조화를 잘 이루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근처에
미국 회사 소유의 광산이 있는데 그 회사가 돈을 대서 몇 년 전에 이 마을을 짓고 근처에 살고 있던 주민을 이 마을로 이주시켰다. 아마 이곳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 같았다. 학교도 하나 있어서 들어가 보니 마침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고 있었다. 조회가 끝나고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간 후 교실 문 하나가 열려있어서 들여다보니 2, 3학년 합반이다. 선생님을 따라서 무엇인가를 복창하고 있었다. 옛날 생각이
문득 났다.
교사에게 허락을 받고 교실
풍경 사진을 찍었다. 학생들이 공부하다 말고 모두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쳐다본다. 공부하는 걸 방해한 것 같아서 좀 미안한 맘이 들었다. 대신
큰 소리로 인사를 외치고 나왔다. 어린애들은 어느 나라나 귀엽다.
Culpina
K라는 이 마을 이름이 특이해서 물어보았더니 볼리비아에는 이름이 같은 마을이 많아서 Culpina A, Culpina B, Culpina C,
이런 식으로 마을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아침 10시쯤 이 마을을
떠나서 30분 정도 달려서 San Cristobal이라는 제법 큰 마을에 당도했다. 이곳 역시 미국 회사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다. Culpina K와는 달리 이 마을은
실용적이고 현대식인 연립 주택으로 되어있다. San Cristobal 성당건물은 지금까지 보아 온 성당과는 달리 현대식 스타일이면서도 옛날 성당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Laguna
Verde 호수부터 지프 차 둘로 같이 다녔다. 같은 여행사 차인지는 모르겠는데 두 차가 함께 다니는 것이 안전상 필요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이 황량한 곳에서 무슨 사고가 나면 매우 위험 할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난 제도인 것 같았다. 어제는 나와 집사람이 각기 다른 차의 운전기사
옆자리에 앉아서 갔는데 오늘은 한 사람이 우리의 편의를 봐주어서 같은 차에 타고 갔다.
오늘 우리가 탄 차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탔고 다른 차에는 독일 사람들이 탔다. 프랑스 사람들은 남녀 두 쌍의 20대 젊은이들인데 프랑스 Lyon의 한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한 쌍은 결혼한 부부사이고 다른 쌍은 아직 친구사이라 한다. 여자들은 키가 커서 그야말로 "쭉쭉 빵빵"이었다. 이들은 동양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우리가 서양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동양에 관한 강연을 하게 마련인데 집사람은 내가
대학생들을 데리고 강연하는 노 교수같이 보인다고 한다.
어느 마을에 당도해서 점심을
먹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식사였다. 마을 애들이 다가와서 무얼 달란다. 물어보니 과자나 사탕을 달라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이 하루에도 무수히
이 마을을 지나가니 이 애들이 여행객들에게 손 벌리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옛날 6.25 직후의 우리 모습이 떠오른다.
오후 3시경 Uyuni에
도착하여 며칠 전에 묵던 Hostal Avenida에 다시 짐을 풀었다. 돈이 거의 떨어져서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았다. 오후 4시가 넘어서 혹시
은행이 닫았을까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열려 있었다. 항상 2주정도 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내 불찰로 돈이 거의 바닥이 났다. 내일
Tupiza로 떠나는데 차편을 물색해 보니 아침 6시에 출발하는 50 boliviano 짜리 지프차가 있고 밤 10시 반에 출발하는 30
boliviano 짜리 기차가 있다. 비포장도로에 털털거리는 지프차로 며칠 시달리다 보니 더 이상 지프차를 타기가 싫다. 기차 시간이 좀 안
