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업체인 혼다는 윈드서핑과 스노보드를 즐기는 22세 미혼 남성들을 대상으로 만든 SUV차량이
미국 ‘사커맘(soccer mom : 대도시 교외에 사는 중산층 엄마들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고 SUV차량으로 아이들을 실어 나를 만큼 극성이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 인구의 1/3이 ‘변화’지향적 … ‘새롭고 발랄한 것이 좋아’
뉴욕의 잘 나가는 출판인이었던 제프너 부부. 제프너는 출판사 대표로 20년을 일했고 남편 구잘디는 스티븐 킹 등 인기작가군을 거느린 출판사 편집장이었다. 뉴욕에서도 ‘부촌’에 살면서 평일엔 보모가 아이들을 돌봤다.
그런 그들이 어느 날,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사하고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도 버렸다. 남편은 듀크대학 출판사 편집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제프너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사회복지 석사 과정에 등록했다. 최소 1년을 쉬면서 엄마와 주부 역할에 충실해 보기로 한 것.
당시 제프너의 나이는 45세. 그는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며 “다시 취직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는다. 적성에 맞고 열정적으로만 할 수 있다면 다시 일을 할 것이다. 65세가 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고 해도 같은 마음가짐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 삶의 패턴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일률적인 인생 궤적을 따라 왔다. 졸업 후 일을 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은퇴하고 죽는 것.
하지만 여성운동이나 기술·의학의 발전이 인간의 평균 수명을 늘여놓았고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결혼이나 출산은 늦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직업을 갖는 것이나 연애도 마찬가지다. 교육이나 스포츠, 유행하는 패션이나 로큰롤도 더 이상 20대의 전유물은 아니다.
2001년 한 여론조사는 베이비 붐 세대에게 ‘노인은 언제부터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들이 51세를 노인의 시작점으로 봤던 반면 이들은 79세라고 답했다.
이제 ‘나이’로 사람을 규정하는 시대는 갔다. 겉모습, 취향 그리고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사람이 규정된다. 스포티 룩이나 청바지 그리고 보톡스는 성인들을 ‘35세’로 보이게 하고 나이에 따라 엄격하게 나눠졌던 사회·문화적인 경계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선견지명이 있는 마케팅 기획자들은 이미 ‘인구학적’인 관점에서 ‘심리학적’ 관점으로 분석 기준을 바꿨다.
특히 여성들이 삶을 생생하게 만드는 것에 훨씬 민감하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혼다는 윈드서핑과 스노보드를 즐기는 22세 미혼 남성들을 대상으로 만든 SUV차량이
미국 ‘사커맘(soccer mom : 대도시 교외에 사는 중산층 엄마들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고 SUV차량으로 아이들을 실어 나를 만큼 극성이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트랜드를 분석하는 다이치발드는 “중장년층이 젊은 소비자들처럼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젊고 생생하게 살려는 베이비 붐 세대들의 노력은 ‘외모’에도 드러난다. 만약 “당신은 몇 살로 보이고 싶습니까?”라고 그들에게 물으면 단연 “서른다섯”이라고 답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보조식품이나 운동, 영양식, 피부미용이나 성형수술을 통해 35세로 보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젊은 취향의 옷을 입기 위해 10대 자녀의 옷장을 열어보는 게 베이비붐 세대들의 특징이다.
광고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원숙한 미가 있으면서도 유머 있을 만큼 젊은 나이”, 35세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모델이라면 미셀 파이퍼(실제 46세), 케이트 블란쳇(35세), 스칼렛 요한슨(19세) 그리고 르네 루소(50세) 등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생활방식에 대해 반항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바꾸길 원했던 것은 ‘부모역할’이었다. 그들의 부모는 어른들의 세계에 자녀를 배제시켰지만 베이비붐 세대는 자녀와 함께 파티에 가고 재치 있는 대화를 나누며 친구처럼 지냈다.
“아이들은 우리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같이 갔고 어른들의 세계를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우리는 아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모두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제프너는 말한다. 제프너의 큰아들은 아빠의 친구들과 함께 만든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한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는 자녀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부모와 모든 것을 함께 나누기 위해 가족에게 필요한 물건을 살 때도 자녀에게 선택권을 준다.”
컨설팅사 스미스 대표의 얘기다. 많은 부모들이 휴가 계획도 함께 짜고 차나 전자제품을 살 때에도 자녀들의 조언을 얻는다는 것. 자동차 대리점에 가서도 함께 차를 고르며 옵션도 그들의 취향대로 고른다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20세기 미국이 탄생시킨 가장 ‘반항적이면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세대로 불려진다. 이들 만큼 노년을 밝고 가능성 있는 미래로 만들어가는 세대도 없다.
현재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인구는 약 7천 800만명으로 전체의 1/3. 사회 변화를 이끌 만큼 여전히 수적으로 많다.
이들은 60세가 되어도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30세로 살아갈 수 있다. 적어도 밀레니엄 세대와 지금 막 20대에 접어든 세대가 사회의 주력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