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커피를 하루 2잔 이상(한 잔은 150mL) 마시면 당뇨병 전(前)단계나 2형(성인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3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지 커피 등 설탕이 든 커피라도 하루 2잔 이상 마시면 당뇨병 전 단계와 2형 당뇨병 위험이 27% 낮아졌다.
이정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중 지역사회 코호트(KARE) 연구에 참여한 40∼69세 남녀 4,054명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당뇨병 발생 위험의 상관성을 2001∼2014년 추적 조사 후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영양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뉴트리엔츠(Nutrients)’ 최근호에 소개됐다.
연구 결과, 블랙커피를 하루 2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블랙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전단계나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39% 낮았다. 특히 블랙커피를 하루 2잔 이상 마시는 남성의 경우 당뇨병 전 단계나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54%나 떨어졌다(여성 26% 감소).
커피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사람도 비슷한 당뇨병 예방 효과를 얻었다. 설탕이 든 커피를 하루 2잔 이상 마셔도 당뇨병 전 단계나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27% 감소했다.
이 교수는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ㆍ클로로겐산 등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 2형 당뇨병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잠재적 후보 물질”이며 “카페인은 신진대사를 촉진해 신체에서 열이 나도록 함으로써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항산화 성분인 클로로겐산이 활성 산소를 제거한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커피에 든 카페인은 췌장의 베타(β)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함으로써 당뇨병 예방을 도울 수 있다. 커피에 함유된 마그네슘 당뇨병 예방에 이롭다.
이번 연구에선 또 커피 섭취가 당뇨병 전 단계나 2형 당뇨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마다 크게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또한 커피 섭취와 관련된 유전체 다형성(SNP)을 규명했다. 5개의 SNP를 이용해 각자의 유전자 점수(Genetic risk scoreㆍGRS)를 산출했다. 이를 통해 GRS가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보다 당뇨병 전 단계와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체 다형성이란 DNA(유전자)가 복제될 때 유전자의 일부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너무 많이 만들어져 유전자량이 차이가 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유전체 다형성을 갖는 부위의 형태에 따라 STR와 SNP 등으로 분류된다. SNP는 유전자의 양은 같지만 염기서열 구성이 다른 부위를 뜻한다.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유전체 다형성 부위를 갖고 있어서, 이를 분석하면 개인 식별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유전자 지문이다.
한편 2형 당뇨병은 우리 국민 전체 사망 원인의 17.1%를 차지하고 있다(2018년).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뱃살 빼기에도 효과적인 장 운동
사람들은 대부분 장을 변 만드는 곳으로만 인식한다. 때문에 설사나 변비만 없으면 장애 문제가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오염된 먹거리에 둘러싸여 사는 요즘 시대에는 튼튼한 장을 유지하기가 쉽지않다.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고, 독소를 배출하는 장 원래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장 기능에 도움을 주는 요가 동작과 복근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하면 변비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뱃살을 빠지는 다이어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누워서 머리 뒤로 다리 넘기기 척추와 배 안쪽 장기를 강화시켜 주는 운동. 특히 장이 강하게 자극을 받아 변비 치료 효과가 있다. 목과 어깨, 등줄기를 자극하여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방법 1. 천장을 보고 누워 양팔을 수평으로 벌린다. 양쪽 손바닥을 등 뒤쪽 허리 부분에 대고 들이마시는 호흡으로 천천히 양발을 모아서 들어 머리위로 넘긴다.
2. 천천히, 발가락을 꺾은 상태로 바닥에 닿게한다. 이때 발끝이 몸에서 멀리 떨어질 수록 좋다. 다리가 완전히 넘어갔을 때 양쪽 팔을 바닥에 내려 놓는다. 이 자세에서 복식호흡을 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버틴다.
3. 천천히 처음 자세로 돌아온다. 몸 상태에 따라 등과 배에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쉬었다가 반복한다. 익숙해지면 ②의 자세를 1회에 5분정도 유지한다.
배 앞 뒤로 움직이기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강도 높은 운동으로, 장 운동을 활성화해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1. 무릎을 끓고 앉아 양손을 무릎위에 놓는다. 2. 배가 나올 정도로 숨을 들이 마시는데, 이때 여러번에 걸쳐 끝까지 들이 마신다. 3. 숨을 내쉬되 여러번에 걸쳐 내쉰다. 끝까지 숨을 내쉰다음 배를 앞뒤로 들락거려 운동한다.
