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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하!
안녕하세요 여러분, 베디프입니다.
제목이 조금 이상했죠?
말머리가 저게 뭐야?
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저의 빅픽쳐입니다.
저 물음표의 정체는 바로...
IT'S YOU★
바로 여러분입니다.
지난 주, 우리의 핵인싸카페 밀리토리네의 회원 수 이만명 기록을 축하하며 개최했던
베디프 주관 이벤트 <무엇이든 써드립니다> 의 결과물이 도착했습니다~!
연예인여친되는상상하는게시판 답게~
닉값 한번 해볼 수 있게~
모두모두 본인을 대입해서 읽어봅시다~
(일단 제가 1등입니다 다들 번호표 뽑으세요)
보내주신 참여에 대한 감사의 뜻과,
읽어주시는 분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서,
최대한! 글의 분위기가 겹치지 않게 구성해보았습니다.
즉,
총 20번까지의 연번이 달린 짧은 글을 읽으시면서
여러분은 연예인여친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호호호
개인적으로 쓰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부디 여러분의 마음에 들기를 바라면서 써보았는데,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런 이벤트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빨리빨리 진행돼야 제 맛이니까
다음 날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성질 급함)
어쩌다 보니 이렇게 늦었네요ㅜ_ㅜ
분명 회원이 이만언저리일 때 이벤트 공지를 올렸던 것 같은데
벌써 이만 천명 언저리네요!
이만 백 아흔 아흔 분께 누가 되지 않도록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_^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스무 분,
그리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 글은 전적으로 여러분 덕에 탄생한 글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오늘은 사족을 앞뒤로 달 예정입니다.
그럼 재빠르게 이벤트 글 공개하겠습니다.
레츠기릿~!
무엇이든 ?
- 써드립니다 ! ★★★
1. NCT 도영 / 레드벨벳 웬디 / 음악방송현장
“우리 여주한테 그만 좀 치근덕대시죠, 선배님?”
“여주가 왜 너네 여주니? 도영이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웃기는 애구나? 여주는 그냥 여준데? 그치, 애기야. 이번 컨셉도 완전 찰떡이다. 수트 잘 어울린다, 여주야.”
“아, 감사합니다, 선배님… 선배님도 멋지세요…”
“애 좀 그만 만지세요. 선배가 잊으신 것 같아서 한 번 더 말씀드립니다. 여주 남자친구 있어요. 그리고 그 남자친구가 저고요.”
“누가 여주 남자친구 있는 거 모른대?”
“아시는 분이 왜 이러세요?”
“남자친구는 있어도 여자친구는 아직 없잖아?”
2. NCT 해찬 / 박여주 / 대학교
이 영화가 현대 산업화에 시사하는 바는… 나른한 오후, 나이가 지긋하신 교수님의 목소리가 계단강의실을 오묘하게 채우는 듯 하다가도 그냥 통과하며 이리저리 강의실을 부유한다. 이 수업은 사실 드랍하려면 얼마든지 드랍해도 되는 과목이었다. 그러나 길었던 수강신청 이후 추가로 주어진 3일 간의 정정기간에도 내가 이 강의를 드랍하지 않은 건…
“저기, 화이트 좀…”
“여기요.”
“감사합니다…”
첫 주 OT 때 내 옆자리에 앉았던, 그리고 줄곧 내 옆자리를 사수하는, 내가 강의실에 들어올 때까지 뒷문에 서서 기다리다 내가 자리를 잡으면 아닌 척 슬쩍 내 옆자리에 앉는, 그리고 자기 필통에 버젓이 화이트가 있는데도 나한테 화이트를 빌리는. 19 이동혁이라고 자수가 박힌 과잠 소매를 펄럭거리고 있는 경찰행정학과 명물 때문이었다.
고민을 짧게 하고 핸드폰을 꺼내 카톡창을 켰다. 가장 친한 동기와의 대화창에 들어간다. 이동혁에게 보이지 않게 밝기를 줄이고 엄지손가락을 움직였다. 야, 나 19학번 꼬셔도 경찰에 찌르지 마. 곧바로 답장이 온다. 정신차려라 박여주 19학번은 아들이다. 가볍게 무시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팔을 뻗어 이동혁의 노트에 글씨를 끄적였다. 마치고 바빠요?
경찰이 무서우면, 경찰되기 전에 잡아먹으면 그만인 거 아니겠어?
3. NCT 지성 / 구이랑 / 대학교
“이랑아. 무겁지. 내가 좀 들어줄까?”
“아니. 지성이 너야말로 나한테 박스 하나 더 얹어. 나 하나도 안 무거워.”
“…그래도 될까?”
“당연. 동기 좋다는 게 뭐야. 빨리 얹어. 언능 끝내자.”
“고마워.”
“뭘 이런 걸로. 있지 지성아, 선배들이 그러는데 오늘을 조심해야 한 대.”
“오늘? 왜?”
“축제 마지막 날에 CC가 그렇게 많이 생긴대. 지성이 너도 알지? CC 하면 대학생활 망하는 거?”
“어… 그런가?”
“그런가라니. 진짜 큰일 나. 어! 폭죽! 지성아 폭죽 터진다! 헐, 졸라 예뻐. 저게 다 우리 등록금이란 거지? 돈이 좋긴 좋다. 지성아, 저것 좀 봐!”
“이랑아.”
“왜?”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뭐가? 잘 안 들려! 뭐라고?”
“생각보다 괜찮을 거라고.”
“괜찮다고? 뭐가?”
