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3486A0D4BF0FABA3B)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철쭉이 흐드러지게 필 때가 되면, 누구나 몽유병자처럼 산허리를 온통
분홍의 정염으로 에워싸고 있는 철쭉을 만나러 산을 찾습니다.
해마다 피는 철쭉이지만 올 해는 또 어떤 모습으로 피어 있을까.
아니, 작년 . 제작년에 보았던 그 환한 자태로 올해도 고스란히 피어 있을까.
미녀의 아름다움도 해마다 아쉬운 잔주름이 더하며 변해가거늘, 추운 인고의 겨울을 보내고 또 봄이
되면 거짓말처럼 환한 얼굴로 피어나는 그녀들을 움직이는 조물주의 섭리는 얼마나 오묘한 것인가...
그 생각들을 머리에 가득 채우고, 가슴에는 벅찬 꽃들의 향연을 그리며 황매산으로 향합니다.
돌이켜보매 2006년 철쭉제시기에 황매산을 다녀왔었습니다.
몇 년 이나 전에 다녀왔는지 아득하였는데, 그때를 또렷이 기억하는 레오님과 한나님이 마치 어제의
일인 것처럼 선하게 그때의 황매산 그림을 그려주십니다.
맞아요!
분명하게 떠오릅니다.
토요일 밤에 출발하여 선선한 새벽 막 여명이 틀 무렵 산행을 시작하였으니 전혀 더운 줄을 몰랐던 날.
더 없이 맑은 날에 파란하늘과 신선한 공기를 덤으로 얻어서 제대로 핀 꽃들을 맘대로 감상할 수
있었고, 무박산행의 넉넉한 시간 여유 덕에 철쭉동산에서 아이들마냥 한참이나 뛰고 구르고 낙낙했
던 일들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선하게 떠오릅니다.
그때 시네마천국에 같이 출연했던 배우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을까요...
진호님, 숙정님, 설산님, 쭈리님, 그 당시 황매산의 철쭉이 너무 아름다워서 2주 연속 찾게 되었다시
던 레오님과 한나님, 그리고 무쏘님...아직 은퇴하지 않고, 소속사를 옮기지 않은 여러분들이 그때처
럼 주연배우가 되어주시고 그 외 자리는 다른 분들이 채워주십니다.
햇수로 6~7년, 친한 친구들보다 자주 만나면서, 늘 도움을 받으면서도 무딘 마음에 고마움을 표시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네요.
남들이 여럿 있는 자리에 자박자박 늦게 나타나기가 열적어, 7년여를 항상 양재에 맨 먼저 도착해
기다리면서 한분씩 한분씩 웃으며 나오시는 얼굴들을 뵐 때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항아님! 감기로 코맹맹이가 되어서도 와주시니 얼마나 좋아요.
에고, 그 귀엽고 통통한 볼살이 빠질까봐 적이 걱정이 되더이다.
하늘사랑님은 환한 얼굴이 되어서 참 기분이 좋았는데 본인은 정작 살이 쪘다고 걱정을 하고 있으
니 세상살이가 사람마다 다 다른 게죠 뭐...
조팝나무 꽃처럼 사뿐사뿐 가볍게 걸으며, 걸을 때마다 박하향이 풍길 것 같은 아랑님!
배낭엔 늘 산토끼 두 마리 넣고 다니시는 늠름한 싸나이 바니님! 제니스님!
몇 번 뵙고 나니 이제는 같은 편이 되었나 여겨집니다.
초영님과 주창모님은 늘 말씀은 못드리나 고맙습니다.
운장산 힘들게 올라갈 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선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1BC60F4BF0FB4C34)
누가 그러데요...한사랑님과 똑 같다던 처음 나오신 지아님!
앞으로 송내 . 부천팀에서 많이 챙겨드릴 것이니 어제처럼 환하게 웃으시면서 늘 와주시면 고맙죠.
미소 머금은 맑은 인상과 웃음이 참 좋았어요.
진돌님과 초로기님은 꽤 오랜만에 나오셨어요.
김치가 다 쉬어서, 군내나면 버려야 될텐데... 못보면 어쩌나....걱정했는데...
아닐테죠^^
오랫동안 친한 벗과 같은 느낌을 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세하님 세하1님.
아침에 양재에서 씩씩하게 한참이나 내 앞을 지나쳐가셨는데 미쳐 못알아봐서 죄송했습니다.
운길산님은 이제 두어 번 뵈었나요.
모진 인연은 이 두 번의 만남을 위해 전생에 몇 번이나 인연의 날줄과 씨줄을 엮었을까요.
함부로 자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달빛노을님과 솔내음님.
어스름 달빛이 파랗게 내리비치는 냇가에 핀 달맞이꽃처럼 맑습니다.
하늘소님과 용아님, 블루님, 단지님, 아름님.
붙박이 4번타자처럼 든든하게 지켜주시니 좋을 수 밖에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1444100B4BF1F969AD)
아!
그리고 무거운 카메라 메고 편안하게 오신 두분의 진사님!
