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권 제 11장
幻家.... 검은 戰士들
꽈꽈꽈----꽈앙!
우르르르르----
대폭발,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가 찢겨나가는 듯한 대폭발이 이어지고
있었다.
높이 삼 천여척에 달아는 엄청난 암산(岩山) 전체가 몸부림치며 주저앉
고 있었다.
열국십팔무존의 비학들이 감추어져 있던 비밀의 대지가 천지의 종말을
보는 듯 엄청난 광경을 연출하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광활한 사막의 한 곳에 엄청난 높이로 솟아있던 구 개의 절벽 중 한 곳
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이 광경은 그야말로 전율스러운 것이었는데....
쓰으으읏!
휘이익!
집채만 한 바윗돌이 마구 쏟아져 내린다.
좌우의 석벽들이 터져나가며 무서운 불길을 내뿜기도 했다.
뿐이랴!
곳곳의 바닥이 꺼져 들어가며 한꺼번에 주위 이십여 장을 삼켜버리기도
했다.
그 속에서 한 인영이 놀라운 속도로 움직여 나가고 있었다.
떨어져 내리는 바위와 꺼져 들어가는 바닥을 교묘히 피하며 미끄러지고
있는 인영,
바로 소연황이었다.
소연황은 진정 전력을 다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열국십팔무존의 지하비전 전체가 붕괴되고 있었으니 살아날 수 있는 방
법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허나 폭발은 진정 너무도 순식간에 지하비전 전체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꽈꽈꽈꽈----꽝!
우르르르....
엄청난 폭음과 간간이 그 폭음 속에서 터져 나오는 처절한 비명성들....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지옥이었던 것이다.
엄청난 살륙과 추악한 쟁탈전이 벌어지던 열국십팔무존의 지하비전,
그 거대한 지하세계가 결국 철저히 붕괴되어갔다.
추악한 욕망과 야망마저 함께 붕괴시키는 그런 대폭발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인간의 추악함과 잔혹성만을 드러내게 했던 열국십팔무존의 지하비전,
그 지하비전을 이루고 있던 거대한 암벽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붕괴되고
있었다.
물론 그 안의 수많은 대전과 석실 또한 완전히 초토화 되었을 것이 분
명했다.
헌데,
석벽과 바위들만이 뒤엉켜 있는 암벽이 있던 자리,
그곳 아래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며 올라오고 있지 않은가.
[ 으음....간신히 살아났구나. 정말 무서운 폭발이었다. ]
무너진 돌더미 사이에서 한 인영이 솟구쳐 올라왔다.
흙먼지를 뒤집어 쓴 황의를 걸치고 있는 사십 대 후반의 장년인,
다소 위맹해 보이는 눈빛을 지닌 인물이었다.
[ 이 열국십팔무존의 지하비전에 들어간 무림인들은 줄잡아 삼백여 명.
서로 죽고 죽이는 치열한 쟁탈전에 일백여 명이 희생되었고 이제 나머
지 이백여 명 중 반수 이상이 다시 이 폭발로 죽었을 것이다. ]
황의장년인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황의장년인은 비틀거리며 유사지대를 향해 걸음을 옮겨갔다.
이때였다.
쓰----읏!
삭!
돌연,
보석처럼 영롱한 빛을 뿌리며 끝없이 움직이고 있던 명사 속에서 돌연
한 흑영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흑영이 솟구쳐 오른 지점은 바로 황의장년인의 일 장 앞,
[ ......! ]
황의장년인의 눈이 커졌다.
유사(流沙)란 모래가 물처럼 흐르는 것으로써 강물과는 달리 위험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일반인들이라면 그 유사를 건너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한다.
헌데 그 유사 속에서 흑의복면인이 튀어나오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허나....
그의 놀람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사----악!
흑의 괴영의 우수가 움직인 듯한 환상이 있었다.
흑의복면인의 움직임은 너무도 빨라 오히려 물속에서의 움직임처럼 느
리게 보였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황의장년인의 의지와 야망, 생명의 마지막이었다.
사악----
털----썩!
베어진 황의장년인의 수급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동시에 멍청히 서 있던 황의장년인의 몸은 잠시 동안 부르르 진동하다
고목처럼 무너져 내렸다.
스스....
쓰읏!
일순, 또 다시 무수한 흑영들이 유사 속에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두 눈만을 내놓은 채 완벽하게 전신을 흑의로 가리고 있는 괴영들,
그들의 움직임은 실로 기민하고 은밀했다.
전신에 흐르는 것은 비정한 살인자의 기질....
[ 뒤져라. ]
누군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음성 역시 일체의 감정이 깃들어 있지 않은 냉막한 것이었다.
최초에 나타나 황의장년인을 일 초에 베어버린 흑의인이 황의장년인의
품속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나오지 않은 듯 이내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폈다.
