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40분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9시에 내기초등학교 신영분교 입구에 도착한다. 이제는 충남 언저리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소요시간은 두 시간이 훌쩍 넘는다. 앞으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기에 조금씩 시간은 늘어날 것이다. 이번 코스는 원래 평택항마린센터부터 시작하여야 하지만 거리가 평소보다 훨씬 길어 지난 코스 때 미리 약 4Km를 걸었기에 오늘은 신영분교 입구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경기둘레길 이정표에는 마린센터가 3.9Km, 신대2리마을회관이 18.8Km를 알려준다. 서해랑길은 신대리까지 가지 않고 약 700m전인 노양리마을회관 정류장에서 종료하고 다음 코스는 인접해 있는 둔포천 다리를 건너 충남 아산시로 넘어간다. 그러니까 오늘이 경기도 해안길을 걷는 마지막 날이다.
계절이 2월 하순이라서 길은 황량하고 산천은 우중충하다. 2월은 11월과 마찬가지로 산천을 밝게 해 주지 않는다. 아예 하얀 눈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트레킹할 때 눈 내리는 날을 맞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우니 겨울에 멋있는 전경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 지금 걷는 이곳도 마찬가지다. 하늘은 구름 한 점없는 맑은 날을 보여주고 있지만 들판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이맘 때 되면 봄을 마냥 기다리게 된다. 복수초는 이미 눈속에서 노란 꽃을 드러내었지만 봄의 화사함을 알리는 개나리는 3주는 지나야 필 것이다. 그래도 햇빛이 드는 들판에는 좀 더 일찍 풀들이 얼굴을 내밀 것이니 그때는 그걸로 위안 삼고 싶다.
신영리 마을 길을 계속 따른다. 경기경제자유구역의 포승지구는 벗어났는지 반듯하게 구획 정리된 토지 대신에 논밭이 펼쳐지고 먼 지평선 너머 창공에는 몇 마리의 기러기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낙곡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날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폭이 좁은 지방도로를 통과한다. 블루베리 체험농장앞의 느티나무가 늠름하고 멋지게 잘 생겼다. 수령이 100년은 되었을까? 보호수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이상은 나이 먹은것 같지 않다. 농장 입구에는 개농장을 영위하는지는 모르지만 다소 큰 개집이 있고 개들이 요란스럽게 짖고 있다. 일행들을 반긴다는 뜻인가? 아니면 주인장에게 낮선이의 방문을 알림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다시 길은 농로를 계속 따른다. 일부 구간에 도로를 신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토끼굴을 통해 지나간다. 덩그러니 이곳만 공사를 하는 것이 이상하다. 신영리에는 평택에서 익산까지 연결하는 제2서해안고속도로가 통과한다고 하는데 여기가 그 건설 현장일 수도 있겠다. 평택항은 경기도내에서 유일한 국제항이고 대한민국의 4대 항만에 속한다. 그에따라 평택은 개발 천국이다. 평택항 신국제여객터미널이 올해 개장할 예정이고, 항만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평택호 관광단지 옆에 새로 방조제를 구축 중에 있고 매립도 할 것이다. 아울러 교통인프라의 확충을 위해 38번 국도의 확장과 연결도로의 건설, 포승에서 평택역까지 단선철도 공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토끼굴과 이어진 비포장 도로를 따른다. 논밭 너머 약간 솟은 언덕 위에는 몇기의 무덤이 보이고 그 뒤로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여름에 녹음지면 좀 더 예쁘게 보이겠다. 신영2리입구 정류장 앞에는 다소 크게 보이는 '이웃사랑너싱홈' 건물이 있다. 그런데 너싱홈이 무엇일까? 치매나 중풍 등과 같이 만성질환을 앓는 어르신네를 위한 전문 요양원이다. 미국과 일본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화되었다고 한다. 너싱홈은 일상적으로 간호사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기 집같은 분위기에서 거주하는 곳이다. 비용이 비싼 편이겠지만 앞으로 이런 시설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덕을 넘어서면서 비포장도로는 마을 길로 접어든다. 아주 작은 한옥집이 허물어질 듯 서 있다. 집은 비워둔 지 오래된 듯 보이지만 허물어지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신영2리마을회관 앞이다. 예전 면장의 공적불망비가 세워져 있다. 조선시대의 관찰사나 현령들의 공적비는 가끔 보게 되지만 이렇게 최근의 것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주민들에게 혜택을 많이 줘서 공적비가 세워졌을 것이다.
