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도 가본지가 꽤 오래되었다.
여러 번 가 본 곳이라 소홀히 한 측면도 있겠지만 가까운 곳이라 등한시 했던 탓도 있으리라!
해서, 이번에는 관음폭 쪽으로 내려오지 않고 문수봉까지 가서 문수암쪽으로 내려올 계획을 세웠다.
수목원에서 시작하여 매봉과 향로봉, 삼지봉(주봉), 문수봉을 거쳐 보경사로 내려오는 여정이다.
내연산은 경북 포항시 송라면, 죽장면 및 영덕군 남정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낙동정맥이 울진의 통고산, 영덕의 백암산, 청송의 왕거암(주왕산의 모산)을 거쳐 내려오다가 잠시 동쪽으로 가지를 뻗어 나간 산줄기가 동해안 옆에서 솟구친 산이다. 원래 종남산이라 불리다가 신라의 진성여왕이 이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에 내연산 이라 개칭하였다.
내연산 산줄기 사이로 흘러내리는 주 계곡은 12개의 폭포가 이어져 12폭포골, 또는 물이 맑아 청아골, 혹은 골 인근 보경사에서 비롯된 보경사 계곡 외에도 연산골, 내연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경북의 금강산 이라고 일컬어지는 갑천계곡은 상생폭, 관음폭, 연산폭 등 높이 7~30m의 12 개의 폭포, 그리고 신선대, 학소대 등 높이 50~100m의 암벽, 깊이 수십척의 용담 등 심연 및 암굴, 기암괴석 등이 장관을 이루는 경승지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수목원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버스에서 내리니 주변은 온통 곰탕 천지.
도로를 따라 잠시 걸어가면,
잘 정비된 광장이 나오고 숲해설사도 여기저기에 대기하고 있었다.
우측 계단으로 올라서면서 산행은 시작되고...
삼거리에서는 우측에 바로 산길로 들어서는 등로가 있다.
숲 속에는 안개가 그윽하고,
꽤 긴 계단이 나타났다.
양탄자 길이 잠시 이어지는가 싶더니만,
다시 계단.
20여분 오르니 매봉전망대가 나타나지만 주변이 곰탕이라 올라가지 않기로 한다.
바로 옆엔 매봉 정상석이 있다.
원추리.
다시 곰탕 속으로...
소나기가 오는가 싶더니 금방 잦아들고.
여기서는 우측 산길로 들어선다. 바로 가도 되지만 빙 둘러가는 길이다.
시명봉(835m),
지도에는 이곳이 매봉으로 표기된 것도 있다.
별 특징없는 산길을 따라가니,
꽃밭등에 도착.
꽃밭등은 옛부터 병해충 등으로 큰 나무가 없어지고 산등 전체에 아름다운 진달래가 만발하였으며, 그 시절에는 어린아이들이 진달래를 따먹고 꺾으면서 떼를 지어 뛰어놀던 곳이다. 산골마을이 없어지자 언제부터인가 참나무들이 많이 서식하면서 진달래가 사라지고 꽃밭등이라는 지명만 간직한 채 등산객들의 편안한 휴식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덕다리버섯. 식용 가능하다고 하지만...
사각정자도 보이고...
오늘 처음 만난 조망처.
삿갓봉과 지나온 매봉이 보인다.
짚신나물.
밋밋한 오르내림 끝에 향로봉(930m)에 올라섰다.
내연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지만 주봉은 삼지봉(711m)에 내주었다.
그늘사초가 수북한 등로를 지나니 뭔가 포근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누리장나무.
내연산의 주봉인 삼지봉(711m)에 도착했다.
삼지봉은 내연산에 속하며 문수봉, 향로봉, 북동대산 등 3곳으로 갈라지는 위치에 있는 봉우리 이므로 삼지봉이라 한다.
내연산을 "보경사창건기"에는 당나라의 종남산과 산세가 닮아서 종남산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후에 내연산으로 고쳐진 것 같다. 삼지봉의 남쪽계곡에는 관음폭과 상생폭이 있어 떨어지는 폭포수에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가히 절경을 이룬다.
한 쪽 옆에 서 있는 또다른 정상석.
동대산 갈림길을 지나는데 이놈의 곰탕은 식을 줄 모르고...
그런 가운데 거무나리갈림길을 지난다.
산행 시작시 이쪽으로 내려가 계곡길을 택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여러번 갔던 곳이라 이번에는 능선으로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다시 은폭갈림길을 지나,
문수봉으로 가기 위해 좌측으로 올라간다.
우측길로 가면 나중에 다시 등로가 만나지만 문수봉을 지나쳐 버리고 만다.
비비추.
쭉쭉 뻗은 멋진 소나무숲길을 지나면,
곧 문수암으로 내려가는 길과 만난다.
문수암 일주문.
문수암.
문수암에서 계곡길로 이어지는 너덜길.
상생폭포.
지금은 상생폭이란 명칭이 통용되고 있지만 '쌍둥이 폭포'란 의미의 '쌍폭'이란 명칭이 오래 전부터 쓰였다.
1688년 5월에 내연산을 찾은 정시한의 산중일기에 보면 현재의 상생폭포를 '사자쌍폭'이라 적고 있는데, 그 당시에도 '쌍폭'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상생폭포의 남쪽 바위더미를 '기화대'라 하는데 옛날 풍류객이 기생과 더불어 노닐던 곳이다.
폭포수가 이룬 못을 '기화담'이라 하는데 옛날 풍류객이 기화대에서 기생과 더불어 가무음곡을 즐기다가 기생이 물에 빠져 죽는 사고가 있은 후부터 이 곳을 '기화대', '기화담'이라 하였다고 한다.
계곡길과 만났다. 이제부터는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문수암에서 씻었지만 계곡에서 다시 잠시 세수를 하고 간다.
보경사 도착.
보경사 전경.
멋진 소나무와,
멋진 소나무 숲.
해탈문.
도상거리 약 20km, 6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여름산행으로 장거리이기는 하지만 크게 힘든 곳이 없으니 무난하다 하겠다.
산행 거의 대부분을 곰탕 속에서 헤맸지만 하루 운동하는 셈치고는 적당하기도 했고.
보경사 계곡 최고의 명승인 관음폭과 연산폭 등 멋진 폭포와 어우러진 비경을 그냥 지나쳐 버렸지만 여러번 가보았던 곳이라 크게 아쉬움이 일지는 않는 하루였다.
두부김치 안주를 곁들인 동동주는 정말 시원했는데 특히 두부와 더불어 나온 묵은 김치가 오늘 산행의 백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