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다녔을때 있었던 햄치즈의 무서운 얘기입니당.
바야흐로 2년전.. 중3 11월 초겨울에 일어난 일이에요.
일단 제가 다녔던 학교는 1960년대에 지어진 아주 살짝 외진곳에 있는 학교고, 학교 크기도 작았으며 올라가는데에만 5분이 걸리는 높은 언덕이 있는 학교였습니다. 학교 본관이랑 운동장으로부터 거리도 좀 있었어요. 뭔가 거리라기보단 운동장은 아래쪽에있고 본관은 위에? 본관에서 딱 나와서 운동장까지 내려가려면 구령대쪽으로 먼저 와서 거기서 또 계단을 타고 내려와야하는, 한 2분정도 걸리는? 거리였어요.
쨋든 중1때부터 공부스트레스때문에 운동으로 풀려고 그냥 방과후 동아리개념 운동부를 하나 가입했어요. 종목?이 막 흔한 학교 동아리에서 하는 종목이 아니라서 이색스포츠로 즐기자는 마음에 동아리에 들었구요.
점점 하다보니 재미를 엄청 느껴서 1,2,3학년 단 하루도 빠지지않고 다니다보니 3학년엔 주장까지 달게 됐더라구요(근데 딱히 주장 됐다고 하는일이 없었음..부원들 케어하는정도)
쨋든 저희 운동부는 방과후에 1시간 30분정도 남아서 운동하고 집에 가는데, 담당쌤이 저희 부원들을 버리고 일찍퇴근하거나, 다른 동아리를 보러가거나, 그냥 저희 운동부에 관심을 안두고있을때마다 항상 2~3시간씩 몰래 더 하다가곤 했어요.
항상 출석하는 부원이 7~8명정도 됐는데, 밤 늦게까지 남아서 하는 부원은 저 포함 2~3명 남짓이었고, 어떤날은 저 혼자 남아서 하고 갈 때도 있었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새로운 부원들도 들어오고, 그런데도 담당쌤이 학교 끝나고 바로 칼퇴해버리는 바람에 1시간 30분 내내 제 할 운동은 하지 못하고 부원들 자세 알려주고 잡아주고 고치고.. 하필 또 위험한 종목이라 떠들고 장난치는 부원들을 1학년때부터 같이 동아리 든 제 친구랑 단 둘이서!!!!!! 1시간 30분 내내!!!!!! 제지하고 케어했습니다...
1시간 30분 내내 그래서 그런지 친구랑 저는 당연히 진이 확 빠졌습니다. 근데 그때의 저랑 제 친구는 이때부터 귀신에 홀린건지 아님 맛탱이가 간건지
"야 담당쌤섀끼때매 우리 운동도 못했는데 걍 학교 문 닫기 전까지 운동하고가면 안되냐?"라고 제가 친구에게 진지하게 묻자 그 친구도 안그래도 빡쳤다며 9시 학교 문 닫을때까지 하고가자 하고 둘 다 너덜너덜한 상태로 밤 늦게까지 남아서 하고가기로 했습니다.
저랑 제 친구는 원래도 둘이서 계속 남아서 하고가다보니 제 가방에는 휴대용 후레쉬랑 자전거 후레쉬정도는 당연히.. 가방에 들고 다녔습니다. 그 친구 후레쉬도 제 가방에 넣고다녔고요.
그렇게 계속 밤늦게까지 운동을 하는데.. 뭔가 계속 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가끔씩 밤늦게까지 남을때 뭔가 간질간질하고 그런 느낌이 살짝살짝 들었는데, 그날따라 더 간질간질하고 소름돋고, 11월 초겨울에 체육복 집업 달랑 걸치고 운동해도 괜찮았던 제가 오한을 느끼고 계속 누가 깃털같은걸로 제 등쪽을 사락사락 터치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그 때 전 무섭고 소름돋는 생각보단 고귀한 내 운동시간을 자연현상이 방해한다고 생각해서 더 빡집중해서 운동을 했습니다. 빡집중해서 하다보니 귀신도 흥미를 잃었는지 하던거 멈추고 아마 운동이 끝날때까지 옆에서 가만히 기다려준듯해요.
그렇게 8시 40분, 운동하던거 10분동안 싹 정리하고 구령대에 막 던져놓은 가방을 챙겨 학교를 나가러는데, 갑자기 친구가 가방을 교실에 두고왔다며 무서운데 같이 올라가자라며 제 손목을 잡고 막 올라가려했습니다.
근데 정말 이상했습니다. 그 친구는 3년 내내 항상 가방을 가지고 운동장에 왔었고, 가끔가다 교실에 놓고온다면 4층까지 올라가기 죽어도 싫다며 그냥 가방을 두고 학교를 나왔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이상함을 못느꼈어요. 1시간 30분동안 진 빼놓고 4시간동안 또 운동을 하다보니 더 너덜너덜해져서 "미쳣냐; 너 혼자 갓다와 젼나귀차나" 이러면서 손을 탁 쳤습니다.
그러니 친구 얼굴에 그림자가 사악 지면서 "알겠어 그럼." 하더니 계단을 올라가더라구요.
체감상 한 10분? 15분 지났을까 친구가 아무리 기다려도 안내려오더라구요.