신영리의 유래 안내판을 뒤로 하고 마을 길을 따르면 곧 드넓은 논이 눈 앞에 펼쳐진다. 농로 따라 앞서가는 일행들의 줄지어가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구획이 잘 정리되어 있는 논을 좌우에 두고 걷는다. 멀리 대형 차량들이 달려간다. 위치상 서해안 가까이 있는 걸 보면 38번 국도로 생각된다. 다음 코스에서 만나는 공세리성당 부근부터 서산까지 가면서 가끔 만나게 될 국도다.
작은 하천을 지난다. 그 옆으로 새로 다리를 신축중인데 그냥 무심하게 스쳐간다. 논에는 볏짚이 왠일인지 간간이 쌓여 있다. 가을에 콤바인으로 벼 수확을 하면 볏짚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비닐로 둥글게 감아 만든 볏짚 곤포 사일리지라고 부르는 커다란 하얀 원통형의 비닐 덩어리가 일반적으로 논바닥에 보인다. 이것을 40일간 발효 처리를 한 후에 한우에게 먹이면 육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의 논에는 전혀 보이지 않고 볏짚 대부분은 볏단으로 포개져서 쌓여있다. 이를 볏가리라고 부르나? 곤포 사일리지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미 다 회수하여 보이지 않는 것일까? 한참을 농로길을 따르며 걷는다. 가을에 지나친다면 광활한 황금들판을 마주칠 듯하다. 지금보다는 보다 더 멋있는 장면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해본다.
방음벽이 일부 세워져 있는 공사장을 지나는데 작은 푯말이 눈에 띈다. 이곳은 경기경제자유구역 현덕지구라서 장수리 주민 외에 외부인의 불법사진 촬영을 금한다고 비상대책위원장 명의로 써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사진 찍는 것은 형사고발조치 당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방음벽 뒤쪽으로 교회가 가깝게 보인다. 농로 길을 걸으면서 멀리서 계속 보였던 장수전원교회다. 이 근처에서는 제일 높은 건물로 보인다.
장수리마을로 진입한다. 조금 전에 푯말을 보았듯이 이제 경제자유구역 평택현덕지구로 들어왔다. 신축한지 얼마 안된 보건진료소 건물이 나오고 그 옆으로 오래된 경로당 건물이 보인다. 보상대책위원회가 그 곳에 있는지 커다란 현수막이 2층 건물 벽에 붙어있다. 주민들은 토지 보상을 충분히 받았을까. 주민들의 농성장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보인다. 시간이 흘러 다시 이곳에 온다면 지금 본 모습들은 전부 사라져 있을 것이고 주변은 천지개벽되어 있을 것이다.
길은 계속 농로길이다. 포승지구는 농지가 구획되고 도로도 반듯하게 포장되어 있었지만 이곳현덕지구는 아직 갈 길이 먼 것같다. 논밭이 멀리 보일 정도로 지평선에는 건물들이 별로 보이지 않고 틈틈이 약간 솟아있는 언덕들만 보인다. 여기의 논에도 곤포 사일리지 보다는 볏단을 포갠 볏가리만 있다. 전봇대가 좌우로 서 있는 농로길을 계속 걷지만 오고가는 여행객들은 아직까지 만나지 못한다. 두루누비 앱을 통해 보면 서해랑길을 걷는 사람은 현재 대략 2,700명 정도 된다. 해파랑길의 5,800명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인원이다. 그래서 길에서 마주치기가 더욱 어려운가 보다.
