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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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사운드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독일이 음향설비의 최선진국이었다.
국가정책으로 집중 육성했다고 한다. 그 시절 음향장비에 가정용은 없었으니
극장용이나 방송 스튜디오 장비를 뜻한다. 그러니까 도이치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것은
가정에서 사용할 수 없는 전문 장비를 편의대로 개조해서 쓰는 것을 말한다.
도이치 사운드를 말할 때 히틀러가 종종 등장한다.
"자이스 이콘 18인치 말가죽 스피커는 히틀러가 특별히 애용하던 거야요."운운.
소리에는 파시즘 공포가 없는 모양이다.
아메리칸 사운드에서 웨스턴 일렉트릭을 ,브리티시 사운드에서 탄노이 오토그라프를 떠올리듯이 도이치 쪽에서는
클랑필름이라는 회사가 지존 노릇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인수, 합병,분할이 점철된 지멘스, 텔레풍겐 등과 함께 말해야 하지만
그건 너무 복잡하다.
주로 '클랑'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클랑필름을 정점으로 친다.
유러딘도 클랑필름사가 만든 스피커의 대표 주자다.
아메리칸 사운드가 장쾌,통쾌를 뜻하고 브리티시 사운드가 온화하고 풍요로운 귀족성을 뜻한다면
도이치 사운드는 뭘까.
한마디로
그것은 소름이 끼칠 듯한 명징함과 치밀함의 세계다.
표면의 막을 한 겹 벗겨낸 소리라고나 할까.
듣다 보면 그 예민함에 지쳐 나자빠진다는 게 도이치 사운드다.
도이치의 예민함이 사람 지치게 하는 면이 있다면 마찬가지 논법으로 다른 사운드를 흠 잡을 수 있다.
아메리칸 사운드의 장쾌함은 거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고 브리티시 쪽의 온화는
좀 멍청하고 불투명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답이 없는 취향의 세계. 그래서 각자 기질대로 찾아가 자기 진영의 우월성을 외치며
다른 쪽 애호가들과 쌈박질을 벌이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