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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련 제주 김성현]

이태의 “학교 현장 전면파업으로 노동3권 온전히 행사할 것”

6.27~7.15 쟁의행위 찬반투표...호봉제 쟁취·교육감 직접고용·정규직 전환 요구

[0호] 2012년 07월 02일 (월)

홍미리 기자 gommiri@naver.com

▲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본부장. ⓒ윤성희

학교비정규직노조 세 단위가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를 구성해 호봉제 쟁취, 교육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다. 세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7월15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동과세계>가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본부장(51세)을 만나 쟁위행위를 위해 투표를 벌이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현장 분위기와 결의 정도를 들어봤다.

△노동운동을 하게 된 계기와 전회련 본부장이 되기까지의 활동에 대해=1985년 군을 제대할 때만 해도 특수부대 출신 특유의 반공이랄까 그런 정서를 갖고 있었다.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광주민주화항쟁 이후 우리 사회가 변화하던 무렵이었다. 제대하고 바로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친구들은 광주를 이야기하며 몸 바쳐 싸우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린 도대체 뭘 하는 거냐고도 했다. 그러다 1987년 6월 항쟁 때 시위에 참여했다. 그때만 해도 특별한 목적의식은 없었고 그저 당시 사회의 많은 부분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리시위를 했다.

제가 공고를 나왔는데 6월 항쟁이 지나고 공장에 들어가 현장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노동조합 교육부장으로 활동하던 중 1990년 해고를 당했다. 1년 정도 복직싸움을 하다가 결혼을 했다. 그리고 건설업 일을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건설업에서 일했지만 생활이 안정되지 않았다. 가족들 의견도 있고 해서 2007년 초 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경험을 살려 학교 내 기계 등을 고치는 시설관리를 했다.

학교에서는 힘든 일이 없었다. 오히려 학교에 들어가서 일한다는게 참 좋았다. 아이들이나 교사들 책상을 고쳐주고 망가진 걸 고쳐주면 고맙다며 반응이 바로바로 왔다. 아이들이 “아저씨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하고, 내 손이 필요할 때마다 아이들과 선생들이 찾아왔다.

학교에서는 남을 속이거나 짓밟고 이겨서 올라갈 일이 없다. 내가 한 일에 대해 바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았다. 한 번은 어린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막 달려오더니 나를 툭 치면서 “아저씨는 해맑게 웃는게 참 이뻐요” 했다.

그 전에는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게 사는 거구나 싶었다. 학교생활이 저는 너무 좋았다. 한 2~3년은 그런 생활을 하며 너무 기쁘게 행복하게 지냈다. 신분적 차별과 급여문제 등 학교 비정규직이 겪는 일상적 문제는 있었지만, 내 자존감을 지키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학생들과 어울려 젊어지는 것 같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내 삶이 변화되는 것을 느꼈다. 학교에 다니면서 잊었던 취미생활도 되찾았다. 제가 군인일 때 다쳐서 상이군인이라 몸이 조금 불편한데 사이클도 다시 하고, 우표수집도 시작하고, 공부도 다시 시작해 퇴근 후에는 야간대학에도 다니며 자기개발에도 힘썼다.

마흔 이전에 한동안 내 것을 찾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 전에 살았던 20여 년의 삶과 학교에서의 2년의 삶이 정말 달랐다. 제 인생을 바꾸고 변화시키는 엄청난 계기가 됐다. 학생들과 같이 놀고 교직원들과 어울려 마음껏 취미생활도 즐겼다.

임금이 적긴 했지만 세 식구가 사는 데는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딸은 대학 졸업 후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고, 집사람은 사회복지사로 근무한다. 제 딸도 학교 비정규직이며 우리 조합원이다. 저는 연금을 조금 받고 학교에서 적으나마 임금을 받으니 세 식구가 살아가는데 경제적 불편을 겪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정규직 교사와 정면으로 맞서는 사건을 계기로 비정규직이 학교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학교에서 청소를 하고 분리수거 등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은 아이들이 다 한다. 모든 학생들에게 각자 담당구역이 있다. 제가 그 일을 도와주다가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원래 쓰레기 분리수거 등 생활지도는 교사 역할이다.