한참을 논밭 사이를 걷는다. 이번에는 많은 수의 오리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유유히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 다닌다. 저 높은 곳에서 논바닥에 떨어져 있는 낙곡이 보일까? 내려 앉을 안전한 곳과 먹을 것을 한꺼번에 찾는다면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문득 주변의 모습을 보면 겨울방학 때 외가 가서 보았던 농촌풍경이 살아난다. 마을 뒤편은 야산이 있었고 앞으로는 논밭이 펼쳐지고 주변에는 임진강의 지류가 흐르고 있고 마을 입구에는 신작로가 있었다. 어쩌다 새벽에 눈을 뜨면 먼저 들리는 것이 자동차 굉음 소리였고 가끔 기차 기적소리도 들려왔다. 이런 풍경을 본 지가 꽤 오래되었지만 이렇게 넓은 논밭 속을 걷다보니 그 시절이 오버랩된다. 농로길이 끝나갈 즈음에 논에서 볏단을 쌓거나 옮기는 세 명이 보인다. 그 중 나이드신 분이 지나가는 말로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여행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스치듯이 젊은 여성에게 묻는다. 여기의 볏짚은 어디에 쓰나요? 동물 사료용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곤포 사일리지 방식만 선호하지 않고 예전 방법을 고집하는 농가도 있는가 보다.
이정표는 노양리마을회관 정류장이 9.6Km 남았다고 말한다. 여기서 평택현덕지구가 끝난다. '신나게 멋지게'라는 문구가 벽면에 붙어있는 건물을 지난다. 이곳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아동들이 단체로 견학하는 체험놀이터다. 금방 38번 국도를 만나고 우경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도로를 조금 더 걸으면 바다가 보이는 평택호관광단지가 나온다.
일단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간다.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넓은 바다 옆으로 대형화물차가 방조제를 따라 오고 간다. 그곳은 바다를 매립하여 평택항 항만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라서 방조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항만시설이 완공되면 평택시는 얼마나 발전할지 상상이 안되지만 어마무시하게 커질 것이다. 아산만방조제가 평택호를 가로 지르고 있다. 안성천이 흘러 아산만을 통해 서해로 빠져 나가는데 평택과 아산시를 연결하는 방조제를 설치하여 내륙쪽으로 담수호가 태어났다. 처음에는 아산호로 통칭하였던 것 같은데 추후 평택시에서 별도로 평택호로 부르고 있다.
육교를 건너 현충탑이 있는 공원으로 건너간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지금은 10시 50분. 조금 더 진행하면 식사할 만한 장소가 없다고 하여 이른 시간이지만 여기서 자리를 잡는다. 정다운 담소를 나눈 식사를 끝내고 언덕같은 계두봉 끝트머리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충탑에 가서 묵념을 올리고 일제에 항거하다 운명을 달리한 순국선열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추모한다. 이 곳이 평택지역에서 처음으로 3.1운동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3.1운동 100주년 해에 제작한 '그날의 함성' 조형물이 있고 그 앞에서 단체사진을 남긴 후에 평택호의 수변길로 들어간다.
아산만방조제 옆으로 수상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배수갑문에 설치된 관리동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 곳에서 계속 방조제를 따라 아산까지 트레킹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관리동 6층에는 전망대가 있으나 지금은 출입이 불허된 듯하여 평택호와 아산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또한 관리동 앞에는 아산호 준공 기념탑이 있는데 여기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치사가 새겨있다. '우리 세대의 힘으로 이룩한 이 빛나는 업적을 민족사에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보람찬 유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줍시다' 남양호 준공 기념탑에서 보았던 치사와 비슷하다. 방조제를 일부라도 걷는 기회를 누리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길을 이어가면 곧바로 방조제로 연결되는 평택호대교를 만난다. 여기로 38번과 39번 국도가 지나간다. 예전에 한 두번은 방조제를 타고 승용차로 건너갔을 것 같은데 선명한 기억은 없다.
