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일 : ‘19.7.24(수) ~ 8.8(목) (16일)
등반자 : 전용학, 강정희,
명희정, 성항경, 이선종, 최오순, 최해익
늦어도 너무 많이 늦은 후기를 작성하는 내내....
평소에는 잘 떠오르지도 않던 작고 섬세한 기억들로 다시금 심장이 뛴다는.....
【 '19.7.24일 (수) 】
15:05분 대한항공 직항으로 거의 12시간을 비행하여 웬지 클래식한 느낌이 가득한 밀라노 공항에 도착.
이탈리아 IN은 처음인데 출입국카드도 작성하지 않았고, 입국심사대도 별다른 질문없이 여권만 확인하고, 그냥 도장 꽝꽝. ㅋ
수속은 빠른 편이었다.
공항터미널에 위치한 허츠에서 렌트 차량을 픽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익숙치 않은 층계인 0층에서 –1층으로 이동한 후,
표지판의 Car Hire 안내를 따라 B구역의 렌터카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번 알프스 원정의 성격상 유럽의 여러나라를 이동하여야 하기에 Cross fee도 지불하고, Fuel 옵션도, 추가운전자도....
그간 몇번의 경험으로 차량 렌트 옵션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적용시켜 본다.ㅋ
밤 9시....공항에서 샤모니까지는 2시간30분 정도가 소요 된다고 하니, 오늘안으로는 숙소에 들어갈수 있을거 같다.
차가 커서 좌석도 넉넉하고 짐칸도 여유 있고, 무엇보다 와이퍼가 cross로 움직인다는...ㅋ
늦은 시간 한가하기도 했지만, 이 시간까지 차창밖은 아직도 환하다.
한참 길었던 몽블랑 터널을 지나 샤모니에 도착.
이제 막 영업을 마치려는 숙소옆 레스토랑 아저씨께 물어물어 바로 앞 길가에 주차를 시키고,
짐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서, 키낮은 대문의 비번을 입력하고, 공동문 비번도 입력하고,
건물안 1층 좁은 통로를 지나 자그마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키box 비번까지 통과하고 나서야,
이번 원정내내 머물 우리의 아늑한 숙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
집안에 들어서니 따뜻한 색감들로 아늑했고 생각보다 넓었다.
물씬 풍기는 프렌치 감성은 나중으로 미루고, 모두들 피곤피곤하여 방 배정하자마자 기냥 취침.ㅋ
【 7.25일 (목) 】
푹 잔거 같은데...설레임 때문인지...생각보다 일찍 눈이 뜨였다.
우리의 침대방은 넓진 않았지만, 자그마한 베란다로 나가는 커다란 유리문이 있었고, 그 베란다에 서면, 소쉬르와 쟈끄 발마 동상이 내려다 보이고,
석회석 물처럼 뿌연 아르브강의 빙하 강물까지 바라다 뵌다.
굳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침대위 아침의 빈둥거림만으로도 아기자기한 건물 사이사이....
나름의 화려한 꽃들이 창밖으로 한켠한켠 보였다.
다들 편안한 차림으로 천천히 숙소를 나서서,
해발고도 1,000미터가 넘는 산악도시 샤모니의 시내 구석구석을 탐방해본다.
소쉬르 동상에서 조금 더 걷다보면 혼자 앉아있는 파카드의 동상도 있는데,
15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서야 최초 등정사실이 밝혀지며 나중에 홀로 세워졌다고 한다.ㅠ
아침부터 파가르 거리의 시내관광.
아르브강을 지나 샤모니에서의 첫 아침식사를 위해 맛있는 빵집 Paniere 로 향해본다.
내가 입고 있었던 체게바라 얼굴이 새겨진 제로그램 셔츠를 보고, “Wow! Nice T-Shirt!” 라고 말하던 귀염뽀짝한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다양하게 선택한 프랑스제 맛있는 빵들과 유럽 갬성의 진하고 풍미있는 더블 에스프레소로 커피향을 올리며 여유있게 브런치를 즐기는 동안,
보송 빙하위의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은...둥그스럼한 정상을 보일락말락 반복한다.
시차적응겸 피로도 풀겸, 천천히 걸으며 샤모니 입구에 위치한 에귀디미디역에서 티켓 정보도 확인하고,
병원을 지나...근처 야영장도 한번 돌아보고....
가꾼 듯 아닌 듯 아주 넓은 정원의 한평 남짓 처소에....많은 책들이 겹겹이 쌓여 있고, 바로 옆에서 채소를 수확중인 남자....이색적이다.
멋스런 레스토랑과 아기자기한 상가들,
각 층의 문 양옆으로 많은 등반가들이 서 있고 그 바로 밑에서 멋진 자세로 등반중인 가스통 레뷔파의 벽화까지...
그리고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는 모두 있었던 온갖 장비점들을 기웃거리며 등산용품도 구경해본다.
점심은 샤모니의 버거 맛집인 Poco Loco 에서,
입을 아주 크게 벌려야만 먹을수 있었던 커다란 햄버거에 맥주를 곁들여 맛있게 먹고,
슬겅슬겅 장비점 몇군데를 더 돌아보며 이번엔 새로 사야할 장비를 확실히 찜해두고서, Super U에서 장을 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시내를 걷다보면 동그랗게 쇠기둥처럼 우뚝 올라 있는 주차막이가 있다.
차가 다가오면 천천히 내려갔다가 지나가면 다시 천천히 올라가는......ㅋ
숙소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하며, 등반계획을 세우고, 날씨도 체크하고,
스르르 밀려오는 나른함에 기분좋은 낮잠을 청한 후, 아까 들른 장비점중에 찜해 놓은 곳으로 다시 Go!
등반에 필요한 설상용 크램폰과 피켈, 신발 등 각자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고,
이번 여행에서는 꼭 지대로 해봐야지 했던, 벼르고 벼르던 텍스리펀을 위한 서류들도 잘 챙기고...ㅋ
친절한 점원 덕에 한바탕 요란스럽게 계산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스테이크와 와인, 그리고 다들 조금씩 준비해온 반찬, 김치, 명이나물 등과 어설픈 남비에 밥을 지어 첫 저녁을 맛있게 먹어본다.
숙소 주변 어느 카페에선가 들려오는 연주곡들....투둑투둑 시원하게 어우러진 빗소리를 벗삼아
나름의 운치있는 우아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식사때의 빗소리는 좋았는데, 내리쏟는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번개까지 친다.ㅠ
내일은 훈련이 있는 날, 내일 날씨는 어쩌려나 혼자 걱정하는 중에......
주변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진다.
내일 있을 예행훈련을 위해 방금 구입한 장비들을 셋팅 하면서 신발에 크렘폰을 채워 무게 달아보기 시합을...ㅋㅋ
1등 쌤 1,000g
2등 해익선배 1,200g
3등 나 1,300g
피켈 무게는...