설산님과 초로기님이 모시고 오셨으니 잘 손잡고 이끌어주세요.
아마도 아름다운 초록의 모습을 많이 남겨주시지 않을까요.
황매산을 향하는 30인의 마음이 저리 가벼우니 버스도 무게감을 못느낀 듯 터보제트엔진의 굉음을
작열하며 남으로, 남으로 달립니다.
조용한 시골동네 느티나무 호젓한 그늘에서 여장을 꾸리고 산을 오릅니다.
좁은 오솔길에 수많은 인파가 운집하여 제대로 걷기가 힘듭니다.
말떼가 사막을 휘달려 올 때처럼 뽀얗게 먼지가 입니다.
철쭉은 아직 덜 영근 과일처럼 활짝 피지를 않았습니다.
연두색 나뭇잎들이 슬슬 날개짓을 하면서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지만 계절은 봄이 아니고 바로 여름
이 된 듯 뙤약볕에서 팥죽 끓어 넘치듯 땀을 흘립니다.
산행 출발 시에는 늘 힘이 들어서 제대로 따라걷기가 버거웠는데 꾸불꾸불 뱀처럼 지체되는 행렬
덕분에 오늘은 좀 편안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산은...가끔 저 같은 어리버리 산 꾼에게도 공평하게 등정의 기회를 주나 봅니다.
그게 다 황매산의 이름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의 탓일 테지만...
![](https://t1.daumcdn.net/cfile/cafe/17597C0E4BF0FB1A78)
점심을 먹고 베틀바위에 올라서서야 그토록 장관이었던 철쭉밭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파란 녹음을 캔버스삼아 융단처럼 펼쳐진 연분홍 철쭉의 세계!
비로소 몇 년 전에 느꼈던 그 아름다웠던 광경이 되살아나며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합니다.
뭐 숨이 차서 그리 쿵쾅거리며 심장이 뛰었을 테지만...
잠시 그때를 그리워하며 아름다운 과거의 풍경들과 오늘 눈앞에 펼쳐진 연분홍 꽃밭을 오버랩시켜
봅니다.
눈 아래, 발밑에 누워있는 꽃들에게 묻습니다.
‘어찌하여 이토록 궁핍한 곳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지요..'
대답 없이 웃으며 저절로 한가한 마음을 즐길 수 있으면 이곳도 무릉도원과 다름이 없을텐데...
창창한 하늘과 산봉우리 사이에 꽃의 정령들이 마음껏 날면서 5월의 세상을 만끽하고 있을 것입니다.
꽃이 피었기로소니 그게 다 다 하늘의 뜻일까요.
해마다 이맘때면 몽유병자처럼 산을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 철쭉을 오매불망 사모하는 연인
처럼 찾는 이들이 있으니, 제 몸 함부로 못가누는 이들이 가진 튼튼한 마음씨처럼 꽃이 피는
것이 아닐까요.
꽃이 피는 것도, 꽃이 지고 마는 것도 다 나의 마음 입니다.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 북새통 같이 좁은 황매봉 정상에서 하이라이트 씬을 찍고, 멀리 보이는 굽이 굽은 길을 삼삼오오
걸으며 걸으며 하산을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숲속의 오솔길이었으나 이제는 목책으로 잘 닦여진 철쭉동산을 가로질러 지나면서 숨을
크게 들이마셔 봅니다.
산을 오르면서 먼지 때문에 숨 맘대로 마시지 못했는데 지금은 싱그런 황매산의 공기가 폐를 깨끗하
게 닦아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45C10D4BF0FBB06A)
비탈의 다락논에는 곧 모심기 철이 되는 지라 물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꼬부랑 논둑길을 걸으면서 어린 시절 흔히 보았던 고향의 천수답 다랭이논을 떠올려봅니다.
가볍게 물 위를 거닐고 있는 소금쟁이와 하늘을 휘휘 날고 있는 까마귀떼와 군데군데 피어있는 하
얀 조팝꽃과 찔레순이 시간이 멈춰진 풍경화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훌쩍 들이켰으나 콘크리트길을 가파르게 내려오면서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더
위를 떨치지는 못합니다.
수돗물을 콸콸 틀고 머리를 한참이나 씻고서야 비로소 시원함을 느낍니다.
아쉬우나마 좁은 도랑물에 발을 담그고 나니 피곤이 풀리는 듯합니다.
이름난 들어도 정겨운 산청(山靑)군!
손바닥 만한 단성면 소재지에 위치한 식당에서 싸하게 목넘이가 짜릿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뒷풀
이 만찬을 가집니다.
참 단출한 식단이 좀 아쉽기는 하나 그것 때문에 오늘의 즐거움을 반감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향이 진한 가죽무침과 시래기국에 밥 말아 먹으며 다른 분들이 넉넉하게 드시지 못했을 텐데..
걱정을 해봅니다.
그러나 그것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이 아닐런지요.
해가 길어서 6시 30분이 되어도 대낮입니다.
차가 막히지 않으니 무척이나 일찍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삐리리리리~~
‘여보세요?’
