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가 떨어질까봐 염려됩니다. 이 계옥 요안나
나는 내 생애에 성인 같으신 소 알로이시오 신부님을 뵈옵고, 또 그분이 창설한 집에서 수십 년을 세탁실 직원으로 근무해 왔음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몇 년 전 퇴직하여 이제 조용히 하느님을 섬기고, 마리아수녀회의 작은 후원자로서 매달 후원회 미사에 참석 하는 것이 나의 큰 기쁨이다. 그리고 소 알로이시오 신부님이 하루빨리 성인이 되어 그분의 거룩한 삶이 온 세상에 드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의 영성을 본받을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다.
1980년대로 기억된다.
나는 세탁실에서 신부님 운동화를 닦아드릴 기회가 생겼다.
마라톤을 하시던 신부님께서 마라톤 도중에 비가 와서 신부님 운동화가 젖어 흙투성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신부님 운동화였기 때문에 정성을 다하여 깨끗이 닦고 또 닦아서 점 하나 없이 하얗게 새 운동화처럼 만들어 말려 놓았다.
이튿날 마라톤 전에 세탁실에 들리신 신부님께서는 운동화를 보시더니, ‘자매님 고맙습니다.그러나 앞으로 또 기회가 되면 운동화를 너무 깨끗이 하려고 빡빡 닦아서 운동화가 떨어질까 염려되니 대강 흙만 털어 주십시오’
라고 부탁하셨다.
순간 나는 신부님의 가난정신을 깨달았다.
문득 신부님의 사제관의 모습도 떠올랐다.
어느 추운 겨울날 신부님의 사제관에 심부름을 갔는데 신부님의 작은 군용 침대위에는 3개의 담요가 개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 늙어가면서 생각해보니 그 때 몸도 약하신 알로이시오 신부님께서는 얼마나 추우셨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듯 소 신부님께서는 가난한 아이들과 환자들에게는 너그러우셨지만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항상 가난하게 사시고 당신 스스로 불편함과 가난을 선택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