나 35g, 해익선배 55g, 다른 사람들은 기억이?? ㅋ
한바탕 웃음거리와 소동으로 피로감이 쏴악 풀리며 뭔가 센세이션이 될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ㅋ
샤모니에서 처음 장만한 나의 설상용 크렘폰과 피켈......다시봐도 완전 마음에 든다는....^^
【 7.26일 (금) 】
어제의 확인정보에 의하면, 6:30분부터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6:10분부터는 티켓구매가 가능하다고 했으니,
정희대장과 나는 일찌감치 숙소에서 서둘러본다.
벌써 몇몇팀들은 줄을 서 있었고, 우리 뒤로도 많은 클라이머들과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금새 길게 줄이 이어졌다.
온라인으로 예약한 팀들인지 그들은 탑승장쪽으로 바로 들어가 다른 줄을 서는거 같다.
드디어 매표소 앞 우리팀 티켓팅 순서가 되어 결제를 하려는데, 아멕스카드가 안된단다. 이런..ㅠ
심히 당황스럽긴했지만, 우선 있는 현금만으로 멀티패스 5장을 구매하고,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줄을 섰다가 1장을 마저 구입했다.
별나지 않고서야 사는건 마찬가질텐데, 여기 티켓 판매원들 너무 불친절해서ㅠ
일이 꼬인 순간순간은 이래저래 당혹스러웠지만, 지나고 나니 그마저도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 소중한 추억들이다.ㅎ
우리가 구입한 몽블랑 멀티패스는 이틀연속 샤모니 근처 케이블카와 기차 등을 제한없이 이용할수 있는 아주 유용한 티켓이었고,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그 티켓의 사용가치를 항상 유효가치 이상으로 아낌없이 잘 썼다는...ㅋ
드뎌 케이블카 탑승.
5분정도 올라가다 플랑드에귀에서 갈아타고, 10여분 정도를 더 오르니, 에귀디미디(3,842m)이다.
얼음동굴 같은 곳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어제 산 설상용 크램폰도 챙겨 신고, 드디어 발레브랑쉐 설원 앞에 섰다.
자못 경이롭게 펼쳐지는 알프스의 장대한 위엄과 발치에 널린 수많은 침봉들과 빙하....
아무리 눈에 담으려해도 다 담기지 않을 수많은 것들이, 지금 이순간 한꺼번에 사정없이 내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고도적응 및 장비적응을 위한 훈련이었지만, 알프스의 기운을 넉넉하게 채우느라 순간 훈련이라는 말은 까맣게 잊어버렸다는...ㅋ
하얀 설원 위로 눈에 띄는 그린색 예쁜 텐트도 하나 보이고, 에귀디미디 동쪽 암벽을 등반중인 팀들도 보인다.
주변은 온통 눈으로 쌓여 있는데.... 암벽화를 신고 등반중이겠지??
크렘폰을 착용하고 어프로치 한 후, 암벽화로 갈아신고 등반을 하는건가?
상상만으로도 어우욱, 신박한게 딱! 내픽이다.ㅋ
우리는 쉬엄쉬엄 장비와 옷과 고도 등을 테스트하며 적응하는 훈련을 계속했다.
큰 키의 선종씨는 제일 먼저 두통을 호소해 왔고, 나는 한발한발 천천히 오르는데도 금방 숨이 턱까지 차오면서 그때마다 쉬어야했고,
다시 움직일때면 바로 증상이 반복되는 등 페이스 조절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아서 다시 에귀디미디.
장비를 해체하고, 동굴같은 실내를 지나 계단을 오르니,
주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광활하게 펼쳐진 설원 너머의 드류 서벽과 그랑조라스, 당디지앙....
익히 들어온 이야기로 나름의 상상을 펼치며 보이지 않는 곳까지의 느낌까지 두 눈에 담아내 본다.
흐뭇하고 충만한 시간들....
당디지앙은 이곳에서 별도의 티켓을 구매하여 이탈리아 엘브로네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로 갈아타야한다는데,
정희대장한테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이미 여러번 다녀온 느낌이다.ㅋ
쌤은 등반 얘기를 하다가도 발아래 펼쳐지는 알프스의 스키 코스도 빠뜨리지 않는다.
조금 이른 시간에 내려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라면과 어제의 남은 찬밥으로 파김치를 곁들여 맛있게 점심을 먹고,
시간도 많은데....멀티패스도 활용할 겸, 또 내일의 등반코스도 체크할 겸.ㅋ
우리는 브레방을 향해 다시 슬슬 걸어 나가본다.
그동안 해익선배는 숙소의 세탁기 사용법을 터득하여 모두의 빨래를 해주셨다는...^^
숙소에서 10여분을 걸어가 멀티패스를 이용, 브레방으로 가는 곤돌라에 탑승했다.
경사도가 꽤 되보이는 산비탈을 올라 플랜플라즈(2,000m) 환승장에 도착하면, 여기서는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으로 가는 사람들과
브레방 정상으로 가는 사람들로 나뉘어지는데, 우리는 정상을 향해 케이블카로 한번 갈아타고 이동했다.
브레방의 하늘에선 알록달록한 패러글라이딩들이 파란 하늘과 초록초록한 그 계절 사이를 예쁘게 수놓고 있었다.
이어서 깍아지를듯한 바위벽들이 펼쳐지고,
전망대 바로 밑의 레스토랑에서는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행복해보인다.
우리 일행은 브레방(2,525m)에서 내려 어프로치 답사를 위해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어내려갔다.
들뜬 숨을 고르며 경쾌한 리듬으로 눈이 쌓인 길을 샌달로 걷는다.ㅋ
장난끼라도 발동할듯 발가락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차가운 이 느낌.ㅎ
가까이 가보니 여기저기 볼트들이 많았고, 등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모르게 마음은 벌써 일렁거린다.ㅋ
하늘은 눈이 부시게 파랗고, 빌레이어는 차가운 눈밭에 서 있는데, 클라이머는 반바지에 나시 차림이라...
차오르는 신선함과 언발란스하면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그 멋진 그림속에 지금 내가 서 있다.ㅋ
우측으로 조금더 내려가보니 여기는 멀티피치를 등반중인 팀들이 보인다.
잠시 붙박이처럼 서서 등반루트와 클라이머들을 지켜보다, 이번에는 플랜플라즈역까지 걸어내려가 보기로 했다.
약 40여분 정도가 걸렸고, 여전히 몽블랑은 구름과 가스에 가려 제대로 볼수가 없었지만, 현실과 단절된 듯 구름위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연봉들과 보송빙하를 바라보며 마치 TMB를 즐기듯 천천히 트레킹 루트로 내려왔다.
예보대로 약간의 비가 뿌리기도 했는데, 이때 샤모니의 윤대원이 나타났다.ㅋ
활강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지, 멈칫멈칫 무거워보이는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들고 걸어내려오는 한 남자.
지형을 살피며 출발 제스쳐를 취하다 다시 장비를 챙겨 걸어내려가기를 여러번...ㅠ
우리는 그때마다 같이 멈춰서서 날으는 모습을 지켜보려다 짜증 폭발하여 “에잇!” 하고 포기 할즈음..
20여 kg이나 된다는 그 장비를 들고 내려오느라 지치기도 했을법한데, 결국 환승지점까지 같이 내려온 후,
우리는 곤돌라를 타고 그는 거기서 비로소 패러로 날았다는.....
