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우솔 초등학교 행사장입니다.
행사 시작 초반 아직은 썰렁합니다.
과연 이런 곳에서 대박이 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
그러나 기다리는 마음.. ㅎㅎ
피자가게 사장님이 주신 피자가 자이글 전기구이 위에서 한창 익어가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산 홍어가 목젖을 톡 톡 쏘는데 .. 벌꿀과 홍어 조합이 맞지 않지만 드셔보셈 ㅋㅋ
어떤 하루
글 / 김덕길 그리운섬
“사장님! 이번 주 토요일 장 있으세요?”
닭강정을 파는 사장님이 나에게 묻는다.
“장이 있긴 한데 장사가 잘 되지 않습니다만.”
“양재동에서 3천 명이 참여하는 아파트 단합대회가 있는데 거기에 오셔서 장사를 같이 하죠?”
문화 관광부의 승인을 얻어서 하는 행사인데 개그맨도 참여를 한다는 말에 나는 대박의 꿈을 안고 토요일을 기다렸다.
드디어 토요일이다.
“여보! 대규모 행사장이니 바쁠 거야. 당신도 같이 가자고.”
나는 모처럼 아내를 차에 태우고 행사장으로 향한다.
행사는 오후 1시 부터인데 어묵을 파는 사장님은 새벽부터 준비를 해서 장에 오셨단다. 혼자 힘들까 봐 일당 10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서 말이다.
나는 행사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닭강정 사장님이 짐을 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서 묻는다.
“아니 왜 짐을 싸십니까?”
“말도 마세요. 벌써 두 번째나 짐을 싸는 겁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출입하는 장사꾼은 행사장 내인 학교 안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고 짐을 싸서 학교 밖에서 하라고 하네요.”
학교를 보니 초등학교 인데 운동장이 아주 작다. 행사장에 온 인원도 고작 3백 명이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저 인원으로 무슨 장사를 해! 뻥튀기를 누가 얼마나 먹는다고......’
나는 갈등했다.
‘그냥 철수할까? 에이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경험이라 생각하고 장사를 하자.’
츄러스장사, 닭강정장사, 어묵장사, 피자장사, 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뻥튀기 장사 이렇게 다섯 팀이 행사장 밖에 텐트를 치고 장사를 시작했다.
서울에 첫 얼음이 얼었다는 뉴스가 얼음보다 차갑다.
가녀린 햇살에 개천 옆 단풍잎이 스르르 떨어진다. 행사장에선 줄다리기를 하는지 사방에서 영차! 영차! 소리가 울린다.
아이들 네 명이 지나가기에 나는 그 아이들에게 뻥튀기를 먹어보라고 내민다.
아이들이 저마다 뻥튀기 한 장씩을 들고 행사장으로 뛰어간다.
텐트를 치고 장사를 시작한 지 한 시간, 아무도 개시를 한 사람이 없다. 모두 표정들이 침울해 보인다.
나는 접시뻥 기계를 돌린다. 스르르 떨어진 낙엽이 뻥튀기 소리에 놀라 한 바퀴를 구른다. 갈색 이파리에 구멍이 송송 뚫리고 그곳으로 찬바람이 휑하니 달아난다.
“이거 장사 안 되겠는데 철수합시다. 정말 이 아름다운 시월의 마지막 날 이게 무슨 청승이냐고요.”
어묵 장사를 하는 사장님이 푸념 섞인 말을 내 뱉는다. 나도 이에 질세라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 말도 마세요. 저는 오늘 초등학교 친구들과 고창 선운사로 야유회를 가기로 했는데 그것조차 펑크를 내고 왔다니까요.”
그렇게 다시 30여 분이 흐른다.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고 아내의 얼굴에도 냉기가 흐른다. 해는 벌써 중천을 훨씬 벗어나 있었다.
“짐 싸자고!”
피자가게 사장님이 마침내 철수할 뜻을 내 비친다.
나는 순간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장사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철수하면 우리는 지는 겁니다.”
바로 그때다.
“아저씨! 뻥튀기 주세요. 맛있어서 다시 왔어요.”
아까 접시뻥 한 장씩 맛을 보았던 아이들이 엄마 손을 붙잡고 다시 온 것이다.
소문은 삽시간에 행사장 전채로 퍼졌다. 너도 나도 뻥튀기를 사러 몰려들었다.
손님들은 뻥튀기를 사다가 어묵을 사고, 피자를 사고, 닭강정을 사기 시작했다. 츄러스 가게에도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상인들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자! 빨리 오세요. 국가대표 뻥튀기입니다. 어머? 손님 혹시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으셨어요? 연예인 같으세요. 하하.”
“에이 아저씨도 호호. 한 봉지 더 주세요.”
장터에는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다.
행사장 뿐 아니라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이 무슨 장이 섰느냐며 호기심에 왔다가 뻥튀기를 사갔다.
순식간에 가지고 온 뻥튀기의 절반이 팔려나갔다.
어느 덧 해가 지고 찬바람은 자꾸 겨드랑이 사이를 파고들며 앙탈을 부렸다.
마침내 행사가 끝났다.
피자가게 사장님이 피자 한판을 들고 오셨다.
“사장님 드세요. 아까 상인의 최대 덕목은 기다리는 것 이라고 한 말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아이고 저 때문에 철수도 못하시고 좀 파셨나 모르겠습니다. 자! 뻥튀기 좀 가져가서 드세요.”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아내가 말한다.
“자기 추워지는데 따뜻한 모자 사줄게 마트에나 갔다가 가요.”
마트에 가서 우린 모처럼 오붓한 쇼핑을 한다. 마음에 드는 모자가 없어서 홍어를 사고 마른 새우를 산다.
집에 가는 길 차안 라디오에선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가는 시월을 노래한다.
우리는 조용히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끝
첫댓글 뷰티플~~
제주도서 노가다하며 청학동서 함께타고온 자전거투어 52일째 예ㅠ
작가님
글보고 시작된 자전거여행
넘 신나서 제주도로 이민와야갰어ㅠ
반갑습니다
제주 좋지요 기회되면 제주 내려갈게용 ㅎ
@김덕길 내년1월까지 제주도 투어하며 있을까해ㅠ
어제까지 재능기부로 서귀포 남원읍 위미항서 6톤 어선 타며 많은걸 느꼈어ㅠ
여행자 쉼터써
디너파티도 베리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