사자처럼 호흡하기 사자 호흡은 안면윤곽을 잡아주고 장을 수축해 주어 대장을 편안하게 할 뿐 아니라 피부도 건강하게 만든다. 이 자세를 공복상태에서 하루 3~5회 반복해 주면 효과적이다. 1. 무릎을 끓고 앉아 배에서 어깨 혹은 가슴까지 숨을 가득 몰아쉰다. 2. 숨을 최대한 토하면서 눈을 최대한 부릅뜨고 혀를 내민다. 이때 아랫배를 조여 등에 최대한 닿는 느낌으로 한다.
복근을 튼튼하게 하는 체조 복근 힘이 약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걸을때 걸음걸이가 꽂꽂하지 못하고 구부정하게 걷는다는 점이다. 척추가 올바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등뒤의 신전근과 배에 있는 복직근을 팽팽하게 잡아주어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신전근보다 오히려 복직근이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복직근이 무력해지면 장의 운동성이 ejFDJ지고 복부비만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평소에 척추를 꽂꽂이 세워 바른자세를 유지하고, 동시에 배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1.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무릎을 세우고 양손을 어깨에 걸친다. 2. 상반신을 좌우로 비트는 동작을 여러차례 반복한다. 3. 똑바로 누운 자세에서 양쪽 다리를 수직으로 들었다가 내리는데, 이때 발이 바닥에서 10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1분정도 멈춘다. 하루 20회 반복한다.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여러 가지 방법
지압 장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으로 배꼽 중앙에 있는 혈점인 신궐혈과 배꼽 양 옆으로 손가락 두마디 정도 지점에 위치한 천추혈을 지압한다.
뜸 명치와 배꼽 중간 부분에 위치한 중완혈 부위에 뜸을 뜨면 소화기능이 좋아지고 배변이 잘된다.
경락 자극법 등에는 오장육부의 경혈이 모두 모여 있는데, 특히 등에 위치한 배수혈은 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해준다. 이부위를 지압봉이나 적당한 기구로 자극하면 장운동을 촉진시킬수 있는데 체했을때 등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배수혈중에서 특히 위수 (흉수 12~요추1사이의 척추에서 양쪽으로 3센티미터지점) , 신수 (배꼽과 같은 높이인 요추 2와 3사이에 있는 등경혈점. 이 위치에서 양쪽으로 3센티미터 지접에 있다.), 대장수(요추 4와 5사이 척추에서 양쪽으로 3센티미터 지점), 소장수(제 1천골 양쪽으로 3센티미터 지점)를 지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항문 조이기 아랫배 근력이 강화되어 생시기, 배설기가 튼튼해지는 건강요법이다. 소변배설장애나 변비 예방 및 치료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변비가 심한 경우 1일 1000회씩 지속적으로 실시하면 2~3일 내에 쾌변을 볼 수 있고, 일년 정도 계속하면 변비치료, 정력증강등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방법 복부나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지 않고 항문과 질(요도)을 조이는 운동이다. 먼저 숨을 들이 마시다가 멈춘뒤 항문 주위를 10초 동안 수축한 다음 숨을 내쉬면서 10~15초 동안 이완시키는데, 15회 정도 하는 것이 1세트, 10초동안 수축하기가 힘들면 1~3초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짧은 케겔운동을 먼저 시행한다.
하루에 3세트, 즉 45회의 항문근육수축, 이완을 반복한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하지 말고 1세트, 2세트로 천천히 늘린다. 누운자세뿐 아니라 서 있거나 앉아 있을때도 가능하며, 3~4개월 동안 계속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음주 후 필름 끊기면 치매 위험 2~3배↑"
음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음주 후 한 번 이상 필름이 끊긴 경험이 있으면 10년 내 치매가 올 위험이 2~3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미카 키비마키 역학 교수 연구팀이 영국,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주민 13만1천415명(평균 연령 43세)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지난 1년 내 음주 후 필름이 끊긴 일이 있는지를 묻고 이후 14년 동안 치매 발생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일간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음주 후 필름이 끊긴 일이 있는 남성은 치매 위험이 최대 3배, 여성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평소 음주량이 보통 정도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 짧은 시간에 과음하는 일이 있는 사람도 음주 후 필름이 끊기는 수가 있으며 이런 경우도 치매 위험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약 10.4%가 지난 1년 안에 음주 후 필름이 끊기는 일을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음주량이 영국의 제한 권장선인 일주일에 14유닛(unit) 이상인 사람은 14유닛 이하인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16%, 21유닛 이상인 사람은 2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술 2유닛은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 0.5ℓ 또는 작은 잔 내지 표준 잔으로 포도주 1잔을 말한다,
과음으로 알코올이 뇌로 들어가는 관문인 혈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을 뚫고 뇌로 진입하면 알코올이 독으로 작용해 뇌가 위축되고 중요한 뇌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뇌로 들어간 알코올이 뇌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인 시냅스(synapse)를 망가뜨리면 혼란, 상황인식 곤란, 기억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9월 9일 자)에 실렸다.
