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4일 수요일
5월 걷기 모임은 경기도 하남시, 송파구 마천동을 가르는 데 위치한 <천마근린공원>에서의 숲 속 오감 힐링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오전 중에 정형외과에 들러 말썽쟁이 엄지발가락 치료를 받은 후 마천행 전철 탑승.. 아휴.. 난 늘 카톡 난독증이라고 늘 지청구를 듣는 터인데 역시나 또.. 공지사항을 숙지하지 않은 채 덤벙대다 거여역 하차를 놓쳐버렸다.. 할수 없이 한 정거장 빠꾸 해야지 뭐.. 하면서 내가 왜 요즘 자꾸 이런 실수를 하지? 싶기도 하고 은근히 老年으로 가는 길에 서 있음을 확인하는 것 같아 잠시 씁쓸했다.
거여역 부근 <東村>에서 보리밥, 돈가스 점심 식사.. 여기서 늘씬 화끈한 향순이가 기분 좋게 오늘 모인 9명 친구들의 점심을 빵!! 쏘았다.. 고마워.. 잘 먹었다..
이제 지공맨들이라 뭐... 겨우 한 정거장 금방이긴 한데 또 전철을 타고 마천역 하차. 수십 년 간 송파구 언저리에서 살아왔고 마천동 부근도 쭐레쭐레 다녀봤건만.. 엄청나게 개발된 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을 오늘에야 눈으로 확인하였다. 깔끔한 전원마을 같은 느낌으로 새롭게 태어난 마천지구, 위례신도시, 하남 감일지구에 들어선 멋진 아파트가 들어선 걸 보고 눈을 휘둥그레 굴리며 산림치유센터에 도착하였다.
회장 경희가 제안한 숲체험 프로그램 참여 모임, 결론부터 말하자면 Great!!!
숲 체험 프로그램 진행 강사님은 자신의 성의 있는 설명에 열심히 귀기울이던 6학년 우리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참나무 6형제(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를 필두로 오르막길 숲길을 걷는 1시간 남짓한 동안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무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천마산에 주로 자생한다는 독특한 모양의 하얀 꽃이 피는 백선, 이름도 재미있는 으아리, 작은 팥 알 만한 방울이 매달린 빗자루 모양의 방울빗자루,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실은 동백꽃이 아닌 알싸한 향과 노란색 꽃이 피는 생강나무 등 저마다 지닌 향기를 맡아보기도 했다. 자그마한 산이지만 제법 숲이 우거져 5월 하순 숲길은 적절한 그늘을 선물하였으며, 데크가 없는 진정한 흙길이어서 오롯이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자작나무 科에 속한 물박달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서로 자신의 몸집의 크기와 키를 조절하면서 공존하여 땅과 하늘을 잘 아우르며 자라는 겸손한 생태계의 일면에 대한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어쨌던 山의 정상에 오르니 걷기를 멈추고 잠시 숨 고르는데 꼭 필요한 데크가 깔려 있었고, 예서 깊은 호흡과 명상, 잠시 누운 자세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본다.
돌아오는 길은 훨씬 수월했고, 카모마일 차 한 잔으로 짧은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가을 단풍 들 무렵 다시 오고 싶다며 이구동성이었다. 그리고 ‘아나바다’ 경매 시간.. 악세사리, 우산 등을 내놓은 친구들과 이 물건들을 기꺼이 사고 그 금액은 회비로 입금한단다. 여기에 또 명자가 바람잡이.. 호호 .. 날씬한 누구는 심지어 44 size 나오면 자신이 다 사겠다고 하는데.. 수십 년을 다이어트 타령으로 보낸 나는 그 호리호리함이 부럽기만 했다. 평소 귀걸이를 하고 싶었다는 순둥이 경남이가 번쩍이는 귀걸이를 사고는 이제 이에 걸맞는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다는 파격적 발언을.. 한다. ㅎㅎ
적절한 피곤함을 지닌 채 다시 마천역으로 되돌아오는데, 공짜 화장실을 제공하고 있는 <행복한교회> 바로 옆 담장에 덩굴장미가 찐찐 분홍빛으로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요즘 여기저기 장미꽃이 만발한 계절이기도 하지만 그중에도 길가에 늘어선 줄장미들이 역시 5월의 여왕이라는 찬사에 부응하듯 화사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
감성 충만 충희, 집을 나서면서 자신의 동네에서 마주친 덩굴장미에 홀딱 마음을 뺏겼던 기쁨을 놓치지 않고 버스안에서 한 편의 시를 썼단다. 시인으로 등단한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로 자작시를 낭송하고 8명의 친구들은 걸음을 멈춘 채 귀를 기울였다. 미숙이도 질 세라 이해인 시를 낭송하니 오늘 모임의 하이라이트, 아름다운 이름 ‘벗’들이 박수를 보냈다. 충희의 自作詩 를 소개한다.
최충희 詩
알고보니
들에 핀 들꽃이
더 도도하더라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만개한
넝쿨 장미
모두가 화려한 미소
모두가 현란한 붉은 얼굴들
그 얼굴이 그 얼굴인듯 모두 속에 묻혀지니
내가 없어지는 줄도 모르는 헛 똑똑이들..
그래서
숨은듯 드러낸듯 바람따라 하늘대는 너 이름 모를 들꽃!
호기심에 한 발자욱
끌어들이고
날듯 말듯 향기에
결국은
네 앞에 머리 숙이게 하는
너 들꽃이여!
알고보니
자존심 세고
도도한건
바로
너였구나!
이제 귀가할 시간이 되니 주부들 티가 슬슬 나기 시작.. 어디서 들었는지 마천시장이 꽤 괜찮은 재래시장이라고들 한다면서 시장보기에 돌입할 테세를 갖춘다. 이때, 충희가 오늘 생일을 맞은 박미숙을 위해서라도 치맥을 쏘겠다고.. .. 와우.. 어디 마다하겠는가.. 치킨 한 조각에 맥주 거품 입에 물고 소박한 건배를 했다. 마침 생일인 친구를 위해 문숙이가 소리없이 밖으로 나가더니 케잌을 사들고 왔고, Happy Birthday 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옆 좌석에 있던 몇몇 손님들도 함께 박수를 쳐주고.. 그깟 한 잔에 문숙이 얼굴은 홍당무.. 끝까지 멀쩡한 나.. 재미있는 인생담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강영자,
학교 다니는 동안 말 한 번 나눈 적 없던 친구들도 있지만 각자의 여건에 따라 걷기모임으로 인한 만남에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익으며 이처럼 적정 온도로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또 5월은 간다.
🤭
첫댓글 물흐르듯 유려한 문체로 그날의 풍경을 글로 옮겨준 선숙, 고마워요!
사진보다 선명하게 추억을 간직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우리 친구들 알고보면 모두 작가들이네! 💌
*급하게 써내려간 졸씨까지 올려주고 ;;; 내가 등단시인 인줄은 정확히는 나도 모르겠네.^^ 내 입으로 말한 적 없고.. ㅎㅎ 당시 신인문학상 받을 때 ( 김남조. 김소엽. 성춘복. 황금찬 심사위원) 등단시인으로 우대함이라고 상패에 써 있어 그걸 본 어느 친구가 그리 말해 준 것 같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글솜씨 좋은 선숙, 충희와 함께 걷는 길에서
낭만이 뚝뚝 떨어지는 글이 나올 줄 알았지.
고마우이~~
이렇게 우리들 추억이
또 하나 새겨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