“너랑 나랑 CC 하는 거… 말이야.”
4. NCT 제노 / TXT 수빈 / 대학교 도서관
수빈은 차석. 완전 만년 차석이야. 내가 2등이라고? 말도 안 돼. 에이, 그럴 리가. 첫 학기는 부정이었고. 내가 또 2등이라고? 말도 안 돼, 씨발. 두 번째 학기부터 지금까지는 줄곧 분노 상태.
그렇다면 만년 수석도 있겠지. 그게 바로 제노. 쟤는 나랑 뭐 원수진 거라도 있나? 수빈은 학기말마다 속이 뒤집어졌지. 입학 이래 제노를 이틀 이상 안 본 적이 없어. 이게 무슨 소리냐고? 거의 고등학교 수준으로 자주 보고 있다는 소리지. 그럼 둘이 친하냐고? 아니. 절대 아니.
수빈은 제노를 싫어하고 제노는 수빈을 무시해. 수빈은 저가 꿈꾸는 과탑을 단 한 번도 못하게 막는 국가대표 막자 제노를 싫어하고 제노는 그냥 수빈만 보면 무시해. 먹금 알지? 딱 먹금이야. 눈만 마주쳐도 휙. 그러니 둘 사이가 좋을 리가 없지. 수빈은 정말 미친 듯이 코피 쏟아가며 공부하는데 제노를 이길 수가 없어. 죽기 전에 전액장학금 한 번은 타보고 죽는 게 목푠데, 지금처럼 꼿꼿하게 허리 세우고 공부하고 있는 제노를 마주할 때마다 그 목표 이루기 전에 저가 늙어 죽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구체적인 형상을 하고 어깨를 짓누르는 것만 같아. 무지하게 열심히 하는데도 진전이 없다? 그것도 이 년이 넘게? 이러다가 피 말라 죽겠다 싶거든.
둘이 속한 공대엔 독서실 개념의 전용 벙커도 따로 있는데도 제노는 매번 중앙도서관에 와서 공부를 해. 지 잘났다 이건가. 자기도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속이 꼬여 삐딱하게 보는 수빈이지. 공업수학… 미분이고 적분이고 나발이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사람이 갑자기 열을 받으면 돌아버리는 순간이 오잖아?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야마가 돈다. 수빈은 그게 지금이야.
보던 책을 덮어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제노가 앉아있는 곳 앞에서 우뚝 멈춰. 그리고 느리게 올라오는 머리. 너무 크다 싶을 정도로 거대하고 두꺼운 동그라미 안경을 쓴 제노의 얼굴. 도서관인 것도 잊고 야,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로 시작하는 문장을 뱉으려는 순간.
“어… 안녕.”
제노 표정이 굉장히… 들떠 보이는 건 착각이겠지? 그동안 자기한테 말 걸어주길 기다렸던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이겠지? 라고 수빈은 애써 생각해. 과연…
진실은 어떨까?
5. 레드벨벳 아이린 / 김여주 / 대학교 (특별출연: 근기)
“아, 제발요. 근기님 다음 주는 메뉴에 돈까스 좀 내주세요.”
“고려해보겠습니다( ‾ʖ̫‾)”
“역시 밀토대학교 교직원식당의 제왕. 따봉 근기님 고마워요.”
“여주쌤! 모하세용?”
“헐, 주현쌤. 오늘 국문과 쌤들이랑 점심 먹는 거 아니었어요?”
“국문과 학과장님이 조교쌤들 훔쳐가셨어용… 너희 점심 약속 있니? 중요한 거니? 아니지 않니???”
“아 미친ㅋㅋㅋㅋㅋ 졸라 똑같아욬ㅋㅋㅋㅋㅋㅋ 쌤 솔직히 말해보세요. 쌤 철학과 조교 아니고 국문과 조교죠?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하루에 십 분씩 성대모사 연습해용~ 여주쌤, 요즘 일어과 안 바빠요? 강사법 바뀌면서 시간표 짜기 힘들죠, 진짜.”
“별 수 있나요… 우리 같은 한 낱 조교들이… 까라면 까는 거죠 뭐… 주현쌤네는요? 철학과도 이번에 대학원 뒤집어지면서 난리잖아요(소근소근).”
“진짜 말도 마세용 쌤. 이따 밥 먹구 제가 커피 쏠게용. 저희 학과장님 욕하는 것 좀 들어주세용.”
“콜입니다. 아아메 한 잔 때리시죠.”
“역쉬 여주쌤. 내 마음 아는 건 쌤밖에 없다니까용? 음~ 뫄!”
6. 정세운 / 개구리 / 하와이
“제가 키스하면,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지요?”
“개굴.”
“진짜지요? 농담 아니지요?”
“개굴.”
“하와이까지 왔는데… 개구리랑 키스라니… 조금 웃기긴 하지만…”
“개굴.”
“주둥이 빨리 갖다 대라고요? 아니, 부탁하는 입장이시면서 굉장히 고압적이기까지…”
“개굴!”
“네, 네… 그럼… 잠시 실례… 쪽.”
펑 - !
“어… 뭐가 변하긴 했는데… 이번엔 고양이가 되셨네요?”
“냥.”
“믿을 수가 없다고요?”
“냥.”
“어… 잠시만요, 거울 드릴게요… 한 번 보세요.”
“…”
“…제 말이 맞지요?”
“냥(나잔아).”
7. NCT 정우 / 우주소녀 설아 / 집
“야. 김정우.”
“왜.”
“너 이번 주 용돈 얼마 남았어.”
