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비구들이여, 마카시 섬유로 짠 베는, 새것이나 중치거나 또 낡은 것이거나, 모두 추하고 거칠어서 값이 싸다. 이 베의 낡은 것은 걸레로 쓰거나 쓰레기통에 버릴 수밖에 없다. 꼭 이와 같이, 비구로서 새로 들어왔거나 중치기거나 또 상좌거나 간에 계를 가지지 않고 성질이 악하면, 나는 그를 추한 자라고 부른다. 다음으로 이런 비구와 친해 그 소견을 따르면, 그것은 그의 영원한 손실과 불행이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을 머트러운 것이라고 부른다. 또 그는 신자로부터 옷이나 음식이나 침구나 약물을 받더라도 그 신자의 보시는 큰 갚음을 얻을 수가 없다. 나는 이것을 값이 싼 것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또 이러한 상좌 비구가 남을 비판하고 교화할 경우에, 다른 비구는 '네 비판이 무슨 힘이 있느냐, 너야말로 비판을 받을 자다' 라고 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그 비구는 화를 내어 욕설을 함부로 퍼붓다가 드디어 승단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저 마카시 베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카시로 짠 비단은 새것이나 중치거나 낡은 것이라도,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또 값도 비싸다. 낡은 것이라도 보석싸개나 향합 속에 넣어 둘 것이다. 그와 같이, 비구로서 새로 된 자나 중치거나 또 상좌라 하더라도 계를 가지고 좋은 성질을 갖추어 있으면 나는 그를 아름다운 것이라 부른다. 다음으로, 그런 비구와 친해 그 소견을 따르면 그것은 그 사람의 영원한 이익과 행복이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을 부드러운 것이라고 부른다. 또 그는 신자에게서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약물을 얻으면, 그 신자의 보시는 크고 좋은 갚음을 얻을 것이다. 이것을 값이 비싸다고 부르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또 이러한 상좌 비구는 비구들에게 무엇이나 말을 하려고 할 경우에는, 여러 비구들은 말하리라. '여러분 조용하십시오. 저 상좌 비구가 법과 율을 말하려고 합니다' 라고.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우리는 마카시 베의 비유와 같이 되지 말고, 카시 비단의 비유와 같이 되자고 힘써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10 비구들이여, 사람은 자기가 지은 업 그대로의 갚음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또 그것이 진실한 사실이라면, 우리는 깨끗한 행을 행할 필요도 없게 되고, 또 번뇌를 없앨 기회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비구들이여, 조그마한 죄를 지어 지옥에 떨어지는 중생도 있다. 또 다 같은 죄를 짓고도 그 갚음을 이 세상에서 받아 마치고, 미래에는 큰 고통의 갚음은 말할 것도 없고 조그마한 고통의 갚음도 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앞의 경우는 어떠한 때에 일어나는가? 여기 어떤 사람이 몸도 닦지 않고 계도 지키지 않으며, 마음도 닦지 않고 지혜도 닦지 않으며, 덕은 적고 마음은 작아, 조그마한 일에도 괴로워 허덕인다면, 이런 사람은 조그마한 죄를 짓고도 지옥에 떨어진다. 이와 반대로 몸을 닦고 마음을 닦으며, 계를 지키고 지혜를 닦으며, 덕은 풍부하고 마음은 넓어, 한량없는 착함을 두루 가진 사람은 혹 조그마한 죄를 짖더라도, 그 갚음은 현세에서 받아 마치어, 미래에는 큰 고통의 갚음은 말할 것도 없고 조그마한 고통도 받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마치 소금 한 덩이를 조그마한 바리때 물에 넣으면, 그 바리때 물은 몹시 짜겠지만, 그 소금을 항가 강의 물에 넣으면 조금도 짜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조그마한 돈 때문에 징역을 살며 고통 받지 않으면 안 되지만, 어떤 사람은 징역을 살지 않고 잘 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곧 가난한 사람은 조그마한 돈 때문에 징역을 살지마는, 재산이 많은 부자 사람은 조그마한 돈 때문에 징역을 살지는 않는 것이다. 또 가난에 쫓기는 사람은 한 마리 염소를 도둑질하고도 징역을 살고 권리를 빼앗기지만, 부자나 귀족들이 그것을 도둑질한 경우에는 도리어 그 주인이 황송해, 염소나 그 값을 깎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러므로 조그마한 죄를 짓고도 어떤 사람은 지옥에 떨어지고, 어떤 사람은 이 세상에서 그 갚음을 받아 마쳐, 미래에는 고통의 갚음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은 업 그대로 갚음을 받는 것이 아니요, 업을 지어서 갚음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과 같이 그 갚음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되고서야 비로소 깨끗한 행을 행할 필요도 있고 괴로움의 마지막을 얻을 기회도 있게 되는 것이다.