‘아~네! 잘 다녀왔습니다‘
‘죄송합니다..전화 잘 못 걸렸네요...’
‘.............’
돌아가신 외할머니처럼 정갈하고 샛노란 황매화가 만발해 있어야만 될 것 같은 황매산에서, 분홍색
화사한 철쭉의 바다에 빠졌다가 겨우 살아왔습니다.
아마 오늘밤에는 연분홍색의 꿈을 꿀 지도 모르겠습니다.
휴게소에서 보았던 밤하늘의 아르테미스와 비너스, 초승달과 금성의 아름다운 만남을 떠올리며,
비너스의 잘록한 허리를 껴안고 잤으면 하는 희망을 품지만 집에 있는 사람은...........................
![](https://t1.daumcdn.net/cfile/cafe/17576A0B4BF0FC0370)
다시금 아름다웠던 황매산 철쭉동산을 마구 뒹구는 꿈을 꾸어 봅니다~
첫댓글 그 시절 그 정경이 떠오른건 유독 저만이 아니었을... 그러나 있는대로 보이는 대로 받아 들이고 즐겨야 하거늘... 그래도 참~ 좋았더랬습니다~... ^(^
"그래도 참~ 좋았더랬습니다.....그래도 참~ 좋았더랬습니다". 비가 오던 눈이 오던 산에 다녀오면 '그래도 참~ 좋았더랬습니다' 소리가 절로 나곤 해요....그때도 참 좋았습니다~~~
역시나 장자님 후기는 감칠 맛이 있는 맛있는 글 입니다..넘 오랫만에 산우님들 뵈어 반가웠습니다..그사이 반 이상은 모르는 분이 자리하고 있더군요..명성 만큼이나 수려한 풍광 황매... 우리나라 철쭉의 최대 군락지임에 틀림 없었습니다...조금은 아쉼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앗습니다...감사 드려요
그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황매산 자락에 들어서니 매양 천년을 이어져온 듯 하나로 보이더이다~그러기에 아는 것과 모른다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그것을 모르겠네요^^
그날은 멀리 따로 오름 내림으로 가까이 를 못해서 아쉬웠지만 가끔 뵐때면 운장산에서의
후미 산행 때 모습이 그리웠습니다 실감케하는 후기 잘 감상했습니다
제가 보통은 후미에서 비척거리는데 그날은 떠밀려서 그냥 올라가고 말았습니다.내려올 땐 굴러서...다음에 또 맨 뒤에서 느긋하게(사실은 낑낑거리며) 산행하는 모습 보여드리겟습니다.이런저런 이야기가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자연의 아름다움은 마음까지도 아름답게 물들이더군요..그날의 즐거웠던 모습들.. 멋진 후기글로 옮겨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전 하마나 하마나 하면서 사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이번 황매산은 분명 제가 본 것보다도 더 많은 것들이 사진에 담겨있을 것입니다.
늘 그렇듯~ 글 달기가 부끄러워~~참으로 고개 숙여지는~~감사드림니다.....
산을 찾고 코스 정하고 끌고 가고 밀고 가고.....하는 것에 비하면 ......ㅎㅎ~~덕분에 산에 대한 이야기 조금은 할 수 있게되었습니다.쑥하고 마늘 안먹고도 ...횡재한 기분.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시간을 버리게도... 담아오게도 하는 그런 시간들'~~~~참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네요.필경 그 버린 것들은 담아온 것보다 훨씬 적거나 작을 것입니다.그 보물상자에 손 집어넣고 아무거나 하나 쑥 끄집어 내었을 때~빙그레 웃으며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시방... 이시간들이.......
아.. 맛나게 쌈싸먹었던 것이 가죽무침 이었구나~~ 아침부터 장자님 보따리에 보약덜을 냉큼냉큼 받아먹고.. 약기운 떨어지기 무섭게 방울이로.. 저녁보약은 가죽무침으로.. 맛갈난 황매산의 후기글로 오후의 넉넉한 휴식을~~ 감기.. 뚝! 입니다~~^^
그래도 자연향이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가죽나물.예전엔 흔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좀서운했는데 이제는 재배한다니.....향은 좀 떨어져도 기대해봐야죠~으랏쌰~힘내세요.고뿔 확 몰아내고......환한 얼굴로 다음산행...해봅시다~~쌍화차 한 잔 드립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뭐 석달 열흘쯤 지나고 비로소 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그만큼 나오시면 어느새 초록으로 슬쩍 물들테니까요~~황매산행 반갑고 즐거웠습니다.또 다음 어느산에서 가벼운 발걸음 뒤따르겠습니다.너무 멀리는 가시지 마시고요~~ㅎㅎ~~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풍광에 무릎 끓고 싶습니다. 선연하게 빛나는 밤 하늘의 초승달과 금성의 아름다움에 항복하고 싶습니다. 또...사랑에 지고 싶습니다~~^^**
질 때, 진짜로 졌을 때 비로소 동화되고, 하나가 되고, 가슴으로 품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인데.....살면서 자꾸만 잊어버려서 미움과 욕심을 부리게 되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무신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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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좋았다는 이야기...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