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이지엽 고문, 이서원, 박연옥 회원님의 2014, 오누이시조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이 소식을 전회원에게 알려드립니다.
1. 2014,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발표
○ 2014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자 : 이지엽 (서울특별시, 경기대학교 교수)
-수상작품 : 시조 「그리운 패총貝塚」
○ 2014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자 : 이서원(울산시)
-수상작품 : 「중년」
○ 2014 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자 : 박연옥 (통영시)
-수상작품 : 시조 「바다에게 물린 남해」
2. 2014, 오누이시조상 시상식 안내
○ 일시: 2014년 10월 24일(금)-25일(토)
○ 내용
- 전국시조낭송대회: 오전 10시 30분
- 초청 특강/ 단시조의 아름다움(장경렬 교수): 오후 3시
- 축하음악회: 오후 4시
- 시상식: 오후 5시
- 리셉션: 오후 6시 30분
○ 기타 / 오누이문학 기행: 25일 오전
□ 2014,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작품
그리운 패총貝塚
이지엽
하얗게 뼈만 남아 육탈된 시詩를 보러
백포만 주머니꼴 낮은 구릉 찾아 갔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조의를 표했지
이미 화석 되어 켜켜이 쌓인 퇴적층 속
긁개와 돌창 든 사내 뒷모습이 외로웠어
손들어 웃는 모습이 낯선 변방 같았어
고인돌과 독무덤 사이 흘러간 수세기를
정을 비운 몸만으로 층층 쌓아 막아선들
어찌 다 적을 수 있을까 원시의 숲 눈먼 책들
껍데기가 집이 되고 나라가 되는 동안
깡마른 음계의 바람 같은 말씀이여
논물이 그리운 봄날, 재두루미 입술 묻는
□ 2014,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심사평
여섯 분 예심위원의 엄정한 선고를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여덟 편의 작품이었다. 예심위원 한 분당 두 작품씩 추천했으므로 각각 다른 작품을 추천했다면 12편이 되어야 하지만, 개중에는 다섯 분의 추천을 한꺼번에 받은 한 작품이 있어 도합 여덟 편의 작품이 된 것이다. 우리 세 사람의 본심위원은 이 여덟 편의 작품을 숙독한 다음 두 편씩 즉석에서 추천하여 그 중에서 본상 수상작을 선정하기로 했다. 그러자 어렵지 않게 세 작품으로 압축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세 편의 작품에 대해 자세하게 의견을 개진한 다음에 아무런 이견 없이 이지엽 시인의 <그리운 패총(貝塚)>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수상작 <그리운 패총(貝塚)>은 말 그대로 패총(貝塚), 곧 해남지역 현산면 백포만 선사시대의 유적인 조개 무덤을 독특한 시인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명편이다. 모두 네 수로 된 연시조인데, 유적인 패총을 “하얗게 뼈만 남아 육탈된 시(詩)”로, “켜켜이 쌓인 퇴적층 속/ 긁개와 돌창 든 사내 뒷모습”으로, “원시의 숲”과 “눈먼 책들”로, 종당에는 “깡마른 음계의 바람 같은 말씀”으로까지 활달하게 풀어내고 있다. 사물과 거리를 두고 적당히 살피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상상력이 패총과 흔연히 일체가 되어, 마치도 떨어진 벚꽃이 막 불어온 회오리에 뽀얗게 휘감기듯 한바탕의 숨 가쁜 휘모리장단을 연출해내고 있다. 실로 표현의 극치를 다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빛나는 작품으로 올해 시조단의 최고상을 차지한 이지엽 시인에게 충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수상작 외 결심에 오른 일곱 편의 작품들도 하나같이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역작들이었다. 그러나 무릇 상에는 정해진 규칙이 있으므로 수상작 외에는 부득이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고충이면서 또한 순리이기도 하다. 이 민족 시조문학사에서 유달리 걸출한 두 분의 오누이 시인을 기념하는 이 상에 역량 있는 시조시인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분발을 고대해 마지않는다.
심사위원 : 유재영, 정해송, 조동화(글)
예심위원 : 이정환, 신필영, 박권숙, 정경화, 이승현, 손영희
□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수상소감 - 이지엽 시인
양평에서 한국기독시인협회 초청으로 양수리에서 특강을 하던 날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듣고 나서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나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하는 미안한 생각이었습니다. 늘 부족하고 흠이 많은 사람을 이렇게 수상의 자리에 올려준 것은 시조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라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이호우․ 이영도 두 분 선생님은 멋모르고 처음 시조를 쓰게 된 저에게 시조의 길을 안내해주고 현대시조의 바른 방향을 열어주신 분입니다. 저는 이영도 여사님 돌아가셨을 때 서교동 눈밭 길을 헤매며 선생님 댁을 가던 때를 잊지 못합니다. 까까머리 고등학교 학생 때였습니다. 거기서 시조단의 어른들을 뵈었고 <국제다방>과 백수 선생님, 광주의 <토풍시>와 송선영 선생님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제게 꿈을 주고 시조라는 길을 버리지 않게 해준 원동력을 심어 주시고 떠나신 것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겪은 일이 우연이거나 혹은 자신의 노력이라고 믿지만 모든 것이 우리를 이끌어가는 분의 뜻임을 생각합니다. 늘 소금의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낮은 자리 스며들어 하나가 되고, 화목하여 섬기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숙고하고 우리의 시조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시 출발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겠습니다.
수많은 작품 중에 제 작품을 올려주신 예심위원과 눈에 드는 많은 작품이 있었음에도 마지막 낙점을 하신 심사위원 모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조를 아껴주시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이지엽 (李志葉) 시인 약력
- 전남 해남 출생(1958년)
- 성균관대 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시조집 :『해남에서 온 편지』,『떠도는 삼각형』,『북으로 가는 길』
- 시집 :『씨앗의 힘』,『샤갈의 마을』, 『다섯 계단의 어둠』
- 연구서 :『21세기 한국의 시학』,『현대시 창작 강의』 등
- 한국시조작품상, 중앙시조대상, 유심작품상, 가람시조문학상 등 수상
- 현재, 계간 《열린시학》,《시조시학》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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