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진 줄은 알지만
성적 확인 전에 제 글부터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이유1. 제 시간은 모두 아이들 수업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라
하단에 기재된 내용을 읽지 않고 점수만 보고 대뜸 연락하시는 경우가 없었으면 합니다.
겹쳐지는 궁금증에 대해 먼저 해소하시고 수업 내용을 다 파악하시고 연락을 주시면 어머님과 저의 대화도 좀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중3 성적이 늦게 올라온 것은 송구하게도 지난 주 고등부 총괄 평가 출제 등으로 시간의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적 게재가 늦어져서 미리 연락주신 어머님께 여러 가지 사정을 다 말씀드릴 수 없어 몸이 아파 업로드가 늦어졌다 말씀드렸지만 아픈 건 아픈거고 그 와중에 수면시간 4~5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아이들 수업과 수업 준비에 시간을 쏟고 있었습니다.
이유2. 사교육시장에 있지만 어리석게도
가르치는 사람의 방향성과 사상이 부모님과 일치해야 아이를 바르게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제가 아이를 이끄는 방향이 다르면 아이가 혼란스러워 할 수 있습니다.
1. 아이 성적에 대한 변
첫 총괄 평가였고 이 시험까지 워낙 긴 기간에 소요되었기에
궁금하신 것도 많을 것 같아 제가 미리 긴 글 올립니다.
이후 두 번째 총괄평가부터는 지금과 같은 긴 글 없이 성적만 올립니다.
어차피 늘 같은 내용일 터라서요.
보통 아이들 첫 총괄을 치르고 가장 궁금해 하시는 점이
‘왜 그렇게 오래 수업 시간 동안 수업 받고 숙제도 했는데 심지어는 클리닉에 가서 문제도 다 고쳤는데 우리 아이 성적이 이런가요’입니다.
이전의 수많은 통화를 곱씹어 보면 그 뒤에 말씀하시는 것이 보통 ‘우리 아이가 너무 못 해서 그런가봐요.’ ‘수업이 우리아이에게 너무 어려워서 못 따라가나봐요.’입니다.
모든 의견에 ‘아니요’라고 답해드리고 싶습니다.
수업 때 아이들이 어려워하는지는 가르치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데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우려하시는 것보다는 잘 이해하고 있고 대체로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려 합니다.
다만 한글을 듣고 있는지라 개념의 암기가 부족합니다.
방금 설명한 내용을 물어봐도 눈 초롱초롱 빛내며 듣고 있던 아이조차도 기억을 못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그 상황에 놀랍니다.
여지껏 수업을 듣고 있다 생각했겠지만 뇌에 남기지 않고 흘려보내던 것부터 인지시키는 과정이 보통 수업 초반에 이루어집니다. 아...그러고 보면 아직도 수업 초반인 듯 합니다. 여전히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변화하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전 세대에 비해 현 학년에 이르기까지 학원 등의 공부 과정이 많았기에 관성을 깨기가 어려운 것 가습니다.
보통의 경우 아이는 충분히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풀려고 합니다.
이유야 여러가지 이겠지만 (바쁜 스케줄 혹은 개인별 여가활동)
그러다보니 오답률이 높아지게 되고 그 때 부모님께 지적을 받으면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은 당연히 ‘너무 어려워서 그렇다.’입니다. 본인도 왜 그런지 진짜로 몰라서 그렇습니다. 분명히 책을 봤거든요.
테스트도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더 공부하고 들어와야 하는데 쌤한테 해설도 받았고 문제 고쳤으니까 공부 끝난 걸로 인지하고 막상 시험을 치러보니 많이 틀리고, 그럼 또 같은 대답이 나옵니다. ‘너무 어려워서 그렇다.’
여전히 문제점을 인지 못합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도 맞을 것이 본인이 공부가 끝난 건지 인지가 안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소위 메타인지가 부족합니다.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았거든요.
보통 초, 중등 학습 과정에서 모르는 건 바로 질문을 하고 선생님께 해설을 받고 답만 다시 적어서 맞추면 본인이 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과학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절차일텐데 모르는 선지를 선생님께 질문하고 맞다 아니다 답이 나오면 그냥 O, X만 표기하고 넘어갑니다. 선생님들도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으시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 문제 질문 받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에 본인이 해설을 쓰는 과정입니다.
당연히 나중에 다시 봐야겠지만 지금은 쓰는 과정까지라도 제대로 시키려고 합니다.
그리고 항상 문제 풀이할 때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건 내꺼고 니꺼 만들려면 니가 담아내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고.
공부라는 것이 ‘학’과 ‘습’이 이루어져야 성취도가 생기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학’만 하고 ‘습’을 할 시간적 여유와 의지가 없습니다. 과량의 수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놀 거리가 많아진 시대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이 도처에 널렸는데 당연히 공부에 집중력이 떨어지겠지요. 저희 세대는 그런 노출이 없었고 지금 아이들에 비해 문제 난도도 현저히 낮았습니다.
여기까지 읽고나서 ‘아 ,그럼 제가 아이에게 잘 하라고 얘기해야겠어요. 집중하라고 해야겠어요.’라고 생각하셨다면 슬프게도 오답입니다.
이미 아이들은 사춘기의 언덕을 지나고 있고 주양육자의 훈육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없습니다. 이미 수차례 겪고계실 겁니다. 이전에는 공부 관련 대화를 안하셨을까요. 지금 나이대부터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고 외부 요인에 의해 급격한 변동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공부에 필요한 것은 ‘머리’,‘의지’, 실행‘ 세 가지입니다.
