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고향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야, 추석 잘 쇘냐?"
"나, 우리 애들하고 느그 어머니네 고구마 캐 주고 안성 갈란다."
늦게 중학교 동창과 결혼을 해서 경기도 안성에 보금자리를 꾸린 이 친구는 7세 된 아들과 5세 된 딸을 키우는 보통 주부이다.
이 친구는 지난 7월부터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지금까지 아이들과 시골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에 들로, 산으로, 바다로 데리고 다니면서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게 했던 내 방법보다 훨씬 리얼하고 심화된 학습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가호 되지 않고 아이들은 구경(?)조차 힘든 조그만 시골 마을에 대부분 노인층이라 아이들 친구가 없는데도 이 친구와 아이들은 너무도 행복해 하며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하루 일과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개, 고양이, 닭 등 가축들과 놀게 하고,
둥지 틀어 알을 낳은 제비들, 풀밭의 메뚜기, 여치, 호랑나비 애벌레 등을 관찰하고,
갯벌에 나가 짱뚱이(망둥어), 게, 고둥 등을 잡게 한다고 자랑을 한다.
달팽이, 새끼 뱀, 애벌레 등을 잡아다 사육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동화책 읽어주며 하루 하루를 신나게 지낸다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이 친구는 이 친구대로 살맛 나게 살고 있다.
밤에 잠들기 전에 아들은
"엄마,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하고 표현을 한다며 흐뭇해한다.
가져간 동화책을 다 읽어서 아들이 안 읽으려 하니까 하나밖에 없는 그곳의 초등학교에 찾아가 교감선생님께 자초지종 말씀을 드리고 일주일마다 10권 씩 동화책을 빌려다 읽히고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옥수수나, 감, 무화과 서리도 앞장서서 했던, 여장부 중 여장부다.
어린 시절 키웠던 감성을 이 친구는 자기 아이들에게도 심어 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자연으로 끌어들이는 거다.
우리 친정 어머니께서 텃밭에 가꾸어 놓으신 고구마를 기어이 캐 드리고 올라가겠다는 이 친구에게,
"고구마는 언제 캐는데?" 했더니,
"앞으로 한 달은 더 살아야 할 것 같애.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고구마 캐면서 느꼈던 그 재미를 우리 애들에게도 맛 보여 주고 싶어. 먼저 고구마 캐기 전에 줄기를 잡아당기면 딸려 나오는 고구마들,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냐?"
하면서 벌써부터 들떠 있는 이 친구에게,
"야, 고구마 캐면서 호미로 다 찍어 놓으면 빨리 썩으니까 니 애들에게 잘 가르치던지, 아니면, 고구마 값을 내고 캐던지 알아서 해!"하며 짐짓 경고를 하니까 이 친구 배꼽 빠지게 웃으면서
"돈 안 받고 캐 주겠다는데 돈은 무슨 돈? 우리 애들하고 고구마는 꼭 캐고 올라 갈 거다.
나는 여기 시골에서 한 이 년은 더 살고 싶다야." 한다.
이 친구에게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으로 이쁜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연을 익히는 모습,
한 여름을 시골에서 지내다보면 갯벌에 뛰노는 짱뚱이와 똑같이 되는데도
아이들도 친구도 흡족해 하는 것을 보면 요즘 부모들 참 교육이 뭔가를 깨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유치원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사설 교육기관을 전전하는 요즘의 아이들보다 이 친구네 아이들은 훨씬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안성에서는 맞벌이로 아이들만 있는 집(물론 친분이 있는 집)에 찾아다니며 놀아 주면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익히게 하고, 아이들이 형이나 누나랑 나누는 법을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게 하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로 부모가 깨달아야 할 것은,
'황금 만능 주의' '물질 만능 주의'를 심어주는 요즘의 교육세태가 아니라,
이웃과 자연과 자연스레 하나가 되게 하는 인성교육이 먼저라는 것이다.
첫댓글 부럽습니다^^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참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