날이 맑아 햇빛에 직접 노출되는 때이지만 아직은 2월 하순이라서 그다지 강렬하지가 않아 걷는데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날이 따스해서 미세먼지로 흐릿한 날로 예상했지만 어쩐 일인지 평택호 건너편까지 그런대로 잘 보인다. 2층으로 된 팔각정이 건너편에 보인다. 평택호관광안내소다. 어깨가 아직은 정상적이지 않기에 다가가지는 않는다. 그냥 스쳐보기만 한다. 수변데크길은 평택호 소리길로 부른다. 평택시는 2014년도에 창조관광 활성화 사업을 위해 평택을 대표하는 국악, 민요, 동요를 들을 수 있는 소리의자 10개를 모래톱공원까지 설치했다. 수변길을 걷다보면 독특한 모양의 의자가 보인다. 상모, 해금, 8분음표(국악), 휘모리 조형물 등이 있어서 버튼을 누르면 관련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하는데 걷는데 바빠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뱃머리전망대를 오른다. 좀 더 멀리 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예상만큼 더 보이거나 잘 보이는 것은 아니고 작은 창문을 통해 아치교를 바라보는 맛이 돋보인다. 그런데 철교의 이름이 없다. 그것은 아직 완공되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 지도앱에는 국도로 사용중인 아산만방조제는 명확히 표시되어 있는데 이 철교는 안성천 하구에 점선으로 나타나있다. 뭘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서해선 복선 고속 전철이다.
서해선은 경기 송산에서 충남 홍성까지 연결되는데 평택과 아산을 잇는 이곳의 철교는 국내 최대의 아치교라고 한다. 중앙에 가장 큰 아치를 배치하고 양쪽으로 크기가 다른 두개의 아치를 연결하여 총 5개의 아치를 사용하여 평택호를 건너가게 만들었다. 평택시와 아산시의 시화인 배꽃과 목련의 색깔을 반영하여 흰색을 선택했다. 백제시대의 술잔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어떤 잔일지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아치교를 어떻게 보아야 그런 모양이 보이는지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아리송하다. 조만간 개통 예정인데 전철타고 충남 내륙으로 여행갈 때 펑택호를 건너가며 바라보면 오늘의 기억을 회상할까?
한국근현대음악관 건물이 나온다. 여기가 모래톱공원과 붙어있는 평택호예술공원이다. 음악관은 박물관, 도서관 그리고 기록관이 있다. 그래서 음악을 테마로 하는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한다. 이곳도 시간상 제약이 있어서 입장을 하지 않는다. 건물 앞에는 평택 출신의 해금 명인이었던 지영희의 연주 모습 동상이 설치되어 있다. 지영희 명인의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듣지만 그의 부인인 성금연 명인은 가야금 산조 연주곡을 익히 들어서 조금 알고 있다. 지영희 명인의 해금 연주곡은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분의 연주곡은 몇 곡 들었다. 서울대 국악과의 성의신 교수가 연주한 앨범 1집에 수록된 곡들이다. 그중에 특히 '겨울아침'을 좋아하는데 연주곡 뿐만이 아니라 작곡가인 김정욱이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음악도 가사와 너무도 잘 어울려서 마음에 긴 여운으로 닿는다.
