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산성의 산성마을은 유서깊은 맛고을. 산성마을과 동래는 마치 윗마을 아랫마을처럼 금정산자락에 붙어있다. 이곳의 별미는 동래파전과 막걸리, 산성 불고기이다. 역사도 깊고 맛도 좋아 부산 사람들이 음식자랑을 할 때 손에 꼽는 별미다.
산성막걸리는 금정구 금성동의 토속주로 지하 182m 깊이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이용해 빚는다. 제조공정은 전통양조방식 그대로 따르고 있고 오로지 누룩, 쌀, 물 세 가지로만 만든다. 일체의 인공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 발효주. 산성마을에 있는 우물집의 경우는 지금도 우리밀을 쓰고 황토방에서 발효시킨다고 한다. 이곳에는 주민들이 직접 출자한 막걸리 공장도 있다. 산성막걸리가 만들어진 것은 조선 숙종 때라는 설이 유력하다. 금정산성을 보수할 때 마셨던 농주. 일제 때는 막걸리 빚는 양에 따라 곡물값이 오르고 내렸다는 얘기도 내려온다. 탁주로서는 드물게 1980년 민속주로 지정됐다. 막걸리와 함께 산성불고기도 유명하다. 금정산성 토산주(051)517-6552.
산성 염소불고기는 산성막걸리와 함께 산성마을의 별미. 탁배기 한잔에 곁들여 먹었다. 1960년대 초반 산성마을 일대에 초지가 형성돼 마을사람들이 흑염소를 방목하기 시작했다. 자연상태에서 기른 토종 흑염소는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고소해 서서히 유명세를 탔다. 금정산 400m 고지의 산성마을에는 흑염소 불고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이 무려 120여곳에 이른다. 흑염소는 갖은 양념을 해서 숯불에 굽는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생강과 술, 고추장, 참기름, 들깨, 산초, 방아, 부추, 키위즙, 배즙, 설탕, 양파 등을 넣는다고 한다. 숯불고기 외에도 육회와 수육, 곰탕, 전골 등으로 해먹는다. 전원가든(517-6366), 만리장성(517-5292), 하동 청기와집(517-7100) 등이 있다.
동래파전은 조선시대 동래부사가 삼월 삼짇날 임금님께 올렸다는 전통음식이다. 동래산 파에 부산포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물을 잘게 썰어 파전을 부쳐 먹었다고 한다. 해물파전의 원조격인 셈이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파전 먹는 재미로 동래장에 간다’고 할 정도로 파전이 유명했다. 이름난 요정의 술상에도 빠지지 않고 올려져 동래기생과 함께 명물로 알려졌다. 동래파전은 대합, 새우, 굴, 홍합 등을 찹쌀가루와 멸치 육수에 섞어 걸쭉하게 반죽한다. 쇠고기, 송이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섞고 위에 계란을 풀어 덮는다. 동래구 복천동 ‘동래할매파전’(552-0792)은 부산 민속음식점 제1호. 4대째 100여년 동안 동래파전 맛을 지키고 있다.
#광안리 민락동 회센터
국내 최대의 항구도시답게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나는 부산은 긴 해안선의 곳곳에 흔하게 자리잡은 대규모 횟집촌에서 손쉽게 생선회를 먹을 수가 있다. 광안리해변의 민락동 회센터(번영회 752―4545)는 생선회를 즐기며 부산의 바다 정취를 맛볼 수 있는 명소.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회센터에는 120여개 업소가 몰려 있다. 활어판매장에서 활어를 사들고 가면 자리세와 초장값만 받고 회를 떠준다.
이밖에 국내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자갈치시장, 해운대에서 해안선을 따라가면 차례로 만나게 되는 송정·기장·칠암 횟집촌, 달맞이 고개 너머의 청사포 횟집촌도 유명하다. 다대포 횟집촌은 가을 전어맛이 일품이다. 민락동 회센터는 광안리해수욕장 바다경찰서에서 광안해변로(92번 지방도로)를 따라 민락동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기장 멸치회와 짚불곰장어
기장군 대변항은 멸치회와 미역, 곰장어로 유명하다. 기장멸치는 씨알이 작고 담박한 맛이 특징. 금방 그물에서 털어낸 싱싱한 멸치를 회로 먹는다. 멸치회는 뼈를 발라내고 비늘을 벗긴 것을 야채와 섞어 초장에 버무려 먹는다. 대변항 일대의 노점과 횟집들은 모두 멸치회와 구이를 판다. 대변항 부두 방파제의 난전에서는 기장 특산물인 멸치액젓과 미역, 오징어 피대기 구이 등을 살 수 있다. 기장멸치액젓은 화학조미료나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1년간 숙성시킨다.