“그게 왜 궁금하지?”
“김정우. 나 돈 좀 꿔줘.”
“누구세요? 나는 동생한테 돈 꾸는 거지누나는 없는데.”
“아, 시발. 돌았냐? 이게 누나한테.”
“도올~아았~냐아~? 돈이 필요없나보지?”
“…사랑하는 동생아.”
“사랑한다느니 그런 더러운 소리는 빼.”
“별… 누군 하고 싶은 줄 아나.”
“아~ 용돈 남은 걸로 슬라임이나 사제낄까~”
“잘생긴 동생아. 제발 누나 돈 좀 꿔주렴.”
“대가는?”
“일주일동안 설거지 내가 다 함.”
“약해.”
“아, 씹…”
“아~ 용돈 남은 걸로 메이플 현질이나 해볼까~”
“아, 시발. 뭐 원하는데.”
“이 주 동안 집안일 전부 누나가 다 해.”
“아 존나 김정우 개새끼가…”
“싫음 말고.”
“아 알았다고. 내가 다 할게, 한다고!.”
“거래 완료. 평소와 같은 금액. 5분 뒤 농협 계좌 확인 요망. 그럼 유자차 한 잔 타서 내 방으로 대령하도록.”
“저딴 것도 동생이라고. 아 김정우 개빡쳐 진짜.”
8. NCT 지성 / 남여주 / 고등학교 도서관
지성이는 내 짝꿍이다. 지성이는 키도 크고 손도 크고 꿈도 크다.
“여주야, 나랑 사귀면 내가 진짜 잘 해준다니까?”
“지성아.”
“응?”
“도서관이야. 좀 조용히 해.”
“여주 네가 나랑 사귄다고 한 마디만 하면 조용히 할게.”
“그럼 그냥 떠들어.”
“내가 오토바이 태워줄게, 드라이브 가자.”
“나 오토바이 공포증 있어.”
“쇼핑하러 갈래? 내가 옷 사줄게.”
“나 옷 만들어 입어.”
“전에 보니까 파스타 좋아하는 것 같던데, 우리 엄마네 호텔 갈래? 문 닫고 우리끼리만 있는다고 하면 돼.”
“나 글루텐 프리 실천 중이야.”
“너무해…”
“지성아.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너는 지금 공부 빼고 다 하고 있잖니. 머리는 또 언제 분홍색으로 염색한 거니.”
“공부보다 남여주 네가 나한테 더 중요해.”
“스무 살 되면 오늘 한 말 후회할 걸. 세상에 나 말고도 멋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
“너보다 멋진 사람이 있다고?”
“어.”
“그럼 거기 가짜야. 현실 아니야. 이 세상에서 남여주 네가 제일 잘났어.”
지성이는 내 짝꿍이다. 키도 크고, 손도 크고, 꿈도 커서…
“오토바이 어디 세워뒀어?”
“어?”
“앞장 서. 쇼핑하고 밥까지 먹으려면 시간 빠듯해. 학교는 됐으니까 학원 시간에만 맞춰서 데려다 줘.”
“어?”
“가자. 드라이브 하러.”
내 마음에 쏙 든다.
9. NCT 해찬 / 방탄소년단 진 / 순천만
“진형. 꼭 가야겠소?”
“가야지 그럼.”
“나는… 나는 사실 잘 모르겠소. 꼭 형이 가야만 하는 거요? 아니면 갈 때 가더라도… 여기 이 갈대가 다 지고 나면… 그래, 갈대가 질 때까지 만이라도, 그 때까지 만이라도 기다렸다가 가면… 안 되겠소?”
“내가 갈대가 있을 때 가야 그 사이 너희들이 이 안에 숨어있을 수 있지 않겠니.”
“…왜 꼭 형이 가야만 하는 게요? 거기 가면 막 총도 쏘고, 숨어서 싸움도 하고 해야 한다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간절해서 우리를 다 여기 두고 혼자 멀리 가버린다는 게요? 진형은 우리랑 떨어지는 게 좋소?”
느린 걸음으로 석진이 지나간 갈대를 거슬러 와 동혁의 앞에 선다. 항상 짓는 온화한 표정 그대로 동혁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는 손등이 다 부르터있다. 석진이 아린 가슴을 누르며 느리게 설명한다.
“우리 동리는 살기 좋은 곳이지. 우리 동리의 사람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그러나 살기 좋은 곳도, 좋은 사람들도, 모두 이 땅이 온전해야 살 수 있는 거란다. 나는 우리 동리가 영원히 살기 좋은 곳이길 바란다. 우리들의 형제가 모여 있는 이곳이, 이 땅이 온전하길 바란단다.”
“이 땅은 어른들이 지켜주면 되는데 왜 아직 어린 진형이 가야만 하냔 말이오…”
“나는 어리지 않다. 나는 이미 혁이 너의 형이지 않니.”
석진이 모자를 고쳐 쓰고 말없이 멀어진다. 동혁은 줄곧 떨어트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 석진이 사라진 곳을 응시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석진의 길을 덮으려는 양 이리저리 춤을 춘다. 황금빛 물결이 굽이치고 사람이 난 자리에는 낙조가 들이찬다. 구름이 부대끼는 소리와 함께 고요히 순천만의 가을이 깊어 간다.
10. AB6IX 임영민 / 이00 (이씨 연예인 아무나) / 제주도
“어?”
“어?”
“당신은…!”
“그 쪽은…!”
