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노선은 없다
: 광주선 셔틀열차의 죽음을 애도한다
지난 12월 17일 막차를 끝으로 광주선 셔틀열차(광주~광주송정간, 일 편도 15회 운행)가 운행 종료되었다. 이 열차를 유지해 달라는 일평균 6백명, 1년 약 30~40만 명에 달하는 승객들의 목소리는 무시당했다. 광주 시가지의 변두리에 있어 대규모의 주차장까지 건설해야 했던 광주송정역의 불충분한 공공교통 연계 역시 악화되었다. 광주 북구에서는 셔틀열차가 사라졌으니 광주역에 고속열차를 다시 진입시켜달라는 요구까지 다시 나오고 있다. 공공교통의 풀뿌리를 말려 죽이고, 나아가 국가 기간망의 운영 방향까지 뒤틀 수 있는 이 결정에 연관된 모든 주체를 우리는 규탄한다.
새로 운행할 전동차의 운영비용, 60억 원이 부담스럽다는 것이 광주광역시(이하 광주시)와 철도공사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연 1천억원 이상 공공교통의 운영에 돈을 투입중인 광주시의 지출에 비춰보면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준공영제 버스에만 2016~2022년 연평균 887억 원을 썼고, 같은 기간 광주교통공사의 영업손실은 연평균 782억 원 아니던가? 철도공사 역시 작은 이익만을 보고 공공교통망을 대표하는 사업자로서는 과도한 요구를 한 측면이 있다. 셔틀열차에 들어갈 비용이 정말 문제라면, 아무런 부담도 지지 않은 채 셔틀 열차로 승객 증대에 도움을 받고 있는 ㈜SR에게 책임 분담을 요구할 일이다.
광주시는 광주선의 운행 경로는 시내버스 5개 노선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2026년 이후 순차적으로 개통될 도시철도 2호선을 통해 광주역에도 도시철도가 운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광주선 셔틀열차는 그 평균 속도도 버스나 도시철도보다 2배 이상 빠를 뿐만 아니라 현재의 2호선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경로로 운행한다(순환선인 2호선을 관통하는 형태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뒷짐을 진 채 전국 공공교통망의 뼈대로서 해야 할 책임을 버렸다. 한편 광주 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현 광주선 철도를 가능한 한 빠르게 폐지하고, 구 경전선 철도부지에 건설된 푸른길공원(광주~남광주~효천)을 현재 광주선이 점유한 토지 일대로 연장하자는 주장을 내세우며 광주선의 공공교통 기능을 발전시키는 대안은 외면하고 있다. 이것이 기후 위기에 대응해 공공교통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2023년의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는지, 우리는 믿기 어렵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기존 철도망은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에서 주목해야만 하는 자원이다. 광주선을 비롯한 기존 철도망을 활용하여 도시철도나 광역철도 노선을 구축할 경우 최소한의 토목 공사만으로도 그 도시는 공공교통의 뼈대를 하나 얻을 수 있다. 지하철처럼 과잉 토건 사업이라는 우려도 할 필요 없고, 버스처럼 용량에 한계가 크고 승용차보다 느린 수단인 것도 아니다. 광주선 관련 논의에서 우리는 노선 지하화 논의가 앞서고 있다는 데 특별히 우려를 보낸다. 적정 규모의 투자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현 노선을 무시한 채, 고속열차만 염두에 둔 노선 지하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광주 2호선 남광주~광주역처럼 기존 철도를 폐기한 자리 바로 옆에 새 철도를 놓는 결정은 어떻게 보더라도 합리적이라고 하기 어려우며, 불요불급한 토건 사업일 뿐이다. 광주지역에서 원하는 대구 방면 고속철도 역시 광역철도 운영을 통해 노선 활용도를 높이고, 기존선 구간을 활용해 건설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아무 대책 없이 지역 내부를 잇는 광역망 열차가 사라지는 것은 비단 광주만의 일이 아니다. 같은 시기, 2023년 12월에 광주선 셔틀과 동일한 열차(디젤동차)로 운행한 열차들이 한순간 사라진다. 이런 일은 철도청이 구조개혁을 명분으로 해체되고 공사화된 이후 반복되고 있다. 호남, 영남은 물론 심지어 수도권에서도 이처럼 철도 풀뿌리가 사라지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철도공사는 무궁화호 후속 열차인 ITX-마음의 운임도 새마을호와 동급으로 올려 받고 있다. 이렇게 수익성 압박 속에서 지역 내부를 연결하는 철도망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고속철도 분야에서 얻은 수익이 충분해, 재정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광역망 열차에 투입할 수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갔을까? 경쟁체제와 수익 부문의 분리를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은 결국 교통 소외 지역을 양산한다. 이런 식의 교통 정책을 펼친다면, 정부는 지방 소멸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우리는 요구한다. 도심 철도의 폐지가 미래지향적인 대안이라면 그것을 대체할 교통계획 역시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단지 셔틀열차를 자가용 교통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은 기후위기에 몰지각한 발상에 가깝다. 오히려 중단기적 대안을 마련하여, 광주선을 광주 지역의 공공교통 뼈대로 활용하는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먼저 철도공사와 광주시는 광주선에 2량 전동차를 투입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한다. 광주시의 타 녹색 교통(버스, 자전거도로, 보행축)이나 시민들의 이동 패턴과 부합하는 추가 역을 건설하고, 시내 통합환승체계에 편입시키면 더욱 효과적인 도시교통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금의 호남선, 그리고 미래의 광주대구선 방면으로 광역전철을 연장시키고, 타 노선과 함께 광주권 광역철도망을 구성하도록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 모든 과정에서 광주시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공공교통 확대를 핵심에 놓고 논의해야 한다. 수도권과 경부축 바깥 지역에서 광주는 가장 큰 도시이므로, 광주조차 철도 풀뿌리가 말라 죽어가는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다른 지역에서 그렇게 할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동해선의 폐지와 같이 풀뿌리 기차의 연속적인 죽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지역의 소규모 철도 노선이 지역주민들이나 공기업과 협력한 새로운 제3섹터 모델로 운영하는 모델이 존재한다. 단지 운영비용이 문제라면 섣부른 노선 폐지 외의 방법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한국철도공사 역시 고민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공공교통의 책임자로서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보여야 한다. 중앙정부나 코레일의 재정지원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공공교통 수요를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광주광역시가 지역의 공공교통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재원의 우선순위가 타당한지 그리고 그것이 타 지역의 공공교통 투자와 비교할 때 적절한지 살펴야 한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풀뿌리 공공교통의 핵심적인 자원으로서 지역 기차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잇따른 지역 공공열차의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끝]
2023년 12월 26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