안그래도 피곤해죽겠는데 체감상 10분넘게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니까 잠이 솔솔 오면서 제 몸이 앞으로 막 기울면서 본관 입구 앞에 서서 졸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막 졸고있는데 30대 남성의 목소리가
"야!!!!!!!!!" 하고 들렸어요. 뒤이어 제 친구가 저 멀리서 절 말리는듯한 목소리로 막 뛰어오더라구요. 난 왜그러지? 뭐지? 소름돋는 이 남자 목소리는 뭐지? 나 아무짓도 안했는데? 하고 눈을 막 비비며 잠을 깨는데,
제가 본관 입구가 아니라, 본관에서 나와 운동장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경사가 아주 가파른 계단 앞에 서있더라구요. 위험해서 학생들이 잘 안다니고 발 잘못 딛고 내려가면 거의 최소 발목 골절은 날 수 있는 계단이었어요.
내가 왜 여기 서있지? 하는 생각과 너무 놀라서 그대로 뒤로 엉덩방아 찧으며 자빠졌는데, 그 남성은 저희 담당쌤이었고, 저희 운동부 담당쌤이 진짜 안전에 신경쓰시는분이라 저에게 엄청 화를내며 막 혼내시더라구요. 또, 너넨 왜 이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있냐며 계속 혼내시고.. 친구가 옆에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사과하고..
저는 뒤로 자빠진상태로 거의 1분동안 패닉와서 쌤이 혼내시는거랑 친구가 죄송합니다 사과하는것밖에 안들리고, 들리기만 하고 상황 파악도 안되고 말도 안나오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겨우겨우 막 진정되고 손이랑 다리 벌벌벌벌 떨면서 일어나니까 그제서야 쌤이랑 친구도 제가 뭐가 이상했는지 괜찮냐고 막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천주교 신자인데, 정신 차리고 막 진정되고나서 정말 본능적으로 제 손목에 있던 묵주팔찌를 손을 막 벌벌떨며 빼서 묵주에 달려있는 십자가를 탁 잡고 엄청 울면서 기도문을 달달달달 외우는데, 갑자기 뭔가 뇌에서 울리는 목소리로 "아깝다." 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무서워서 옆에있던 친구를 쳐다봤는데 똑같이 들렸다는듯이 겁에질린 표정으로 저를 삭- 쳐다보고는 제가 먼저 겁에 잔뜩 질려 그 높은 언덕을 막 뛰어 내려가기 시작하니 그 친구도 덩달아 막 따라내려오더라구요. 위험하다며 걸어 내려가라는 소리치는 담당쌤이고 뭐고 싹 무시한채 미친듯이 뛰어서 살짝 과장보태 그 높은 언덕을 5초만에 막 뛰어내려와서 도로 앞까지 막 넋놓고 뛰는데
앞에 덤프트럭이 엄청 빠르게 쌩- 하고 지나갔습니다.
학교랑 집까지 거리가 도보 15분인데, 밤에 다니기엔 엄청 무서운 길이라 지금 이 상태로 집에 걸어갔다간 난 무조건 죽을것같다는 생각때문에, 친구랑 학교에서 시내로가는 막차를 타고 밝은 시내에서 숨고르고 진정되고 난 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가자마자 옷도 못갈아입고 거의 쓰러지듯 잠들어 꿈을 꿨는데, 하얀색 오뚜기가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장면이랑 트럭이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을 번갈아가며 나오는 꿈을 꿨습니다.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한테 내가 그 계단 앞에서 뭐했길래 쌤이 그렇게 호통을 치냐 물어봤더니,
글쎄 제가 그 계단 내려가기 직전 바로 앞에서서 오뚜기마냥 앞뒤로 천천히 왔다갔다거렸다네요.
그 말 듣고 소름이 돋아서 나는 너 교실로 가방 가지러가는거 기다리느라 그난리가 났다 라고 했더니,
너 왜이렇게 무섭게 개소리를 지껄이냐며, 자기가 교실에 가방 두고 왔다고 가지러가는거 봤냐며, 심지어 자기는 가방 차가워지는게 기분나빠서 구령대 밑에 물품실에 가방 뒀었고, 제가 갑자기 수행 두고왔다며 제 친구한테 구령대에서 기다리고있으라고 했다네요..
점심시간에 담당쌤이 방송으로 저랑 제 친구를 부르길래 저희는 "아 개망했다 우리 언덕 뛰어가서 혼나나봐;;"이러면서 혼날 각오하고 갔더니 막상 혼내시지도 않으시고 학교에 두고 온 거 있어서 다시 왔는데 너네 봤을때 너무 걱정됐다고, 너희 둘 너무 이상해보였다 무슨일이냐 막 물어보시길래 있었던 일을 다 말씀드리니 잠깐 놀란 기색만 보이시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해질때까지 학교에 남아있지말라며 주의만 듣고 끝났습니다.
졸업하고 난 뒤에 지금와서 곰곰히 그때 쌤이 지었던 표정을 생각해보니, 뭔가 알고있다는 표정이었던것같습니다. 쌤이 30대로 선생님들치곤 젊었어도, 20대에 교사되시고 처음 발령나 아직까지 몸 담고 계시는 학교가 저희 중학교였거든요. 그 때 기준 최소 8년은 넘게 계셨는데 아마 학교에 있는 늙으신 쌤들한테 들은 얘기도 있을것같구요.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무지좋 쓸 이야기론 이것만한게 업찌~~!! 하면서 막 쓰다가 그때 쌤의 표정이 계속 생각나네요.. 아직도 가끔씩 연락하고 학교 놀러가면 쌤이랑 그 때 운동부 얘기하고 장난치는 친한 사인데, 한 번 선물 사들고 왜 그런 표정을 지으셨는지 물어보러 가야겠씀미다.
제목엔 귀신한테 홀렸다고 쓰긴 했는데 사실 이게 홀린건지 몬지 모르게써요ㅎㅎ
아주아주 긴 글 여기서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