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라고 부르기에는 사실 좀 우스운 상황이었죠. '교습소 운영 강사'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운영의 '운'자도 잘 모르는 지라.. ㅎㅎ
다른 원장님들 밑에서 이리 저리 맴돌다 깨달은 바가
'아, 학원 시스템은 착취 구조로구나. 강사가 300 벌면 원장이 150 뺐어가는 구조구나.
그래서 원장이 돈 많이 버는거구나.'
하는 거였죠.
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학원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적어도 그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중간에 고등 단과 수업만 남겨놓고, 과외를 했었지요.
나름 동네에선^^ 잘 나갔습니다. (지방입니다^^;)
학기 중엔 3시부터 새벽 1시까지 토 일요일도 거의 하루 종일..
방학 때가 되면 더 대박.. 주 7일 하루 종일 했죠.
하지만 마음이 좀 약했던 지라(지금은 안 그럽니다만..) 수업료를 굉장히 적게 받았었습니다.
물론 경력이 좀 짧아서 그랬던 부분도 있긴하지요..
그렇게 해서 한달에 500 정도의 수입을 올렸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봐야 시간당 2만원 꼴 정도군요.)
그러다.. 이렇게 살면 조만간 죽겠다 싶어서,
게다가 나중에 내 아이를 낳았을 때
'너네 아빠 우리 집에 과외 온다' 는 말을 아이 친구로부터 듣지 않게 하기 위해
정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너무 가난하게 커온 터라 (어릴 땐 몰랐는데 커서 생각해보니 정말 가난했었더군요.)
보상 심리 비슷한 게 남아 (게다가 과외할 땐 총각이었던 지라)
한달에 150씩은 써댔던 것 같습니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요. 나름 동네 또래 총각들에 비해 잘 나간다고 생각했는 모양입니다.
철 없었죠 ㅎㅎ
게다가 집에 매달 100만원의 생활비와 수시로 가전제품 같은 걸 갖다 드렸던 지라(어렸을 때만 가난했던 것은 아닙니다^^)
돈을 거의 모으지를 못했었습니다. 수입에 비해..
겨우겨우 얼마만큼의 돈을 공수해서 (대출도 포함) 동네에 수학 교습소를 2009년 3월에 차려, 오픈을 했습니다.
동네동네 하지만 그래도 지방 도시 중에서는 작지 않은 편이고, 그 도시 안에선 가장 학군이 좋은 곳이어서
교습소는 금방금방 성장을 했습니다.
기존 과외로 데리고 있던 애들 중에서 정리할 아이들은 정리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다 데리고 시작했기 때문에
초반에도 그리 쪼들리진 않았던 것도 한 몫을 했었죠.
1년 반만에, 그러니까 2010년 여름 즈음이었죠, 40명을 돌파했습니다. 총 매출도 700이 넘었었구요.
매출에서 100정도 운영비로 들어갔으니 600 정도가 실 수입이었네요.
과외 때랑 별 차이 없어보이실지도 모르겠지만, 시수가 훨씬 적은 상태에서 이룬 성과라
나름 '아, 내 판단이 옳았다. 이제 성공을 향한 기틀을 잡았구나.' 하고도 생각했지요.
여담으로.. 과외 때에는 총.. 주당 60 시간 정도를 근무했었다면(이동 시간 포함)
교습소 운영 때에는 주당 40 시간 정도를 근무한 것이었으니
짧은 시간 동안 스스로 잘 해냈었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수능 즈음에...
13명이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네, 고3과 재수생이었죠 ^^
3명은 수능 전에 중도 하차한 거고 10명은 정상 졸업을 한 것이었습니다.
수능 결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동네에선 아마 제일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 동네에 크고 작은 학원 다 통틀어서 50개는 넘을겁니다. ^^)
학생수가 20명대로 확 줄었지만, 그래도 수능 결과가 나쁘지 않아
다시 희망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러
다
가
....
축하해 주세요.
석사 학위 밖에 없는 저희 와이프에게
전문대에서 '전임교수' 제의가 왔습니다.
시간 강사가 아니라 '전임 교수'.
물론 교수 중에선 가장 급이 낮은 거긴 하지만, 그게 어딥니까.
그냥 병원에서 근무하며, 어디 시간 강사 자리 없나.. 하고 살피며
'가르치는 일'에 대한 막연한 꿈만 꾸던 저희 와이프에게
'천재일우' 라고 합니까?? (정확한 표현이;;)
어쨌든 그러한 기회가 뚝 하고 떨어진 겁니다.
네, 맞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런 것 맞습니다.
'낙하산'입니다.
다른 말로는 '내정자' 라고도 하지요.
평소 윗사람들한테 아주 예의바르고 인사 잘하고 성실하다는 평을 받았던 지라
여러 교수님들이 추천을 해준 모양이더라구요. (뭐, 뇌물이나 선물 등을 평소 잘 갖다바쳤다는 뜻은 아닙니다. ㅎㅎ;;)
뭐, 자기 복이겠지요.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최종 합격 통보가 지난 1월 31일에 났습니다.
강의는 3월 2일에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빨리 이사 준비를 해야합니다.
전라도 순천으로요.
여기는 경상도 창원이거든요.
저희 살고 있는 전셋집도 빼야하고
이사 갈 곳 집도 알아봐야 하고
무엇보다
제 교습소도 빼야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제 와이프가 원래 외로움을 많이 타는지라
혼자 외딴 곳에 있는 것을 굉장히 많이 힘들어 합니다.
따라서 같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매일 왕복 5시간씩 운전할 자신이 없습니다.
하..
이제 2년이 지나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이름도 제법 알려져 가고 있고(최근에 들어온 학생들 대부분 소개&소문 듣고 왔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이야 수입이 확 줄긴했지만 봄이 되면 다시 괜찮아질건데...
