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 죽음의 대추적
해변가.
끝없이 펼쳐진 하얀 백사장......
칠인, 한결같이 물개가죽으로 만든 짧은 가죽조끼와 반바지를 입
고 있었고 머리에는 턱밑까지 깊숙히 죽립을 내리썼다. 한결같이
건장한 체구에 헷빛에 그을린 근육질의 피부. 언뜻보아서 평생을
한척의 배를 벗삼아 고기를 잡아온 노련한 어부같은 인상의 죽립인
들, 허나 깊숙히 눌러쓴 죽립 아래로 언뜻언뜻 쏘아져 나오는 눈빛
은 결코 범상한 것이 아니었다.
마차! 네필의 오추마가 이끄는 순청색 사두마차가 해변가에 다달
은 것은 막 일륜이 떠오르는 새벽녘......
마차가 서고 세사람이 내렸다. 맨 처음 취벽색 당화를 신은 하오
민궁주가 내렸고 그 뒤를 독심광의가 따라 내렸다. 독심광의의 품
에는 단봉중옥이 안겨 있었다. 이 순간까지도 그녀는 자신의 운명
이 어찌되는지도 알지 못하는 채 혼절한 상태였다.
중년미부와 독심광의는 말없이 칠인의 죽립객들 앞으로 다가섰다.
이어 중년미부는 칠인 중 중앙에 있는 사내에게 말했다.
"준비는......?"
장한은 허리를 깊숙히 굽히며 복명했다.
"이미 세시진 전부터 궁주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중년미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독심광의에게 시선을 돌리며 화사
한 미소를 떠올렸다.
"이제 안심해도 좋아요. 이들은 모두 수공에는 남다른 조예가 있
는 자들이예요. 본궁에서는 이미 이번 일에 대비해 사십년 간이나
특수한 방법으로 이들을 조련시켜 왔지요..... 이들은 남해의 수로
에 대해서는 남해용왕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일단 이들이 배를 타
고 바다로 나간다면 용신이라도 이들을 추적할수 없어요......"
중년미부의 토란잎이 구르는듯한 옥음에는 강한 자부심이 있었다.
"......"
독심성의는 이들을 슬쩍 바라보더니 흡족한 미소를 떠올렸다.
"궁즈는 확실히 용의주도하구려. 앞서의 방법으로 천하제일가 놈
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지금쯤 우왕좌왕하고 있을텐데......"
"호호! 제가 선대궁주님으로부터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매사
에 튼튼하게 준비를 하라는 것이지요. 선대의 궁주님은 단 한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무서운 분이셨으니까요......"
헌데, 말을 하던 그녀의 아름다운 봉목이 돌연 놀라움으로 크게
치켜 떠졌다.
한사람, 타는 듯한 조양을 받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노
인, 일신에는 어둠보다 짙은 현의..... 약간 말라보이는 체구에 무
섭도록 창백한 안색, 왼손에는 보는 것만으로 섬칫한 예기와 함께
노을빛 도광을 뿌리는 한자루 철도를 들고 있었다.
헌데, 오오...... 마치 시퍼런 칼날이 다가오고 있다고나 할까?
이 현의노인의 몸에서는 섬칫한 예기와 함께 피를 말릴듯한 살기
가 폭풍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적어도 그녀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보통 고수가 아니다!)
중년미부는 아연 긴장했다.
중원에서 은밀히 활동해온지 수십년...... 그동안 그녀는 이토록
무서운 기도를 지닌 고수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분명, 일생을 구도자적인 수행으로 오직 무예에만 전념해 온 자
다. 그것도 지독한 혹독한 수련을 거친......!)
내심 뇌까리고 있는 사이. 현의노인은 그녀의 삼장 남짓한 거리
를 두고 우뚝 멈춰섰다. 현의노인의 걸음걸이는 언뜻 보아서는 지
극히 느린듯 했지만 기실 어떤 경공의 달인보다도 빨랐다.
"귀하는 우리들에게 볼일이 있는가요?"
중년미부의 물음에 노인은 섬칫하도록 기괴한 미소를 희미하게
떠올렸다.