“하하, 결국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었네요… 숨길 수는 없겠죠. 맞습니다, 저는…”
“…”
“…”
“…”
“이휘재입니다.”
“아! 역시!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에이비식스 임영민이라고 합니다! 선배님 제가 정말 팬입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영민씨 프듀 때부터 저도 잘 보고 있어요. 문자투표도 항상 영민씨 했습니다. 동현씨랑 엠엑스엠 활동할 때도 좋아했고 에이비식스는 아주 그냥 팬입니다.”
“저도 선배님 슈돌 나오시는 거 애청했습니다! 서언이 서준이 너무 팬입니다!”
“하하, 영광이네요. 나중에 애들한테 꼭 얘기할게요. 이거 감귤초콜렛인데 영민씨 드세요.”
“아, 선배님 저도 샀습니다! 역시 제주도하면 감귤초콜렛 아니겠습니까! 그럼 제 과즐 선배님 드십시오!”
“아이고, 됐어요. 마음만 받을 게요. 그럼 제주 여행 잘 즐기고 가세요~ 저는 이만 촬영 때문에 육지로 돌아가야 해서요~”
“예! 살펴가십쇼, 선배님! 서언이 서준이한테 꼭 인사 전해주세요!”
“네~ 영민씨 나중에 육지에서 또 뵐게요~”
11. NCT 재민 / 김주 / 소극장
오늘도 불 꺼진 관객석을 등지고 무대를 정리한다. 하루 중 내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이 시간. 좌석 그 어디에도 없는 관객에게 등을 내보인 채 하염없이 비질을 이어가는 자정 조금 넘긴 새벽. 얼마 전 단발로 자른 머리카락이 귓가에 흘러내려 비질을 잠시 멈춘다. 내 빗자루가 멈추기 무섭게 주, 주야야, 김주, 하고 내 이름을 불러온다. 다정한 목소리. 뒤를 돌아보면 꼭 나와 같은 모습의 네가 서 있다.
“주야야.”
“왜.”
“나는 말이야.”
“어.”
“꼭 너를 무대에 세울 거야.”
오늘은 저 말 언제 하나 했다. 새벽을 울리는 닭처럼 매일 이 시간 같은 말을 하는 나의 연인. 비난 따위의 불순한 것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순수한 웃음을 흘렸다. 날 웃게 하는 건 오직 저 하나뿐이라는 것을 저는 알려나.
“너부터 챙겨. 무대 오르고 싶은 건 너나 나나 마찬가진데. 너부터 챙겨야지.”
다시 뒤를 돌아 성실히 먼지를 우에서 좌로 이동시킨다. 한 데 모은 먼지는 소극장 밖으로 버려버릴 테다. 불순한 것을 모두 모아 치워내다 보면, 먼지가 빠져나간 자리에 나와 저의 자리 하나 쯤은 생기지 않겠는가. 숯 씻는 노인의 마음으로 비질을 계속하면 부드러운 미소가 잔뜩 묻은 너의 목소리가 다시 나를 붙잡는다. 어떻게 그러니, 주야야? 양을 인도하는 계시를 닮은 음성에 다시 뒤를 돌아보면 이번에도 역시 네가 서 있다. 무대 한 가운데가 꼭 너의 것인 마냥 잘 어울리는 곳에 서서. 컴컴한 공간 속 청소를 위해 켜 놓은 단 하나의 핀 조명을 독차지 하며. 희고 투명한 너의 볼을 붉힌 채로. 세상 가장 귀한 것을 마주하고 있다는 듯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하고.
“내가 섬기는 신이 주야 너 하나뿐인데.”
조명 아래 먼지가 부유하는 것도 다 보이는데 시공간을 옭아 맨 네가 멈춘 세월 속에서 홀로 움직이며 날 바라본다. 그리고 천천히 입술을 움직여 발음한다. 내가 어찌…
“주보다 날 먼저 생각하오리까?”
12. 션 오프라이 / 이00 / 회사 CEO 사무실
“아마 말해도 못 믿을 걸? 이건 내가 철없던 이십대 후반 미국에 갔을 때 얘기야. 너도 알겠지만 나는 어느 모델 에이전시 대표의 비서로 일했었지. 오래 일할 생각은 없었어. 해봐야 삼 개월 정도? 그냥 돈이나 조금 모아서 동부 여행이나 가고 그럴 생각이었지.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 것보다 모델 에이전시 대표의 비서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십대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그 사람을 만났지. 션 오프라이. 내가 사랑했던 사람. 맞아, 네가 아는 그 사람이야.
그 사람은 우리 회사에 소속된 모델이었어. 그 사람은 대표와 친한 사람이었기에 비서인 나와도 자연스레 얼굴을 익히다 조금 더 친근한 사이로,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친밀한 사이로, 그렇게 봄비에 옷 젖듯 우리는 사랑에 빠지게 된 거야. 정말 열정적인 사랑이었지. 하루는 그 사람의 촬영장에 대표와 함께 격려 차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그 날만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뜨거워져.
셔터음과 셔터음 사이, 그 찰나의 간극마다 렌즈를 응시하던 시선을 떼고서 뜨거운 온도 그대로 날 쳐다보던 눈빛. 바쁘게 돌아가는 촬영장 속에서 마치 들키면 안 될 비밀 연애라도 하는 것 같았지. 비밀 연애야 맞았지만, 뭐랄까, 정말 긴박한 그 텐션을 살면서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아. 로미오와 줄리엣이 된 것 같은 그 감각. 온 몸을 채우는 열기. 결국 그 날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지. 아니, 돌아갈 수가 없었어. 그 눈빛을 두고 어떻게 떨어질 수가 있겠어?