[ 이 자는 저 안에서 아무것도 취하지 못했군. ]
흑의인들이 차가운 눈으로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다음 순간,
스스스스슷....
쓰윽!
그들의 신형이 다시 유사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목이 베어진 시신과 차가운 월광.....
그렇다.
열국십팔무존의 비학을 노리는 치열한 혈풍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
이니....
× × ×
새하얀 모래벌판,
그 위에 걸려있는 만월(滿月)....
문득,
붕괴되어버린 열국십팔무존의 지하비전쪽에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
냈다.
엄청난 파괴의 잔해 속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먼지 한 점 묻어있지
않은 깨끗한 옷,
더할 나위 없이 당당한 기도....
아아....
바로 마검아수라 북궁완우가 아니겠는가.
그의 모든 것은 너무도 깨끗해 보였고 표정 또한 너무도 밝기만 해 아
무리 보아도 이제 마악 살륙과 파괴의 장소에서 빠져나온 사람같지 않
았다.
처....벅!
처벅!
마검아수라 북궁완우가 잠시 자신이 빠져나온 열국십팔무존의 지하비전
쪽을 응시하다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득한 대사막의 천공에 걸려있는 만월은 너무도 교교로웠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희디 흰 모래벌판,
일체의 생명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공포스러운 정적감....
그 속에서 마검아수라 북궁완우의 걸음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헌데,
대략 십여 장이나 걸어갔을까?
[ ......! ]
문득,
잔잔하던 마검아수라 북궁완우의 눈 깊은 곳에서 기광이 흘러나왔다.
이때였다.
쏴아아----
카----아----!
무엇인가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 있었다.
마검아수라 북궁완우를 둘러싸고 있던 기류의 흐름이 이상해졌다.
마검아수라 북궁완우의 눈이 번개같이 자신의 머리 위 허공으로 돌려
졌다.
있었다.
아아....
놀라운 일이 아닌가.
천공에 두둥실 떠올라 있는 만월,
그 만월을 등지고 마치 만월 속에서 뛰쳐나온 듯한 괴영 하나가 있었다
사----악!
한 자루 장검을 두 손으로 움켜쥔 채 새파란 검날을 머리 위로 치켜올
리고 있는 청의괴영,
가면(假面)이련가.
드러나 있는 그의 얼굴은 기괴하게도 푸른 빛을 띠우고 있었고 그 표정
은 나무껍질인양 무표정했다.
일체의 기척도 없이 만월 속에서 나타나며 덮쳐드는 가공할 기습,
북궁완우의 눈에 일순 한광이 솟아났다.
[ 하하하하....잔월사(殘月師)! 구대제가 중 환가(幻家)의 살인집행자
라 불리우는 잔월사로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 가공스러운 살인비기의 소유자....허나 본자에게는 어림도
없다! ]
파아....
사악!
청의괴영----, 잔월사의 일검이 길게 허공을 베고 지나갔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어느새 지면에 내려서고 있었다.
자신의 일검에 마검아수라 북궁완우의 몸이 양단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
심치 않았던 잔월사였다.
허나 아무런 감촉도 없었다.
그리고 그 대신 검날에 와닿아야 할 어떤 느낌이 그의 미간에서 시작되
고 있었다.
불로 지진 듯 화끈한 통증....
그것은 어쩌면 통증이라기보다는 아련한 쾌감일 수도 있었다.
그의 미간,
언제 생겨난 혈흔이란 말인가!
마치 하나의 점(點)이 생겨난 듯한 혈흔이었다.
예의 혈흔은 마검아수라 북궁완우와 교차되는 순간 그의 이마에 찍혀져
점차 확산되며 결국에는 피분수를 뿜어내고 있지 않은가.
[ 크....흑! ]
일순,
잔월사의 신형이 부르르 진동했다.
털썩!
그리고 잔월사의 신형은 순식간에 생명 잃은 어육이 되어 모래 위로 무너져
내렸다.
[ 하하핫....환가의 놈들....지하비전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이곳에서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었구나. 이곳에 들어가 치열한 쟁탈전을 치르고
열국십팔무존의 비학을 쟁취해낸 사람들로부터 다시 그것을 빼앗으려는
의도였겠지....? ]
처....벅!
처벅!
마검아수라 북궁완우,
그는 지면에 나뒹굴고 있는 잔월사에게는 두 번 다시 시선을 돌리지 않
았다.
단지 천공의 만월을 향해 너무도 밝은 대소를 터뜨릴 뿐이었는데....
환가(幻家)....
전설의 구대제가 중 기문둔갑과 환술 등의 이단사학의 대가라 불리는
공포의 단체....
그렇다!
구대제가의 제삼차 격돌을 준비하고 있는 피의 폭풍은 이렇듯 열국십팔
무존의 비학이 잠들어 있던 탑란오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발화하기 시
작하는데....