"그 아이를 노부에게 넘겨라...... 그리고 스스로 두눈을 없애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중년미부의 안색이 흠칫 굳어졌다.
허나 그녀는 이내 화사한 미소를 떠올리며 물었다.
"노인장께서는 저 아이를 알고 계신가요?"
"물론. 저 아이는 노부가 이백년 간이나 찾고 있던 아이니까......"
(이, 이백년...... 그렇다면 저 노인의 나이가......?)
"그리고 저 아이가 어디에 있던지 나 율리극은 찾아낼수 있다.그
것이 설사 지옥이라 할지라도......!"
율리극!
오오! 기억나는가? 언젠가 단봉세가에 나타나서 자신에게 단봉세
가에 관을 맡기라고 했다며 수비통령이었던 냉한상의 혼을 반쯤 쑤
욱 빼놓았던 괴노인의 이름이 파천마종 율리극이었다는 것을......
그렇다. 이 노인은 바로 율리극이었다.
그리고 그의 등장은 이렇듯 예고없이 나타난 것이었다.
(율리극......?)
중년미부------ 하오밀궁주는 눈을 깊숙히 침잠시키며 내심으로
율리극의 이름을 되뇌어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알고있는 사
람들 중에서...... 적어도 눈앞의 노인처럼 무서운 기도를 지닌 사
람을 떠올려 보았지만 허사였다.
그렇다. 그녀가 어찌 알겠는가? 장장 이백년 간을 천혈음맥을 찾
기 위해 거렁뱅이의 신분으로 천하를 바람처럼 떠돌은 노인의 정체
를......
어쨌거나, 그녀는 오늘의 일이 어쩐지 순탄하게 끝나지는 않을것
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는 독심광의에게 힐끗 시선을 던지며 요염하게 웃었다.
"호호! 결코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사실 이 아이는 우리도 오랫
동안 찾고 있던 아이만큼..... 우리 모두를 이 자리에서 죽이기 전
까지는......."
음성은 담담했으나 그 안에 든 의미는 심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
녀는 눈앞의 노인이 혼자 상대하기는 껄끄러운 상대라는 것을 간파
하고 독심광의에게 은연중 제안했던 것이다.
독심광의도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안고 있던 단봉중옥을 예의 장
한에게 넘겨주며 천천히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단봉중옥을 넘겨줄 때 장한에게 이런 전음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은 차질없이 계획대로 진행한다. 나와 자네의 지존은 상관하
지 알고...... 그 아이를 본래의 목적지인 천룡도로 옮기게......"
살기! 사위는 금방이라도 부풀어 터질 것 같은 살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대치하고 있는 이들 삼인의 주위로 바람도 없는데 사방 삼장여의
모래기둥이 하늘로 자욱히 말아 올라갔다. 실로 이것은 인간의 몸
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장력이라고는 말할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중년미부와 독심성의, 그들이 기억하건데 누군가와 대적하면서
이렇듯 긴장하기는 처음이었다.
(엄청나다!)
(우리 둘이 합공을 하고 있음에도 저 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도로 몸이 파열될 것 같다니......!)
그것은 분명 엄청난 놀라움이었다. 허나 그것은 그리 길게 이어
지지 않았다. 놀라고 있기에는 그들 자신에 대한 무학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보다는 그순간 이미 율리극이 천천히 자신의 우
수에서 녹슨 철도를 뽑아들고 있는 모습이 눈 안 가득히 들어오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그것을 보는 순간,
"차------ 앗------!"
"얏------!"
두 사람의 입에서 일제히 대지를 뒤흔드는 기합성이 터져 나왔으
며, 번쩍! 두 사람의 몸에서 속도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섬
전이 폭사되어 나오면서 율리극을 향해 짓쳐들고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그들은 각기 한가지씩의 병기를 빼들고 있었다. 중년미부는 허리
에 차고 있던 칠색찬란한 채대를..... 독심광의는 한자루의 쇠사슬
을......
대단한 기세였다. 그리고 빠르고 정확했다.
그들의 무기는 각기 뽑아졌다고 느낀 순간 이미 율리극의 목젖과
양미간을 한치의 틈을두고 독사의 혓바닥처럼 짓쳐들고 있었으므로......
