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나 강에 가장 흔한 붕어
천렵이 한창인 늦봄에서 초여름에 냇가나 강에서 가장 흔히 잡히는 것이 붕어이며 부어(鮒魚) 또는 즉어(鯽魚)라고도 한다. 『산해경(山海經)』에 이르기를, “붕어는 물에서 헤엄쳐 다닐 때 하나는 앞세우고 둘은 뒤세우며 다녀 비첩(婢妾) 또는 첩어(妾魚)라 한다.” 하였다. 『동의보감』에서는 ‘청의어(靑衣魚)’라 하였고, 『본초강목』에서는 “뭇 생선이 다 화(火)에 속하되 오직 ‘즉어’는 토(土)에 속하여 비위(脾胃)를 고르게 하고 장(腸)을 실하게 한다. 마늘, 겨자, 돼지, 간, 꿩, 닭, 사탕, 맥문동과는 함께 먹지 못한다”고 하였다. 홍선표의 『조선요리학』에서는 “전남 순천 지방에서는 작은 것은 싸리붕어, 큰 것은 왕붕어라 하고, 함북 경원 두만강 부근과 수원 서호산(産)이 진상품으로 유명하였고, 전주 덕진 붕어도 이름나 있다”고 하였다.
옛 음식책에는 붕어구이와 붕어찜 조리법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규합총서』에 나오는 붕어구이는 “숯불을 많이 피워 위에 재를 얇게 덮는다. 붕어를 깨끗이 씻어 비늘을 긁지 말고 불 위에 얹으면 비늘이 말라 일어난다. 냉수를 바르면 말라 일어났던 비늘이 다시 붙는다. 계속 물을 바르면 비늘이 일어났다 붙었다 하는데 그러기를 대여섯 번 한 후, 거꾸로 잡고 발갯깃으로 쑤셔 가며 기름장을 발라 무르게 구우면 비늘이 스스로 떨어지고 맛이 유난히 좋다”고 하였으니 숯불에서 태우지 않으면서 굽는 방법이 특이하다.
붕어찜은 만드는 법이 다양한데 『시의전서』에 나오는 방법을 살펴보면, “큰 붕어를 비늘을 긁고 칼로 등마루를 째서 속을 내 버리고 어만두 소처럼 만들어 뱃속에 넣고 좋은 초 두 술을 붓는다. 고기 입 가운데 조그만 백반 조각을 넣는다. 생선을 잘라 구멍난 데에 녹말을 묻히고 실로 동여매어 노구에 물을 조금 붓고 기름장에 뭉근한 불로 끓이되 밀가루와 달걀을 풀라”고 하였다. 식초를 넣었고 백반을 입 속에 물려서 찜을 한 음식이다.
조리법
붕어를 ‘부어’, ‘즉어’라고도 했는데 옛 문헌에서는 뭇 생선이 화(火)에 속하나 이 ‘즉어’만은 토(土)에 속하여 비위를 고르고 장위(腸胃)를 실하게 한다고 하였다.
붕어찜
재료(4인분)
붕어(중) 4마리, 쇠고기 200g, 두부 200g, 마른 표고 3개
(가)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 1큰술, 소금 1작은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약간
(나) 식초 2큰술, 백반 1조각
(다) 물 2컵,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 2큰술, 참기름 2큰술
(라) 밀가루 1큰술, 계란 1개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규합총서』제법)
1. 붕어를 통째로 비늘을 잘 긁어서 씻어 물기를 없애 도마에 놓고 몸통의 등지느러미 부분에 칼집을 깊게 넣어 갈라서 내장을 발라낸다.
2. 쇠고기는 곱게 다지고, 두부는 눌러서 으깨고, 표고는 불려서 곱게 채썰어 모두 합하여 (가)로 양념한다.
3. 붕어 뱃속에 (나)의 식초 두 술을 고루 뿌리고 녹말을 묻히고 ②를 가득 채워 실로 동여매고 입에 작은 백반 조각을 넣는다.
