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맥도날드의 “하나님이 축복하시는 삶”이란 책에 보면 이런 얘기가 있다. 풍랑에 쉽게 좌초되는 배는 그 배의 하부가 너무 가벼워서 배의 무게를 지탱해주는 수면 밑 부분의 용골(龍骨)이 없기 때문이다. 배의 수면 위에 뜬 선실 부분을 아무리 화려하게 꾸미고 멋진 돛을 달아도 배의 하단에 용골이 빠지면 어찌 풍랑과 파도를 견딜 수 있을까? 무게중심은 배의 핵심이다. 용골은 배의 균형을 잡아준다. 태풍에 견디며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수면 위가 드러난 외모라면 수면 아래는 보이지 않는 인격이다. 뉴욕타임스 인터뷰 기자로 잘 알려진 게이 탈리즈(Gay Talese)는 소위 세상적으로 인기가 있고 유명하다는 사람을 수없이 만났지만 대부분 인터뷰 후 실망이 컸다고 한다. 그의 유명세나 인기는 사실상 물거품과 같은 것이었고, 대부분 그들의 내면세계는 볼품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탈리즈는 인터뷰를 하고 돌아올 때, 씁쓸한 심정이 많았다고 토로한다.
인기 탤런트에게 종종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청순한 이미지와 내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TV에서 보는 스타의 이미지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을 하는 것이 어떤 사람인가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유명'과 ‘훌륭'은 다르다. 세상에서의 지위나 권력이 훌륭한 삶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유명한 사람은 많아도 훌륭한 사람은 적다. 사회에서 명망 있고 직장에서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곧 인격의 크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삶의 파도와 폭풍에 떠밀려 때로는 인생의 배가 좌초되었을 때 나의 믿음과 신뢰는 얼마나 가벼웠었는가? 배의 하중(荷重)을 더해주는 용골이나 삭구(索具)는 준비하지 않고 내 수면의 윗부분만을 꾸미고 치장하고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아니었던가? 남보다 높아지려는 거품 인생은 없었는가? 속도가 중요한 시대지만 속도에 함몰(陷沒)되지 않도록 마음의 속도를 늦추며, 유명보다 훌륭을, 난 사람보다 된 사람을, 외모보다 내면의 인격을 쉼 없이 일구어 가는 아름다운 인생의 정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