"흐흐...... 버러지 같은 것들......"
한순간 윤리극의 얼굴에 비릿한 조소가 떠올랐다.
바로 그 순간,
번------ 쩍------!
한 가닥 찬란한 검광이 돌연 율리극의 우수로부터 폭사되어 나왔다.
동시에,
"헉------!"
"훅------!"
중년미부와 독심광의는 짧막한 비명을 지르며 한발자국 뒤로 크
게 물러섰다. 물러서는 그들의 안색은 창백하게 일그러졌으며 제각
기 시선을 아래로 떨군채 자신의 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틈엔가? 그들의 병기는 제각기 두동강이 나 있었다.
중년미부의 체대가 손잡이 부분부터 싹뚝 잘라져 있었다면, 독심
광의의 쇠사슬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도 그렇수 밖에 없는 것이 쇠
사슬을 들고 있던 독심광의의 우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이럴 수가......?)
(부, 분명히 우리가 빨랐거늘......!)
맞는 말이었다. 분명 출수는 그들이 빨랐다. 아니 그들은 율리극
의 손이 언제 움직였는지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허나 어쩌랴!
눈 앞의 결과는 분명 자신들의 처참한 패배를 나타내고 있거늘......
(믿을수 없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우리가 이토록 쉽사리 패하다니.....)
바로 그때,
"음......?"
문득 이때까지 무심히 있던 율리극의 짐짓 놀라움에 사린 음성이
그들의 귓전을 파고 들었다. 그들이 눈을 들어보니 율리극이 바다
쪽을 돌아보며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순간 중년미부와 독심광의가 경악으로 크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크, 큰일이다!)
(저 자가 드디어 발견을 했구나......!)
그렇다. 지금 바다에는 각기 일곱 척의 배가 쏜살같은 속도로 망
망대해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바로 대기하고 있던 일곱척의 배였다. 이 배는 실로 놀라운 속도
로 달리고 있어 이들이 결전을 벌이는 짧은 순간을 빌어 해변으로
부터 수십 장이나 벗어나고 있었다.
또한 일곱척의 배는 한결같이 크기나 모양이 똑같았으므로 그들
이 있는 자리에서는 아무리 안력을 돋우고 보아도 대체 어느 곳에
단봉중옥이 타고 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것을 확인한 중년미부와 독심광의,
얼굴 가득 득의만면한 미소를 띄운채 나직한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이제는 틀렸다.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
다."
"흐흐...... 뭍에서라면 모를까 바다에서 저들보다 빠른 자는 존
재하지 않는다."
바로 그 순간,
"......!"
율리극은 지독하게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힐끗 쏘아보았다.
일순 두 사람은 웃음을 뚝 그쳤다. 그들은 갑자기 동공이 파열되
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들은 황급히 공력을 있는대로 끌어 올렸
다. 율리극의 눈빛에서 섬뜩하도록 강렬한 분노와살기를 느꼈기 때
문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들의 눈은 크게 부릅떠졌다.
율리극.
그는 돌연 지면을 힘차게 박차더니 허공으로 그대로 붕 날아올라
수면 위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서, 설마...... 한꺼번에 팔십여 장이나 되는 것을 알아가겠다는
것은 아닐 텐데......?)
그러다 다음 순간 그들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하였다.
슈욱! 율리극은 마치 한마리 대붕처럼 팔십여장이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날아가며 어느새 일곱척의 배 중 맨 좌측에 있는 배의 위에
서 일장을 뿌리는 것이 아닌가?
우르릉------!
순식간에 바닷물이 분수처럼 허공 수십장 높이로 회오리치듯 말
아 올라가며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다.
씨뻘건 노을빛을 받아 검붉게 부서지는 포말들...... 그리고 그
위에 한척의 배가 수십장 높이로 물기둥 위에서 뒤집혀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저럴수가...... 인간의 몸으로 어찌......?)
(사, 사람도 아니다.)
놀람은 그렇게 이어지고..... 그러는 순간에 이미 율리극은 바닷
물로 쳐낸 장력의 반탄력을 이용해 다음 번 배로 신형을 날리고 있
었다.
