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기상예보」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백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거울아, 거울아』가 시작시인선 246번으로 출간되었다. 김백겸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시가 추구해야 할 미학적 언어에 대하여 역설하고 있다. 가령 복제된 기호들이 스스로를 무한 복제하는 작금의 사회에서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없고 ‘가짜’와 ‘진짜’가 전도되는데, 시인은 자기반성의 매개체가 되는 거울을 들여다봄으로써 시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해설을 쓴 황정산 시인은 “이 시대는 거울의 시대이다. 모두가 이 반사되고 복제된 이미지 위에서 살고 있다. 세상을 보지 않고 거울을 보고,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도 거울에 비친 자신을 쳐다본다. 실제 살아서 우리의 감각에 가닿아 있는 풍경은 사라지고 모두가 ”기호 인드라망“에 엮인 매트릭스 안에서 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무한한 갇힌 공간에서 살고 있다. 거울의 목을 치고 그것을 깨고 나왔을 때 비로소 진실의 언어인 시가 생성된다. 김백겸 시인의 시는 바로 이 거울을 깨고 거울 뒤에 숨겨진 진실과 거울 뒤로 사라진 영혼을 불러내는 주술의 언어이다.”라고 평했다. 복제된 기호가 아닌, 단 하나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시인이라는 것을 환기해 보았을 때, 김백겸 시인은 현장성과 동시성을 담보로 하는, 육체적 감각만으로 포착할 수 있는 언어를 온몸으로 밀고 나가 끝내 시적 진실에 닿기 위해 매일 거울 속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출판사 서평
늦여름 녹음이 위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저녁입니다
하늘에는 검은 구름들이 늑대처럼 울부짖기 시작하는 저녁입니다
벌판 소나무 숲이 바늘 같은 침묵의 푸른빛을 허공에 내뿜는 저녁입니다
소나무 뿌리가 뱀 무리처럼 드러난 공터에서 청설모들이 나뭇가지를 뛰어넘는 저녁입니다
까마귀 검은 날개와 황혼이 칵테일처럼 섞인 저녁입니다
당신께서는
쐐기풀에 날개를 접은 산제비나비와 저녁 하늘에 뜬 얼음 같은 흰 달을 불러주세요
밤하늘 정원에서, 탄생과 죽음의 이상한 수수께끼 속에서
아름다움이 가리키는 존재의 신비, 그 부적符籍 신호를-개망초 흰 꽃처럼 보게 해주세요
―「개망초」 전문
목차
제1부
황금 고양이 13
미이라 14
크리스털 해골 15
가을 해바라기 16
하늘나리 17
장미 문양 철제 팔걸이가 있는 나무 벤치 18
보자기 19
금은화金銀花 20
하늘나라 21
푸른 장미 22
푸른 하늘 은하수 23
어둠에 유폐된 왕 24
「월하독작月下獨酌」 25
마야maya의 술집에서 원 나이트 스탠딩 26
꽃과 나비의 춘사春事 27
제2부
서천 마량항 31
개망초 32
여름날 오후 33
콜롬비아산 커피 34
메가시티 여행자 35
개양귀비 36
새끼 오리 네 마리 37
교차로에서 38
안면도 태안 해변 39
갑천의 청둥오리 40
까치의 푸른 울음 41
『미美침』의 데몬demon 42
폐가 43
결산보고서 44
아폴론 신전 45
바다에 몸을 던지다 46
플로라flora의 유혹 47
제3부
매트릭스matrix를 노래함 51
프로그램 숲 53
현도玄道의 매트릭스matrix 54
시뮬라크르simulacre 55
메가시티 57
삼현육각三絃六角 58
꽃의 시간과 무덤의 시간 사이 59
거울아, 거울아 60
독거미, 꿈의 그물을 짜다 61
화폐의 이데아 62
금이빨 63
금단金丹의 비밀 64
구미호 65
출판 공장 66
후박나무 나목裸木 아래서 67
하늘에는 은하수들이 꽃밭처럼 68
북명北冥과 남명南冥 사이 70
제4부
「붉은 여왕」 75
「서울야곡夜曲」 77
불 꺼진 마을 79
대전시 중구 대흥동 326-53번지 81
주문呪文들의 마력 84
사이언스빌 입구의 넝쿨장미 길 86
하이브리드hybrid 89
궁전을 걷는다 91
금도끼와 은도끼 이야기 93
신데렐라, 신데렐라 95
격물格物의 제방을 끊고 흘러가는 푸른 시의 강물 98
오리엔트 특급열차 101
해설
황정산 - 시뮬라크르와 새로운 주술의 언어 104
작가 소개
김백겸
글작가
대전에서 태어났고,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기상예보」가 당선되어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비를 주제로 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山 하나』, 『북소리』, 『비밀방』, 『비밀정원』, 『기호의 고고학』, 『거울아 거울아』, 『지질 시간』이 있고, 시론집으로는 『시적 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 『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 『시(poesie)의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光源』 등을 썼다. 현재 계간 [시와표현]주간 및 웹진 [시인광장]의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백겸 시인의 문학비평(시론)인 [시(poesie)의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光源]은 그가 ‘신화적 상상력’의 소유자이듯이, 다양한 신화와 종교와 주역과 역사철학과 정신분석학을 통하여 자본주의 사회와 현대문명사회의 본질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돈이 전지전능한 신이 되고, 그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는 현대문명사회에서, 그는 ‘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통해서, 우리 인간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궁극적으로는 철학적인 의사로서 우리 인간들의 구원할 수 있는 지혜를 제시해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