우리는 그를 샤모니의 윤대원 이라 칭하며 한껏 웃었다.
내일 곤돌라의 첫 출발 시간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Super U로 장을 보러갔다.
삼계탕과 와인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은 후, 우리의 마터호른, 아이거 등반 일정을 한번 더 점검하고,
뭔가 많은 일들이 있었던 적응 훈련날을 마무리하며 취침자리에 들었다.
오늘 저녁도 역쉬나 공간을 가득 채우는 빗소리와 번개까지....
여기 날씨가 그런가?? 아침엔 맑음, 저녁엔 번개와 천둥과 비, 그리고 다음날은 활짝 맑음. ^^
【 7.27일 (토) 】
브레방으로의 피치 등반날이다.
모든 근육과 세포들이 제대로 작동하는듯 심장이 두방망이 치대는 바람에... 일치감치 일어나져 버렸다.ㅋ
어제 저녁에 먹고 남은 삼계탕 국물과 갖가지 반찬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8:15분에 출발하는 첫차를 타기 위해 우리는 7:40분경 숙소를 나와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오늘도 멀티패스를 지대로 사용하였고, ㅋ
핸펀으로 갖다 대기만 하면 즉석 번역이 되는 구글 카메라 번역기의 혁신적이며 위대한 경험을 하며,
특히나 키보드로는 입력할수 없는 불어가 보이면 무조건 비춰 보았다는...ㅋ
첫차 곤돌라에 탑승, 다시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혹시나 별 5개짜리 루트가 정체될까봐 괜한 혼자만의 신경전(??)으로 다른 클라이머들을 의식하며 바삐 걸음질치던 정희대장....
다행히 앞팀이 없다.ㅋ
뚜둥~~~~
오늘 오후 예보도 지난 며칠과 동일하게 천둥 뇌우를 동반한 비소식이 있었기에, 지체하지 않고 두팀으로 나뉘어 9시즘 등반 시작.
총 6피치!
약간의 트레버스와 힘좀 쓰는 크랙을 오르는데...
해발 2,500미터 고지의 알프스에서 자유등반이라니...Is this for real? ㅋ
몸에 즉각적으로 와닿는 이 원초적인 즐거움에 순수한 아드레날린이 샘솟으며,
그동안 뭔가 해소되지 않았던 갈증들이 한꺼번에 확 사라지는것 같았다. ^^
1시즘 되었을까?....마지막 피치까지 올라 간단히 간식을 먹고,
오후에 비예보도 있으니 다시 단피치 등반을 위해 근처 스포츠클라이밍 루트가 있는곳으로 재빨리 움직였다.ㅋ
눈이 쌓여있는 고지에서 빌레이도 보고....등반도 하고.....^^
이 특별하고 신선한 자극들...
평범하게 경험하기 어려운 추억 가득한 현장속에서 내 마음은 또 얼마나 바삐 움직였는지....ㅋ
한 코스를 끝낼 무렵 간간히 비가 내리더니 잠시 해가 비치다 흐리다를 반복한다.
우리는 배낭위에 우산을 씌어 비에 대한 대비를 해 놓고 다시 등반을 했다.ㅋ
결국 얼마있지 않아 꽤 많은 비가 천둥을 동반하며 갑자기 쏟아졌다.
부랴부랴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 각자의 우산을 쓰고, 정상의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마구 달려 가는데,
그 짧은 사이 갑자기 쏟아붓는 비로 바지는 이미 다 젖어버렸고,
너무 강한 바람에 바람먹은 우산이 하늘로 솟아 오르며, 홀라당 이쪽저쪽으로 뒤집히는데,
번쩍이는 번개와 요란히 쿵쾅이는 천둥까지 더해지며.....
그때마다 “꺄악꺄악”...."까르르" 무서움 따로 즐거움 따로, 그냥 온갖 듣보잡 괴성을 지르며 나름 사력을 다해 승강장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이거 무서운거 맞는데........
거친 호흡이 남아있음에도 모든 상황들이 완전 신났다. ㅋ
강한 비바람으로 케이블카 운행이 잠시 중단되었고, 승강장내 카페에는 우리와 비슷한 상황의 클라이머들과 관광객들로 꽉차 있었다.
2,500미터 고지에서 파는 커피치고는 착한 가격의 깊고 중후한 맛의 더블 에스프레소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젖은 옷들이 마르기를 기다려본다.
마음이 말캉말캉해진다.
다시한번 카메라 번역기를 체험하며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머물다 케이블카로 하산.
주변과 잘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지그재그 모양의 독특한 트레킹 루트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처럼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에...가볍게 스치고 싶지 않은 무엇들....하나하나 다시 보고 싶은 그 무엇들.....
이런것이었을까...가끔은 꿈꾸기도 했었던 아주 특별한 여행이...
날씨도 시간도 모두 잊어버린채......이 생경한 마음에 예쁜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만간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고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우리는 멀티패스를 또 한번 시험해보기 위해(ㅋ), 이번엔 샤모니 중앙역 뒤편에 있는 몽땅베르행 산악열차를 탔다.
열차는 4시에 출발, 톱니모양의 산악 철로위를 약 20분 정도를 달려 몽땅베르역에 도착.
전망대에 서서 사부작사부작 여유도 부려본다.
날카롭게 솟아있는 드류 서벽과 그랑조라스 침봉들.....
그 사이로 회색 흙더미처럼 S자를 그리며 펼쳐 있는 메르 드 글래스 빙하까지....처음엔 빙하인줄도 몰랐다는..ㅠ
오래전 쌤의 드류 북벽과 남서벽 단독등반에 얽힌 이야기...오래된 친구...담배 이야기...ㅋ
그랑조라스 등반 이야기와 스키 이야기까지...
그 옛날 추억의 비선대 산장에서, 마저 챙기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듯이....
현장에 서서 주인공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클라이머의 생생한 추억담.
글로벌 감성적인 산꾼들, 그들만의 아우라에 푸욱 빠져,
말로 형용할수 없는 그 어떤 감정들이 스며들며...이미 마음밖으로는 스멀거리는 또 다른 꿈들을 쫒느라..
그렇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서 있었다.
근처에 빙하동굴도 있다는데 거기까지는 패쓰하고,
크리스탈 동굴안에 전시된 수정들을 구경한 후, 다시 산악열차를 이용 샤모니로 내려왔다.
이번에는 산악인의 공동묘지쪽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시내안에 위치해 의외로 편안한 느낌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입구에 수수하게 세워져 있던 에드워드 윔퍼의 묘비가 인상적이었고,
가스통 레뷔파, 리오넬 테레이 등 전설적인 등반가들의 묘비와
알프스 훈련대원으로 파견되었다가 현지에 남으면서 많은 등반 활동을 했다고 하는 우리나라 산악인 유재원 묘소도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당시의 원로 산악인들에 대한 이야기....뭉클거리는 오랜 여운이 아슴하게 전해졌다.
우리는 다시 장비점으로 이동.