아아, 그것은 실로 전설에조차 없었던 기고한 신법이 아닐 수 없
었다. 대체 삼천년 무림사를 깡끄리 통털어 저런 신법을 구사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었다는 말인가?
이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독심광의와 중년미부의 안색은 완
전히 절망으로 일그러졌다.
(크, 큰일이다. 바로 저곳에는 단봉중옥이 타고 있는데......!)
(아아! 우리들의 천년 염원이 여기서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는 말
인가?)
그럴 수는 없었다. 그것을 생각하는 순간 그들의 신형은 자신도
모르게 지면을 박찼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그들이 막 발끝으로 있는 힘을 다해 지면을
박차려는 순간,
"크하하하하......!"
돌연 그들의 등 뒤에서 엄청난 광소와 함께 무엇인가 그들의 머
리위를 휙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 두 사람의 신형이 술에 취한듯 크게 비틀거리며 두 손으로
황급히 고막을 틀어 막았다. 뜻하지 않은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그
들은 고막이 터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하나의 녹의인영이 거대한 붕조처럼 두 팔을 한껏 벌린채
무서운 속도로 단리극의 신형을 짓쳐들고 있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
쏘아져 들어왔다.
이 녹의인영의 신법 또한 무서울 정도로 빨랐으며, 그것은 결코
율리극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저, 저것은 또 무엇인가?)
(오늘은 갑자기 어디서 이렇게 생전 보고 듣지도 못한 초인들이
한꺼번에 나타난다는 말인가?)
이 순간 그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펼
쳐진 율리극의 신법은 그들로서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것이었는데 지금 율리극을 향해 날아가는 인영의 신법 또한 그에비
해서 조금도 뒤쳐지지 않는 것이었으니......
사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이 두 사람의 무학은 스스로
적수가 없다고 자부하던 터였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이 상상도 못했던 고수들을 하나도 아니고 둘
씩이나 바라보게 되었으니 그들의 정신이 혼미해진 것은 당연한 것
인지도 몰랐다.
그러는 동안, 이미 뒤에 나타난 녹의인영은 율리극의 신형이 있
는 곳에 삼장까지 접근한 채 맹렬한 일장을 휘두르고 있었다.
율리극.
막 두번째 배위에서 단봉중옥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내심으로 득
의에 찬채 막강한 섭물진기로 그녀의 신형을 허공으로 끌어올릴 참
이었다.
헌데, 난데없이 등 뒤에서 강맹무비한 장력이 밀려오는 것이 아
닌가?
휘루루루룽------!
그것은 실로 엄청난 경력이 실려있는 장력이었다. 빨려들면 아무
리 율리극이라 할지라도 뼈도 못 추릴 것만 같은......
이쯤되면 아무리 천하의 그라 할지라도 피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
다. 그는 황급히 섭물진기를 푸는 동시에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맹렬
하게 일장을 휘둘렀다.
쿠르르르릉------!
천지가 진동하는 커다란 광음이 일며 바닷물이 수십장 높이의 물
기둥을 미친듯이 솟구쳐 올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율리극은 그 반탄력을 이용해 비스듬히 수
면과 수평을 이루며 날아갔다. 이 한수는 실로 초절정의 고수라 할
지라도 꿈도 꾸지 못할 만큼의 것이었다. 실로 엄청나기 이를데 없
는......
한편 이때, 단중봉옥은 멍하니 앉아 있다가 자신의 몸이 문득 허
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엄청난 흡인력...... 마치 거대한 지남철에 자신의 몸이
딸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리 충
격이 크더라도 자신의 위험 본능은 알아차리는 것이 인간의 놀라운
신체비밀이었다.
허나 마치 어지된 이유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그녀의 섬세한 교구
는 급격히 밑으로 추락해 갔으며 동시에 그녀는 눈 앞이 번쩍 해지
는 듯한 엄청난 극통을 느끼며 그대로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결코 나에게 못지 않은 엄청난 내공이다. 대체 누가 나 율리극
의 이백년 내공에 필적하는 내공을 지녔단 말인가!)