모래톱공원에서 잠시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평택호자동차극장과 야외공연장을 거쳐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평택호 예술관으로 입장한다. 오늘도 이벤트가 진행된다. 지호 박정희 작가의 12회 개인전인 '다시 봄'이 열리고 있다. 팀장이 사전에 작가와 미리 협의가 되어서 단체 입장을 한다. 작품 앞에서 작가가 그 느낌을 전달해 주지만 미술에는 일가견이 없기에 그림을 봐도 특별한 감이 들어오지 않는다. 어느 작품 앞에서는 창가나 다른 대상에서 빗물이 내릴 때의 공감할 만한 설명을 해 주지만 여전히 거리두기가 있다. 전시장에는 여러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림이 큰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림 크기는 호수로 표기하는 것 같은데 A4용지 보다 조금 큰 그림들이 많다. 길은 예술관 뒤로 연결되어 석화봉을 돌아 농로를 따른다. 좁은 길에 대형 화물차가 계속 석화봉 측면의 호수가로 들어간다. 서해선 철교와 관련하여 공사가 진행중에 있는 듯하다. 길은 기산리 마을 앞을 지나 다시 반듯하게 정지된 논밭 사이를 따르고 서해교 교각 아래를 지나고 나서 아치교를 바라본다. 여전히 잔 모양은 보여주지 않는다.
엄청 긴 농로를 걷는다. 이창열 선배님과 후미에서 걷다가 대화를 나누는데 장거리 트레킹을 말씀하신다. 한국체육진흥회에서 주최하는 인천 월미도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66Km를 15시간내에 걷는 일정이다. 인천상륙작전 및 9.28 서울 수복 기념으로 9월 하순에 진행한다. 월미도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하여 광화문에는 다음 날 오전 8시에 도착해야 한다. 선배님이 작년에 친구와 함께 참가하여 완보를 하였는데 친구가 올해 다시 참석하자는 의견을 주었다는 것이다. 선배님은 올해도 참가하실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계속 서해랑길을 걸으며 체력을 다지면 나도 완보할 수 있을까? 선배님의 연세는 80대 초반. 서해랑길을 한 코스 마무리할 때마다 실버넷뉴스지에 기사를 게재하시는 기자이기도 하다. 대화를 하다보면 깜놀할 때가 자주 있어서 롤 모델이시다. 선배님을 따라가면 앞으로 걷는 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감사합니다~
안중에서 흘러나와 평택호로 들어가는 도대천을 건너가면 대안4리 마을회관이 나온다. 여기에도 근사한 느티나무가 서 있다. 다만 보호수를 알리는 안내판은 보이지 않는다. 이 마을에서는 연자방앗간이 없어질 때 사라질뻔 했던 연자방아를 고이 보존하고 있고 청주 한씨 세거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마을을 벗어나면 곧바로 마안산으로 진입한다. 팔이 불편하여 우회할 생각이 있었으나 산이 113m로 낮고 오솔길 같다고 하여 믿고 따른다. 역시나 길은 편하고 잔돌들도 없다. 그러다보니 해파랑길 4코스를 걸을 때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우회하는 봉태산(85m)이 생각난다. 마안산의 산길이 봉태산과 너무도 흡사한 것이다. 이런 곳에서 나무 잔뿌리에 걸려 낙상하면서 어깨에 골전상을 입었으니 그 시간을 회상하면 마음이 짜증난다. 고통스러웠던 시간들도 이제 다 지나가고 있으니 그야말로 액땜으로 여긴다.