11 비구들이여, 황금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 광석은 흙과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더러운 것이다. 이 더러운 광석을 그릇에 담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씻고 일어서 깨끗하게 한다. 그래서 더러운 것은 없어지고 금모래만이 남는다. 금모래는 가마에 넣어 풀무로 녹인다. 처음에는 좀체 녹지도 않고 더러운 것이 가셔지지도 않으며, 부드럽게 되지도 않고, 빛깔도 없으며, 또 물러서 아무것에도 쓰이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을 몇 번이고 풀무에 걸어 녹여서 잡것을 버리고 광채를 내어 쓸모가 있도록 부드럽게 만든다. 금공은 이것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금줄도 빼고, 귀걸이ㆍ팔찌 ㆍ금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꼭 이와 같이 선정을 닦는 비구도 처음에는 몸과 말과 뜻의 세 가지 죄악에 몹시 더럽혀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 있는 지혜로운 비구는 차츰 그것을 털고 닦아서 없애는 것이다. 그래도 오히려 탐욕과 성냄과 불평의 번뇌가 있어 이것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또 친척이니 국가니 남의 업신여김의 생각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번뇌가 없어지더라도 오히려 법각이 남아 선정이 깨끗해지지 않고, 마음이 한곳에 바로 모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선정은 아직도 억지 선정이 된다. 비구들이여, 마음 있는 지혜로운 비구는 차츰 이 모든 번뇌를 없애고, 바른 선정과 신변을 얻어 남의 마음을 알고 자기의 과거를 알며, 중생의 나고 죽음을 알고, 번뇌를 없애고 깨달음을 얻어, 자기의 원대로 목적을 다할 수가 있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선정을 닦는 비구는 삼매의 상을 생각하며 노력의 상을 생각하며 버림의 상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삼매의 상만을 생각하면 그 마음이 게을러질 염려가 있기 때문에 노력의 상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력의 상만을 생각하면 마음이 들뜰 염려가 있기 때문에 버림의 상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버림의 상만을 생각하면 번뇌를 없애기에 힘쓰지 않을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항상 이 세 가지 상을 모아 생각하면, 마음이 부드러워 쓸모가 있게 되고, 또 빛을 내고 튼튼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금공이 쇠를 용광로에 넣어, 불에 달구고 물에 적셔, 때때로 시험해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순전히 불로써 달구기만 한다면 쇠는 재가 되고 말것이다. 순전히 물에 적시기만 한다면, 쇠는 싸늘하게 식고 말 것이다. 또 시험만 하고 있으면 쓸 때가 없을 것이다. 불로 달구고 물로 식히고. 또 때때로 시험해 보아야, 그 쇠는 부드럽고 빛이 나며 쓸모가 있게 되어, 금공의 생각대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러므로, 선정을 닦는 비구는, 삼매의 상과 노력의 상과 버림의 상을 합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세 가지 상을 생각해 나가면 자기 생각대로 여러 가지 신변과 하늘 눈ㆍ하늘귀가 열리고 남의 마음과 자기의 과거를 알며 번뇌를 끊는 따위의 불가사의한 힘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