울리극. 이 희대의 초인은 신형을 추스리며 몸을 한 바퀴 공중에
서 선회한 뒤 자신을 암습한 인물을 보았다.
그러는 그의 동공 속으로...... 한 녹의괴영이 참새를 채가는 매
처럼 급격하게 배 위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배는 방금 자신이 섬물진기로 단봉중옥을 끌어 올리려던 바로
그 배였다.
울리극은 대번에 눈 앞의 녹의괴영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아 차렸다. 자신과 똑같이 단봉중옥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지만...... 그의 행동은 생각보다 빨랐다.
그 순간, 그의 신형은 번개처럼 녹의괴영을 독수리처럼 덮쳐가고
있었으므로......
허나 전력을 다하기는 하였으나 녹의괴영이 조금 빨랐다.
번쩍!
녹의괴영은 상상을 불허하는 속도로 단봉중옥을 채안더니 그대로
순식간에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던 것이다.
때 늦은 율리극의 일장은 뒤늦게 배를 강타했다.
꽝!
"으------ 아------ 악------!"
배멀미에서 열심히 배를 젓던 사공 녀석이 재수없게 그의 일장을
맞고 참담한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졌다. 아니, 비단 나동그라진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추아아아아------!
거대한 물기둥과 함께 배가 산산조각이 나며 허공으로 튀어 올랐
다. 금방 새파란 바닷물이 씨뻘건 핏물로 채색되었다.
"......!"
율리극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자신의 일장이 목표를 벗어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황급히 신형
을 틀어 녹의인영의 행방을 찾는 그의 동공으로...... 벌써 삼십여
장 가량이나 저멀리 사라지는 녹의인영의 모습이 동공 안으로 쏘아
져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녹의괴영의 움직이는 신법이 결
코 자신에 비해 하등의 손색이 없다는 것이었다. 율리극은 이 하늘
아래 자신과 버금갈 정도의 고수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
다.
그가 누군가? 장장 이백년 동안이나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
서까지 오직 무도에만 전념해온 사람이 아니던가?
그 놀람은 이내 무서운 분노로 바뀌었다.
"내가 얻지 못하는 것은 누구도 얻지 못한다!"
다음 순간, 그의 신형은 불가사의한 속도로 녹의인영을 뒤 기시
작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나가던 녹의괴영의
신형이 돌연 주춤하는 것이었다.
"......"
율리극의 동공에 한가닥 이채가 서리는 바로 그 순간,
"그 아이를 데리고는 아무도 빠져나갈수 없다!"
문득 허공에서 지극히 중후한 음성이 들리는 것이다.
울리극은 의아한 눈길로 음성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순간에도 그의 신형은 계속해서 녹의괴영을 향해 단축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동공에 쏘아진 인영들,
언제 나타났는가?
삼인. 한결같이 비범한 기도를 지닌 삼인의 노인이 허공 십여 장
높이에서 천천히 하강하며 녹의괴영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가슴까지 늘어진 허연 은염에 뇌전을 연상할 만큼 강렬한 안광.
일신에 걸친 황의장포의 왼쪽가슴에는 한결같이 눈부신 금박으로
천이라는 글자가 정교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세 노인의 가슴까지 늘어진 갈대꽃같은 수염이
보기좋게 휘날렸다. 일견하여 신선을 보는 듯 청수한 기품의 세 노
인이었다.
이때 이 세노인을 바라보던 중년미부와 돗심성의의 눈에 더할 수
없는 경악의 빛이 솟구쳤다.
(주, 중원삼정......!)
(지난 백년 이래로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저들이 나
타나다니...... 그렇다면 천하제일가에서 이미 추적을......?)
(믿을수 없다. 그들이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우리를 추적할수있
었다는 말인가?)
중원삼정------!
만약 누군가 이 자리에서 지금 이들의 말을 들었다면 입에 거품
을 물고 혼절했을 것이다. 이들은 천하에 십오대고수에 끼는 초절
정고수들이며 이미 백년 전에 강호에서 모습을 감추었기에 다른 사
람들은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들이었기에......
한마디 덧붙인다면......
이들이 바로 현 무림계를 석권하고 있는 천하제일가를 호위하는
가신들이라는 사실,
강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늘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