몇가지 장비들을 추가로 구입하고 장을 보기 위해 오늘은 까르푸로 갔다.
샤모니에서 좋은 점은 이 모두가 걸어서 가능하다는거....^^
오늘도 와인과 소고기, 과일을 구입한 후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해먹고,
내일은 진정한 휴식의 날이라 오늘 저녁은 다들 늦게까지 와인을 마시며 소담소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웃음폭탄 레전드이자 의외의 디지털치인 선종씨는 이번 원정에서 등반 외의 많은 이 시대의 생존법(??)을 터득한거 같다. ㅋ
와인 따는 법부터, 구글사전 사용법, 와이파이, 데이터.......예상하지 못했던 캐릭터ㅋ.....정말이지 핵웃음 폭탄 빵빵에 눈물까지 터졌던 하루.
눈물나게 웃으면서도 이래저래 코끝 찡한 추억들이 많았던 감동적인 하루였다.
오늘은 각자의 배낭 무게를 재면서...
쌤이 정해준 기준에 맞추려니......나는 아직도 빼야할게 많은거 같은데....ㅠ
두런두런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리는거 같기도 하고....그렇게 잠이 들어버렸다.
【 7.28일 (일) 】
오늘은 휴식.....
땅도 젖어 있는데 계속 조금씩 비가 내린다.
샤모니에 머무는 내내 하루 몇시간씩은 비가 온 듯.ㅋ
느긋하게 기상하여 라면에 찬밥 말아먹기... 레알 갑이라는....ㅋ
오늘 나의 미션은 택시 예약하기!
외국어는 긴장이다.
어제부터 전화도 문자도 연락이 되지 않는 마리온쥬. ㅠ
인포메이션 센터에 전화하여 그의 바뀐 연락처를 받아 체르비니아에서 리옹산장까지의 택시를 가까스로 예약했다.
서툴고 투박한 English....가끔은 한없이 자아가 무너지기도 하지만,
일상을 살아내던 삶에 커다란 자극이 되기에...이러한 소소한 도전들이 즐겁고...또 배우는 즐거움이 크다.^^
각자 실전처럼 짐을 싼 후, 다시 등반용 배낭의 무게를 재는 동안...
내 속의 어린 내가 변죽을 울리듯, 장시간을 결정장애로 혼란스러워하다....
만지작거리던 옷도 몇개...핫팩도 몇개...침낭까지....큰 맘 먹고(??) 하나씩하나씩...빼본다. ㅠ
해익선배님이 근처 성당으로 미사를 다녀 오신 후, 우리는 버스투어를 위해 정거장 주변으로 휘적휘적 걸어나가 본다.
거리에 묻어나는 여유로움.....나는 이런 어슬렁거림이 좋다.ㅋ
버스는 3유로를 내야한데서.... 그러면 패쓰~~~ㅎ
잠시의 짧은 어슬렁거림 후,
점심은....고온 화덕에서 갓나온 찐 화덕피자로 결정!
오픈 주방으로 된 화덕에서 장인의 정신으로 연신 구워지는 Grand size의 피자를....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피자를 입맛대로 두판이나 시킨 후,
도우 치는 모습, 피자 굽는 모습 등... 피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요기 삼아 맥주와 콜라와 함께 야무지게 먹는데...
탄수화물과 글루텐의 결정체인 크러스트, 나는 토핑보다 속은 촉촉 겉은 바삭 담백한 이 크러스트가 훨씬 맛있다.ㅋ
유명한 국립스키등산학교 Ensa도 살짝 구경하고,
다시 살랑살랑....유유자적....그냥 발길 닿는대로 거닐며 쇼핑을 했다.
옷과 필요한 장비들을 추가로 구입한 후 내일부터의 본격 등반을 위해 다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 오늘은 돼지고기로 역시 와인을 겻들여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특별할거 없는 일정에도....어느곳에서나 매순간 특별한 시간들이 이렇게 흐르고 있었다. ^^
한번더 배낭의 무게에 대해 고민고민하다.... 진짜로 핫팩도....침낭도 뺐다.ㅠ
여러가지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심장을 떠난 적혈구가 말초신경까지 다다르도록......기지개를 쫘악 펴고 팔다리도 쭈욱 뻗어 본다.
【 7.29일 (월) 】
마터호른을 위한 등반 시작이다.
어제 사 놓은 바게트와 새벽 일찍 선종씨가 장인의 정신으로 만든(ㅋ) 달걀 후라이에...
각자의 기호와 취향대로 든든한 수제 샌드위치를 만들어 5:50분 드디어 출발!
몽블랑터널 입구에서 유효기간 1주일의 왕복 티켓을 끊고,
2시간 정도를 달려 해발고도 2,000미터의 이탈리아 체르비니아 마을에 도착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앞 8:30분 약속이었지만, 조금 일찍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아담하고 정갈하고 심플한 체르비니아 마을을 걸어서 한바퀴 둘러본다.
하늘은 새로운 구름들을 가지고 온 듯 맑고 여유로웠다.
오늘 우리가 가야할 오리온 산장도 올려다보고,
이탈리아쪽에서 바라본 체르비노는.....
그리 날렵해 보이지도 않았고, 생각보다는 크게 감흥이 없었던(??) 마터호른의 남쪽면......첫 인상은 그랬다.
시간 맞춰 센터앞에 도착.
이것저것 주변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한폭의 그림처럼 수놓아진 트레킹 루트들을 감상하는 사이 조금 늦을거라는 소식을 전하고 가는
어느 이탈리아 아저씨.
9시즈음 짚차가 와서 짐과 우리 일행을 태우고 꼬불꼬불 우당탕탕 좁은 길을 올라간다.
턴을 해야하는 곳에서는 몇 번을 앞뒤로 왔다갔다 반복해야만 했고...ㅋ
마구마구 흔들리는 차창밖으로 보이는 소떼는....지나가는 우리를 그냥 시크하게 말끄러미 쳐다만본다.
그렇게 울퉁불퉁 있는대로 요동을 치대며, 40여분을 달려 오리온 산장(2,800미터)에 도착.
하늘 냄새..산 냄새...
일단 산장안으로 들어가 이번 원정에서 푹 빠지게 된 더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여 따뜻하게 마시고,
심기일전! 우리의 목표 마터호른을 향해 “바게트 등반대”를 외친후 10시에 드뎌 출발.
아래로는 초록의 산기슭과 작은 호수들이 내려다 보이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들은 초록바탕에 기교없이 섞여나온 색들로 그림보다 더 예쁜 그림으로 수놓고 있었다.
그 아래 누가봐도 아름다운 그 길들을 넘어, 한 폭의 그림 한 가운데에 체르비니아가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본격적인 바위구간이 나타나고....또 쌓인 눈을 헤쳐가며, 멋진 바위들을 오르는동안, 장갑은 젖어 들고........
직벽구간, 두꺼운 고정 로프가 있던 구간에서는 로프에 배어있던 물이 손을 타고 손목으로....팔로....ㅠ
4시즈음 카렐산장(3,800미터)에 도착.
최근 산장숙박이 예약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우리는 일단 기다려야 했다.
