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5월이면 집이 산 밑자락이라 송화(松花)가루가
세워 둔 차에 노랗에 앉는다. 한 편 정겹기도 하고 털어
내기가 귀찮기도 하다.
그리고 비가 내려 물이 흘러가면 물에 송화가루가
가득 담겨 흐르기도 한다.
이 때 쯤이면 꼭 생각나는 시가 바로 박목월의
'윤사월'이다. 아마도 사월보다는 윤사월이 운(韻)
이 맍는 것 같다.
이 시는 시조의 구조는 7-5, 6-5, 6-5, 8-5 조다.
위 글자가 달라도 아랫 글자는 5자를 유지하고 있다.
韻(운)과 율(律)이 있는 것이다.
20대에 시인 박목월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이때 선생님은 한 겨울에 시를 쓰다 적절한 글이 떠 오르지
않자 바깥 눈 곳에서 몇 시간을 뒹굴었다고 하셨다.
『 윤사월 』
박목월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태헌의 한역】
閏四月(윤사월)
松花粉飛孤峰下(송화분비고봉하)
四月日長黃鳥鳴(사월일장황조명)
山守獨家眼盲女(산수독가안맹녀)
附耳門柱暗暗聽(부이문주암암청)
송화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아래,
윤사월 해가 길어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가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한역 노트]
역자는 이 시를 한역하면서 문득 소름이 돋았다.
한시(漢詩)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운자
(韻字:영시의 rhyme과 유사)가 저절로 들어맞았
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역자는 이 시가 혹시 기존
의 한시를 번역한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해보게 되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한국
고전종합DB’는 물론 중국의 ‘Baidu’, ‘사고전서
(四庫全書)’, ‘Google’ 등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그러나 이 시의 원형으로 볼 만한 한시는 그 어디
에도 없었다. 참고로 밝히자면 가곡 ‘동심초’의 가
사는 중국 당대(唐代)의 설도(薛濤)라는 여류 시인
를 지으신 것이로구나!”라고… 칠언절구(七言絶句)
가 아니라 칠언고시(七言古詩)인 이 시의 운자는
‘鳴(명)’과 ‘聽(청)’이다.
2019. 6. 27.
강성위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첫댓글 윤사월이란 말은 송화가루가 사월말이나 오월초에 피기 때문인가 싶습니다
박목월 선생님의 시가 참 어렵지요
우리 뒷산에 청노루 시비가 있지요
등산객이 그렇게 많이 다녀도 눈여겨 보는 사람이 없답니다
지금은 느릅나무 속잎피는 계절입니다
저의 소견에는 청노루가 맑은 하늘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