다 접고 가야합니다.
저희 와이프도 자신의 꿈 때문에 제가 그간 쌓아왔던 것들을 다 허무는 것 같아
대놓고 '같이 가자'는 말은 못하더군요.
그런데 괜히 부부겠습니까. 말 안해도 알지요.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걸..
뭐, 수입적인 부분은 다시 또 시작하면 됩니다.
젊은 날 굉장히 큰 실패도 한번 맛봤었고(10년간 한길만 보고 준비했었던 것이 한방에 날라간 사건.. 이건 다음에..)
자그나마 성공에 대한 겉핥기도 해봤었다고 생각하고
또한 지금도 아직 젊기 때문에 (98학번입니다. 생일이 빨라 32살이지요 ㅎㅎ 평소엔 33살이라고 말하지만, 이럴 땐 한살 어린게 좋군요)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뭐, 게다가 와이프도 일을 하고 있으니 굶어죽진 않겠죠 ^^;;
자~ 여기까지 재미없는 글 지루하게 읽어주신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서 질문.
1. 순천에서 근무하고 계신 선생님들 계신가요?
2. 순천에 큰 학원(원생 500명 이상)이 있나요?
3. 있다면 어느 학원인가요?
4. 순천의 평균 시간당 페이가 얼만큼 될까요???
5. 집에서 개인 과외를 할 경우 페이가 얼만큼 가능할까요??
전셋집 구하는데 돈을 다 부을거라서
다시 교습소 하기에는 돈이 없네요 ^^
또 제가 큰 학원은 경험해 보지 못해서
이 기회에 한번 경험해 보고 싶네요. 돌아가는 시스템이나 분위기나.. 뭐 그런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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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덧붙여 창원 반송에서 교습소 인수 하고 싶으신 분 계시면 연락주세요 ㅎㅎ
아직 비품들을 2년 밖에 안썼는데
중고상에 넘기긴 너무 아까워서 ㅠㅠ
권리금으로 비품값만 받을게요 ㅎㅎ;;;;
(근데 이런 것 적으면 안되는걸까요?? 운영자님들 안된다면 말씀해 주세요. 요것만 잘라서 옮길게요 ^^)
첫댓글 부인이 좋은 직장을 갖게 되어 좋으시겠습니다. 그 대학의 (재정)상황은 좋은 편이겠지요?
교수 채용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부유하다곤 볼 수 없었는데(건물이나 시설들)
재정운영이 투명하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정말 중요한 질문이라 생각됩니다. 잘 살펴보시길..ㅎㅎ 제 생각엔 당분간 수업하시면서 (지금에서 수업을 더 늘리지 마시고 시간표 잘 조정하셔서) 주 4일 정도는 지금 하시는 곳에서 나머지는 새로 가실 곳에서 이런 것도 좋지 않을까요?
힘든 결정이셨을텐데...
제 생각에는 옳은 결정이시라고 생각합니다. 달리 부부겠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 남편이 지방발령나면 당연히 부인이 따라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부당하죠.
실력과 열정이 뒷받침되면 어느 곳에 가든지 1년 정도면 금방 자리 잡습니다. 게다가 선생님은 젊자나요. ^^*
새로운 곳에서의 선생님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화이팅!!!
감사합니다. 꼭 성공하겠습니다!!!
창원도 좋은 곳이지만 순천도 교육열 나름 센 지방입니다 잘 정착 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 (저랑 동갑이시네요ㅎ)
보니까 다행히 좀 그런 것 같더라구요. 창원은 교육열은 세긴하지만.. 수준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은지라..(수치만 봤을 때 등수가 낮은편이더군요;;)
순천은 제법 상위클래스 학생도 제법 된다고 해서
조금 기대를 하는 중입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자신감 가지고 있으면...어딜가나 그벌이 유지할수 있습니다...화이팅하시길ㅋㅋ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출발이군요. 저도 선생님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 화이팅입니다~ !!! 그리고 아내분의 좋은 일도 축하드립니다~~*
제 고향이 벌교입니다. 봐로 옆이 순천이구요. 순천 여수는 교육의 도시라 합니다. 학원 하시는 일도 잘 되리라 생각됩니다. 예전에 보면 여수 중앙동에 학원이 좀 있었던것으로 기업합니다. 순천은 잘 기억이..,
아무튼 건승하십시요.
일단 부인의 일 축하드리구여.. 힘든 결정이지만 잘 하신 거네여... 지금 하신 대로만 하시면 어디서든 성공하실 겁니다. ^^
잘은 모릅니다만...
1..순천 교육열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쎕니다.
2..광주 전남에서 유일하게 인구수가 늘어가는 도시입니다...계속 커지고 있지요..
3..그러다 보니 신생학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4..초중등은 단과학원이 대세이고.. 고등부들은 대부분 그룹과외를 선호합니다.
5..제가 알기론 500명 넘는 학원이 글쎄요...
6..나름 학력이 좋거나 경력많으신 선생님들 많이 계십니다... 고로... 학원밀집지역에서 성공하시려면 단단히 마음 잡수셔야 합니다.
7..순천에서도 최상위권은 밖으로 빠져나갑니다.(장성, 창평 등등으로...).. 하지만 순천고(남학생고)의 자율형 공립고 지정으로 여수, 광양에서 기존 밖으로 나가던 학생들이 올해는 안 나갔다고 하더군요...
8..위의 순천고의 자율형 공립고의 변환으로 순천, 여수, 광양, 고흥들이 학원이 후끈( ㅎㅎ) 달아 올랐다고 합니다.
아는 범위에서 이상입니다.^^
좋은 판단으로 좋은 결과를 기원합니다.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