제가 한 번은 학생부장을 맡은 교사에게 선생님이 지키고 있으면 아이들이 더 잘하니까 그렇게 잘 지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학생부장은 저와 동갑내기인데다 평소 허물없이 지내는 친한 친구 사이였기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학생부장이 정색을 하면서 “감히 비정규직이 부장한테 학생 지도 관련해 요구한다”면서 화를 냈다.

평소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사이인데도 신분과 지위 관계가 되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맞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저는 그때 교사들이 할 일을 내가 해 왔는데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무시한다 싶었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원래 학교에서는 교사 말고는 행정실장이나 공무원, 기간제교사조차도 그런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학생들 생활지도는 교육영역이라고 해서 침범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비정규직이 감히 학생부장교사에서 학생들 지도 문제를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날이 2009년 4월 어느날이었고 야간대학에 가는 날이었는데 우연치 않게 학교비정규직 권리보호에 대한 설명회에 참가하게 됐다. 현재 전회련 이시정 사무처장이 경기도 수원에 이어 두 번 째로 양평지역에 설명회를 하러 왔을 때다.

당시 20~30명 쯤 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스스로 나서서 우리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참가한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도 뭔가 해야 한다는 인식을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제가 유일한 남자였다. 나머지 여성들 모두 나만 쳐다봤다.

그때 이시정 사무처장을 총장이라고 불렀다. 제가 “총장님, 제가 이 활동을 하다가 잘못되면 책임집니까?”하고 물었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100% 책임집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제가 그때 양평지역 연락 담당자가 됐다.

양평에 앞서 수원에서 조리원 10명이 모여 조직을 만들었고, 양평이 두 번째였다. 그것을 계기로 다른 지역 설명회에도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가까운 지역은 퇴근 후에, 먼 곳은 반가 등 연차휴가를 사용하며 그렇게 조직화사업을 같이 했다. 생각해보면 남자란 이유로 코가 꿴 셈이다. 조금 용감하고 말 한마디 더 한 사람들이 찍혀서(?) 임원격으로 연락 책임을 맡았다. 그것이 전회련 양평지회의 시작이었다.

2009년 4월 그렇게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경기도교육감 보궐선거가 있었다. 전 그때만 해도 김상곤 교육감이 누군지도 몰랐다. 진보교육감 후보가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학교사회가 워낙 보수적이고 그러니 당연히 그 전 교육감이 당선될 것으로 생각했다.

학교장들끼리 라인이 있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 어려운 것이 학교 사회다. 학교는 지금도 신분적 차별과 보수적 성향이 팽배하다. 교사와 공무원은 평점을 잘 받아야 승진이 된다. 그 구조 때문에 학교현장이 변화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쨌든 선거가 우리에게는 찬스다 싶어서 교육감 후보들에게 정책질의서를 만들어 보냈다. 학교 비정규직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 거냐고 물었다. 전국교육기관 회계직연합회 공문으로 질의를 했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은 답변조차 없었다. 당시 김상곤 교육감만 구체적 내용을 성의 있게 만들어 보내왔다. 본인이 당선되면 사용책임자로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어 실천하겠다고 했다.

김상곤 교육감 취임 후 한 달 쯤 지나 교육감을 만나러 갔다. 다른 요구는 일체 하지 않았다. 단 하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교직원으로서의 사명감을 갖지 못하고 소외돼서 의기소침한 상황이니 우리에게 강연을 해달라고 했다. 주제는 우리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

김 교육감은 “학교 회계직원도 교육의 주체입니다”라는 주제로 경기도 교육청에서 두 차례 강연을 했다. 전 그런 강연이 있으면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올 줄 알았다.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제인데도 사람들은 나서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 자체를 두렵고 부끄러웠던 것이다. 또 그런 곳에 가는 것을 감시받을까봐 무서웠던 것이다.

두 차례 모두 100명 정도씩 왔고 본청 큰 강당을 빌렸다가 취소하고 소강당으로 장소를 옮겨 강연을 했다. 경기지역 학교비정규직은 상시근로직종과 기간제교사까지 모두 합치면 45,000여 명이 된다. 그 중 200명 정도가 그 강연을 들었다.

