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아크로·디에이치 달아달라” 비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작명 전쟁’

[부동산 대장]

주민들, 프리미엄 브랜드 요구
이름 문제로 건설사 교체하기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모습.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브랜드가 적용됐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만 볼 수 있던 대형 건설사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가 비(非)강남권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추세다.

브랜드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곳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달아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건설사들도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주민들에게 ‘브랜드 업그레이드’를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건설 ‘디에이치’, DL이앤씨 ‘아크로’,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롯데건설 ‘르엘’ 등이 대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힌다.

롯데건설은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수주전에 나서며 “앞으로 강북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을 단지명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과 맞붙은 DL이앤씨는 ‘드레브 372’라는 별도 브랜드를 제안했다. 최근 고급 단지에 동네 번지수를 붙여 이름을 짓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조합 측에 선택권을 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할 여지도 남겨뒀다.

재개발 사업 중인 동작구 노량진4구역과 8구역 조합은 시공사에 ‘디에이치’(현대건설)와 ‘아크로’(DL이앤씨) 적용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시공사 선정 예정인 노량진5구역 등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원하는 조합원이 많아 건설사가 제안을 고심 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는 통상 비싼 마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브랜드 문제로 갈등을 빚다 건설사를 바꾸는 일도 벌어진다.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재개발 조합이 최근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고, 부산에서도 시공사를 교체하는 조합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건설 업계에선 애초 강남권을 겨냥했던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