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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복싱 스크랩 `1000만달러의 소녀`가 돌아왔다
건담(지구사수) 추천 0 조회 43 14.06.24 17: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키 183㎝인 재미교포 미셸 위(25ㆍ미국)는 긴 다리에 부기를 빼주는 테이프를 붙이고 지난 23일(한국 시각) 제69회 US여자오픈(총상금 4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이제는 더이상 10대 소녀가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 테이프가 필요하다”며 웃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나오는 것도 “나이가 들어서 얼굴에 기미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16세 나이에 프로 전향한 미셸 위는 벌써 프로 데뷔 9년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6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는 이날 경기 시작 전 1시간 30분 동안 캐디와 함께 코스 공략 계획을 꼼꼼히 세웠다고 했다. 지난주 같은 코스에서 US오픈을 치른 리키 파울러와 키건 브래들리(이상 미국)의 야디지북을 넘겨받아 참고했다. “예전엔 무조건 드라이버샷을 멀리 보내려고 했지만 이제는 좀 더 지혜롭고 신중해졌다”고 했다.

‘1000만달러의 소녀’가 돌아왔다.

미셸 위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골프장 2번코스(파70ㆍ6649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를 양희영(25)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1번홀(파4) 보기를 기록했지만, 10번홀(파5ㆍ571야드)에선 8번 아이언샷을 홀 3m에 붙여 이글을 잡아내며 4타 차 선두로 나섰다. 16번홀(파4)에서 하이브리드로 친 페어웨이 벙커샷이 그린 주변 덤불 속에 박혀 위기를 맞았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그는 1벌타를 받고 드롭해 칩샷을 했고 홀 10m 거리에서 투 퍼트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이날만 4타를 줄이며 맹추격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1타 차로 좁혀졌다. 미셸 위는 16세 때인 2005년과 이듬해인 2006년에도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가 각각 공동 23위, 공동 3위에 그친 적이 있다. 하지만 성숙해진 미셸 위는 달랐다. 바로 다음 홀인 17번홀(파3)에서 8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뒤 7m 버디 퍼트를 집어넣는 저력을 보였다. 미셸 위는 “16번홀에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심각하게 생각하면 더 나쁜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웃어넘겼다”며 “17번홀 버디 퍼트는 내 인생 최고의 퍼트였다”고 했다.
셸 위(25·한국명 위성미·나이키골프)가 23일(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골프장 2번 코스(파70·664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AP-뉴시스
셸 위(25·한국명 위성미·나이키골프)가 23일(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골프장 2번 코스(파70·664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AP-뉴시스
최종 합계 2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미셸 위는 2위 루이스(이븐파)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미 LPGA 투어 통산 4승째, 메이저 대회 우승은 처음이다. 경사가 심한 ‘거북등 그린’과 모래 지대가 선수들을 괴롭힌 코스에서 최종 합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미셸 위뿐이었다. 상금은 72만달러(약 7억3300만원). 이날 4타를 잃은 양희영이 4위(2오버파), 박인비(26)가 공동 43위(13오버파)였다. 미셸 위는 “평생 꿈꿔온 메이저 대회 우승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천재 소녀의 귀환

미셸 위는 10대 시절 장타 실력을 앞세워 남자 대회에 출전하고 1000만달러짜리 후원 계약을 맺는 등 ‘천재 소녀’, ‘여자 타이거 우즈’로 불리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2007년 스탠퍼드대학에 입학한 뒤 2009년과 2010년 1승씩 올렸다. 이후 3년간의 슬럼프가 시작됐다. 2012년엔 상금 랭킹이 64위까지 떨어졌다. 은퇴한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4ㆍ스웨덴)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모두 미셸이 갖고 있다고 믿었던 재능을 이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며 “골프 커리어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대학 진학을 선택한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혹평했다가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셸 위는 “처음엔 꿈의 세상이었는데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졌다”고 했다.
2013년 상금 랭킹 41위로 부활 조짐을 보인 그는 올해 들어 지난 4월 롯데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12개 대회에 출전해 8번 ‘톱10’에 들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4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하고 난 뒤엔 “이제 거의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번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미셸 위는 시즌 상금 랭킹 1위, 세계 랭킹 7위로 올라섰다. 외신들도 “여자 골프의 가장 큰 스타가 가장 큰 대회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미셸 위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며 대대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독특한 퍼트 자세

미셸 위 ‘부활’의 비결은 우선 통계 수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12년 그린 적중률이 투어 69위(66%), 그린 적중 때 퍼트 수가 119위(1.892개)였으나 올 시즌엔 그린 적중률 2위(79%), 그린 적중 때 퍼트 수 4위(1.766개)까지 올라섰다. 그는 작년 초부터 허리를 90도로 꺾는 특이한 퍼트 자세를 선보였다. 키가 커서 퍼트에 불리한 것 같다며 눈과 퍼트 라인 사이 거리를 좁히겠다는 이유였다.