전남 지역은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는 것을 계기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해서 학교사회를 혁신해야 한다는 접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 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모난 언행을 하거나 그러면 그대로 잘리는 분위기였다. 자존감이 형편없었을 뿐 아니라 일상적 해고위협에 놓여 있었다.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일상적 평가를 통해, 또 별다른 이유 없이도 해고를 했다. 학교에 들어갈 때 소개를 통해 채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떠들면 날 소개한 사람에게도 마이너스가 된다’는 생각으로 감수하기도 했다. 조직을 키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먼저 필요했다.

우리 첫 활동이 맞춤형복지사업을 똑같이 적용받는 것이었다. ‘공무원 맞춤형복지’라는 게 있다. 연간 기본급 30만원에 가족수와 근속경력기간 등에 따라 많게는 90~100만원 정도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당연히 학교 비정규직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요구하기보다 전국적 서명운동을 벌였다. 전국 12,000개 학교에 일시에 서명지를 보냈다. 2009년 6~7월 경, 노동자들 연락처도 얻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일주일에 몇 만장이 쏟아져 들어왔다. 팩스가 고장나서 한 대 더 놓았을 정도다. 당시 우리 사무실도 없어서 기능직공무원노조(수원) 사무실에 책상을 하나 빌어 곁방살이를 했다. 남의 사무실 한쪽에 전화기 한 대, 팩스 한 대 놓고 일을 했다.

전 그때 학교에 다니면서 퇴근하고 사무실에 가곤 했는데 가보면 서류가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다. 인터넷 카페도 한 기능직공무원 조합원의 것을 이름만 바꿔 사용했다. 서명지가 그렇게 많이 들어왔는데 경기교육감에게는 전달을 했지만 그 외 다른 지역은 전달할 루트가 없었다.

여성노조와 기존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분회를 만나 사연을 이야기하고 서명지를 함께 전달하며 공동으로 연대활동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우리는 연합회였고, 민주노조를 지향하며 노력 중이라고 했다. 자신들 노조에 들어오는 것을 전제로 하자거나, 노조와 연합회는 달라서 못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이듬해인 2010년이 되자 16개 모든 교육청들이 맞춤형복지제도를 비정규직에게도 적용했다. 물꼬가 터지자 교육청들 간에 경쟁이라도 하듯 도입했고, 제주와 부산교육청을 마지막으로 모든 교육청들이 학교 비정규직에게 맞춤형복지 혜택을 줬다.

그런 성과를 얻었다. 물론 전회련만 했다고 주장하지 않겠다. 여성노조도 했고,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분회도 했을 것이다. 제가 직접 서명운동을 독려했고 그 과정에서 일정정도 기여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도 됐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 카페 가입도 크게 늘었다. 100번째 회원 가입을 축하했고 곧 500번째 가입회원에게는 선물도 마련해줬다. 경기만 지회 형식을 갖췄고, 나머지 지역은 카페활동과 소식지로 소통했다. 그렇게 학교에 근무하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2009년 경기도교육감 직접선거에 이어 2010년에는 모든 시도 지역 교육감을 직선으로 뽑았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대응했다. 이후에는 2009년 국정감사를 준비해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했다.

일단 학교 비정규직이 교직원인가?부터 시작해서 무기계약자가 정규직인가? 우리 사용자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들을 던졌다. 구체적 실례로 ‘교직원공제’ 수납업무를 비정규직이 하는데 정작 이들은 가입자격조차 없는 것은 모순된 구조 아니냐?고 다그쳤다.

누구나 그 불합리함을 인정하면서도 법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안민석의원과 함께 교직원공제 관련 법제도 개정안을 제출했다. 2011년 12월 24일 이 법이 발효됐고 지금은 무기계약자들에게도 가입자격이 주어져 같은 혜택을 본다. 2009년 국정감사 후속사업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런 활동들을 하면서 전회련 조합원들의 참여와 가입이 카페활동을 중심으로 꾸준히 자발적으로 늘었다. 카페 회원이 있고, 가입원서를 낸 회원 중 조금 용기를 내서 CMS 납부를 하는 회원도 있다. 아직까지도 자기 이름과 학교 등 인적사항을 밝히기 꺼려하는 이들이 많다. 2010년 초까지 이시정 현 사무처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학교를 다니며 활동을 했다.