일부 젖은 옷들로 스산하고 냉랭한 기운이 두팔을 휘감고 돌기도 했지만,
몇몇 다른 클라이머들도 바뀐 시스템을 모르고 왔다가 같이들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산장안은 눈을 녹이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 항상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었고, 그 큰 통위에 젖은 장갑들을 말릴 수도 있었고,
쓰레기도 버릴 수 있었고, 정해진 시간까지는 가스도 사용할 수 있었다.
산장비는 1인 1박 30유로로 시설대비 비싼편이었지만, 내일 새벽 마터호른 등정을 위해 쉴 수 있는 공간은 되었다.
옷도 털면서 젖은 장갑도 말려보는데......살품으로 슬며시 파고드는 으스스한 한기에 자꾸만 몸이 움츠려든다.
독일에서 혼자 왔다는 여성 클라이머.....우크라이나에서 온 커플 클라이머....
남쪽 티롤에서 왔다는 가이드를 동반한 노년의 클라이머까지...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다양한 클라이머들로 산장안이 붐비는 동안 산장지기의 안내말이 들려온다.
내일 날씨가 별로 안좋다며, 바위가 미끄러워 위험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그리고 일정시간이 되면 더 진행하지 말고 다시 돌아오라고.....
여러번 주의를 준다.
우리는 바케트와 컵라면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담요가 있는 각자의 침대를 배정받은 후,
다닥다닥 붙어 3층까지 있는 침상의 2층에 몸을 눕히고 내일 새벽 출발을 위해 일치감치 잠을 청해본다.
썩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추위와 기다림으로 힘들었는지 나는 이내 곯아 떨어졌다.
【 7.30일 (화) 】
새벽 3시에 기상하여 간단히 아침을 먹고,
새벽 4시....아직 주변은 깜깜하고 어스름이 시작되려면 아직 먼 시간이었지만,
각자의 헤드렌턴을 켜고.....쌤과 오순선배팀, 정희대장과 나, 선종씨와 해익선배팀 이렇게 3개팀으로 나뉘어 둘씩 안자일렌으로 묶고서
3,800여 미터 고지의 카렐산장을 나섰다.
어제의 산장지기 말이 내심 걱정되기도 했지만,
푸른 기운을 가득 품던 차가운 공기에 엷디 엷은 아침 빛이 스미면서, 막상 등반이 시작되고나서는 생각보다 바위는 괜챦았다.
간간히 가스가 내리면서도 맑고 시원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는 최상이었다.
구름 위로 나있는 멋진 바위 형상들,
수년간 그 테를 쌓아왔을 가로 무늬로 지어진 바위들을 여러번 오르내리는동안,
훈련때와 마찬가지로 발걸음이 무거워지며 매걸음마다 가쁜 숨이 차오르고,
쉬었다 가더라도 한번 거칠어진 숨소리는 여전히 호흡 정리가 안되었다.ㅠ
쌤팀은 속도가 빨라 일치감치 올랐지만, 나때문에 구간마다 많이 기다리셔야 했고, ㅠ
맑은 날씨임에도 고지대에서는 여전히 날씨가 오락가락 하여 주변이 수시로 변하는데...
바람이 없어 햇빛이 비칠때는 따스했고, 가스가 내려 앉을때에는 으스스 춥기도 하며 바로 앞의 시야확보도 어려웠다.
가끔씩 봉우리 사이로 가닥가닥 퍼져나가는 요란한 눈사태 소리에
아찔한 듯 눈이 휘둥그래지며 주변을 살펴보다 다시 오르고.....
클라이머들을 정찰이라도 하는건지 헬기가 여러번 맴돌다 가곤 했다.
정상의 십자가가 시야에 들어온 후로도 세상 느린 걸음으로 한참을 올라간거 같다.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로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정상에 도착.
너무나 힘들게 오른탓에 막상 정상에 올라서는 정상에 올랐다는 감흥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배낭을 맨체 그냥 주저 앉았다.
운무까지 끼어 주변은 희미해보였고, 숨은 가프고 기력도 없고...
그래도 이탈리아쪽 정상 십자가에서 한 컷, 운무를 헤치고 칼날리지를 이동하여, 스위스쪽 정상 성모마리아상에서 한 컷...
인생기록은 남길 수 있었다는... ㅋ
그렇게 정상에서 잠깐을 머물다 일정보다 늦어진 등반에 우리는 서둘러 훼른리 릿지로 하산을 시작했다.
피곤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암갈색 바위산을 내려내려 가다보니....6시가 넘어 조그마한 무인산장에 도착했다.
아직 하늘이 다 어두워지지는 않은 시간.....
정상에서부터 거의 4시간이 소요된듯한데 등반에 비해 하산은 빠른 팀이라며 다들 우스갯소리들을....ㅋ
고된 하루 끝 서로를 위한 토닥임과 또 내일의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녹초가 되버린 몸을 (feat. 앓는 소리) 천천히 뉘어본다.
완전 비박은 아니어서 여러모로 다행인 날이기도 했고...... 나에게는 너무너무 힘든 날이기도 했다.
【 7.31일 (수) 】
누릉지와 컵라면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5:20분 무인산장 출발.
체르비니아까지 되돌아갈 케이블카 운행시간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사실 오늘의 일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비가 조금 내린 듯 이른 새벽 바위는 미끄럽기까지하여 몇몇 위험 구간은 하강으로 내려오며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 내내....사진상으로 봐온....내가 기억하는 마터호른의 모습을 볼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했지만,
가스와 운무가 낀 날씨가 계속되면서 섬세한 자태의 마터호른 봉우리는 볼수가 없었다.
무언가 절정을 보지 못한거 같은 아쉬움으로
이렇게 거의 4시간 동안을 내려오다...잿빚 스크리 자갈밭을 지나 9:10분경 훼른리 산장에 도착했다.
정상 완등 후의 여유감 때문인지 아니면 어제 잠을 푹 잔 덕인지....좋은 에너지가 넘치며 오늘의 컨디션은 제법 좋다.ㅎ
훼른리 산장에서는 스프를 꼭 먹어야 한다는 일화가 있어서...ㅋ
우리팀만 있었던 야외 테이블에....
따뜻한 스프를...그것도 포테이토, 커리, 베지터블 종류별로 다 시켜서 커피와 맥주와 콜라와 함께 올려놓고,
해익선배님의 60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
테이블 위에 촛불을 밝히고 생일송을 부르는데 친절한 주인 가족들까지 함께 해준다.ㅎ
모두가 풍족해진 마음으로 찐웃음을 터트리느라 3,200m 고도라는 사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롯이 기쁨으로 충만했던 시간.
거기에 마운틴가이드이기도 하다는 산장주인으로부터 케이블카 운행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에는 그야말로 퍼팩트한 하루를 셋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산장에서 1시간정도를 머물다....10:10분 다시 출발.
내리막이 계속 되던 길이었고, 2시간 정도가 걸려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슈바르체 역에 도착.
조그마한 호수가 있었고 멀리 작은 집 한채도 보인다.