× × ×
휘----익!
쓰읏!
무너져 내린 지하비전의 입구쪽을 통해 오십여 명에 달하는 무림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낭패해하는 기색이 역력한 오십여 명의 무림인들,
그들은 붕괴되어 버린 지하비전에서 겨우 살아남아 빠져나오고 있는 인
물들이었다.
그들 속에는 소연황 역시 섞여 있었다.
이때였다.
우르르르르-----
꽈꽈꽈꽈----앙!
마지막 몸부림이련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그들의 뒤쪽에서 또 다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며 암벽이 서 있던 자리 전체가 꺼져 내리기 시작했다.
[ 아아....정말 지독한 기관장치였다. ]
[ 으음....이제 더 이상 빠져나올 사람은 아무도 없겠군. ]
중인들의 눈에 질린 빛이 스쳐갔다.
그렇다.
그들이 어찌 모르겠는가.
이제 요행히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완전히 무너져 내린 지하비
전과 함께 영원히 매장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헌데,
[ 누, 누구---? 크아악! ]
돌연,
그들의 선두에 서서 망연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지하비전 쪽을 바라보
고 있던 한 중년인이 처절한 비명과 함께 쓰러져 버리지 않는가.
놀랍게도 중년인의 가슴에는 어느새 십여개의 암기가 박혀 있었다.
[ 아앗! 섬서의 비천검객이 살해당했다. ]
[ 흉수가 누구냐---? ]
느닷없는 이 암습에 중인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괴괴한 적막과 새파란 월광만이 드넓은 사막을 뒤덮고 있을 뿐이
었다.
[ ......! ]
소연황이 긴장된 눈으로 주위를 쓸어 보았다.
지하비전에서 겨우 살아나온 오십여 명의 무림인들은 너무도 지독했던
대폭발로 기력이 없어 망연히 서있던 중이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그들 주위로 무영의 살기가 안개처럼 밀려오고 있지 않은
가!
(으음....누군가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 어부지릴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지하비전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간단
히 열국십팔무존의 비학들을 갈취하려는 것이다.)
소연황의 눈이 잔잔히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살기는 점점 더 강렬해지기 시작해 이제는 공력이 약한 사람들이라도
바늘로 찔러오는 듯한 무형의 기를 감지해낼 수 있을 정도였다.
(적어도 수백여 명 정도는 될 것이다. 하나같이 무서운 절정고수들이다.)
사람의 모습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
그 가운데 안개처럼 칙칙한 살기가 전신을 휘감아오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과 새파란 월광 뿐....
어찌 공포스럽지 않겠는가.
[ 으음....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
[ 어떤 작자들이 이런 비겁한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이냐----? ]
그 엄청난 무형의 살기에 긴장을 금치 못하던 중인들 중 몇 명이 돌연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목을 조여 오는 듯한 무형의 살기에 소리라도 치지 않고서는 더욱 견디
기 힘들었던 것이다.
휘이이잉....
쏴아아!
허나,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삭막한 바람소리뿐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되자 중인들이 느끼는 압박은 더욱 강해져 갔다.
바늘처럼 몸을 엄습해오는 살기....
질식할 듯한 긴장된 정적....
비정하리만치 차갑게 느껴지는 월광....
[ 왔다! ]
[ 그들이다! ]
어느 한 순간,
돌연, 누군가의 입에서 은은한 공포에 물든 음성이 터져 나왔다.
중인들의 시선이 모두 전면의 사구(砂丘)로 돌려졌다.
그렇다!
아아....
언제 나타났단 말인가!
오십 여장 저쪽의 모래언덕,
그 위에 실로 엄청난 수효의 흑영들이 일렬로 늘어선 채 우뚝 서 있지
않은가.
마치 능선 전체를 뒤덮고 있는 듯한 엄청난 광경,
모래언덕이 없어지고 그 대신 그 자리에 무수한 흑의인들이 인(人)의
장막이 나타난 것이었다.
[ 으음....지금까지 장장 일천여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구대제
가 중의 환가가 모습을 드러내다니.... ]
중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환가.
전설의 구대제가 중 가장 신비하다고 알려져 있는 공포의 단체.
허나 이 환가는 일천여 년 전의 제이차 구대제가의 격돌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는데....
스스스슷....
쓰으읏!
한 눈에 훑어보아도 족히 오백여 명은 넘을 듯 하다.
그 엄청난 수효의 흑의복면인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막 저쪽 끝 능선에서 일렬로 늘어선채 옷자락을 휘날리며 점차 조여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누구도 입을 여는 인물이 없었다.
왼손에는 검집도 없는 장검을 쥐고 있고,
머리는 아무렇게나 등뒤에 늘어뜨린채 바람에 휘날리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마치 검은 전사(戰士)들이 죽음을 준비한채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아....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