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만 해도 뚝섬 일대 한강은 맑은 편이었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둘러친 부표 안쪽 수영장에서도 강바닥 자갈이 보였다. 수영지역이 아닌 곳에는 피라미도 있어 아이들은 고무신이나 모자, 잠자리채로 고기를 잡는다고 첨벙대곤 했다. 수영장 동쪽으로는 또 넓은 채소밭이 펼쳐져 있었다. 4천여 그루 방풍림이 둘러쳐진 백사장 지대에는 회전목마 회전그네와 전통그네 등 놀이시설이 들어찼다. 기동차나 버스에서 내려 유원지 어귀에 들어서면 파란 강물 앞에 은빛 모래사장, 울긋불긋 비치파라솔이 가득해 먼 바닷가 휴양지에 온 느낌을 주었다.
봄에는 창경궁 동물과 벚꽃 구경, 여름에는 뚝섬 물놀이, 가을엔 동구릉이나 서오릉 소풍, 그리고 겨울엔 한강이나 근교 논바닥에서 스케이트 또는 썰매타기가 당시 서울 서민가족의 계절형 맞춤 여흥이었다. 가족 모두 뚝섬 물놀이라도 나갈라치면 한 주가 부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