티켓팅은 티켓머신에서만....그것도 스위스 프랑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데...ㅠ
우리는 현재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었고, 역무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일단 타고 다음역에서 계산하랜다.
흠.....우리가 영어를 제대로 이해한건진 모르겠지만, 12:10분 일단 슈바르체 (2,583)역에서 탑승부터 해본다.
배차 간격을 걱정하기도 했었는데 계속 움직이고 있는 케이블카를 그냥 타기만 하면 되었다.ㅎ
다음역인 트로크너 슈테크역에서 내려 마터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3,883)역으로 갈아타는 표를 끊을 때,
그때 유로로 계산하면서 모든 티켓값을 한꺼번에 지불하였다.
마터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로 향하는 대형 곤돌라는 넓고 깨끗했고,
왼편으로는 멀리 브라이튼 호른을 등반중인 클라이머들이 아주아주 조그맣게 보였고,
아래로는 광활하게 펼쳐 있는 스키장에 이 한여름 많은 스키어들이 내려가고 있었다.
12:45분 곤돌라에서 하차하여 바위 터널 같은 곳을 지나 밖으로 나와보니,
드넓은 하늘아래 속이 확 트이는듯한 시원한 흰 눈밭이 끝도없이 펼쳐져 있었고,
우리는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넘나드는 플라토 로사까지 1시간 정도의 눈밭을 걸어서 이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앗싸~~~ㅋ
다시한번 마터호른을 완등했다는 충만감과 일정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서,
모두가 새어나오는 감탄과 웃음을 참지 못하고, 푹푹 빠지는 걸음에 신이 난 채, 각자의 깔개를 꺼내들고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가보는데...
습설이라 이리저리 넘어지면서도 그저 초신남 상태였다.ㅋ
우리는 조금전까지만 해도 험난했던 마터호른을 등반했었는데.......지금은 이렇게 여유있게 광할한 눈밭을 거닐고 있었다.^^
국경선이 있는 플라토 로사에 도착하여 체르비니아로 향하는 케이블카 티켓을 구입하여 탑승,
다시 두 번을 갈아타고 이탈리아의 체르비니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체르비니아에서는 정통 이탈리아 피자를 맛보기 위해 Capanna Alpina에서 늦은 점심으로 피자와 맥주, 콜라, 파스타까지 시켜서,
다들 며칠 씻지도 못한 초췌한 모습으로....그렇지만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간만에 츄릅~ 마음껏 먹었다.ㅋ
그 와중에 명세서에 적힌 유럽의 팁문화 coperti 에 대한 공부도 하고...ㅋ
우리는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편안한 신발로 갈아신고 옷도 갈아입고, 다시 샤모니로 이동.
까르푸에 들려 그동안 먹지 못했던 과일과 고기와 와인 등을 잔~~~~뜩 샀다.ㅋ
오늘 저녁메뉴는 제육볶음과 상추쌈.
단내가 진동하는 과일을 종류대로 체리, 자두, 납작복숭아 등을 테이블에 주르르 올려 놓고,
케익을 구하지 못해 커다란 수박에 기다란 초를 가까스로 꼽아 놓고, 각자의 와인잔을 들고서,
해익선배의 생일 축하겸......이탈리아에서 스위스, 다시 이탈리아로의 마터호른 종주를 축하하는 자축 홈파티를 뻑쩍지근하게 열었다. ㅋ
행복 가득했던 저녁......
긴 여정의 수고로움을 진종일 이어지는 종알거림과 웃음소리로.....이 들뜬 분위기...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는....^^
하루를 꼬박 바친 평범하지 않았던 오늘의....신삼시세끼 식사법.
스위스 훼른리에서 스프로 늦은 아침을.....
이탈리아 체르비니아에서 피자로 늦은 점심을...
프랑스 샤모니에서 제육볶음으로 늦은 저녁을.....
하루 세끼 식사를.... 각각 다른 나라에서 먹었다는......ㅋㅋ
쌤은 어떻게 이런 원점회귀 종주를 계획하셨을까?? 대.다.나.다.....는 생각밖엔....ㅋ
【 8.1일 (목) 】
휴식이다~~~^^
느긋하게 9시가 넘어 짜파게티와 볶음밥으로 아침을 먹고, 다음 아이거 등반을 위한 일정들을 하나씩 점검해본다.
일기예보도 체크하고, 미텔리기 산장에도 연락을 시도해 보았다.
내내 전화를 받지 않았던 산장지기는 나중에 우리에게 전화를 주었는데,
토,일은 예보가 좋아 산장 예약이 꽉찬 상태이고, 금요일은 비,눈인 관계로 그나마 일부 인원은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실 내일까지는 당초 계획도 그랬고 다들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시간이 한정된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강행을 하더라도 선택을 해야했다.
고민끝에 일단 몇 명이라도 내일 금요일로 산장을 예약하고, 그 다음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결국 금요일 예약했던 다른 팀들이 예보때문에 취소하면서 우리팀 일행 모두는 금요일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는...ㅋ
친절한 산장지기는 날씨때문에 연신 많은 걱정을 하며 우리에게 여러번 확인 전화도 주었다.
우리는 미텔리기 산장에서 사용할 스위스 프랑으로의 환전을 위해 또 슬겅슬겅 걸어나가본다.^^
우체국과 은행은 모두 환전업무를 하지 않았고,
에귀디미디 매표소 맞은편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물어물어 역 근처 환전하는 곳에 가서야 괜챦은 가격으로 환전을 할 수 있었다.
저녁때는 항경선배님이 합류하실 예정이어서 다시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하였고,
선배님과 함께 감자 삼계탕을 맛있게 먹으면서 마터호른 등반에 대한 많고 많은 이야기들, 또 내일 시작되는 아이거 등반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잠자리에 드는데도 내일의 또 다른 등반이 계속해서 꿈속으로 이어지는거 같았다. ^^
【 8.2일 (금) 】
4시가 조금 넘어 숙소에서 출발. 그린덴발트 그룬드역까지는 차로 3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당초 계획으로는 인터라켄 Ost 역이었으나, 그룬드역에 주차가 가능하고 또 마지막날은 그 근처 호텔에서 묵을 생각으로 그룬드역으로 결정되었다.
7:40분 그룬드역 도착
넓은 주차장에 주차비 2일치를 선지불하고(1일 5프랑), 역에서 융프라우로 향하는 티켓을 구입했다.
보통은 당일 내려오는데 우리는 내일 내려올 예정이라고 하니 티켓에 내일 날짜를 수기로 써준다.
열차를 기다리며 여유있게 커피 한잔을 하고, 중간역인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빨간 산악기차로 갈아타는데, 또 비가 내린다.
9시가 넘어 아이스미어역에 도착했을 즈음 산장지기로부터 예보가 좋지 않다며 걱정하는 전화가 왔고,
우리는 상황을 보고 전화를 주기로 하며 일단 내렸다.
역내에는 컴컴하게 동굴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고, 그 통로를 따라 여러 갈래길을 가다보면 출구가 나오고,
출입문을 열자마자......훅 몰아치는 세찬 바람과 함께 바위 위로 듬성듬성 눈이 쌓여 있었다.
