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門고수와의 Dinner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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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는 공익을 보호하려 각종 숫자를 의심하는 사람
서울고 총동창회 뉴스레터 23호(2018. 12. 09)
이달의
‘동문고수와의 디너타임’은 공인회계사 편이다. 총동창회가 초청한 동문고수는 안세회계법인 창립자인 박윤종(28회) 공인회계사이다. 박동문은 12년
전 안세를 창업했고, 7년째 우리 총동창회 감사를 맡고 있다.
왼쪽부터 서덕원(45회), 이필재(29회), 지동현(49회), 박윤종(28회), 최병호(45회), 채정호(48회), 김운규(45회) 동문
참석자: 박윤종(28회) 안세회계법인 창립자·공인회계사(CPA)
김운규(45회)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CPA
최병호(45회) 세무법인 오름대표, CPA
채정호(48회) EY한영회계법인 파트너, CPA
지동현(49회) 삼정회계법인
파트너, CPA
서덕원(45회) 편집위원회 부간사
진행·정리: 이필재(29회) 편집인
사진: 서정욱(37회) 편집위원회 간사
일시 / 장소: 2018. 11. 22. 저녁7시 / 서초동 민속관
박윤종(28회, 61세) 안세회계법인 창립자
“국가적으로 학교에서 국어 다음으로 회계를 가르쳐야 합니다. 영어보다 회계어를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돼요.”
박윤종 안세회계법인 창립자는 “유치원들이 평소 회계보고를 하도록 했다면 이번 유치원 대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시절 가게놀이, 시장놀이 할 때부터 아이들에게 회계를 가르쳐야 합니다.”
+회계를 왜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합니까?
“IMF관리체제 이후 회계업계가 급성장했습니다. 그러나 회계투명성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는 여전히 낮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인생 2막에 귀농을 해도, 자영업 창업을 하거나 회사를 인수하더라도 기초적인 회계를 알아야 합니다. 다행히 1주일만 공부하면 웬만한 회계지식은 쌓을 수 있습니다.”
+회계사란 어떤 직업입니까? 공인회계사의 길을 걷는 사람은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보시나요?
“숫자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는 사람이죠. 분식 등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야말로 회계사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자질이에요. 그런데 공인회계사라고 할 때 공인의 ‘인’자 받침을 뒤집으면‘ 공익’이 돼요. 회계사는 회계감사를 통해 우리사회의 공익을 보호하는 일을 합니다. ‘이러면 공익보호 안 되는 거 아냐?’ ‘공익에 복무하지 못한다면 면허증을 찢어버려야지’ 등 공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죠. 실제로 공익을 외면하고 감사대상 기업과 담합하면 감옥에 가기도 합니다. 고객, 상급자로부터 회계사의 독립성이 확보 되도록 감사공영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판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듯이 감사증거대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어요.”
그는 큰 회사는 자산·매출·이익 등의 숫자를 부풀리려 드는 경향이 있고 소규모 사업자는 반대로 세금을 적게 내려 오히려 축소하고 싶어 한다고 귀띔했다.
“자의든 타의든 회계사로서 회계분식에 휘말리는 건 낭떠러지 중간에 돌출된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격입니다. 수익 과대 계상, 부채은닉 같은 회계부정은 이월이 돼 영원한 완전범죄가 불가능해요. 후배들에게 고객과 결별하더라도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가 천천히 걸어 올라오라고 합니다.”
그는 미국은 분식회계가담자의
처벌수위가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온정주의 탓에 과징금 수준이 낮고 대표이사 해임권고에 그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직업으로서의 회계사내지는 회계사로서의 삶은 무엇이 좋나요?
“일하느라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 잘나가는 비즈니스맨들입니다. 감사나 세무신고대상자는 발전적이고 낙관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죠. 반면 사회적 약자와 탈락자를 만날 기회가 적어 음지를 겪어보기 어렵죠.”
그는 한때 회계감사 일을 떠나 회계·세무 관련도서 출판에 종사했었다.
+어쩌다 회계법인을 창업하게 됐습니까?
“좀 거창하지만 투명한 회계와 적법한 납세를 통해 공익을 보호함으로써 저 나름대로 우리사회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유휴화되는 전문인력이 정년걱정 없이 자율적으로 일하고 업무성과에 따라 스스로 자기보수를 결정하는 직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회사의 모토가 ‘독자창안’인데 ‘독립적·자율적·창조적으로 일하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입니다. 빅4회계법인처럼
탄탄대로가 아니라 좁은 이면도로를 달리지만 서열이 거의 없는 수평적인 조직이죠.”
안세회계법인은 서열 없는 수평조직
그는 현직 공인회계사의
40% 가까이가 장롱면허 소지자라고 말했다. 요즘은 공인회계사 시험합격자의 50%가량이 회계사로 일하지 않을 거로 추산했다.
+회계사 후배들에게 창업내지는 독립을 권하시는 입장입니까?
“조직에 몸담았으면 거기서 최선을 다해야죠. 그러다 체력이 부치면 창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회계법인은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습니다. 우리회사는 그런 개미랄까 약자들의 연합입니다.”
+20~30대 젊은 후배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자기자신을 위해 열망과 근성, 인내심을 기르라.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주장이 강한 반면 우리 때보다 풍족하게 자란 탓인지 인내심이 부족해 보입니다.”
+가전제품 사용설명서처럼, 만일 '박윤종의 인생사용설명서'같은 게 있다면, 거기에 뭐라고 적혀있을까요?
“잘나가지 못해 음지에 있는 사람, 약자를 도우려 나 자신을 사용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마이너리티로 살면서 약자의 처지에 공감하게 됐죠. 가능하면서 번트리더십을 발휘하려 합니다.”
그는 재수해 들어간 서울대 경영학과 1학년 시절 학생시위에 가담했다 1년 정학을 받았다.
“재수를 하는 동안 인생은 내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들어간 대학 신입생 시절 정학을 받아 불효를 했죠.”
+‘인생문장’이 뭔가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능력, 시간 등 여건에 맞춰 합리적 최선을 다하라.“
+버킷리스트가 무엇입니까?
“운전을 좋아해 자동차여행을 자주 다니려 합니다.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의 포르투갈까지 자동차로 달려보고 싶습니다. 내차든 렌터카든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그곳의 냄새를 맡아보는 자유로움이 좋아요.”
+한국사회를 향해 고언 한마디 해주시죠.
“상부상조해 서로 공존하고 나아가 공영을 해야죠. 그런데 정치권도 재벌도 역지사지와 배려의 자세가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든 등잔 밑이 어둡지 않아야 합니다. 협력업체가 우리회사에만 납품하는 단일 거래처로 고유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이면 원가베이스보다 해당기술을 평가해 이익을 공유해야 합니다.”
+고교 시절엔 어떤 학생이셨나요?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전형적인 ‘범생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흔했던 체벌도 거의 안 당했죠. 취미도 없고, 남들 잘 노는 거 부러워하면서 구경만 했어요. 그러나 학교행사엔 빠지지 않았고 그래서 학창시절에 수영·등산도 해볼 수 있었죠.”
+돌이켜보면 그 시절 무엇을 얻으셨나요?
“겸손함입니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했어요. 서울고 입학 후 ‘상중하’로 성적을 평가했는데 ‘하’가 나왔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방면에 나보다 다재 다능한 친구들이 많았어요.내가 그렇게 우수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됐고 겸허해지는 법을 배웠죠.”
+'서울고는 나에게 ○○이다'라고 할 때 ○○를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의 부모? 서울고는 저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입니다. 훌륭한 교사들이 많았는데,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시던 국사 선생님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분들에게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