2011년 6.10지방자치-교육자치 선거를 하는 과정에서 지역조직이 조금씩 만들어졌고 체계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충북지역 영양사들이 우연히 카페에 들어왔다가 조리사가 영양사를 비난한 글을 보고 안 그런 사람도 있다며 댓글을 달다가 조직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연을 계기로 충북 영양사들이 설명회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매년 해고 위협을 당해오던 경북지역 한 학교 과학영역 노동자가 전화를 걸어 올해는 교장이 자른다는데 어쩌냐고 물었다. 경북 안동까지 갈 수 없으니 전화상담을 통해 법에 이렇게 돼 있으니 교장에게 이야기하라고 했다. 결국 교장과 싸워 이겼고 자신감이 붙어 주변 학교 선생들의 해고도 함께 막아냈다. 여기서도 설명회를 요청해 안동에 가서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이야기를 했는데 이들이 주체가 돼서 600명을 조직했다. 조합원이 늘어 CMS를 통해 일정정도 재정이 만들어지면 지역마다 상근자를 뒀다.

△학교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부르는 호칭문제도 심각하다고 들었는데=학교 비정규직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교과부가 비정규직 관리지침을 내릴 때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을 쓰면 자존심 상해 하니까 학교 회계에서 돈을 준다고 해서 회계직이라고 했다. 그래서 직종에 상관없이 부르는 이름이 학교 회계직원이 된 것이다. 처음 듣는 사람은 모두가 학교 회계직원인줄 안다.

예전에는 ‘일용잡급’이라고 하다가 ‘학교 회계직원’이라고 했다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근로자’라고도 했다. 지역마다 다른데 광주 조례에는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근로자’, 경기 조례에는 ‘교육실무직원’이라고 돼 있다. 우리는 교육직원으로 하자고 주장했지만 결국 ‘실무’자가 들어갔다.

호칭만 봐도 학교 정규교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민간인 비정규직으로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르는 이름으로도 관계와 위치를 설정한다. 교사와 공무원, 학교 비정규직을 명확히 나눠놓은 것이다.

우리가 김상곤 교육감에게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해달라고 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아줌마’, ‘저기요’,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보조자 붙은 호칭이 참 많다. 행정실보조, 과학보조... 전문영역을 부를 때 보조자를 없애고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해달라고 했다. 이건 예산도 안 드는 일이지 않은가?

김 교육감이 회계직원도 교육의 주체라고 강연을 했으니 우리가 주체로서 당당히 일할 수 있게 이름을 제대로 불러달라고 했다. 우리는 이 문제만큼은 쉽게 될 줄 알았다. 교육감도 해보자고 했다.

교사들 반발이 엄청났고 교장들은 펄쩍 뛰었다. 훈령으로 하려다 못하고 모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이름을 공모했는데 교사들에게만 해당이 됐으니 제대로 된 이름이 나왔을 리 만무하다. 학교 비정규직에게는 이런 공모가 있다는 것이 전달조차 되지 않았다.

2009년부터 요구한 것이 2011년 이뤄졌다. 16개 교육청 공동발표문으로 ‘학교 비정규직 사기진작 방안으로 호칭을 선생으로 바꾸고 명칭에서 보조자를 뗀다’고 했다. 아직도 학교 현장에서는 잘 안 바뀌고 있다. 배식할 때 ‘급식실 아줌마’라고 하면 밥 주지 말고 ‘선생님 밥 주세요’ 하면 주자고도 한다.

△학교비정규직 단일노조 건설이 시도됐었는데=2010년 진보교육감 6명이 덜컥 당선됐을 때 이 여세를 몰지 않으면 대규모 조직화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전남은 지역본부와 전교조 등이 힘을 모아 진보교육감후보를 지지하며 조리사들을 조직했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약속을 받았다. 그 기세를 몰아 두 달 간 2,000명을 조직했고 그것이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의 모태가 됐다.

우리(전회련)도 2,000여 명 규모가 됐다. 전회련은 5,000 조직이 되면 전국조직으로 만들어 민주노총으로 가자고 했었다. 전회련과 전국학비노조 규모가 어느 정도 되니까 여성노조까지 합쳐 전국적 단일조직을 만들자고 했다.