두려움이 살짝 엄습해왔지만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지체하지 않고 일단 크렘폰부터 착용하고, 셋셋 전쌤과 정희대장 두팀으로 나뉘어 대략 10시경부터 어프로치 시작.
비가 내리다 눈발이 날리다......다행히 바람은 덜했다.
어쨌든 예보에 대한 부담은 있어 조금은 서둘러보는데...
트레버스하는 좁은 사면은 너무 무서워서....쌤의 두발로 걸으라는 호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시나 거의 네 발로 움직였다는....ㅠ
등반이 시작되는 바위 앞에 왔을 즈음엔 맵찬 바람과 눈까지 날리며, 말없는 치열함을 예고하는 듯 했지만,
크램폰을 장착한 발로 드라이툴링 하듯 젖어 있는 바위를 오를때는, 등반하는 내내 정말 짜릿짜릿 하더라는.....ㅋ
1시가 조금 안되 거의 2시간 40여분이 걸려 미텔리기 산장에 도착.
산장에 도착하니 친절한 산장지기 카이가 따뜻하게 맞아준다.
올해 새로 리빌드한 산장은 넓고 깨끗했고, 무엇보다 난로를 피워놓아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우리는 우선 젖은 옷과 장비들을 난로 위에 걸어놓고, 커피를 주문하여 아침에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카이는 스위스 베른에서 일하는 변호사이고, 여름 2개월만 여기 산장에서 머무는데...
산장까지는 가이드와 게스트와 함께 걸어올라오지만 하산할때는 주로 헬기로 이동한다고 한다.
로맨틱 영화속 등장인물마냥 일도 사람도 너무 멋져 보였다.^^
난로앞에 앉아 같이 사진도 찍고 막간을 이용해 젠가 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궁글리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명씩 한명씩 침낭속으로 들어간다.
마터호른 완등 후 하루밖에 쉬지 못한데다 오늘 새벽부터 움직였으니 다들 그럴만도...ㅋ
6시...카이가 만들어준 저녁식사인 스프, 파스타 미트 치즈, 후식 등으로 배를 채우고,
다른 팀들은 모두 취소했다고 들었는데 오늘저녁 우리 외에 스위스 가이드팀이 한 팀 더 있었다.
아직까지도 바람 소리는 여전했고, 샤모니에 있는 항경선배님으로부터 예보를 전해듣는데 내일의 날씨는 끝까지 지켜봐야할거 같단다.
어쨌든 내일 아이거 등반은 이래저래 다른때보다는 조금 늦게 출발하기로 하고,
쾌적하고 따뜻한 곳에서 다시금 딥슬립을 청해본다.
【 8.3일 (토) 】
피곤하기도 했었지만 산장환경이 너무 좋은 탓에 잠은 정말 통잠으로 푸욱 잘 잤다.ㅎ
새벽 4:30분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며 날씨를 체크해보는데....쾌적하지가 않다.
가스도 끼어 있고, 강풍과 비와 섞여 거칠게 흩날리는 눈까지...아직 바위도 얼어있고......
우리는 출발시간을 조금 더 늦춰 6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창밖의 상황이 조금은 의기소침하게 만들었지만, 쌤과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이 많은 위안이 되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방수, 방풍, 방한을 철저히 하고, 큰 호흡과 함께 산장문을 밀고 나오는데, 찬바람이 생각보다 더 싸늘한 느낌이다.
2명씩 세팀으로 나뉘어 아이거를 향해 6시 출발!
트레버스는 너무 무섭다.
비도 내리고 눈도 내리고 물도 흐르고.....나는 또 거의 네발로 움직이면서도...그래도 쉼었이 움직여야했다.
우리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스위스가이드팀 2명은 우리를 추월해가고,
짜릿함을 넘어 두려움과 무서움이 앞섰던 칼날 릿지는...
발걸음 떼기가 무서워 초반 앉아가려다....크게 들려오는 쌤의 목소리와 앞뒤의 자일을 위안삼아
선등자의 발자국 위로 나의 발자국을 조금씩조금씩 옮겨본다.
눈이 많이 쌓인 길들에 발걸음이 익숙해지며 계속계속 걸어올라갔다.
1:15분 정상도착. 거의 7시간이 걸렸다고..
아무래도 나의 체력적인 부담과 두려움으로 많이 지체가 된거같다.ㅠ
정상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인증샷을 찍고 짧은 동영상을 촬영 후, 다시 세명씩 두팀으로 나뉘어 그 지난했던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이라고는 했지만 여러개의 봉우리들을 안자일렌으로 오르다 내리다를 반복하며 다시 장시간의 등반이 이어졌고,
위험구간은 두꺼운 밧줄로 고정되어 있어 이를 붙잡고 힘을 쓰며 오르느라 매번 많은 체력을 소모하기도 했다.
주변의 광활한 알프스의 설원을 걷다가 걷다가....다시 칼날릿지를 걷기도하고....하산과 등반을 반복하며 봉우리 몇 개를 더 넘었을까?? ㅠ
발길은 무작정 닿는대로 움직이며 한참을 걸었는데도 끝이 없는 하산길이 이어졌다.
등반보다 더 힘들었던 하산길,
주변 설원과 대비되는 청명한 파란 하늘 위로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들....이런 알프스의 하늘이 유감없이 펼쳐질땐 그야말로 장관이었는데...
체력이 고갈되어 가는 지금의 나의 상황과는 전혀 조화를 이루지 않는 풍경들이었다.
한참을 지나 뭰히 산장을 지날즈음 융프라우에 올라온 관광객을 통해 마지막 열차시간을 알게 되었다.
계획대로라면 융프라우역에서 이 열차를 타야하는데, 날씨로 인한 늦은 출발도 있었지만, 나의 체력저하로 전반적인 등반속도가 느려진탓에
이미 시간상 너무 역부족인 상태 같았다.ㅠ
그래도....어느 끄트머리에 있는 희미한 가능성이라 하더라도 시도는 해봐야 했기에,
마지막 2키로 정도를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전력을 다해 눈밭을 뛰었다.
아니 마음은 그렇게 뛰고 있었다. ㅠ
당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마지막엔 정희대장이 나의 배낭까지 짊어지며 옆에서 함께 해주었지만,
열차는 그 몇 분을 기다려주지 않았고 우리는 간발의 차로 열차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맥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모두의 이 아쉬운 눈길과....막막함과....이 허허로운 뒷감정....
오늘 하루 거의 12시간의 등반으로 다들 지칠대로 지친 멤버들이 역바닥에 주저앉아 성치않는 모습들로 쉬고 있는 동안,
역에서 근무 중인 다른 회사 스탭들이 역안에서의 취침은 금지되어 있다며 가장 가까운 뭰히산장으로 이동할 것을 권했다.
이런..ㅠ....
조금전 우리가 열라리 뛰어내려오면서 옆으로 바라본 산장인데, 우리는 지금 거기까지 40여분 정도를 다시 올라갈 기력이 없었다.
여러가지 갈피없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그들의 불통스런 언사와 분주히 오가는 온갖 상념들로 마음이 심상해졌다.