4. 붕어가 넉넉히 들어갈 만한 냄비에 붕어를 겹치지 않게 놓고 (다)의 물, 간장(진간장), 기름을 섞어서 붓고 뭉근한 불로 끓인다.
5. 붕어가 충분히 익으면 국물에 밀가루즙을 넣어 걸쭉하게 익히고, 계란도 풀어서 반숙 정도로 익힌다.
산모의 보양 식품 잉어
‘이위어왕(鯉爲魚王)’이라 하여 생선 중 으뜸으로 꼽는다. 잉어는 번식력이 강하고 아무것이나 잘 먹으며 폭포를 기어오를 만큼 힘이 좋고, 왕성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복스럽고 경사스러운 생선이라 하여 연말 연시에 먹으며 3,000년 전에 이미 스태미나 식품으로 애용했다고 한다.
『산림경제』에 “잉어는 겨울에 먹기 좋다. 얼음이 얼기 시작한 이후가 좋으며 봄에는 먹지 못한다. 또 너무 큰 것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씌어있듯 잉어는 겨울에 얼음이 언 후에 먹는 것이 좋고, 봄에 먹으면 풍병을 일으킨다. 당나라 때에는 잉어를 먹으면 곤장 예순 대를 맞았다고 한다. 나라 성과 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질 좋은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 칼슘, 비타민 B1이 많이 들어 있으며 소화 흡수가 잘 되어 보양식으로 아주 좋다. 몸이 허약한 사람, 특히 임산부나 산모의 부종과 허약 증세, 젖을 잘 나게 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잉어의 효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잉어를 삶아 먹으면 부종을 내리고 이뇨를 도와 준다. 태워서 가루를 내어 먹으면 땀이 나고 천식과 기침이 멎으며, 젖이 잘 나오고 종기가 없어진다. 미음을 쑤어 먹으면 심한 설사를 멎게 한다. 잉어의 비늘을 태워 만든 재는 대하증에 좋고 피를 토하거나 자궁에서 피가 나는 것도 다스린다”고 하였다.
임신 중의 부종은 특히 위험한데, 이 때 잉어기자탕(鯉魚杞子湯)이 좋으나 염분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간을 하지 말고 구기자 대신 팥, 귤 껍질, 생강 등을 넣어도 부기에 효과가 있다. 잉어의 내장을 꺼낼 때는 쓸개를 터뜨리지 말아야 하며 쓸개는 잉어담(膽)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잉어 피를 받아서 바로 마시면 간디스토마에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잉어로는 오래 고거나 죽을 끓여서 먹고, 홍화(紅花)를 합한 이어화탕(鯉魚花湯)이나 백숙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잉어탕은 보약으로 많이 먹는다. 산 잉어를 큰 것으로 골라 물에 서너 시간 담가 두면 부걱부걱하면서 해금을 말끔히 토해 낸다. 무쇠 솥이나 두꺼운 냄비에 참기름 두 컵을 붓고 달구어 산 잉어를 넣고 뚜껑을 덮는다. 펄떡펄떡 뛰던 잉어가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잉어 한 마리에 물 한 말 정도를 붓고 서너 시간 푹 곤다. 불린 찹쌀 반 컵과 수삼 큰 것 한 뿌리, 껍질 벗긴 밤 열 개를 넣고 푹 고아서 베보에 거른다. 뽀얀 국물을 식혀서 냉장고에 넣고 아침 저녁으로 한 공기씩 데워 먹는다. 잉어의 비린 맛을 없애려면 산 잉어를 매달아 놓고 꼬리를 잘라 내면 된다고 『산림경제』와 『규합총서』에 씌어 있다.
조리법
잉어에 된장을 풀어 넣어 푹 끓인 국으로 보신 음식이다.
잉어된장국
재료(4인분)
잉어(소) 1마리(1kg), 청주 3큰술, 물 5컵, 된장 4큰술, 쑥갓 40g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잉어는 비늘 없이 깨끗이 긁어서 내장 중에 쓸개만 빼내고 물기를 거두어 내장째 여러 토막으로 자른다.