전남학비와 우리가 전국조직의 상을 갖고 의기투합해 통합논의를 시작했다. 여성노조와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분회, 서울일반노조 등 전부가 큰 틀에서 함께 하자고 했다. 2010년 9월 처음 이야기가 나왔지만 여성노조는 조직통합을 논의할 수 없다고 반대했고, 서울일반노조는 전국조직이 아니어서 못한다고 했다.

결국 전회련, 전남학비, 공공운수노조 경기분회·대전분회 등 합의한 조직들끼리 2011년 4월 고려대학교에서 단일노조가 출범했음을 선포했다. 위원장-수석-사무처장 등 임원진을 꾸려 의사결정은 합의제로 하자고 했다. 민주노총에서 첫 의사결정구조 자리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조직 내부에서 갈등이 빈발해졌고, 그 바람에 매년 학기 초마다 벌어지는 해고 싸움에도 잘 대응하지 못했다. 2011년 봄 교과부가 공무원 본봉의 21배였던 임금규정을 폐기하고 일방적 연봉체계를 발표했는데 그에 대해서도 적절한 싸움을 벌여내지 못했다.

현장에서 “통합해서 힘을 모아 더 크게 싸우자더니 뭐하는 거냐?”는 질책이 빗발쳤다. 갈등이 계속됐고 곳곳에서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두 번 째 의사결정 회의에서 전 이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다. 학비 조합원 전체를 모아도 1만이 안되니 파이를 더 키우며 연대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자고 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과 투쟁의 주체로 서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이 소속된 학교이름도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대선이 있고 그러니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투쟁일정을 무모하게 잡아 강제하고 심지어 연립정부 구성이니 하는 조합원들이 이해 못할 이야기까지 하는 것을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서럽게 당하기만 한 사람들인데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상층부끼리 말을 맞춰 우리는 하나라고 하면 실제 하나가 되는가?

전 이 일련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자기 역할이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노조들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총연맹이 나서 적절히 중재해야 했다고 본다.

그 틀을 깨고 나올 때 저는 몇 가지를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을 지향하며, 교육노조협의회를 통해 교육 관련 노조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성노조가 지난해부터 자기 조직의 조합원을 빼가는 문제를 제기했고, 올해 공동임단협을 진행하는 속에서도 갈등은 존재한다.

여성노조가 10년 간 활동했고,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분회가 7년, 전회련이 4년, 전국학비노조는 1년이 넘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모든 조직력을 총동원해 노력을 기울였고 그런 과정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호봉제를 쟁취하면 저는 본부장직을 내놓을 것이다. 올해 초 경기지부에 새 지부장이 와서 3개월 간 800명을 조직해 2700명 규모를 만들었다. 대구지부장은 영양사인데 조리원들 정년을 연장하면 일을 부려먹기 힘들다고 말하던 사람이 이제 자기 일이 아닌 것에도 나서서 싸우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이 파업을 하면 조직 체계가 잘 잡힌 대구와 충북이 가장 선두에 설 것이다.

CMS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 1만이 넘었고,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도 협회 친목회 차원으로 회비를 내고 일상적 투쟁에 참여하는 이들도 많다. 전체 전회련 규모는 13,000명 정도이며, 본부상근자 저와 이시정처장, 강원과 전남, 광주를 제외한 전국 13개 지역지부에 상근자가 있다.

저는 이 숫자가 철저히 노동자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에 더 자랑스럽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지부장들이 자기 역할과 정체성을 찾으며 조합원들에게 투쟁을 알리고 자기 직종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가 오랜 노력을 기울여 모범단체협약안을 만들었는데 직종별 세부 내용은 모두 스스로 만들었다.

우리는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서 정책 방향이나 흐름을 보면서 중앙집중을 할 때는 하지만, 대부분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한다. 상근자들도 현장을 지도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조직화하는 일을 지원하는데 주력한다. 전 우리 조직의 그런 점이 자랑스럽다.

△6월27일~7월1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이게 된 이유, 투표 이후 투쟁에 대해=전회련과 전국학비노조, 여성노조 등 세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인다. 7월 15일 오전 9시까지 투표를 마칠 예정이며 그 결과를 갖고 다음날 기자회견을 한다. 7월 20일 방학을 하기 때문에 그 전에 반드시 투표를 마쳐야 한다.