좋지만 편한 기차를 선택했다. Tupiza에 새벽 4시 정도에 도착하지만 조그만 도시니 숙소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같은 기차를
타는 30대의 대만 부부를 만나서 Tupiza에 내려서 같이 행동하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광산을 운영하는 미국 회사가 세워 준 Calpina K 마을
당당한
자세로 여행객을 만나고 있는 마을 소년
외국
여행객의 카메라를 구경하는 아이들, 카메라 주인은 애들이 카메라를 떨어트릴 까봐 걱정이다
학교
앞마당에서 조회를 하고 있다
Calpina
K 마을 학교 교실 모습
중앙광장에
있는 괴상한 모양의 석탑과 철 나무
특이한
스타일의 San Cristobal 성당
앙증스럽게
조그만 마을 성당
마을
아이들, 아직 학교 갈 나이가 아니라 무료한 아침을 보낸다
2003년 11월 14일 금요일, Tupiza
밤기차
(오늘의 경비 US $10:
점심 10, 저녁 11, 인터넷 7, 시계 25, 8, 기타 14, 환율 US $1 = 8 boliviano)
볼리비아는 남미 나라들 중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엉망인 나라다. 1992년까지 167년 역사에 188번 정부가 갈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이다. 다른 남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와 진보의 대립에다가 원주민이 특히 많은 이 나라는 원주민 세력까지 3파전이란다. 이번에 일어난 데모도 원주민 세력이
일으킨 것이다. 선거해서 진보가 이기거나 보수가 이기거나 수틀리면 군이 쿠데타 일으켜서 정권을 차지해버린다. 다시 선거하고 쿠데타하고 하는 악
순환의 계속이란다. 군대도 엉망이어서 1825년 건국 후 칠레, 브라질, 파라과이와 세 번 싸워서 세 번 졌는데 질 때 마다 한국 땅만 한
크기의 땅을 잃었다. 그래서 볼리비아 사람들은 항상 패배적이고 자존심이 약한 성격으로 되어 버렸단다.
1950년에는 광부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군대를 이기고 정권을 차지했으나 정치적, 경제적 발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광부 정권이 들어선 다음 광산 국유화가 되고 광부 월급제가
생겨서 광부가 얼마나 생산했거나 국제 가격이 얼마거나 일정 액수의 월급을 받기 때문 놀고먹는 광부가 되어 버렸다 한다. 지금은 광부 조합 제도로
바뀌어서 거의 자기 사업이 되어서 열심히 일한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극히 외세를 불신한다. 그러나 석유, 자연가스를 포함한 지하자원은 풍부하고
관광수입도 늘고 있고 근래에는 코카 잎 (coca leaves) 수출이 급증했다. 코카 잎 생산은 볼리비아 전체 일자리의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 생산을 억제하거나 없애 버리려 하니 정면충돌의 풀기 어려운 문제다. 볼리비아에서 생산되는 코카 잎은 코카인을 만드는 콜롬비아로
수출된다 한다.
12시에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호텔에 맡기고 어제 저녁에 갔던 중국 음식점에 다시 갔다. 열지는 않았는데 쪽문이 열려있어서 노크를 하고 물어보니 음식을 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사람은 없고 젊은 볼리비아 여인이 7살, 2살 짜리 딸과 함께 있었다. 닭고기 가락국수를 시켰는데 한참 있다가 나오는 걸 보니
국수는 없는 닭고기 야채 국이다. 닭고기 가락국수를 시켰는데 왜 닭고기 야채 국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물어보기도 곤란해서 밥을 시켜서 넣어서
먹었다. 맛은 있는데 너무 짰다. 외국 관광객들을 많이 상대하는 음식점들은 안 그런데 그렇지 않은 곳은 음식이 항상 짜다.
호텔로 돌아와서 로비에서
낮잠을 잔 다음 다시 나가서 시장과 공원 구경을 하고 저녁때가 되어서 시장 포장마차에서 햄버거를 시켰다. 특별히 부탁해서 소금을 넣지 못하게
했다. 호텔에 가지고 와서 따끈한 커피를 만들어서 함께 먹었는데 맛도 좋고 값도 쌌다.
밤 10시쯤 호텔에서
100m도 안 되는 기차역으로 호텔에서 만난 스위스 부부, 대만 부부, 그리고 우리 옆방에 머물던 네덜란드 처녀 둘과 함께 걸어서 갔다.
네덜란드 처녀들에게 한국에서 왔다하니 당장 히딩크 감독 얘기가 나온다. 히딩크가 얼마나 한국에서 유명했나 하는 걸 다 안다. 그 덕에 히딩크가
네덜란드에서도 유명해졌다 한다.
1950년에
일어났던 광부의 난을 기념하는 동상
Uyuni
기차역, 오늘밤 기차로 Tupiza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