기장 짚불곰장어구이도 널리 알려져 있다. 기장 토박이인 김영근씨가 개발했다. 짚불에 구워내기 때문에 숯처럼 까맣지만 목장갑으로 슬쩍 비비면 껍질이 벗겨진다. 생솔잎구이, 양념구이, 소금구이, 통구이, 곰장어 매운탕, 곰장어 볶음, 삶은 곰장어, 곰장어 껍질구이 등도 맛볼 수 있다. 기장군 시랑리에 2곳의 기장곰장어(721-2934, 722-2333)가 개업중이다.
월전바다와 두호바다를 끼고 있는 죽성에는 문화횟집(721-2458) 등 30여곳의 붕장어(아나고) 요리집이 있다. 붕장어는 구이와 회 두 가지로 즐길 수 있다. 성벽을 끼고 있는 황성옛터(721-3978)는 황금빛 억새 장관을 볼 수 있는 붕장어집. 조개구이와 새우구이는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별미요리다.
#해운대 복국
부산에는 이름난 복국집이 많다. 생복에 다시마 무 파 콩나물 미나리 고춧가루 식초 등을 가미한 복국은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국으로 제격이다. 복불고기 복수육 복회 복어튀김 등도 부산의 대표적인 요리. 동래구 온천동, 해운대 해수욕장, 중구 중앙동과 남포동, 수영구 민락동, 영도 지역에 이름있는 복국집이 많아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그 중에서도 해운대 유명 온천이 밀집해 있는 해운대구청 주변으로 복어요리 전문점이 모여 있다. 이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금수복국(742―3600)은 2대째 30여년간 대물림하고 있는 손맛이 남다르다. 초원복국(659-3935)은 탕도 시원하지만 수육 튀김 등 각종 복요리 솜씨가 뛰어나다고 소문이 나 있다. 청수복국(466-6229)도 유명한 복국집이다.
#삼락동 낙동강 재첩국
오늘날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섬진강 재첩 이전에는 낙동강 재첩이 유명했다. 부산사람들은 아침마다 ‘재칫국 사이소’를 외치고 다니며 아침을 열던 아주머니들의 소리와 뽀얀 국물에서 우러나오는 재첩국 한 그릇의 그 진한 맛을 잊지 못한다. 낙동강이 오염되면서 부산 ‘재치국’의 명맥은 끊기고 말았지만 낙동강 주변에는 섬진강 등지에서 재첩을 가져다가 옛날 솜씨로 재첩국을 끓여내는 식당이 남아 있다. 사상구 삼락동의 삼락천 주위에는 재첩요리 전문점이 음식촌을 이루고 있는 재첩거리. 이 동네의 원조격인 할매재첩국(301-5321)은 시원한 재첩국물과 가마솥 밥으로 많은 단골을 거느리고 있다. 하동재첩국(301-7200)도 점심시간마다 북적이는 손님 때문에 발 디딜틈이 없다. 아지매재첩국(301-1423)은 진한 국물맛이 자랑. 이밖에 사하구 하단동의 하동섬진강제첩국(201-3847), 만복집(294-0372), 원조하동제첩국(293-9703), 신평동의 삼락재첩국(207-6820) 등이 낙동강 재첩국의 맥을 잇고있다.
#범천동 조방낙지거리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듯이 낙지는 가을에 먹어야 제맛이다. 부산진구 범천1동의 평화시장과 자유시장 주변에는 유명한 조방낙지 골목이 있다. ‘조방’이라는 말은 자유시장 자리에 있었던 조선방직회사의 줄인 말. 이곳에서 서울의 무교동 낙지볶음과는 달리 맵지 않으면서도 진하고 깊은 맛의 조방낙지가 탄생했다. 할매집(634-9618), 본가낙지볶음(642-1041) 등이 유명하다.
#망미동 아구찜골목
수영구 망미동에는 맵싸하고 담백한 아구찜 식당이 모여있다. 한때 20곳이 넘는 음식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7곳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옥미아구찜(754-3789)은 이 일대 아구찜의 원조격인 집. 마산 아구찜이 눈물이 쏙 나올 정도로 매운 것과는 달리 아구찜을 다 먹고 나서야 매운 맛이 입 안에서 느껴질 정도로 자극적인 맛이 덜하다. 서울에 분점을 낼 정도로 유명하다. 청도할매아구찜(751-3703)은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맵지만 뒤끝이 깔끔하고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