7월 중순 정부 합동부처 회의가 열린다. 여기서 비정규직 경력 인정문제와 호봉제 등을 논의한다. 교과부 정원규정과 소속, 호봉 등 문제에 있어서 7월에 결의를 최대치로 높이지 않으면 우리를 대화상대로 안보고 우리 이야기를 귓등으로도 안들을 것이다.

정부가 예산을 마무리하는 8월 말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는 9월에 쟁의에 들어간다. 낮은 단계에서부터 투쟁을 시작해 최대한 유리한 시기에 전국적 전면파업을 벌일 것이다. 국회에 예산이 넘어가지 전에 정부가 책임을 지라는 요구다. 노조는 그 과정에서 계속 교섭공문을 보내고 노무사를 통해 법률자문도 받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파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남 평등지부, 울산 평등지부가 파업을 했고, 지난 5월에는 대구지역 3개학교 조리원들이 파업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동안은 개별학교로 상대로 파업을 했을뿐, 사용자인 교육감을 대상으로는 하는 전국적 파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우리는 전면파업이 아니면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 투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은 물론 대선이라는 정세도 있지만, 교과부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지난해 경북 교육청이 돌봄영역 선생님들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인력채용박람회에서 재취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노조가 이것을 알고 해고를 막고 채용박람회도 무산시켰다. 충남 교육청은 돌봄 선생님들을 모아 연수를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기업이 나와 취업희망서를 받았다.

경북 사서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사서 관련 사업을 아예 종결시키는 방법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아 경북지역 전역 사서들이 해고사태를 맞았다. 대구도 사서 관련 사업을 종결한다고 하니 400명이 올해 말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게 무엇이겠는가? 학교비정규직의 투쟁이 두려운 것이다. 지난해 6월 손학규-이명박 영수회담을 통해 합의한 것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우선 시행이다. 그리고 노동부장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대책반을 만들어 지난해 11월 공공기관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표는 당정협의로 2015년까지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했고, 새누리당은 총선 직후 사내하도급법안 등을 추진 중이다. 교과부가 입법예고한 내용을 보면 학교 무기계약자에 한해 지방공무원 정원에 포함시켜 총액인권비로 관리하겠는 것이다.

노동부와 교과부가 학교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무기계약 비전환자, 즉 전환대상 예외직종에 대해서만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각 교육청들이 4월 발표한 무기계약 전환계획에 의하면 전국 평균치 기준으로 16개 직종에 대해서만 정원으로 하려고 한다. 이 조사결과를 7월에 총취합해 행안부, 기재부, 교과부 등이 대책회의를 한다.

학교 비정규직 무기계약 대상자만 정원규정에 들어가고 안 그런 상당수 비정규직은 학교장과 계약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박근혜가 말한 대로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없애려면 결국 학교에서 쫓아낸다는 얘기다. 몇 천 정도가 아니라 몇 만 명 규모가 될 것으로 본다.

저는 충남과 대구 돌봄영역과 사서 선생님들이 겪는 문제가 그 전조라고 생각한다. 직종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거나 필요하면 용역업체 소속으로 바꿀 수도 있다. 진보교육감들이 돌봄과 사서 선생님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하고, 정부는 전국 평균치를 갖고 무기계약 전환직종을 판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투쟁이 중요하다. 우리 투쟁 여부와 수위에 따라 무기계약 전환 규모가 달라질 것이다.

△파업을 앞둔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와 교육청에게 하고 싶은 말은?=호봉제와 교육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등은 다 같은 문제다. 호봉제를 실시하려면 교육청 예산으로는 불가능하고, 교육비 특별회계 배정으로 안 된다. 정부 차원의 비정규직 전환대책비가 필요하다.

정부 예산에 배정되려면 인원이 몇 명인지를 정하는 정원규정, 명확한 신분과 소속, 정부 예산 규모가 나와야 한다. 국회 사무처가 작년 인력 기준으로 학교비정규직 1인당 1호봉 5%를 인상분 712억을 예산으로 추정했고, 교과위 상임위를 거쳐 의원발의로 예결위까지 올라간 것을 정부가 학교비정규직에 대해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신분 자체를 볼 때 정부가 지원할 법적 근거가 뭐냐는 것이다. 호봉제는 최소한 제도적으로 비정규직을 인정하고 정규직 전환대책을 만들고 그 속에서 인원규정과 소속, 신분 등을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이어야 한다. 호봉제를 실행하는 순간 사용자가 교육감이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일부 진보교육청 조례가 전국적 상황이 될 것이다.

