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의 바람
송경애
바람과 구름이 기차를 탄다
별의 레일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별과 하늘은 허리가 무거워 출렁 휘고 허리 휜 하늘은 새의 깃털 속에 고개를 묻는다 새는 겨울 나뭇가지 위에 달그림자로 얼어붙는데 다리가 긴 바람은 초가지붕 위에 눕는다 달의 둥근 얼굴이 박 속으로 숨고 은빛 가루처럼 쏟아지는 달빛은 간이역 난간에 어깨를 기댄다
역과 역 사이
달과 달그림자 사이
그 사이에서 나는 늘
떠도는 바람이다
송경애_2003년 《문학예술》로 등단. 시집으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 <바람의 암호> <계보의 강, 그 얼음 성>이 있음. 논문으로 <근대 민족교육자들의 음악교육에 관한 연구–도산과 한서를 중심으로>가 있음. 현재 춘천청춘합창단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