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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정책브리핑 ①] 기후불평등과 주거권: 기후불평등 대책 공공선매권(2023. 7. 24.) - 김유리(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01. 문제의식
기후위기가 심화하며 폭염과 폭우로 비적정주거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의 피해는 기후불평등으로 나타난다. 기후불평등이란, 기후위기의 책임과 피해가 불일치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기후위기 피해는 모두에게 같은 시기, 같은 정도로 닥치지 않는다. 특히, 주거불평등이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비적정주거 사망 사건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기후위기 적응 대책으로써의 ‘주거권’ 보장이 매우 시급하다. 주거권은 1966년 UN총회에서 사회권규약으로 정한 당위적 권리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거는 개인의 책임이나 정부의 시혜적 지원으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장은혜 2014).
2021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4.5%다(국토교통부 2022, 41). 최저주거기준이란, 2015년에 제정한 주거기본법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다. 한국 주거기본법에서는 영국, 프랑스, 일본처럼 ‘유도주거기준 및 적정주거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물론, 법률 조항에 ‘유도주거기준’ 설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 논의가 진전되거나 법제화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또한, 최저주거기준 자체도 모호한 점이 많아 면적, 필수 설비, 환경, 안전을 판단하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수치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유다은 외 2022).
메가시티 서울은 기후위기 책임이 큰 지역이면서도, 시설과 인구 고밀집에 따른 기후위기 취약성이 높은 공간이기도 하다. 2022년 8월 집중호우 시기,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참사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제로’를 선언했는데, 말이 무색하게 2023년 6월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반지하 23만 8000가구 중 0.9%만이 지상층으로 이주했다. 반지하 가구의 주거상향은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과 맞물려 있다. 반지하 가구가 지상층으로 이주하려면 민간임대주택 임대료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2023년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필요한 매입임대 예산을 2022년 대비 721억 삭감했다(이원호 2022, 28).
02. 프랑스 파리 공공선매권 사례
프랑스 파리시에서는 공공선매권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선매권이란, 개인이 부동산을 매각할 때, 시에 우선 매입권을 주는 정책을 말한다. 이 정책에서는 매입 가격을 매각자가 아니라 시가 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 가격을 따르지 않는 건 아니다. 그리고 주택소유주는 시의 제안에 가격 책정 재요청이나 매각 계획 철회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가 매입을 포기하기 전까지 주택소유주는 다른 개인에게 주택을 팔 수 없다. 파리시는 공공선매권으로 모든 후보주택을 매입하려는 게 아니다. 시는 부동산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주택소유자의 매매나 재건축에서 임차인과 서민층을 보호해 주거권을 보장하고자 한다(서울연구원 2015a, 1-3).
2014년 파리시장으로 취임한 안 이달고(Anne Hidalgo) 시장은 ‘도심 주택선매권 정책’ 등 주거안정화에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서울연구원 2015a). 그 배경을 보면, 2000년과 2018년 사이 파리시의 월세 가격은 40% 이상 상승해 주택 공급보다 수요가 더 큰 상황이지속됐다(이지현 2020, 126). 안 이달고 시장은 부동산 전쟁을 선포하고, 연간 주택 1만 호 공급하는 등의 대책으로 주거안정화에 나섰다(서울연구원 2015b). 실제로 공공선매권 시행 이후 파리 부동산 임대료가 상반기 2.8%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부동산 소유주와 부동산 업계는 부동산 시장 위축과 재산권 침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시는 주거권 보장을 우선했다.
프랑스는 2000년 12월 「도시 연대·재생법」(SRU법)을 제정하고,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 발전에 필요한 도시계획 방향을 수립했다(배준구 2017, 28). SRU법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의무공급비율을 20%로 정했고, 2013년 1월 「공공임대주택 의무공급 강화법」까지 제정된 이후에는 2025년까지 의무공급비율을 25%로 확대했다. SRU법을 시행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은 총 63만 9천 호 공급되었다. 그리고 의무공급비율을 20%에서 25%로 높인 2014년과 2016년 사이에는 18만 7천 호가 공급되어, 이전보다 높은 공급 비율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에도, 지역에 따라서는 양적·질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2025년이라는 목표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장경석·박충렬 2019).
03. 시사점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2017년 기준 전국 평균 7.2%, 서울은 7.7%로 나타났다(국토교통부 임대주택통계 2017). 그리고 2020년, 국토교통부는 ‘10년’ 이상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170만 가구, 재고율 8%로 OECD 9위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가 및 도시별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방식이나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공공임대주택 비율의 국가 간 비교에는 유의할 점이 있다. 한겨례는 국토교통부의 2020년 공공임대주택 비율 발표가 공공임대 실적 부풀리기라며 비판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한국 공공임대주택은 건설임대, 매입임대, 전세임대,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포함한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 통계에 “단기간 임대 뒤 ‘분양 전환’ 되는 공공주택과, 민간 소유인 주택을 공공이 임차한 뒤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전세임대’ 물량 등이 합쳐지면서” 수치 착시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전체 비율 가운데 민간으로 되돌아가는 주택이 30%를 넘고, 분양 임대주택이 13.5%, 전세임대가 16.3%로, 이를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과 같이 20~30년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은 5.5% 수준이다. OECD 평균율 8%와 비교하면 한국 수준은 낮은 편에 속한다(최하얀 외/22/8/19).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참사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오히려 필요한 대책과 반대되는 공공임대 예산 삭감, 임대주택 고급화, 재개발 및 재건축을 천명하고 있다. 기후불평등 대책 마련의 시급성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에 부합하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개발이나 재건축이 아니라 매입임대주택 방식이다. 전 지구에 기후위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도 예외가 아닌 상황에서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율 상향 조정, 공공선매권 도입, 공공임대주택 예산 증대.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곧 기후불평등 대책이다.
[참고문헌]
국토교통부. 2022. 『2021년도 주거실태조사 요약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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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하위중산층 도심주거권 보장’ 우선매입지 257곳 선정 프랑스 (파리市).” 『세계도시동향』 제350호(2015. 1. 6.), 1-3.
서울연구원. “‘빈집을 임대주택으로 활용’ 중산층 주거난 해결 (프랑스 파리市).” 『세계도시동향』 제356호(2015. 4. 6.), 1-4.
이원호. “2023년도 서울시 도시개발/주택분야.” 『2023년 서울시예산에 대한 시민사회평가 토론회 최종 자료집』(2022. 11. 23.), 22-31.
이지현. “프랑스 주거난 해소를 위한 정책 방안- 공공임대주택 제도 중심으로.” 『국제사회보장리뷰』 겨울호 제15호(2020), 124-128.
유다은·이지원·장은지. “최저 및 적정 주거기준에 대한 국제 비교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제38권 제3호(2022. 3.), 47-58.
장경석·박충렬. “프랑스의 공공임대주택 의무공급비율제도.”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국회입법조사처 제10호(2019. 10. 16.), 1-4.
장은혜. “주거권의 법리적 쟁점과 보장법제에 관한 연구.” 『아주법학』 제8권 제1호(2014. 5. 21.), 47-82.
최하얀·서혜미·방준호. 2022. “공공임대 OECD 수준이라더니…취약층엔 멀기만한 ‘살만한 집” 『한겨례』(8월 19일).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55343.html(검색일: 2023.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