2. 잉어 토막을 채반에 담고 펄펄 끓는 물에 부어 슬쩍 익혀서 잉어 특유의 냄새를 없앤다. 바로 찬물을 고루 부어서 씻어 내고 물기와 피가 빠지고 미끈거림이 없어지면 술을 고루 뿌린다.
3. 물에 된장을 풀어서 그중 반 분량을 냄비에 담아 펄펄 끓으면 잉어 토막을 넣어 약한 불에서 서서히 끓여서 된장 맛이 고루 배도록 조린다.
4. 잉어에 된장 맛이 들면 남은 된장 물을 부어서 팔팔 끓여서 뜨거울 때 그릇에 담고 쑥갓을 얹어 낸다.
은사(隱士)에 비유하는 쏘가리
쏘가리는 한강, 대동강, 금강 등 서쪽으로 흐르는 강물에서만 산다 하여 사대의례(事大儀禮)를 지키는 고기라고 했다. 또 한겨울에 노부모를 공양하기 위하여 얼음을 깨고 기도하면 감동하여 반드시 나타났다고 한다.
쏘가리는 민물고기로는 희귀하게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 어류이다. 그런데 꼭 쓸개 없는 고기는 먹지 않는다. 쏘가리를 잡으면 쓸개만 모아 응달에서 말려 양심제(養心劑)로 복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지느러미가 열두 개여서 일 년 열두 달의 부시(夫時)를 터득하고 몸에 난 점박이 무늬가 북두칠성 모양이어서 천심(天心)을 대행한다고도 했다. 세 마리씩 열을 지어 움직이는데 그 간격이나 위치가 변하는 법이 없다.
또 맑은 물과 괴석이 어우러진 깊은 여울에서 주로 살기 때문에 청정(淸淨), 무사(無邪), 은둔(隱遁)을 상징한다. 중국의 선인 유빙(劉憑)이 쏘가리만을 먹고 신선이 되었으며, ‘쏘가리를 먹고 산다’고 하면 산야에 숨어 사는 은사(隱士)를 뜻하였다. 중국 문헌인 『전가잡점(田家雜占)』에 보면 어망에 죽은 쏘가리가 걸려 나오면 세상에 사악한 기운이 도는데, 죽은 쏘가리가 그 기운을 물을 통해 감지하여 살신 경세(警世)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산림경제』에서는 “궐어(鱖魚)는 즉 금린어(錦鱗魚)와 같은 것으로 쏘가리라고도 한다. 회나 구잇감으로 상품이고, 국을 끓여도 좋다”고 하였다. 춘천호, 의암호, 소양호 등의 호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쏘가리매운탕은 주로 잉어, 붕어, 메기 등의 잡어를 섞어 끓이기도 하며 무, 풋고추, 파, 호박 등 제철에 흔한 채소를 같이 넣어 끓이면 훨씬 맛있다.
조리법
쏘가리는 민물고기로는 드물게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 어류이다.
쏘가리매운탕
재료(4인분)
쏘가리 500g, 쇠고기 100g, 물 5컵, 고추장 4큰술, 무 200g, 파 1뿌리, 다홍고추 1개, 다진 마늘 1큰술, 미나리(또는 쑥갓) 100g, 소금 약간
(가) 소금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참기름 1작은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쏘가리는 비늘을 긁지 말고 내장 중 쓸개만 빼고 큼직하게 토막을 낸다.
2. 쇠고기를 잘게 썰어 (가)로 양념하여 냄비에 볶다가 물을 부어 장국을 끓인다.
3. 장국이 맛이 들면 고추장을 풀고 쏘가리 토막을 넣고 끓인다.
4. 무를 도톰하게 썰어서 한데 넣고, 어슷하게 썬 파와 다홍고추, 다짐 마늘을 한데 넣어 뼈가 무르도록 오래 끓인다.
5. 충분히 익으면 간을 보아 부족하면 소금으로 맞추고 미나리나 쑥갓을 넣고 바로 불을 끄고 대접에 담아 낸다.
