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부처님은 교살라국을 들러 항카다라는 고을에 이르러, 거기서 지내시게 되었다. 그 동안에 부처님은 도를 닦는 규율과 주의를 제자들에게 자세히 가르쳐 주셨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 비구가 된 가섭 고오타는 이 사문은 너무 잔소리가 많다고 불쾌하게 생각했다. 얼마 뒤에 부처님은 항카다를 떠나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가셔서 거기 머물러 계셨다.
가섭 고오타는 부처님이 항카다를 떠나신 지 얼마 안 되어 몹시 뉘우쳤다. '아아, 나는 그만 큰 잘못을 저질렀다. 부처님의 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짜증을 낸 것은 나의 큰 잘 못이다. 이제 나는 부처님께 나아가 내 잘못을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가섭 고오타는 급히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올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전날 부처님께서 항카다에 계실 때 부처님의 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다못해 그만 짜증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이 떠나신 뒤에 저는 못내 뉘우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처님께 나아가 그 죄를 사과하려고 생각했읍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어리석은 탓으로 이런 죄를 저질렀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다시는 이런 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해 제 죄를 용서하소서."
"가섭 고오타여, 너는 내가 말한 수도의 규율과 주의에 대해 짜증을 냈다는 것은 확실히 잘못이다. 너는 죄를 죄라고 보아 내게 고백했다. 나는 너를 위해 그것을 받아들인다. 죄를 죄라고 보고 또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백한다는 것은, 내 가르침이 뻗어 나가는 길이다.
가섭 고오타여, 만일 상좌의 비구로서 진실한 학문을 좋아하지 않고, 학문이 있는 이의 덕을 칭찬하지도 않으며, 또 학문을
좋아하지 않는 비구에게 학문을 권하지 않고, 학문을 좋아하는 비구의 덕을 칭찬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러한 상좌 비구의 덕을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만일 스승으로서 그러한 비구의 덕을 말한다면, 다른 비구들이 그 비구와 사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사귀는 비구는 그의 한 소견을 따르게 될 것이요, 그의 소견을 따르게 되면 그것은 그를 위해 영원한 손해와 불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러한 상좌 비구의 덕을 칭송하지 않는 것이다. 가섭 고오타여, 이 일은 중위의 비구나 새로 된 비구에 있어서도 꼭 같은 것이다.
상좌 비구거나 중위 비구거나 새로 된 비구거나를 가릴 것 없이, 만일 그가 진실한 학문을 좋아하고, 학문을 가진 이의 덕을 칭송하며, 또 학문을 좋아하지 않는 비구에게 학문을 권하고, 학문을 좋아하는 비구의 덕을 칭찬한다면, 나는 그런 비구의 덕을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만일 스승으로서 그의 덕을 칭찬하면 다른 비구도 그 비구를 사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비구와 사귀게 되면 그 소견을 따르게 될 것이요, 그 소견을 따르면 그것은 그를 위해 영원한 이익과 행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러한 비구의 덕을 칭찬하는 것이다."
16 부처님은 또 기사굴산 산꼭대기에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어떤 다른 교의 유행자들은 그 스승에게서 세 가지를 멀리 떠나라는 명령을 받는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곧 옷과 밥과 죄구이다. 먼저 옷을 멀리 떠남에 있어서는, 이런 명령을 받는다. 곧 굵은 삼베옷을 입어라. 삼베에 다른 것을 섞어 짠 굵은 베옷을 입어라. 에라카라는 풀로 짠 경의를 입어라. 쓰레기통에서 주운 누더기를 입어라. 오크타 나무껍질로 만든 옷, 검은 사슴 등가죽을 발이 붙은 채로 벗겨서 그 등을 쪼갠 옷, 길상 풀의 섬유로 만든 옷, 나무껍질의 섬유로 만든 옷, 얇은 널판자의 섬유로 만든 옷, 사람의 털로 만든 털옷, 짐승 꼬리의 털옷, 올빼미의 날개로 만든 털옷을 입어라. 이것이 그들의 '옷을 멀리 떠나라'는 것이다.
다음에는 밥을 멀리 떠남에 있어서는, 이런 명령을 받는다. 곧 기름에 데친 소채를 먹으라. 짐승의 엷은 살의 맛없는 부분만 먹어라. 서속 벼, 등겨, 나바라의 종자, 하다라는 넌출풀, 누룽지, 기름을 짠 씨앗의 찌꺼기, 소똥, 그리고 나무뿌리나 과실을 먹고 저절로 떨어진 과실을 먹어라. 이것이 그들의 '밥을 멀리 떠나라'는 것이다.
또 좌구를 멀리 떠남에 있어서는, 이런 명령을 받는다. 곧 나무 밑에 앉아라. 무덤 사이에 앉아라. 숲 속의 초막, 짚둥우리, 짚으로 만든 초막, 빈 집에 살아라. 이것이 그들의 '좌구를 멀리 떠나라'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비구에 대한 세 가지의 멀리 떠나라는 명령이 있다. 곧 바른 계율을 가져 악한 계율을 멀리 떠나라! 바른 소견을 가져 그릇된 소견을 멀리 떠나라! 번뇌를 끊어 번뇌를 멀리 떠나라. 이것이 부처의 '세 가지 멀리 떠나라'는 것이다. 이것을 성취한 비구는 가장 높고 깨끗해서, 법의 요긴한 자리에 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비유하면, 논의 벼가 충실히 익어 가득히 되었을 때, 농부는 그것을 서둘러 벤다. 베어 들여서는 그것을 훑어, 짚을 추리고 쭉정이를 까불고, 다시 그것을 찧어 껍질을 버린다. 그래야만 그 곡식은 최상의 것이 되고, 깨끗하고 대수로운 것이 된다. 꼭 이와 같이. 세 가지를 멀리 떠난 비구는 가장 높고 깨끗해, 법의 요긴한 자리에 섰다고 할 수 있다.
또 비유하면, 가을 달이 구름 없는 맑은 하늘에 떠 있거나, 여름 태양이 하늘 끝까지 빛을 쏟으면서 모든 어둠을 쫓고 밝게 빛나는 것처럼, 이러한 비구들에게는 모든 티끌을 떠난 법의 눈이 생기고 지혜의 소견이 열려, 나라는 집착과 의심과 미신의 세 가지 번뇌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탐욕과 성냄과 번뇌를 떠나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한 제일선에 들고, 다시 나아가 제이, 제삼, 세사선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그는 다시 이 세상의 미망으로 돌아올 번뇌에서 떠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