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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선, 중국 전역 알리는데 기여
마조, 시골서 선풍 날렸지만
중앙제도권서 왕족과 가까운
제자 흥선·장경·아호에 의해
전국적으로 마조 선풍 선양
중국에 불교가 유입되었을 때, 하층민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층민들에 의해서 발전되었다. 역경 작업은 왕권에 힘입어 수많은 경전이 한역될 수 있었고, 불교 문화 또한 왕권과 권력층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문화유산인 3대 석굴[돈황·용문·운강] 또한 왕권의 도움이 있었다. 물론 황제로서 지극한 신심으로 승려들을 국사나 왕사로 모시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즉 왕권 강화를 위해서나 국력을 위해 승려의 위신력을 빌리고자 했던 황제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도인 담무참(曇無讖) 스님은 북량(北凉)의 저거몽손 황제의 국가 고문이 됐다가 오해를 받아 죽은 인물이다. 마조의 문하에도 중앙제도에 진출해 왕권 귀족들과 가까운 이들이 있었다. 세 명의 승려인데, ⓐ흥선유관·ⓑ장경회휘·ⓒ아호대의였다. 이들은 불교학에 뛰어났으며, 마조 열반 후 장안에서 활동하면서 마조의 선풍을 선양했다.
ⓒ아호대의(746∼817)는 덕종(779∼804, 在位)의 정원중(貞元中, 785∼804) 제도(帝都)에 들어가서 내도량에서 공양을 받았던 인물이다. 또한 ⓑ장경회휘(757∼816)는 헌종(805∼820, 在位)때 조칙(詔勅)에 의해 장경사에 들어가 인덕전에서 불법을 강의하였다. ⓐ흥선유관(755∼817)은 헌종 때 조칙에 의해 안국사에 상주하며 역시 인덕전에서 법요를 설했다.
ⓐ흥선과 ⓑ장경은 권덕려가 저술한 마조탑 비명에 10대 제자로 포함되며, 종밀의 ‘선문사자승습도’에는 ‘장경의 휘(暉)·흥선의 관(寬)·백장의 해(海)·서당의 장(藏)’ 4인이 등장한다. 이번 호에서는 ⓐ흥선과 ⓑ장경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흥선유관은 당시 장안 흥선사에 주석하며, 서당 지장과는 명상(名狀)을 달리했다. ⓐ흥선은 중앙귀족과의 관계에서 마조의 선을 전개한 반면, 지장은 시골 강호에서 선풍을 펼쳤던 인물이다. 당시 선사들은 ‘ⓐ흥선은 북쪽의 종장이요, 지장은 남쪽의 종장’이라고 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흥선이 활약한 곳이 북방이었던 반면 서당 지장은 남방에서 선풍을 진작하였다. 당시 두 사람의 대립을 그 옛날 혜능과 신수에 견주며 남북 양종으로 나누었고, 그러면서 은연중에 남쪽 서당선의 우월함을 주장하고 있는 면도 보인다. ⓐ흥선의 사상에는 계율이나 천태의 교학이 있었고, 점수적인 측면이 있었다. 지장은 스승 마조와 비슷한 돈오적인 양상을 띠었다.
다음 ⓑ장경의 사상을 보자. 권덕려의 ‘백암대사비명’에 의하면, ⓑ장경회휘는 정원초(785)에 마조를 만났으니, 마조의 만년에 참학한 제자이다. ⓑ장경에게 신라 제자인 봉림산문의 개산조 현욱이 있다. 그는 또한 상당 법문에서도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자성은 본래 티끌 경계가 없으며, 그 자체가 미묘한 해탈문임을 알지 못한다. 그의 비침과 깨달음은 물들거나 걸림이 없으며 이러한 광명은 잠시도 그치지 않는다. 옛적부터 지금까지 잠시도 변함없이 마치 해가 멀고 가까운 곳을 비추어 온갖 물질에 닿을지라도 어떤 물질과 섞이지 않는 것과 같다.”
이에 ⓑ장경은 수행을 같이할 필요 없이 평상심만 유지하고 있다면, 바로 그 자리가 즉심시불 경지라고 하는 마조 사상과 동일함을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살펴본대로 귀족·왕권 제도권과 밀착되어 있던 ⓐⓑⓒ 세 선사들에 의해 헌종의 원화년(元和年, 806∼820)에 혜능은 ‘대감선사(大鑑禪師)’, 회양은 ‘대혜선사(大慧禪師)’, 마조는 ‘대적선사(大寂禪師)’라는 시호를 하사받았다. 마조가 남악회양의 적자이고 또한 조계혜능의 계승자라는 최초 문헌은 마조가 입적한 지 3년만이다. 즉 권덕려에 의해서 찬술된 마조의 탑비병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마조는 시골 변방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선풍을 전개했지만, 마조선이 알려지게 된 데는 중앙권력과 가깝게 지낸 제자들에 의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곧 세 선사들이 황제로부터 시호를 받으면서 마조교단에 힘을 실어주어 마조선이 중국 전역에 펼쳐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마조선의 큰 흐름은 백장·남전·서당·염관 등 한 지역에서 선풍을 드날렸던 이들에 의해 크게 발전하였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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