올해 안에 전국 모든 교육청들이 우리의 사용자가 교육감임을 인정하도록 만들 것이다. 교육청이 정원규정을 관리하고 우리가 교육청 소속임을 분명히 해야 이 정책이 지속적으로 가능해진다. 임금과 신분 차별 해소, 정규직화로 가는 것은 한 연결선상에 있다. 올해 안에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저는 내년 한 해는 조직을 보전하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올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 우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자 최고의 투쟁은 노동3권을 온전히 행사하는 것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력인정부분 관련해 정규직 전환시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해 호봉에 적용한다고 했다. 우리가 노동부에 물어봤더니 무기계약자 비정규직이 아니고 공무원으로 전환된 정규직만 해당된다고 했다. 특별채용직에만 한해서 호봉 50% 인정해 주던 걸 100% 인정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공무원이 아니고 민간인인 셈인데 민간인으로서 노동3권을 행사해야겠다.

△파업을 앞둔 학교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현장 분위기와 결의정도는 어떤가?=우리가 진짜 간다니까 전교조 선생들조차 ‘큰일났구나, 난리가 날거야’ 한다. 우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교사와 학교장들이 맨투맨으로 공격할 것이며 보수언론도 치고 들어올 것이다.

역으로 저도 올해 초만 해도 파업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대책이 나오고 지역에서 집단적 정리해고 흐름이 보이면서 학비연대회의를 구성해야 같이 가야 한다거나 준법투쟁 정도를 생각했다. 현장의 요구를 제가 지레짐작했다. 현장은 저보다도 오히려 올해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더하다.

오랫동안 눌려 살다가 불과 3년 여 동안 조직하고 싸우니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홉가지 수당이 생기고 막 바뀌는 것 같다. 몇백이 모이다가 이번에 6000이 모이니까 본인들이 느끼기에 우리가 힘이 있구나 한다. 조합원들 요구를 제가 지레짐작해서 낮춰 볼 이유가 없다.

지난 23일 정부종합청사 앞에 영양사 1500명이 모였다. 영양사들은 급식실 중간관리자로서 조리원과 조리사들을 평가하고 관리하며 직접 해고까지 하던 사람들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탄의 대상이었다. 저들이 무슨 우리 동지냐? 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자신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앞장서겠다고 결의했다.

영양사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해 소통을 잘해 왔다. 10년 간 했는데 안 바뀌던 것이 노조를 만들어 행동하니 3년 동안 바뀌고 있다. 이에 그들이 행동에 나서면서 관리자가 아닌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호봉제 실시를 외치고 있다.

전체가 상황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하나의 요구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그동안 중간관리자였던 사람들조차 똑같은 비정규직 입장에서 대열에 합류해 동일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결의를 모으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는 작은 공공운수노조입니다’라는 말처럼 학교에 모든 직종이 다 있다. 구성원이 정말 다양하다. 직종별 갈등과 이해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회련 장점은 그것을 잘 융합시켜 전체 이해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전국학비는 직종별 요구를 단순화해서 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요구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교무실-행정실 간 갈등관계가 있어 서로 늘 흉을 본다. 공통분모는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사용자성 문제가 핵심이고 호봉제와 정규직화가 있다. 전체 요구를 표현하게 하면서 공통의 요구를 모으자는 것이다.

당신들 서러운 거 다 말하라고 했다. 자기 것을 내세워야 당연히 힘도 모아진다. 그들을 제대로 견인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이다. 현장의 요구를 최대화하고 거기서 결정한 것들을 갖고 가장 기본적인 노조의 형태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투쟁 시기를 철저히 대통령선거 국면과 결합시킬 것이다. 민주노총 투쟁과 함께 대선이라는 집중화되는 정점에 우리 투쟁을 접목할 것이다. 만날 밥을 주던 학생을 설득하고 학부모를 설득하고 같이 일하던 교사와 공무원을 설득할 것이다.