우리는 촬영지 바로 옆에 위치한 우리 에이전시 대표의 사무실로 향했지. 서로를 꽉 껴안은 채 한 치의 거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엘리베이터 안에서부터 서로를 탐하며 벽에 부딪히기를 수 번, 평소 같았으면 일 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를 십 분을 넘게 소요해가며 도착한 사무실 앞에서 몇 번 째인지 모를 깊은 키스를 나눴어. 직장에서 이래도 되는 건지, 그것도 회사 CEO 사무실에서 일을 쳐도 되는 건지 따위의 고민은 사치였어. 젊고 몸 좋고 잘생긴 서양 모델이, 젖은 입술을 떼고
Miss Lee, Pay attention to me
라고 속삭이는데, 달리 무슨 생각이 들겠어? 그가 급한 손길로 사무실 문손잡이를 더듬고, 나는 그런 그의 목을 다시 당겼고,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며 그가 커다란 손으로 거칠게 나를 안아 올리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아 엄마! 나 인강 보고 있으니까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13. NCT 해찬 / 민00 / 카페(알바생)
“오빠.”
“응?”
“민초 좋아해요?”
“민초? 좋아하지~”
“민트티는요?”
“민트티? 좋아하지~”
“그럼 저는요?”
가슴팍에 해찬이라는 닉네임이 적힌 명찰을 달고서 열심히 커피 머신을 닦던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고개를 들어 옆에 선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쳐다본다. 야무지게 다려 입은 유니폼. 그리고 역시 가슴팍에 달린 명찰. 명찰에 달린 닉네임은 남자와 달리 단 한 글자. 여자는 제 이름의 성씨를 따 온 한 글자 닉네임을 가슴에 달고서 남자를 향해 한 쪽 눈을 찡긋한다.
“내 이름에도 민 들어가는데. 그럼 나도 좋아하려나?”
여자의 장난기 넘치는 얼굴을 마주한 남자는 못 말리겠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는.
“당연한 걸 물어보네?”
14. NCT 도영 / NCT 마크 (이씨 연예인 아무나) / 관람차
“늦었어.”
“아니, 그렇지 않아.”
“DY, 네가 우리 팀을 배신하고 나갔던 그 순간부터 우린 끝났던 거야.”
“몇 번을 말해. 난 팀을 배신한 게 아니야! 마크, 제발, 제발 내려와서 얘기하자.”
“아니. 다시는 DY 널 믿지 않아. 나는 여기서 이 거지같은 구조물과 뒤지겠어. 이 잔인한 관람차가 이 도시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라니. 웃기지도 않지.”
“내가 다 설명할게, 그러니까 거기서 내려와!”
“우리 팀, 아니, 우리 가족들을 몰살하고는 이 곤돌라에 매달아서 사흘 밤낮을 쉼 없이 돌렸으면서, 그딴, 그딴 괴물같은 짓을 저지른 사형대가 한 도시의 상징이라니… 그래, 허울이야 좋지. 높은 시티홀 위에 지어진 거대하고 아름다운 관람차. 반정부 조직을 소탕해 본보기를 내걸었던 정의의 탑. 작고 둥근 곤돌라 속에 낮에는 가족이 타고, 밤에는 연인이 탄 채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는 곳… 그래, 이 도시는 그딴 식으로 굴러가고 있었지. 진실은 철저히 진흙에 처박은 채로.”
“마크야, 제발…”
“형, 형 눈에는 지금 이 도시의 야경과 관람차의 불빛이 뭘로 보여? 아름답고 빛나는 조명? 도시의 생명? 형은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이 풍경이 전부…”
“너한테 모든 걸 말하기엔 네가 너무 어렸어. 네가 진실을 알게 되면 네가 다칠까봐, 그래서…!”
“우리 가족의 피로 보여.”
“마크, 그만 둬! 폭탄은 내가 어떻게든 해체할 테니까! 아니야, 그냥 뒤는 나한테 맡기고 넌 어서 도망…”
“도망? 하… 그래, 형은 항상 그런 식이지. 보스가 죽던 날도 형은 우리를 버리고 도망쳤지. 그 덕에 남겨진 우리가 얼마나 지옥같은 곳에서 구르며 살아왔는지 형은 알지도 못하겠지. 형은 우리를…, 형은 우리를 사랑하기나 했어?”
“…난 너희를 사랑했어. 진심으로.”
“…형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어. Never mind. It doesn't matter anymore. 난 이제 지쳤어. 형이 우릴 버리고 떠날만큼 사랑한 이 도시는 내가 폭파시킬 거야. 이 관람차 뿐만 아니라 전부. 도영이형, 우리 지옥에서도 다시는 보지 말자.”
“민형아, 잠시만!”
“내가 말했잖아.”
“…”
“이미 늦었다고.”
15. NCT 정우 / 이00 / 병원
“…”
“센티넬은 뭐, 다쳐도 안 죽는대요?”
멋쩍은 표정의 정우씨가 베드에 누운 채로 어색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번 달만 해도 벌써 열 번이 넘었다. 지금처럼 정우씨가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되어서 병동에 실려 온 게.
“센티넬은 아무래도 신체 능력이 강하니까…”
“신체 능력이 아무리 강하대도 센티넬은 뭐, 다쳐도 아프지도 않대요?”
“좀 덜 아픈 건 사실…”
“그래도 아픈 건 아프잖아요!”
