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問梅記
-창평 유곡리 와송당 매화에 부쳐
이형권
기축년 정묘월 스무닷새 흐린 날이었다.
남녘으로 흐르던 길
꽃 몸살을 하듯 身熱이 지나가고 있었다.
바람은 우수 어린 봄날의 서정을 품었고
3월의 푸새 밭처럼 역마가 도져
매화를 찾아 나섰던 길
水墨으로 펼쳐진 무릉도원 속
紅衣를 걸친 길손처럼 정처 없었다.
산협의 깊은 골짜기
도저하게 숨은 향기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납월매에서 대명매에 이르기까지
이름난 玉仙을 두루 보았지만
그리운 것은 언제나 은자의 자취
내 마음은
홀로 쏟아지는 달빛에 있었다.
옛 고을 창평 어디쯤에
달빛 같은 매화가 있다 하여
대숲바람 일렁이는 남도의 길을 떠돌았다.
골짜기처럼 얼크러진 길, 維谷里
연화마을 노인에게 한 번 물었고
텃골마을 밭 가는 농부에게 두 번 물었고
절산마을 산불감시원에게 세 번 물었다
비를 머금은 저녁 하늘 아래
재 너머 술 익는 집을 찾듯 분주하였다.
알 수 없는 길
묻는 곳에 길이 있음을
낯선 길들은 언제나 길들이듯 가르친다.
쥐와 고양이, 범과 코끼리가 상생상극 하듯
선과 악, 행과 불행이 어우러져 있는 삶
인간사 모든 일이 그렇게 함께 가고 있음을
마을의 산줄기가 가르쳐 준다는 곳
그리하여 얼그실이라 불린다는 유곡리.
잊혀진 뜨락에 매화 한 그루가
저 홀로 봄을 맞고 있었다.
젊은 날, 한 시인이
初夜를 치루었다는 臥松堂 아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어찌할 것인가.
옛사람은 먼 길에 든 지 오래고
대숲바람 적막한 빈집을 들고 나는데
홀연히 내려온 仙界의 사람 같은 매화
반쯤은 世波에 병중이었다.
홀로 낡은 두리기둥 툇마루에 앉아
소재지 보건소에 다녀온다는
종부 할머니를 기다리다가
철없이 지나온 세월 바라보나니
모름지기 귀하고 소중한 것들은
절실히 마음 모아 묻는 길에 있음을
붉게 핀 매화꽃이 가르쳐주고 있었다.
📷
사진 / 이형권
첫댓글 루미님의 정성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귀한 선물보냅니다
아!
어몽령(魚夢龍)의 월매도(月梅圖)!
올리브님께서
드디어
이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셨군요.
기쁘고 반갑습니다.🙏
어제는 반나절 동안
이 詩 한 편을 음미하고 즐겼어요.
와송당(臥松堂) 사진을 여기저기서 찾아보았는데...
그리 마음에 들어오는 사진이 없어서 아쉬웠지요.
그러나
마지막에 담긴 말씀은
평소에 느끼는 제 마음과 똑같아서
울림이 컸습니다.
...
모름지기 귀하고 소중한 것들은
절실히 마음 모아 묻는 길에 있음을
붉게 핀 매화꽃이 가르쳐주고 있었다.
初夜를 치루었다는 시인은
그 유명하신 송강 정철(松江 鄭澈)이셨어요.
오늘 봄볕이 따사로운 날!
어디에 계시든지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