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세계사 시간에 접한 흥미진진한 사건 가운데 하나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Napoléon 1, 재위 기간 서기 1804년 ~ 1815년. [코르시카 섬 출신으로서, 프랑스 혁명 이후에 군사반란을 일으켜 집권하고, 병사들에게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말했으며, 공화정을 없앤 뒤 황제가 되었고, 비록 계몽사상이나 의무교육제도나 자유와 평등과 진보를 내건 새로운 법률을 여러 나라에 퍼뜨렸으나, 미스르(영어 이름 ‘이집트’)나 네덜란드나 에스파냐를 비롯한 여러 지역/나라를 침략/점령하기도 했던 그 나폴레옹이 맞다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의 러시아(올바른 이름은 ‘로[Ro]시야’ - 옮긴이) 원정이었다(먼저 군사를 이끌고 로시야로 쳐들어간 사람이 나폴레옹 1세니, ‘로시야 침공’이나 ‘로시야 침략’이라는 말을 써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난 로시야가 우크라이나를 먼저 쳐들어가서 일어난 이번 전쟁은 ‘로시야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부른다 - 옮긴이).
승승장구하던 나폴레옹 1세 군대는 러시아 원정에서 크게 패배했고, 이로 인해 나폴레옹 1세는 권력의 꼭대기에서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러시아 원정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추위 때문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매우 놀라웠다. 추위로 세계사가 바뀌었다니!
(덧붙이자면, 더위로 세계사가 바뀔 수도 있다. 중세 말기에 온 누리에서 가장 센 군대였던 몽골제국의 군대가 다이 비엣[한자로는 ‘대월(大越)’. 비엣남(Vietnam)의 옛 이름이다] 제국이나 싱가사리 왕조[중세 인도네시아의 왕조. 오늘날의 말레이 반도와 수마트라 섬과 자바 섬을 다스렸다]에서는 고전하고 전쟁에서 진 까닭 가운데 하나가 몽골초원의 냉대 기후에 익숙했던 몽골군이 푹푹 찌고 습기 차며 너무나도 더운 다이 비엣/싱가사리의 아열대/열대 기후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스물네 해 전에 읽은, 몽골제국을 다룬 역사책의 내용에 따르면, 훗날 ‘칭기즈 칸’이라는 존칭으로 불리게 된 ‘테무친 웃치긴’ 카안은 원래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도 침략하려고 했으나, 그가 남아시아 북부로 보낸 첩자들이 돌아와서 “그 땅[남아시아]은 지독하게 덥고, 텁텁하며,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듭니다.”하고 보고하자, 남아시아 침략/정복/점령을 포기하고 대신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침략/정복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만약 그 책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남아시아의 습기 차고 푹푹 찌며 견디기 힘든 더위가 침략자가 침략할 마음을 버리게 한 까닭이 된 셈이다. 이 일도 ‘더위가 세계사를 바꾼 사례’에 집어넣어야 하리라 – 옮긴이)
그 뒤 더 많은 사실을 알아 가면서 한 나라의 ‘위치’가, 황제가 펼치는 정책과 훌륭한 사상가가 펴내는 책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겨울이면 얼어붙는 바다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러시아는 사계절 얼지 않는 항구(부동항)를 차지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중략)
인간은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우리가 어느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에 따라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가 달라진다. 오늘 소개할 『 지리의 힘 』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사이’ 펴냄. 마샬은 “국제 문제 전문 언론인”이다 – 옮긴이)은 이런 문제의식을 차곡차곡 모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내용은 부제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채워졌다.
중국(올바른 이름은 ‘제하[諸夏]’ - 옮긴이), 미국, 서유럽, 러시아, 라틴 아메리카(또 다른 이름은 ‘중남미[中南美]’ - 옮긴이), 아프리카, 중동(올바른 이름은 ‘서[西]아시아’ - 옮긴이), 인도(올바른 이름은 ‘바라트 연방 공화국’. 줄여서 ‘바라트’로도 부른다 – 옮긴이)와 파키스탄, 북극을 순서대로 다루면서 지리적 요인을 바탕으로 이 지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분석한다.
