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식물은 느끼고 실행할 줄 안다. 곧 식물의 온갖 감정을 보게 될 것이다. 두려움, 굴욕, 고마움, 창조적 상상, 계략, 유혹, 질투, 대비원칙, 연민, 연대감, 기대감…. 그리고 최근에 입증되었듯이, 식물은 아주 단순한 수단과 더없이 놀라운 방법으로 스스로 느끼는 바를 전할 줄 안다. - p. 15
이것이 식물계를 언제나 지배하는 최소 노력의 법칙이다. 불필요한 행위도 하지 않고, 이유 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도 없다. 우리가 할 일은 식물의 관용을 간청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식물의 절약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다. 식물은 적대적인 생각 같은 구체적인 위험에도 반응하지만 좋은 감정에도 무심하지 않다. - p. 59
날이 갈수록 욕설을 들은 식물은 눈에 띄게 시들어갔고, 반면에 칭찬을 들은 식물은 크기와 건강미가 열 배로 돋보였다. 학교라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괴롭힘은(아랍에미리트에서는 학생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이 겪고, 프랑스에서는 7십만 명이 겪는 일이다) 식물의 유기조직과 어린아이의 신체조직에 동일한 악영향을 끼친다. 푸릇푸릇한 두 실험대상 위에 걸린 커다란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식물에게도 인간과 똑같은 감각이 있으니까요.’ - p. 69
두려움이 초래하는 방어기제의 작동이 식물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주는 걸 보았다. 특히 성장이 명백히 촉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일종의 공감이 작동하는 듯 보일 때 백스터는 상반된 반응을 확인했다. 그가 달걀을 깨기로 마음먹는 순간, 모니터링되고 있던 아프리카 제비꽃 한 송이는 즉각 스크린에 독특한 그래프를 그렸다. 식물의 감정 표출은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낳았다. 제비꽃은 그 후 2년 동안 꽃을 피우지 않았다. - p. 109
식물은 자기표현을 하기 위해 상대에 따라, 전하려는 내용에 따라 다양한 차원의 언어를 활용한다. 직접 선택한 수분 매개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냄새로, 색깔로, 소리로 말한다. 이를테면 어떤 종의 나비는 최적화된 향기로 홀리고, 새는 강렬한 색깔로 유인하고, 자외선을 포착하는 특성도 있어서 꿀벌들에게는 자외선으로 말을 걸고, 박쥐들에게는 박쥐의 레이더 시스템을 겨냥한 메아리 음향 신호를 보낸다. - p. 121
평생의 동반자가 죽고 나면 다른 사람이 계속 물을 주고 보살펴도 실내 식물들이 불가사의하게 시들어가는 많은 경우를 집계해본다. 그 식물들에게는 무언가가 ‘결핍된 듯’ 보인다. 그들의 생존본능에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가. 그 행동은 마치 적합하지 않은 땅에 옮겨 심었을 때 관찰되는 것과 유사했다. - p. 150
덩굴식물들은 빛의 먹이까지 다다르게 해줄 어떤 줄기나 둥치, 작대기나 철망을 찾아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납작한 타원형을 허공에 그리며 이동한다. 장-마리 펠트는 이렇게 환기한다. “이 식물들이 탐지한 지지대를 이동시키면 그들의 곡예 움직임도 지지대 쪽으로 이동한다.” - p. 165
“인간 존재는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큰 하나의 일부, 시간과 공간으로 한계 지워진 일부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자기 생각을, 자기감정을 나머지와 분리된 사건처럼 경험합니다. 바로 거기에 의식의 착시가 있지요. 이 착시가 우리에게는 일종의 감옥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개인적 욕망과 몇몇 가까운 이들을 향한 애정에 가두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할 일은 연민의 원을 넓혀서 살아 있는 모든 피조물과 모든 자연을 그 원 안에 집어넣음으로써 그 감옥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 p. 183
우리가 땅에서 민들레를 꺾으면 다시 돋아난다. 뿌리째 뽑으면 땅속에 남아 있는 미세한 잔뿌리 조각에서 되살아난다. 흙더미 속에 파묻어 질식시키려 하면 민들레는 가녀리고 긴 줄기를 잠망경처럼 표면까지 내보내어 그곳에 다시 자리 잡는다. 우리가 땅을 경작하기로 마음먹고 민들레를 잘게 다진다면 어떨까? 뿌리 조각 하나하나가 새 민들레로 다시 태어난다. - p. 191
우리에게 새로운 원천을 제공해주는 식물을 이해하려고 그들 자리에 서보려고 애쓸 때 우리는 더 인간다워진다. 식물이 우리의 불멸성을, 잃어버린 능력을, 눈먼 에고가 고삐를 틀어쥔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다시 작동시켜주기를. 아니면 그저 우리를 매혹하고, 놀라게 하고, 뒤숭숭하게 마음을 흔들어주기를 바라자. 우리가 식물 덕에 느끼는 이 감정들은 어쩌면 본래 식물에서 온 것인지 모른다.?- p. 204
출판사 서평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놀랍게도?식물은 광범위한 감정(공포,?분노,?감사,?욕망,?질투,?연민,?연대,?기대 등)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단순하게 혹은 복잡하게 공유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이 책은 자연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우리가 할 일은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감정이란 무엇인가??흔히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말하고,?어떤 사전은 ‘육체의 혼란을 수반하는 복잡한 의식 상태’로 정의하기도 한다.
감정의 출발점은 분명히 ‘의식’이다.?자기와 세계를 인식하고,?상호 작용을 주고 받으며,?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동한다.
최근 밝혀진 여러 연구에 따르면,?식물들은 모습을 바꿔가며 공격과 방어를 하고,?동맹을 만들고,?사냥하며,?음모를 꾸미고,?그들의 공포와 고통,?기쁨과 감격을 전달한다.
또한 인간을 인식하고,?인간에게 관심을 기울이며,?인간의 감정에 반응한다.?그들의 지능,?감수성,?심지어 텔레파시까지 과학적 도구로 측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식물이 우리에게 어떠한 치유의 메시지 혹은 감사나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할까?
“인간은 식물 없이 살지 못한다.
그러나 식물은 인간 없이도 살 수 있다.”
우리는 봄이면 움트는 새싹과 꽃을 보며 설레고,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낙엽을 보고 마음이 출렁인다. 무더운 여름날엔 무성한 숲과 나무 그늘에 안도하고, 모든 걸 떨군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를 보면 울적해지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이,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잘 살지만, 아니, 인간이 없으면 더 무성하게 번식하겠지만, 인간은 식물 없이는 단 하루도 살지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온 삶을 빚지고 있는 이 동반자를 종종 잊고 무시한다. 하지만 소설가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가 식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 쓴 이 책을 읽고 나면 식물이 우리의 존엄한 동반자임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더는 길에 돋아난 작은 풀을 보고 무심히 지나치지 못할 테고, 어쩌면 화분에 핀 꽃에 말을 걸게 될지도 모른다. 햇볕을 가리지 않도록 서로 비껴서 돋아난 나뭇잎들을 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고, 지지대를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을 보면 그 식물이 지지대를 선택하기까지 어떤 탐색을 했을지 상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하튼, 이 책을 읽기 전과는 사뭇 다른 눈길로 이 땅의 모든 식물을 바라볼 게 틀림없다.
- 백선희 (옮긴이의 말에서)
식물의 은밀한 감정 |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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