우리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충북지역에서 교사, 공무원 등 노동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지역대책위를 꾸려 일주일에 한 번 우리 실태를 알리고 교육감이 단협에 나올 것을 촉구하며 가두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을 모든 지부들이 전국적으로 벌여야 한다. 모든 곳에서 지역대책위를 만들고 그 명의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홍보하며 조직해야 한다. 우리 싸움은 단순한 학교비정규직만의 투쟁이나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비정규직이 주는 밥을 먹으며 자란 학생들이 반노동교육을 받으며 반교육적 행태를 보고 자란다. 학교비정규직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교육계와 사회전반의 문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밥그릇 싸움으로 봐선 안 된다. 시민대책위로 결집해서 모두가 복무하고 함께 해야 한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총파업을 앞두고 민주노총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얼마 전 서울일반노조와 조직분쟁이 있었다. 총연맹은 개별노조의 자율성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강제하지는 않고 권고만 했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강제조항에 저항해 투쟁하는 조직이다. 권고가 아니고 강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일반노조 조직의 사활이 걸렸다고 말했지만 이런 문제들을 그렇게 뭉뚱그리다 보면 계속해서 조직 내 문제들이 쌓여만 갈 것이다. 민주노총이 분명한 원칙을 갖고 지도감독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규모 조직이 정부를 대상으로 사용자성을 강제하고 정규직 전환을 직접적 요구로 걸고 전국적 총파업을 벌이려고 한다. 사실 겁이 난다. 이 싸움을 승리하면 비정규직 문제 관련 중요한 해법이 나올 것이다.

우리가 호봉제를 쟁취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를 해결한다면 사내하청, 용역, 간접고용 문제 등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이 마련될 것이다. 정부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성과를 낸다면 그 파급력은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제조업까지 퍼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투쟁은 단순히 학교 비정규직만의 싸움이 아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라는 중앙조직을 꾸려 활동하지만 학교의 특성상 전국 방방곡곡 모든 지역에 현장이 위치해 있다. 지역조직들이 각각 지역의 시민사회와 대책위를 만들어서 가야 한다.

지역의 노동조합들, 선배노동자들이 견인하고 같이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총연맹에서부터 민주노총 지역본부들, 각급 노조들 모두 조합원인 동시에 학부형들 아닌가. 우리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해 주셔야 한다.

장애아 학부모, 급식실 위생점검 자원봉사, 도서실 도우미 활동 등을 통해 일반국민들이 평소 학교 현장을 자주 찾는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런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국민을 만나 조직할 것이다. 학교비정규직 문제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학부모들이 알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우리 투쟁을 지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거기에 학부모가 한 두 분 끼어 선생들 기를 올려주면 우리 조합원들 기세는 한껏 치솟을 것이다.

△파업을 결의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투쟁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우리 지위와 역할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힘든 것이 인격적 모멸과 신분적 차별 아니었는가. 다닐수록 보람과 긍지를 더 느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교육이 잘 되려면 학교가 살아있어야 한다. 우리 투쟁이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학교에서 스스로 자기 역할을 찾으며 충분한 자존심과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들이 정말 예쁘다. 그런 아이들로부터 사랑받으며 일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우리 선생님들 대부분이 모교이거나 동네 주민들도 몇 다리 건너면 다 내가 다닌 학교에 다닌 경우가 많다. 또 내 아이가 그 학교를 다닌다.

우리 직장과 삶과 바로 연결된 곳이어서 그 학교가 더 소중한 것이다. 떳떳하게 학교에 다닌다고 말할 수 있고,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다. 우리 투쟁은 바로 그런 것이다.

△개인적 소망이 있다면?=일단 올해 내 호봉제를 쟁취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학교에도 고충처리반 같은 것이 필요하다. 개념 없는 교장, 실장 때문에 법을 위반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가 물론 투쟁을 계속 해야 하지만 투쟁의 성과들이 금방 학교현장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기동타격대 같은 것을 만들어 전국을 다니며 학교 비정규직 선생님들 사연을 모아 글을 써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또 그런 인권유린 사례를 모아 그것을 극복할 대안도 만들 것이다. 전국 12,000여 개 학교 중 일부만 다녀도 엄청난 자료가 모아질 것이다. 공무원-교사들과 우리 사이의 넓은 간격을 좁힐 방법도 찾고 싶다. 그런 일을 할 만큼 제게 힘이 없으면 작은 학교의 지킴이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