쏘가리매운탕 만들기
① 쇠고기 장국 만들기
② 고추장을 풀어 쏘가리 넣기
③ 무, 파 썰기
④ 간 맞추기
⑤ 쑥갓 넣기
보혈 식품 가물치
가물치는 가모치(加母致)라고도 하는데 임산부에게 좋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보기에도 튼튼하고 용맹스럽게 생겼으며 동물성 먹이를 즐기고 매우 공격적이다. 워낙 식성이 좋아 다른 고기의 새끼들을 마구 잡아먹는다.
가물치는 보혈 식품으로 질 좋은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고 소화도 잘 된다. 다른 생선과는 달리 인보다 칼슘 함량이 월등히 많으며, 그 외 비타민 B1·B2가 고루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좋은 식품이다. 특히 산후에 젖이 부족하거나 빈혈이 있을 때, 몸에 냉기가 있거나 대하증에도 가물치를 푹 고아 먹으면 효과가 있으며, 태아의 두뇌 발육에도 매우 좋다. 이 밖에 치질, 부종, 급성 및 만성 간염, 각기 등에도 좋다. 주로 고아서 즙이나 살을 먹지만 회와 구이를 하기도 한다.
『규합총서』에서는 “『본초강목』에 온갖 짐승과 고기 쓸개가 모두 쓰지만 가물치 쓸개만은 달다고 하기에 시험해 보니 과연 그렇다. 반찬으로는 적당하지 않으나 물 위에 떠서 머리 위 일곱 구멍으로 칠성 정기를 들이마셔 여자 보혈에 신기한 약이다.” 하였다.
조리법
가물치는 보혈 식품으로 질 좋은 단백질이 많고 소화도 잘 된다. 임산부에 좋다고 하여 ‘가모치(加母致)’라고 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가물치탕
재료(4인분)
가물치(대) 1마리(2kg), 참기름 1컵, 물 20컵(4ℓ), 황률 10개, 대추 10개, 마늘 60g, 생강 30g, 수삼 2뿌리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살아 있는 큰 가물치를 골라서 물동이에 하룻밤 두어서 해감을 토하게 한다.
다음날 비늘이 벗겨지지 않도록 물 속에서 손으로 겉이 미끌미끌거리는 것만을 닦는다.
2. 두꺼운 쇠솥을 달구어 참기름을 부어서 더워지면 산 가물치를 통째로 넣고 뚜껑을 덮어둔다.
3. 밤, 대추, 마늘, 수삼은 씻어 건지고 생강은 납작하게 썬다.
4. 그대로 잠시 두면 솥 안의 가물치가 지져지면서 익어서 잠잠해진다. 솥뚜껑을 열고 물을 붓고 밤, 대추, 마늘, 생강, 수삼 1뿌리를 한데 넣어 센불에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뭉근하게 6시간쯤 푹 끓인다.
5. 가물치와 함께 넣은 재료를 모두 건져내고, 가물치는 뼈를 추려 내고 살을 베보에 싸서 꼭 짠다. 국물은 고운 체에 걸러 도로 솥에 붓고, 새 수삼 1뿌리를 넣어서 다시 끓인다.
6. 뜨거울 때 대접에 담고 소금을 따로 낸다. 보양식으로 오래 먹으려면 국물을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아침, 점심, 저녁 공복에 한 대접씩 복용한다.
기름에 튀겨 먹는 피라미
한강과 금강 상류를 끼고 있는 충북 지방에서는 오래전부터 냇가에서 잡은 피라미를 기름에 튀겨 먹었다. 얼마 전부터는 ‘도리뱅뱅이’라고 하여 명물 음식이 나왔는데 산 피라미를 배를 따고 내장을 빼서 납작한 냄비에 돌려 담고 기름을 넉넉히 부어 튀겨서 찹쌀고추장을 고루 바르고 마늘, 깻잎, 미나리, 풋고추 등을 썰어서 얹어 다시 한 번 기름에 살짝 지져 낸 것이다. 바싹 튀겨서 비린내가 없고 고소하여 간식이나 술안주로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