‘퍼트 천재’로 불리는 박인비조차 “내가 겪어본 코스 중 가장 어렵다”고 혀를 내두른 이번 US여자오픈 코스에서 미셸 위는 쓰리퍼트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퍼트 자세에 알맞도록 퍼터 라이각을 4.5도 낮춰 효과를 봤다고 했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멤버인 주디 랭킨은 “움직임을 제한하고 터치를 돕지도 못하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미셸 위의 퍼트는 끔찍해서 볼 수가 없다”고까지 했다. 이런 자세 자체가 퍼팅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는지는 미지수다. 같은 자세로 1년 넘게 연습하면서 자세에 익숙해졌고, 아이언샷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퍼트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셸위가 23일(한국시각) US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축하 세례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미셸위가 23일(한국시각) US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축하 세례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2012년 대학을 졸업한 뒤로 과제와 시험 준비 등에서 벗어나 다시 골프에만 전념하면서 연습 시간 자체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미셸 위는 “지난주에도 퍼트 연습만 하루 2시간씩 할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다”며 “습관처럼 만들어 몸에 배도록 노력했더니 자세에서 편안함이 느껴지고 공이 훨씬 일관성 있게 구르는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가르쳐준 것들

경험이 쌓이면서 코스 매니지먼트가 더욱 노련해진 것도 비결 중 하나다. 미셸 위는 2010년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 랭킹 1위(274.5야드)에 올랐을 정도로 장타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요즘은 주로 3번 우드로 티샷하면서 컨트롤을 하려고 애쓴다. 지난 4월 장타자 렉시 톰슨(미국)과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맞붙었을 때는 드라이버샷을 이용해 유리하게 게임을 풀어간 톰슨에게 우승을 내주기도 했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미셸 위는 “장타만을 의식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던 시절이 있었고, 지나치게 안전한 플레이를 하려고 애쓴 시절도 있었다. 그 모든 시절을 지나오면서 양쪽 모두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번 대회의 경우 일주일 전 같은 코스에서 열린 US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른 파울러와 공동 4위를 기록한 브래들리가 야디지북에 적어놓은 메모를 보면서 어느 지점에서는 일부러 그린을 놓쳐야 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반드시 그린 위에 샷을 올려야 하는지 등 생생한 최신 정보를 미리 입수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미셸 위는 “캐디와 함께 많은 시간을 들여 세밀한 코스 공략 계획을 세운 것이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경험들로부터 균형 감각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시련에 감사한다

그러나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마음가짐이다. 어려서부터 늘 완벽주의에 시달려 온 그는 이제 “절대로 완벽해질 수 없는 것이 골프”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미셸 위는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선수들을 보면 각각 서로 다른 스윙과 퍼트 자세를 지녔다. 스윙도, 퍼트도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면서 배웠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저 즐기기로 마음먹었더니 갈수록 기량이 나아졌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훈련하는 인내심을 배웠다”고 했다. “예전에는 퍼트할 때도 성공할지 실패할지 너무 많이 고민했고, 경기 도중에도 최종 스코어가 어떻게 나올지 지나치게 걱정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최선을 다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셸 위는 “요즘은 열심히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서 힘든 훈련의 결실을 확인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 그래서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엔 경기 전날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이제는 짜릿한 긴장감 자체를 무척 즐기고 있다”고 했다.
미셸 위(25·한국명 위성미·나이키골프)가 23일(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골프장 2번 코스(파70·664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그는 우승은 시련이 준 행복이라 했다. AP-뉴시스
미셸 위(25·한국명 위성미·나이키골프)가 23일(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골프장 2번 코스(파70·664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그는 우승은 시련이 준 행복이라 했다. AP-뉴시스
미셸 위는 “수없이 많은 대회에 출전했지만 정말로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미래에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계 선수로는 역대 8번째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유소연(24), 2012년 최나연(27), 2013년 박인비에 이어 한국계 선수의 4년 연속 이 대회 우승이기도 하다. 미셸 위는 외국에서 태어난 한국 국민으로서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었으나 작년 2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



조선   입력  : 2014.06.23


  • 최수현
    스포츠부 기자
    E-mail : paul@chosun.com
    어려서부터 신문 잉크 냄새를 좋아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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