눈물이 찔끔 나려고 했다. 이 세상은 왜 이렇게 위험해서, 이 세상은 왜 이렇게 혼란스러워서, 빌런이니 센티넬이니 하는 걸 만들어내고, 왜 하필 정우씨를 센티넬로 발현시켜서 뱃가죽이니 허벅다리니 가슴께니 하는 곳을 갈갈이 찢기게 만드는 거고, 왜 하필 나를 아무 능력도 없는 일반인으로 세상에 내보내서 이렇게 무기력하게 사후 처리만 할 수 있게 만든 건지.
차라리 나를 가이드로라도 발현시키지. 그럼 내가 가이딩이라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이런 간단한 봉합 말고, 이런 드레싱 말고, 이런 약 처방 말고 근본적으로 센티넬 정우씨의 생명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눈물이 날 것 같아서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가운에서 볼펜을 꺼내는 척 하며 소매로 눈가를 닦아냈다.
“정우씨 저는요, 정우씨가 이렇게 온 몸이 찢어져서 돌아와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저는 의사지만 센티넬도 가이드도 아니기에 정우씨를 완벽히 치료해줄 수 없어요. 저는 의사여도 일반인이기에 센티넬인 정우씨가 다 죽어간대도 수술도 할 수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런 게 다예요. 내색은 할 수 없었지만 저는 항상 두려워요.”
“뭐가요?”
“정우씨가 위급할 때 제가 정우씨를 살리지 못할까봐. 그게 저는 너무 두려워요.”
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어쩌다 한낱 일반인이 센티넬을 사랑해서. 어쩌다 감히 살릴 수 없는 환자의 의사가 되겠다고 나서서. 내가 정우씨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정우씨가 이렇게 힘들지 않아도 됐을 텐데. 내가 입은 의사가운이 하등 쓸모없게 느껴져 엉엉 소리내어 울며 옷을 벗으려 하자 언제 베드에서 몸을 일으켰는지 모를 정우씨가 팔을 뻗어 가운을 다시 여며준다.
옅게 들어오는 달빛이 정우씨의 콧대에 걸려 그림자를 만들고, 그림자 아래 정우씨의 미소가 날 다정하게 위로한다. 오른쪽 뺨에 깊게 패였던 상처가 그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다. 정우씨가 조심스레 손을 들어 내 뺨에 얼룩진 눈물을 닦아준다.
“저야말로 너무 두려워요.”
“…”
“제가 이선생님의 세계를 지키지 못할까봐. 그래서 이선생님이 다칠까봐 너무 두려워요.”
“제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정우씨가 이렇게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싸우냔 말이예요…”
“무슨 의미가 있기는요.”
정우씨가 양팔을 뻗어 옆에 선 베드 옆에 선 나를 들어올린다. 어어, 하는 사이 작은 풍경을 소리가 나지 않게 옮기는 것처럼 가볍고도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나를 들어올려서는 저의 무릎 위에 마주보게 앉힌다. 의도치 않게 환자를 깔아뭉개게 되어 어쩔 줄 몰라하자 정우씨가 내 고개를 두 손으로 감싸 시선을 맞춘다. 그리고 세상에 다시 없을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선생님은 제 세계의 전부인 걸요.”
달빛 아래 그 고백이 너무 달콤해서. 내 세계의 이방인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이민 신청은 생략해도 좋아요.”
“영광이네요.”
나는 내 사랑만을 위한 무면허 주치의가 되기로 결심했다.
16. 아이유 / 레드벨벳 예리 / 빙상장
S#35. 피겨스케이트 빙상장
파이널 그룹 입장. 2번 게이트에서 선수들이 줄지어 나온다. 웜업을 위해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선다. 선두에 선 지은, 예림(신경이 곤두선 느낌) 클로즈업.
예림 이번 프리 이 갈고 준비했다며?
지은 (정면을 응시한 채로 비웃음을 흘리고) 별 걸 다 캐고 다니네?
예림 (스케이트 날집을 벗으며 역시 코웃음 치고) 나 들으라고 아주 흘리고 다닌 게 누군데?
지은, 예림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듯 문 바로 앞에 위치하고.
지은 혹시나 해서 하는 얘긴데, 옛 정 같은 건 기대도 않는 게 좋을 거야.
예림 (무심하게) 전 애인 컬러링으로 프리곡 고른 새끼가 말이 많네.
지은 (말없이 예림을 노려본다)
신호와 함께 문이 열리고 지은, 예림 서로의 어깨를 밀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스링크장으로 입성하고 지은, 아직 날집을 벗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당황감을 애써 숨기며 날집을 벗긴다. 풀빛 피겨복을 하늘하늘하게 날리며 아이스링크장을 가로질러 저 멀리 멀어진 예림을 바라보는 지은의 얼굴(복잡해 보이는 표정) 클로즈업하며 F.O
BGM) 예림이 아이스링크장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작게 깔리다가 점점 커지게. 음악 No.7
: 지은의 프리곡.
: 예림의 전 컬러링. (S#21.에서 사용)
17. NCT 재민 / NCT 재현 / 베네치아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문을 두드렸습니다. 자그마치 열 세 시간. 지구의 하늘을 날며 폐소공포증과 고소공포증에 시달릴 것을 불 보듯 뻔히 알았지만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이탈리아행 비행키 티켓을 끊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잠파노. 긴 시간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렸습니다. 안에서 슬리퍼를 끌며 문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잠금장치가 하나씩 풀려나갑니다. 내 생에 단 하나의 등불. 당신을 생각하며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면…
“내 여자친구는 방금 막 잠들었는데.”