해발 1100m 고원에 조성된 ‘안반데기’는 국내 최대 고랭지 배추밭이다. 추석 전까지 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러지는데 바이러스는 참 모질고 끈덕지다. 방방곡곡 다니기가 만만치 않으니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자. 잠깐 여행을 멈추는 대신 숨통이 트일 사진이라도 들여다보며 ‘심리 방역’에 나서본다. 장쾌한 풍광 사진 몇 장 추렸다. 직접 구경하는 일은 훗날 해도 된다. 산천이 의구해서 풍경이 불변하니 급할 이유가 없다. 언제든 렌즈를 들이대면 그럭저럭 ‘작품’이 나온다.
‘안반데기’. 올해 비가 많이 왔지만 배추농사는 큰 문제가 없었단다.
강원 강릉 안반데기
고산준봉이 어깨를 견주고 망망한 동해까지 인접한 강원도에는 눈이 호강할 풍경이 수두룩하다. 조금 특별한 것도 있다. 강릉 왕산면 대기리의 해발 1100m 고원에 조성된 안반데기(안반덕)가 그렇다. 국내 최대 60만평 규모의 고랭지 배추밭이다. ‘하늘과 맞닿은 배추밭’으로도 통한다. ‘안반’은 떡메로 쌀을 치는 넓은 나무판, ‘데기’는 고원의 판판한 땅을 일컫는 ‘덕(더기)’의 강릉 사투리다.
배추밭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준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배추밭이 주는 놀라움이 크다. 사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출사지로 입소문이 난 것이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조성된 걷기 좋은 길(올림픽 아리바우길)도 여기를 지난다. 멋진 풍경을 누구에게라도 알리고 싶은 소박한 욕심의 발로다. 일대에는 바람개비처럼 생긴 거대한 풍력발전기까지 돌아간다. 초록의 ‘배추 융단’과 어우러져 이색적이니 ‘인증샷’ 배경으로 손색이 없다.
배추밭은 언제, 어떻게 조성됐을까. 1960년대 정부가 화전민들을 모아 개간했다. 1925년에 국유지가 됐다가 1995년에 다시 개인 소유가 됐다. 현재는 약 30가구 남짓한 인원이 배추 농사를 짓는다. 배추 수확시기는 보통 8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다. 올해 비가 많이 온 탓에 걱정이 컸는데 마을주민은 “여기는 문제 없다. 배수가 잘돼서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했다. 또 “배추 수확은 약 30% 진행된 상태다. 추석 전에는 수확이 다 끝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추 수확 후에는 호밀을 심기도 한다. 호밀이 자라면 다시 초록융단이 깔리니 이때 가도 풍경은 운치가 있다. 안반데기까지 자동차가 간다.
봉수산 전망대에서 본 예당호. 봉수산은 국내 최대 저수지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예당호는 민물낚시의 성지다. 곳곳의 수상좌대도 풍경의 일부가 된다.
충남 예산 예당호
충남 예산 대흥면 뒤에 우뚝 솟은 봉수산(484m)에 오르면 예당호(예당저수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예당호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둘레가 약 40km,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3.7배나 된다. 바다 같은 저수지다.
보통은 예당호를 이렇게 즐긴다. 차를 타고 지나며 물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나무들이 연출하는 고상한 풍경을 음미한다. 해돋이와 해넘이가 곱고 계절에 따라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볼만하다. 응봉면 예당관광지 부근의 ‘예당호 출렁다리’도 건넌다. 길이 402m의 국내 최장 인도교인데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낼 수 있다. 가장자리에 조성된 산책로도 좋다. 미식가들은 어죽과 붕어찜을 찾는다. 물이 맑은 예당호에는 붕어·잉어·가물치 등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한다. 이를 잡아 요리해 내는 음식점이 일대에 많다. 어죽은 붕어를 푹 고은 육수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갖은 양념으로 간을 하고 민물새우, 면, 쌀을 넣어 푹 끓여낸다. 비리지 않고 칼칼하며 고소하다. 붕어찜 역시 특유의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물론 강태공에게는 이곳이 성지(聖地)와 다름없다.
