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첫 번째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능력과 욕망에 대해, 그리고 말과 더불어 시인이 경험하는 환희와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가 한강의 시집이다. 마치 소설 속 고통받는 인물들의 독백인 듯한 비명소리를 드러내어, 영혼의 부서짐을 예민하게 감지한다.
이 책에는 침묵의 그림에 육박하기 위해 피 흘리는 언어들이 있다. 그리고 피 흘리는 언어의 심장을 뜨겁게 응시하며 영혼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확인하려는 시인이 있다. 그는 침묵과 암흑의 세계로부터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렸던 최초의 언어에 가닿고자 한다. 뜨겁고도 차가운 한강의 첫 시집은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언어-영혼’의 소생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작가정보
저자 한강은 1970년에 태어나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네 편이 실리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과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을 출간했다.
작가의 말
어떤 저녁은 투명했다.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불꽃 속에 둥근 적막이 있었다.
2013년 11월
목차
1부 새벽에 들은 노래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새벽에 들은 노래 심장이라는 사물 마크 로스코와 나 마크 로스코와 나 2 휠체어 댄스 새벽에 들은 노래 2 새벽에 들은 노래 3 저녁의 대화 서커스의 여자 파란 돌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이천오년 오월 삼십일, 제주의 봄바다는 햇빛이 반. 물고기 비늘 같은 바람은 소금기를 힘차게 내 몸에 끼얹으며,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
2부 해부극장
조용한 날들 심장이라는 사물 해부극장 해부극장 2 피 흐르는 눈 피 흐르는 눈 2 피 흐르는 눈 3 피 흐르는 눈 4 저녁의 소묘 조용한 날들 2 저녁의 소묘 2 저녁의 소묘 3
3부 저녁 잎사귀
여름날은 간다 저녁 잎사귀 효에게. 2002. 겨울 괜찮아 자화상. 2000. 겨울 회복기의 노래 그때 다시, 회복기의 노래. 2008 심장이라는 사물 2 저녁의 소묘 4 몇 개의 이야기 6 몇 개의 이야기 12 날개
4부 거울 저편의 거울
거울 저편의 겨울 거울 저편의 겨울 2 거울 저편의 겨울 3 거울 저편의 겨울 4 거울 저편의 겨울 5 거울 저편의 겨울 6 거울 저편의 겨울 7 거울 저편의 겨울 8 거울 저편의 겨울 9 거울 저편의 겨울 10 거울 저편의 겨울 11 거울 저편의 겨울 12
5부 캄캄한 불빛의 집
캄캄한 불빛의 집 첫새벽 회상 무제 어느 날, 나의 살은 오이도 서시 유월 서울의 겨울 12 저녁의 소묘 5
해설 | 개기일식이 끝나갈 때_조연정(문학평론가)
책 속으로
[시인 산문]
전철 4호선, 선바위역과 남태령역 사이에 전력 공급이 끊어지는 구간이 있다. 숫자를 세어 시간을 재보았다. 십이 초나 십삼 초. 그사이 객실 천장의 조명은 꺼지고 낮은 조도의 등들이 드문드문 비상전력으로 밝혀진다. 책을 계속 읽을 수 없을 만큼 어두워 나는 고개를 든다. 맞은편에 웅크려 앉은 사람들의 얼굴이 갑자기 파리해 보인다. 기대지 말라는 표지가 붙은 문에 기대선 청년은 위태로워 보인다. 어둡다. 우리가 이렇게 어두웠었나. 덜컹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맹렬하던 전철의 속력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가속도만으로 레일 위를 미끄러지고 있다. 확연히 느려졌다고 느낀 순간, 일제히 조명이 들어온다, 다시 맹렬하게 덜컹거린다. 갑자기 누구도 파리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나는 건너온 것일까?
출판사 서평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는 침묵의 그림에 육박하기 위해 피 흘리는 언어들이 있다. 그리고 피 흘리는 언어의 심장을 뜨겁게 응시하며 영혼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확인하려는 시인이 있다. 그는 침묵과 암흑의 세계로부터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렸던 최초의 언어에 가닿고자 한다. 뜨겁고도 차가운 한강의 첫 시집은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언어-영혼’의 소생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고통의 시금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