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많았던 문학회
엄금순
문학회 활동을 하며 ‘처음’ 접하는 일이 많았다.
2011년 봄, 수필 반에 처음 들어간 날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김여정 선생님의 ‘기다림의 미학’ 수필집을 받은 건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멋있었다. 직접 쓴 책이라니. 그날 강의가 끝나고 친구와 만났을 때, 마치 내가 쓴 책마냥 그 책을 보여주며 들떠서 수필 반 얘기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게 푸른솔문학회에 들뜬 맘을 들여놓았다.
2011년 6월 초, 현도초등학교 근처 매실 밭으로 새벽같이 매실을 따러 간 적이 있다. 매화꽃 피는 시기에 맞춰 꽃구경은 가봤어도 매실을 내 손으로 직접 따보기는 처음이었다. 하나하나 따기도 하고, 큰 천을 땅바닥에 깔아 놓고 나무를 흔들어 따기도 했다. 따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쉽지 않은 건 교수님, 이미화 선생님과 함께 매실이 잔뜩 떨어져 있는 천을 들어서 자루 속으로 매실을 쏟아 넣는 일이었다. 매실이 자꾸 자루 밖으로 쏟아져서 다시 주워 담아야 했다. “이걸 오므리고 저걸 벌려야 ….” “그래야 이걸 넣죠.” “아니, 그게 …. 바꼈어, 바꼈어.” 서로 이러쿵저러쿵하며 낑낑 씨름하다가, 어느 순간 다들 무슨 야릇한 생각을 했던 건지….
자루에 매실을 쏟아 넣다 말고 배 아프도록 한바탕 웃었다. 내 글엔 도통 서정성이 없으니 매실 따며 서정성을 좀 찾아 담으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는데 그날 난 서정성은 꿩 주고 야릇한 대화만 담아온 거 같다.
2011년 여름 35호 문집 ‘미루나무가 있는 풍경’에 난 제일 애착이 가는 ‘멍에’를 싣고 첫 학기를 마쳤다. 두 번째 학기에는 2011년 겨울 36호 문집 ‘생각이 머무는 자리’ 편집에 참여하며 출판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떠돌던 글들이 단정하게 엮이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곳, 막연하게 생각하기만 했던 ‘출판사’라는 곳을 처음 방문했을 땐 얼마나 또 신기하던지. 대한출판사 함금태 사장님이 우리 문학회 회원이어서 편한 마음으로 인쇄하는 곳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2012년 제3회 버드나무 축제에 맞추어 출간한 ‘꽃눈이 피던 날’(김홍은 외 5인)과 어머니에 대한 글들을 모아 엮은 ‘그리운 어머니’(김홍은 외 45인 수필집)를 편집할 때는 홍성란 사무국장님, 이미화 선생님을 도와 출판사를 자주 오갔다. 나중에 혼자 러시아 여행기를 책으로 엮을 때, 이때의 경험과 인연이 큰 힘이 되었다. 많은 걸 보고 배우며 뿌듯했던 시기다.
2013년 5월 25일, 제4회 버드나무 문화축제는 문의 향교에서 열렸다. 특별히 제주수필문학회 (회장 부희식 외 김가영, 김양택, 오승휴, 이정자 님 등) 회원 20여 명이 참석해서 행사를 더욱 빛냈다. 향교 관리소 앞 잔디밭에 동백나무 기념수를 심고, 호드기 불기 대회에도 적극 참여해 주셨다. 삼천포로 빠지는 얘기 살짝 덧붙여 보자면, 스무 살 넘은 딸한테 호드기를 아냐고 물어봤더니 “그거 벌레야?”하며 멀뚱멀뚱하던 얼굴이 생각난다. 옛 시절 정감을 한껏 불러 일으키는 호드기가 딸한테는 그저 진드기 사촌쯤으로 생각되었던 거 같다. 암튼 제주수필문학회 회원들은 호드기 불기 대회에서 상품을 많이 타고, 경품 추첨에서도 많은 분이 당첨되어서 서로서로 기분이 좋았다. ‘표현의 문을 열다’란 주제로 문학 특강을 해주신 제주수필문학회 전 회장 김가영 님은 마침 내가 경품으로 내놓은 선풍기를 탔는데 향교에 다시 흔쾌히 기증하고 가셨다. 덕분에 더 가까이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교수님을 중심으로 이렇게 문학회가 잘 뭉치는 것이 부럽다고 하셨다.
축제 다음날, 제주수필문학 회원들은 청주문화원의 도움을 받아 청주시티버스를 타고 청주 투어를 하였다. 교수님, 류기학 회장님, 박재명 선생님, 이미화 선생님과 함께 그들과 동행하여 청남대, 공군사관학교 박물관, 청주고인쇄박물관, 흥덕사지, 상당산성을 둘러보았다. 공군사관학교 박물관은 이두희 선생님이 안내를 해주시고, 다른 곳들은 청주시청 문화관광해설사 박숙희 님의 해설을 들으며 다녔다. 청주에 꽤 살았었는데 청주고인쇄박물관은 그때 처음 가서 한지로 직지활자 인쇄 체험을 해봤다. 난 다른 문학회 회원들과의 그런 교류 경험 또한 처음이어서 국내 여행에서 해외여행으로 폭을 넓힌 듯한 행사였다.
뒤돌아보니 이것도 처음, 저것도 처음, ‘처음’이 많아 즐겁고 신나게 다닌 문학회였다.
끝으로 푸른솔문인협회 창립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교수님도 늘 건강하시구요. 조만간 충대 앞 파전 집에 막걸리 마시러 가겠습니다.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 불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