“…”
“이 꼬맹이는 누구실까.”
달갑지 않은 얼굴이 튀어나옵니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이 빌어먹을 새끼가 여기 있는지, 아니, 어째서 아직 살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한밤중의 베네치아 호텔에 한국인이.”
“…”
“그것도 우리 자기 핸드폰에서 자주 봤던 새끼가.”
“…”
“여길 왜 기어들어왔지?”
개새끼가 입고 있는 샤워가운 사이로 생채기가 잔뜩 난 맨가슴이 보입니다. 두 번의 선처는 없습니다. 치미는 토기를 억누르며 나는 모자를 더 눌러쓰고 주머니에 양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
“그럼 뭐 하러 온지도 알겠네?”
소음기가 장착된 리볼버를 꺼내 망설임 없이 개새끼의 배에 갖다 박았습니다. 이 밤, 부디 내가 당신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탕. 탄환이 밤을 가르며 내지른 비명에 베네치아가 출렁였습니다. 예니콜, 당신의 밤이 너무 사납지 않기를 나는 이 베네치아의 물 위에 누워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18. NCT 재민 / NCT 천러 / 연구소 실험실
까맣고 작은 단말기에 카드를 가져다 대니 출입허가를 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네오휴머노이드연구소의 소속되었음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지정 실험실의 출입을 가능케 하는 사원증이 목에서 달랑거린다. 복원연구팀 연구원 나재민. 앳된 얼굴이 3x4 사이즈로 환하게 웃고 있다.
불 꺼진 랩실로 들어서며 익숙하게 걸음을 옮겼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서류가 가득 쌓은 책상을, 전선이 어지러이 엉켜 있는 구간을, 굽이굽이 들어가야 하는 랩실의 가장 안쪽을 단번에 찾아가는 모습에서 재민이 그동안 얼마나 자주, 오랫동안 이 곳을 찾았는지 방증하고 있었다.
기술은 진보하여 새로운 문화를 도래시켰다. 인류는 미래에 당도해서야 과거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재민은 눈을 감은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년의 맞은 편에 의자를 끌어다 저도 털썩 앉았다. 속눈썹을 내리깐 소년의 머리칼은 양털처럼 소복했고 뺨은 희고 붉었다. 십대 중반, 많이 봐줘야 십대 후반일 소년의 앞에 앉은 재민은 속으로 저의 나이를 셈했다. 몇 년 전 음성구현팀 동혁과 스물아홉을 자축하는 술자리를 가졌던 게 마지막 기억이다. 나이가 다 무슨 소용이냐 싶어 딱히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던 결과였다. 눈앞의 소년의 수염 하나 없는 뽀얀 뺨을 뭉끄러미 쳐다 본 재민이 괜히 까슬한 제 턱을 쓸었다.
“수염은 좀 깎고 올 걸 그랬나.”
“…”
“그래도 명색이 친구 생일인데.”
재민이 쓴웃음을 짓고 팔을 뻗어 컴퓨터의 본체처럼 생긴 기계의 전원을 켰다. 우웅, 하는 작은 소음과 함께 기계가 가동되고 후면에 꽂힌 수십개의 전선에 불이 들어온다. 전력은 도화선에 붙은 불처럼 전선을 타고 미끄러져 전선의 끝으로 내달렸고, 전선의 끝은 눈을 감은 소년의 몸 여기저기에서 종착점을 맺고 있었다.
재민이 천천히 숨을 내쉬고, 차분하게 기다리를 수 분여. 으응,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이 기지개를 폈다. 선을 주렁주렁 매단 소년은 오랫동안 자던 잠에서 깨어난 듯 한참이나 몸을 풀더니, 드디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까만 눈. 포동한 볼. 저와 눈이 마주치고 스르륵 올라가는 입꼬리.
랩실은 여전히 어두웠고 그 속에 소년의 눈동자만이 이채를 발했다. 넓은 랩실을 환히 밝힐만큼. 지난 세월을 모두 씻어낼 만큼.
“나재민?”
“…”
“뭐야, 너 왜 웃냐.”
십 년이 훌쩍 지난 시간에 멈춰 있었던 내 친구. 재민은 오랜 친구와의 재회에서, 아니, 그 친구의 멈춘 시간을 재현한 휴머노이드와의 재회에서 울지 않았다. 대신.
“반가워서 그런다, 자식아.”
꽤 행복하게 웃었다.
19. NCT 해찬 / NCT 마크 / 학원
“자, 여기서 화자가 뭐라하노? 밑줄 그어라, 그대 두 눈에…”
“야 이거 마크한테 전달 좀.”
“아 시발 느그끼리 카톡을 하던지 페메를 하던지 쳐 하라고 나 시키지 말고.”
“한번만 좀 전해주라고.”
“아 시발 진짜.”
“오웅 동혁. 그냥 나한테 쪽지 바로 던,”
“동작 그만. 쪽~지? 쪼옥지이~? 이 새끼들이 고삼인데 빠져가지고… 이동혁이! 쪽지 내놔 봐, 임마!”
“아, 쌤 제가 진짜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내놔 임마! 대체 뭘 적어갖고 수업시간에 쪽~지를 돌려보냔 말이야! 함 보자!”
“…”
“…”
“쌤…머리… 이마크 미래보다… 빛난… 이동혁이 나와.”
20. NCT 재민 / 최여주 / 패션쇼
에디터 대한민국 패션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그러나 행성이 되어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 패션디자이너 나재민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재민 디자이너님.