일단 현재 아이들의 뇌 용량이 작은지라 운동 후 근육이 터져나가고 재생성되어 근육량이 늘어나는 것과 유사한 원리로 아이들과 긴 공부시간을 통해, 그리고 다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뇌를 터트리려고 노력중입니다.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심어주려고 노력중입니다. (대치동 교육 전반에 대한 현실 등, 수업 때 5분정도 잔소리 타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실행력을 갖추기 어려운 세대이니 강제로 실행하게 하고 있습니다. (과제 반드시 이수, 수업 시간 준수, 다음 수업 전 이전 과제 고치기, 암기 테스트 통과 등등)
지금 이걸 해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아이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겁니다.
사실 이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중학생이 현재의 대치동에 얼마나 될까요.
아이에게 고생많다고 해주세요.
수십년간 선배들이 그랬듯이 힘든 이 과정 끝에는 많은 성장이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전 세대보다 고등 입시는 더 치열해졌고 우리 아이들은 전투력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책에서는 지금 10대들은 가장 안전하고 보호받는 환경에서 키워져서 신체와 정신이 모두 약하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공감하시지요?
그래서 안쓰러운 마음 크지만 그래서 아이들이 긴 고통을 받지 않도록 지금 좀 더 고생하고 한 번에 입시를 끝내게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아, 그리고 잠깐 다니고 아이가 실력이 오를 수 있는 학원을 아신다면 부디 저에게도 부디 꼭 알려주세요.
저도 20년 넘게 찾고 있습니다.
설명회때 말씀드렸지만 실력이 제대로 상승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90년대 아이들은 3개월
2010년도 아이들까지는 6개월 ~1년
지금의 아이들은 1년~2년정도는 걸립니다.
점점 더 공부가 어려운 시대네요.
2. 총괄평가 문항 해설
가령 1번 문항은 고등 화학에서 자주 나오는 원소의 표기인데
(중등에서는 중2때 우측 상단에 전하 표기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12월 첫 수업 때 내용 설명을 하였고 첫 주차 과제로 내준 뒤 두 번째 시간에 해설을 받은 뒤 그 다음 주에 같은 내용으로 테스트를 치렀습니다. 그 뒤 매주 테스트와 과제로 같은 문항을 풀고 또 해설을 받았습니다.
2번 문항은 단순히 화학식 표기하는 것을 출제하였는데
화학식을 단순 암기 시키지 않고 어떻게 원소들을 조합하여 화학식을 쓰는 건지 고등 화학에 등장하는 화학 결합 파트를 설명해주었고 클리닉 시간에 조교선생님을 통하여 수회 테스트를 치렀습니다. (다 맞을 때까지 반복, 2주간)
이해를 하지 않고 단순 암기해도 상관없는 문제였습니다. (마치 어간 어미 배우고 영어 단어 외우면 수월하지만 그냥 외워도 상관없는 것과 동일합니다.)
3번 문항도 고등 화학에서 꼭 필요한 이온화라는 파트인데
이온결합 물질 화학식 조성을 가르쳐주기 위해 중등 2학년 개념부터 고등 화학의 기초적인 내용 설명을 다 하고 이온식도 별도로 암기시키고 매주 테스트나 과제 등을 통해 다시 문제 풀리고 수업 시간에 매주 해설한 뒤 출제하였습니다. 총괄 평가 전주에 출제한다고 미리 공지한 문제입니다.
문항 전체가 위와 같이 시험 전 충분한 반복을 한 뒤 출제되었습니다.
총괄평가는 단원에서 꼭 알아야 하는 내용. 아이들 과제 채점하면서 골라낸 보기, 질문 받은 내용을 토대로 출제되기 때문에
같은 단원의 문제일지라도 매년 문항을 재구성하고 세부 보기를 변경합니다.
아이들 매번 치르는 쪽지시험도 진도 상황이나 당해 아이들의 성취도를 기반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같은 시험지를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시간에 쫒깁니다.
타 학원 시험들처럼 1~5을 고르거나 한 가지 항목에만 단답으로 답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구석구석 다 알아야 그 문제를 맞출 수 있습니다.
가령 아래와 같은 문항들 때문에 점수가 안나옵니다. 꼭 보기 하나가 아이의 발목을 잡습니다.
이런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야 한 번이라도 더 복습을 하고 설명을 듣습니다.
추후 내신 기간에 시중 문제집을 풀릴 예정인데 그 때되면 아이도 이 힘든 과정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게됩니다.
그 이외의 문항들도 다 주관식이라 찍어서 맞출 수가 없습니다. 1번문제처럼 한 문항 안에 답해야 하는게 여러 개이기도 하고요.
3. 총괄평가 결과
총괄평가 범위는 1단원 화학 반응의 규칙과 에너지 변화 전체였습니다.
제 수업 구성상(계통식) 그 내용에 연관된 고등부 과정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통합과학과 화1)
첫 총괄 평가를 발판삼아 두번째 총괄평가는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아이를 격려해주세요.
'열심히 안했다.'로 아이를 폄하하시면 안됩니다. 차근차근 저와 아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세요.
이 후 누적평가가 계속 이루어지고 (쪽지시험, 총괄평가 모두)
평가 이후 공통적으로 많이 틀렸다거나 레벨이 낮은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반드시 수업시간에 해설합니다.
아이들이 차곡차곡 자라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에너지가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아, 참고로 상위 등수인 아이들에게는 소소한 용돈이 주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