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디젤차'라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SUV 시장은 힘이 좋고 연비가 높은 디젤차의 판매량이 많았지만, 최근 가솔린 SUV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 SUV 시장 확대로 레저용 대신 도심 출·퇴근용 등으로 SUV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디젤차에 비해 정숙하고 승차감이 좋은 가솔린 SUV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레저 아닌 출·퇴근용 부상 수요 늘면서 잇따라 가솔린 모델 출시
주로 도심에서 주행하는 용도로 이용되는 소형 SUV 차종에서는 이미 가솔린 차량의 인기가 디젤차를 넘어섰다. 지난 6월 출시된 현대자동차 코나의 경우 지난달까지 판매된 차량 가운데 가솔린 모델의 비중이 약 65%, 디젤 모델이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쌍용차의 소형 SUV 티볼리도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보면 가솔린 모델이 6988대로 3075대가 팔린 디젤 모델보다 2배 넘게 판매됐다.
중·대형 SUV 시장에서도 가솔린 차량의 수요가 늘면서 업체들이 잇따라 새로운 가솔린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가솔린 연료를 활용하는 SUV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르노삼성, 가솔린 중형 SUV 출시… 싼타페·쏘렌토도 가솔린 모델 추가
르노삼성은 지난 1일 중형 SUV인 QM6의 가솔린 모델인 QM6 GDe를 출시했다. QM6 GDe는 정숙함이 강조되는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모델로 2.0L(리터) 자연흡기 GDI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44마력, 최대토크 20.4㎏·m의 힘을 낸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8.7㎏·m의 디젤 모델에 비해 힘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솔린 모델로 정숙함을 극대화했다. 르노삼성은 QM6 Gde의 전 트림에 차음 윈드쉴드 글라스를 기본 적용하고 차체 곳곳에 다양한 흡·차음재를 추가로 보강해 소음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QM6 Gde의 복합 공인 연비는 리터당 11.7㎞로 소형 가솔린 SUV와 비슷한 수준의 연료 효율성을 갖췄다. 리터당 12.8㎞인 QM6 디젤 모델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도 주력 중형 SUV인 싼타페와 쏘렌토에 가솔린 모델을 추가해 다양화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싼타페 가솔린 2.0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240마력의 동력 성능을 확보했다. 이는 186마력의 최고출력을 갖춘 디젤 2.0 모델보다 약 29% 향상된 수치다. 7월부터 판매 중인 쏘렌토 가솔린 2.0 터보 모델도 같은 수준의 출력을 갖췄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중형급 이상의 SUV 시장은 아직까지 디젤 모델의 판매량이 가솔린 모델보다 월등히 많지만, 최근 정숙함과 안락함에 구매 초점을 맞춘 소비자들이 늘면서 가솔린 모델도 판매 대수가 늘고 있다"며 "디젤 모델에 비해 가격이 200만~300만원 정도 저렴한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도 '친환경 바람' 타고 가솔린 SUV가 인기
가솔린 SUV의 인기는 비단 국산 자동차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 확대로 디젤차의 인기가 주춤한 가운데 가솔린으로 구동되는 수입 SUV를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활용도 높은 대형 SUV 가솔린 모델 특유의 정숙함까지 구매력 높은 중·장년층에게 인기
대표적인 수입 가솔린 모델은 포드의 대형 SUV인 익스플로러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독일차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포드 익스플로러는 꾸준히 판매 대수 상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포드 익스플로러는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총 4070대가 팔리며 판매량 6위를 기록했다. 대형 SUV로 쓰임새가 많은 데다, 가솔린 모델 특유의 정숙함까지 갖춰 구매력이 높은 40~50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닛산도 19일 대형 가솔린 SUV인 뉴 패스파인더를 출시했다. 한국닛산은 7인승 모델인 뉴 패스파인더의 '신차 효과'를 앞세워 포드 익스플로러가 선점한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