나재민 네, 안녕하세요, 에디터님.
에디터 지금 디자이너님과 제가 있는 이 곳은 대한민국 패션의 정수가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2020 네오 컬렉션>의 백스테이지인데요! 와, 정말 떨리고 영광입니다. 오늘 이 곳으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자이너님 덕분에 쇼의 숨결 하나하나까지 다 느끼고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나재민 뭘요. 쇼장의 이면까지 다 보여드리는 게 이곳까지 찾아와주신 에디터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전부터 백스테이지 와보고 싶다며.
에디터 (방금 '그리고'부터 마지막 문장 삭제해주세요) 배려 감사드립니다. 그럼 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볼까요? 쇼장에 대한 언급부터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무대 셋업도 디자이너님이 모두 설계하고 감독하신 거라던데, 정말인가요?
나재민 네, 그렇습니다. 워낙에 제가 성격이 꼼꼼하기도 하고, 무대만큼은 제가 직접 관여하고 싶더라구요.
에디터 사실 의상에 신경을 쓰시기에도 바쁘셨을 텐데, 무대 구성까지 디렉팅하신 이유를 여쭤볼 수 있을까요?
나재민 전 여자친구가 무대기술전공자였는데, 그 친구랑 사귀면서 쇼장을 구성하는 무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거든요. 네가 그 때 나한테 무대가 없으면 쇼도 없다면서 화냈던 거 기억 나?
에디터 (방금 '네가'부터 마지막 문장 삭제해주세요) 와, 디자이너님의 러브스토리인가요? 하하…
나재민 재미있나 보네. 웃는 거 보니.
에디터 (해당 질문부터 답변까지 삭제처리해주세요) 네, 그럼 이번 <2020 네오 컬렉션>을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서…
나재민 잘 지냈어? 최여주?
에디터 (잠시 인터뷰 끊었다 갈게요)
“뭐 하자는 거야?”
“뭐가.”
“인터뷰 똑바로 해. 넌 이게 장난같나 본데, 난 아니거든. 우리 지금 엄연히 업무 중인 거고…”
“장난?”
“그래, 장난. 몇 년만에 일로 만난 자리에서 옛날 얘기 들먹이는 건 어디 예절이냐? 아~ 파리에서 배운 예절이냐? 이거 배우려고 그렇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나 몰래 유학갔냐?”
“우리 얘기 좀 해.”
“됐어. 너랑 나 삼 년 전에 끝난 사이야. 이제 와서 이럴 필요 없고, 이러는 거 이해도 안 돼.”
“이해는 필요 없어. 그냥 마음 가는대로 행동해.”
“마음 가는대로? 재민아, 그건 너 같은 부잣집 애들이나 가능한 거야. 나같이 뭣도 없는 애들은 마음 가는대로 행동해봤자 호텔 커피숍에서 커피만 뒤집어 쓰고 뺨이나 얻어맞을 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하… 됐어. 어린 날의 치기라고 생각하자. 방금 얘기는 그냥 못 들은 걸로 해.”
“최여주.”
“이제 와서 지난 일을 네가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바뀌는 건 하나도 없어.”
“아니, 바꿀 수 있어.”
“…”
“내가 다 뒤집어버릴 거니까.”
@@@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시 베디프입니다.
이로써 베디프 주관 이벤트 <무엇이든 써드립니다> 의 막이 내렸습니다!
박수~~~
읽으시면서 재미있으셨다면 그건 모두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분이 찰떡같은 키워드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다 귀여운 키워드만 주셨는지 정말 쓰면서도 감탄했답니다.
최대한 짧게, 최대한 원하시는 느낌을 살릴 수 있게
이 두 가지를 뼈대로 잡고 글을 썼는데
약간 둘 다 못 잡은 것 같습니다...
혹시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땐 정말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윙크)
이름은 리퀘주신 분의 닉네임을 넣어드린 편도 있고,
당신의 성이 너무 흔하다는 말씀과 함께 다른 성을 주신 분께는
(본인의 성)+(주신 성을 이름으로)
조합으로 이름을 만들어 드린 편도 있습니다
주신 리퀘를 비틀어서 죄송합니다ㅜ_ㅜ
그렇지만 꼭 당신의 성으로 글을 써드리고 싶었어요
댓글을 달아주신 분께서는 고민의 뜻은 아니셨겠지만,
제가 흔함에 대한 고민을 언젠가 한 적이 있었어서 마음이 쓰였거든요
많은 이와 같은 일부분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고유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20개의 소중한 리퀘로 탄생한
20편의 짧은 글입니다
여러 장르와 형식으로 써보려고 했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셨길 바랄 뿐입니다^_^
다시 한 번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생긴다면 이런 게릴라 이벤트를 열어볼 생각입니다
이번과 같은 포맷이든, 완전히 새로운 포맷이든,
무엇이든 여러분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구상해보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어우 사족이 너무 기네요
이만 급하게 줄이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제가 사랑하고,
밀리토리네&상상구름방 더 더 흥했으면 좋겠습니다!
너 나 우리 상구방 화이팅!
그럼 이벤트 피날레에도 어김없이
냥바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3.04 04:40
작가님 너무 좋아요...
미친 16 사랑해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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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임영민 신청했는데 개웃겨 ㅠㅠ 이ㅇㅇ은 제가 이씨여서 신청한 건데 이휘재라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청한 거 깜빡하고 있다가 이제야 봤어요... 존잼 앞으로 상구방 자주 올 듯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3.16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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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여기 맛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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