그럼 예당호 전체를 구경할 수 없을까. 봉수산이 이런 곳이다. 광시면 마사리에서 임존성 아래까지 난 임도를 따라가면 정상부에 닿을 수 있다. 자동차가 올라간다. 주차장에서 성곽을 따라 약 15분쯤 걸어가면 전망대다. 바다 같은 저수지의 실체에 눈이 번쩍 뜨인다. 임존성도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다. 백제 최대의 석성으로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이었다. 의자왕이 나당연합군에 항복한 660년, 흑치상지, 복신, 승려 도침 등이 백제 유민을 이끌고 여기서 3년간 결사 항전했다. 둘레 약 2.4km에 달했는데 지금은 일부가 복원됐다. 선선해지면 산책하기도 좋다.
태종대.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망망한 바다가 어우러져 장쾌한 풍광을 만든다.
1906년 불을 밝힌 영도등대.
부산 태종대
부산 영도 해안 끄트머리의 태종대는 ‘고전적’ 관광지다. 제법 오래전부터 부산의 대표 여행지였다. 그런데 익숙해도 막상 가본 사람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영화 줄거리를 많이 듣다 보면 마치 그 영화를 다 본 것처럼 느껴지는 법. 일단 가서 보면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후련해진다.
태종대는 해안관광지다. 깎아지른 기암괴석과 해안절벽이 장관이다. 바다도 좋다. 부산의 바다는 동해의 장쾌함과 남해의 아름다움을 함께 가졌다. 특히 영도등대 주변이 백미다. 왜구에 끌려간 남편 기다리다 돌이 된 여인의 망부석, 신선과 선녀들이 그토록 게으름 부리며 놀았다던 신선바위가 여기에 있다. 해안절벽에 서서 우레 같은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면 자연의 큰 기운을 실감한다. 신라시대 태종 무열왕은 이 멋에 반해 여기에 과녁을 세우고 활 쏘기에 정진했단다. 영도등대는 1906년에 불을 밝혔다. 태종대는 해송 숲도 멋지다. 언제든 찾아 큰 숨 한번 들이켜면 먹먹한 가슴이 확 풀어진다.
태종대가 있는 영도에는 볼거리도 많다. 그 유명한 영도다리 앞에는 영도 출신의 가수 현인의 노래비가 있다. 피란민의 애환 담긴 ‘굳세어라 금순아’를 불러 1950~60년대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주로 터를 잡고 살았던 영선동에는 풍경 예쁘기로 소문난 절영해안산책로도 조성됐다. 영도 한가운데 솟은 봉래산(395m)에 오르면 부산 서쪽 송도해변부터 동쪽 해운대 일대까지 눈에 다 들어온다.
한탄강 고석정 일대. 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가 고석바위다.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이 숨어 살았다고 전한다.
고석정 일대 한탄강. 땅이 꺼져 만들어진 강인데다 용암까지 흘러내리며 독특한 지형이 형성됐다.
강원 철원 고석정
강 풍경이 멋진 곳도 많다. 한탄강은 북한 평강에서 발원해 강원도 철원을 지나 경기도 연천 전곡에서 임진강과 합류해 서해까지 간다. 길이는 136km로 길지는 않다. 그런데 풍경이 볼만하다. 이유가 있다. 한탄강은 땅이 꺼져 만들어졌다. 대륙과 대륙이 충돌해 거대한 틈이 생겼다. 이 틈은 영겁의 세월이 흐르며 강이 됐다. 약 27만년 전에는 용암이 지나갔다. 평강 오리산에서 화산이 터졌는데 여기서 나온 용암이 강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래서 한탄강의 지형은 독특하다. 볼거리가 그만큼 많다.
고석정은 철원 동송읍 장흥리 일대 고석바위를 중심으로 형성된 화강암 지형을 통틀어 일컫는다. 고석바위 앞 강변에 정자가 있는데 이게 고석정이다.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971년에 다시 지었다. 어쨌든 일대의 풍광이 장쾌하다. 강 한가운데 높이 약 20m의 암봉이 우뚝 서 있고 협곡 사이로 강이 흐른다. 신라시대 진평왕, 고려시대 충숙왕도 이 모습을 보려고 멀리서 애써 찾아왔단다. 숱한 시인묵객이 고석정을 찾아 풍류를 즐겼다.
고석바위는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과 관계가 있다. 고석바위에 그가 숨어 지내던 자그마한 굴이 있다. 임꺽정의 원래 이름은 임거정(林巨正)이었다. 관군이 오면 꺽지로 변해 물속으로 숨었다는 전설 때문에 임꺽정으로 불렸단다. 그만큼 민중들의 호응이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