마안산 정상은 쉽게 올랐고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일행들과의 유쾌한 정담 시간을 잠시나마 보내고 다시 길을 나선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과 정상에서 만나고 하산하면서 어린 아이가 있는 외국인 가족도 마주친다. 모두 캐주얼 복장이었으니 외지인은 아닌 듯하다. 산을 내려서면 신대2리마을회관이 5.4Km 남았다고 이정표는 보여준다. 신왕리를 지나간다. 논밭 사이의 농로를 따르면 평택호를 만나고 제방길을 따라 걸으며 산자락을 비켜가니 일자형의 쉼터에서 안 회장님과 성 선배님 그리고 장 대장이 쉬고 있다. 라이더 한 명도 있다. 흙먼지의 제방길이 끝나고 제법 깨끗한 포장도로가 갑자기 보인다. 그래서 옆에 있는 안내문을 보니 이곳이 평택호 순환 자전거 도로 종점이다. 이제부터 길은 포장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평택호를 걷는데 도로 바닥에 '볼라드 주의'라고 하얗게 쓴 글이 보인다. 볼라드가 뭘까? 그러고 보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보행자 도로나 횡단보도 등에 차량의 진입을 막는 기둥(말뚝)을 말한다. 도로 양쪽 측면에 기둥이 있다보니 라이더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자전거 도로는 평택호를 따라 길게 타원형을 그리며 안성천을 따라 올라가고 있다. 호수 맞은 편은 아스라이 보이는데 특별한 건물 등은 보이지 않지만 호수가를 따라 송전탑이 길게 이어가고 있다. 이 송전선로는 평택으로 이전한 주한미군부대로 들어가는 듯하다. 다음 코스 때 걸어갈 곳이므로 눈여겨 본다. 두 분의 선배님 그리고 장 대장과 후미에서 걸으며 평택호를 가로 지르는 평택국제대교를 바라본다. 서평택에서 팽성읍을 연결하는 다리로서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개발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2018년12월에 준공 계획이었으나 2017년도에 상판 4개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1년이 지연된 2020년 1월에 개통되었다. 대교 중간쯤에 있는 세 개의 아치는 평택시의 시조인 백로의 비상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치와 교각의 색깔도 하얀색이다. 그 아치를 대교로 다가가면서 보면 백로가 우아하게 날아가는 옆 모습이 연상된다.
국제대교 아래를 지날 즈음에 대교에 먼저 진입한 일행들이 손을 흔들며 완보를 응원해 주고 있다. 좌측으로 돌아 오르면 고등산 산자락 아래 가까이에 전망대가 보인다. 지금도 후미에 있어서 국제대교의 조망은 뒤로 미루고 다리위로 들어간다. 현덕면 방향은 터널이 바로 보이고 평택호를 건너 팽성읍으로 진행하는 곳은 차량들의 운행이 너무 적어 시원하게 뻗어있다. 인도는 자전거도로와 겸용이다. 이제 이 다리만 지나면 종착지는 가깝다.
다리를 걸으며 우측 아래를 바라본다. 조금 전에 걸어온 평택호 순환 자전거도로가 우측으로 돌아 나가고 안성천의 하구인 평택호가 드넓게 펼쳐진다. 그 뒤의 호수 건너편으로 보이는 약간 솟아 난 산줄기는 아산시에 있는 영인산으로 생각된다. 좌측으로는 안성천 위로 다시 사장교 형식의 다리가 보인다. 43번 국도가 지나가는 평택대교다. 그 우측으로는 아파트 단지같은 것이 보이는데 모두 다 미군기지 내의 시설물이라고 한다. 안성천이 기지 주변을 감싸고 흐르고 있으니 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연하게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백로도 보았으니 길은 대교 우측으로 빠져나간다. 안성천을 건너오니 현덕면에서 팽성읍으로 바뀌었다. 43번 국도 옆의 임도 길을 따르다가 토끼굴을 지나 평택호로 접근해 가면 계양낚시터가 나온다. 그 앞에 노양리마을회관 정류장이 있고 맞은편 도로변에 85코스 안내판이 서 있다. 도로변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 안에는 미리 도착한 일행들이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미안합니다~
경기도 김포에서 처음 시작한 서해랑길(98코스)은 인천을 지나 다시 경기도의 해변길을 돌아 충남의 경계까지 왔다. 다음 코스는 둔포천을 건너면서 충남 아산부터 트레킹을 시작한다. 충남지역의 서해랑길은 약 30코스 정도 된다. 대략 1년 6개월이 지나야 충남의 해변 길이 끝난다는 것이다. 전북 군산으로 진입하기 위한 긴 여로의 시작이다. 충남 해안길은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지 그리고 어떤 그림을 보게될 지 기대가 되면서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