흥미롭게도 한국과 일본은 하나의 독립된 장으로 묶여 설명된다(나는 마샬 기자의 이 분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이 두 나라를 ‘묶어서’ 설명하는가? ‘동아시아의 두 나라’라, ‘똑같은 나라들’이라 여겨서? 그런 식으로 설명하는 게 ‘옳다.’면 한국인인 내가 미국을 캐나다로 착각하고 설명하는 것도 ‘옳다’고 말해야 할 것이고, 에이레[영어 이름은 ‘아일랜드’]를 영국으로 잘못 소개해도 비난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옮긴이).
유럽에 대한 설명을 보자. 북아메리카의 거대 국가들(캐나다와 미국 – 옮긴이)과 비교하면, 유럽에는 정말 작은 나라들이 모여 있다.
그 이유(까닭 – 옮긴이)는 아메리카(원주민들의 이름으로는 ‘거북섬’ - 옮긴이) 지도와 유럽 지도를 비교해(견주어 – 옮긴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유럽에는 북아메리카보다 산맥, 강, 계곡이 많다(이 가운데, 알프스 산맥은 이탈리아의 북쪽 국경선이 되었고, 피레네 산맥은 에스파냐와 프랑스의 국경선이 되었으며, 라인강은 게르만족의 땅과 로마제국을 가르는 경계선이었고, 흔히 ‘스코틀랜드’로 불리는 ‘알바[Alba]’나 ‘웨일스’로 불리는 ‘컴리/킴루[Cymru]’는 잉글랜드와는 달리 거친 산악지대/고원이었기에 앵글로색슨족/노르만인에게 넘어간 잉글랜드와는 달리 브리튼 섬의 선주민인 켈트인의 땅으로 남을 수 있었다. 또한 헝가리 공화국이 자리한 곳은 ‘헝가리 분지’인데, 이곳은 동쪽으로는 카르파티아 산맥과 트란실바니아 알프스 산맥, 서쪽으로는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의 산악지대, 남쪽으로는 발칸반도의 산악지대, 북쪽으로는 슬로바키아 공화국의 산악지대로 둘러싸인 곳이라, 그 분지가 거의 그대로 헝가리의 국경이 되었다 - 옮긴이) 게다가 유럽의 주요 강들은 서로 만나지 않기 때문에, 여러 하천이 천연 국경 역할(구실 – 옮긴이)을 해 국가(나라 – 옮긴이)를 갈라놓았다.
(결국, 두 대륙의 자연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그 두 대륙에 세워진 나라의 크기와 국경선의 모양도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역사학자들과 갈마를 가르치는 교사/강사들은 갈마[‘역사(歷史)’를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 낱말]를 만드는/움직이는 요소에 위에서 말한 기후/날씨나 인간집단이 살던 곳의 지리도 집어넣어야 하며,
그들은 - 학생이나 제자나 수강생들에게 - 그것이 인간의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인간집단은 그들의 유전자나 지능이나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기후나 지리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습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다면 “어떤 인종/민족/지역 거주자는 원래부터 뛰어나고, 다른 인종/민족/지역 거주자는 원래부터 형편없다.”라는 인종주의자나 국수주의자들의 믿음은 그 때문에라도 설 자리가 없다.
나는 유럽과 북아메리카뿐 아니라, 동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나, 중남미의 갈마를 파헤칠 때도 기후나 날씨나 지리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들을 『 역사 』 교과서에 제대로 집어넣기만 해도, 역사 교육은 보다 알찬 수업이 될 것이다. – 옮긴이)
(아래 줄임[이하 생략])
- ‘박현희(서기 2017년 현재 서울 독산고 사회 교사)’님의 글인 「 팀 마샬 『 지리의 힘 』 」 에서
→ 『 고교 독서평설 』 지(誌) 제 310호(서기 2017년 양력 1월호) 기사
- 단기 4356년 음력 4월 14일에, 잉걸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