우리는 현재의 상황을 열심히 설명했고, 그 스탭은 여러가지 방법을 알아보더니 뭰히산장의 스키차와 스키정설용 차를 불러준단다.
처음엔 산장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는 고지식함에 울화가 치밀고 밉기만하더니, 그래도 그 상황에서 그들이 해줄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우리에게 해준것이었으리라.
고맙고 다행이었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마터호른 등반 후 하루쉬고 아이거 등반에 도전했다고 하니...
눈이 동그래지며 "Crazy!! " 란다..ㅋ
그렇게 생전 처음 타보는 스키차와 스키 정설용차를 타고, 덜크덩거리며 10여분을 올라가는데....
이마를 적시는 차가움이 전해지며, 얼크러진 계획으로 꿀꿀해졌던 기분도 조금씩 사그라들고,
이런 이색적인 경험들이 묵은 속을 단박에 씻겨주듯...이제야 숨소리도 곧게 펴지며 화색이 돌고 기분 전환도 되었다.^^
사소한 것들을 지나 저 멀리 너머에 있는 특별한 순간들처럼...
참으로 다양한 많은 경험을 했다는...ㅋ
뭰히산장 안은...특히나 레스토랑은 시끌벅적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지친 행색의 동양인 둘이 헬맷에 등반장비를 다 착용한채로 산장문을 덜컥여니, 한 순간 여러시선이 집중되었다..ㅋ
이곳은 관광명소인 융프라우역과 가까워
클라이머들 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이 많이 방문하기에 다른 산장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우리는 늦은 저녁을 주문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고 아주 비싼 콜라도 시켜서 먹고,ㅋ
치열했던 등반과 무겁게 얹혀 있었던 고된 하루.....정신 세계를 지대로 담금질 해본 아주 특별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 첫 기차는 8:43분 출발이라고 하니, 푹 자고 산장에서 7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돌아가는 날짜가 어제로 적혀있는 티켓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아니면 비싼 티켓을 다시 구입해야 하는지 많은 걱정을 하면서...(정희대장이 가장 많은 걱정을 했다는ㅋㅋ)
내일 일단 역에 가서 어떻게든 부딪혀 보기로 했다.
【 8.4일 (일) 】
7시...천천히 걸어서 뭰히산장을 출발했다.
어제의 오후와 분명 같은 길이다.
그 시간을 함께한.....함께 체험한 동료들이 아니라면 절대 공감하기 어려운......똑같은 일상속 이 선명한 다름이란....ㅋ
천천히 주변들이 눈에 들어오며 이제야 지대로 융프라우를 감상해본다.
등반루트를 따라 내가 원하는 속도로 시선도 옮겨보고.....
갑자기 풉킥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하여 가던길을 그냥 가지 못하고 더 오래보고 서 있었다.
융프라우역에 도착하니 아직 오픈전이었고, 우리는 휘적휘적 역안을 돌아다니며 철도 기념여권에 스탬프도 찍으면서 조금 기다려본다.
무엇보다 먼저 티켓 관련하여 직원들에게 문의해보니 오늘 내려가도 아무 상관없다는..... 의외의 세상 쿨한 답변이다.ㅋ
이제 마음이 편해지니 우리는 또 다른 꺼리들을 챙겨보다가...
티켓에 써 있는 Voucher CHF 6.00을 보여주며 컵라면을 받아들고 재빨리 츄릅한 후...ㅋ
당연히 비어있을 첫 차를.....마치 전세라도 낸거 마냥 우리팀만 타고서 편하게 내려갔다.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환승으로 기다리는 동안, 벤치에 기대앉아 어제의 그 치열했던 아이거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한잔을 하고,
엊그제 왔었던 그룬드역에서 하차하여 주차장으로 갔다.
마침 오순선배 지인이 근처에서 야영중이라며, 맛있는 밥과 두루치기와 과일과 술 등을....ㅋㅋ
고되고 힘들었던 등반과 아침부터 굶주려 있던 우리에게 정말 핵꿀맛 같은 한끼를 준비해주셨고, 거기에 귀한 소주까지....
간만에 혀끝의 감각이 미각을 돋구며, 엥겔지수 최고로... 아마 텐트안 음식이 순식간에 동이 난거는 안비밀이라는.ㅋ
멋진 두 분, 사는 모습도 멋지고 무엇보다 따뜻함에 감사드린다.
정말 푸짐하게 맛있게 야영장의 만찬을 즐기고 나니,
본적 없는 밝은 햇빛들로,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ㅎ
아직 삭여지지 않은 열정과 채도 100퍼인 이 화창한 날씨에 오늘 아니면 일정상 우리가 사진상으로 봐왔던 체르마트의 멋진 마터호른
모습을 보기가 힘들거 같아.....
다시 스위스의 남부도시 체르마트로 출발.ㅋ
우리의 여행은 항상 그랬다.....항상...
순간순간 소중하지 않은 틈이 없었고......무엇하나 버릴거 없는 순간들....ㅋ
태쉬역에 주차.
청정도시인 체르마트는 도시내에 내연기관의 자동차 이동이 금지되어 있어서, 여기서 셔틀인 빨간색 산악열차를 타야했다.
5키로정도 된다고 하니 약10분 정도 걸린거 같다.
아기자기한 체르마트 거리를 갤러리 산책하듯 걸어본다.
골목골목 어디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고,
빙하수 물이 흐르는 조그만 강을 따라 전형적인 알프스의 목조 건물들을 지나....
등반중에는 눈에 담지 못했던...마터호른의 정면....내가 상상하던 온전한 마터호른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뿌듯함과 벅차오름으로 감탄과 감동이 뒤섞이며, 다시금 여러 장면들이 스크린처럼 하나씩 하나씩 스쳐간다.
다들 셔터만 누르면 배경화면각 내지는 완전 엽서각이다.ㅋ
우리가 올랐던 루트별로 커다란 마터호른 사진도 사고,
어슬렁 걷다가 맛있는 소시지와 맥주도 사먹고,
그냥 걷기 아쉬우니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이렇게 충동적으로 사먹는 이 마성적인 것들은......항상 옳다.ㅋ
스위스는 주로 스위스 프랑을 사용한다.
유로를 받기도 하지만, 동전은 받지 않고 지폐로만 받은 후 거스름돈은 다시 스위스 프랑으로....
그러면서도 환전가치가 더 낮은 스위스 프랑을 유로와 1:1로 계산한다.ㅠㅠ
다시 태쉬역으로 돌아와 샤모니로 출발하는데...
가는 도중, 철로가 깔려있는 터널을 우리가 탄 차 그대로 실어나르는 자동차 운반 열차를 타고,
20여분 정도를 그대로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더라는...ㅋ
서쪽으로 기우는 한 줌의 저녁해를 바라보며 샤모니에 늦게 도착.
숙소에서 항경선배님과 다시 만나 라면으로 저녁을 먹고, 정말 오랜만에 샤워도 해본다.
얼굴도 타고....입술도 붓고..ㅠ 갖은 고생은 했지만,
시시콜콜 다들 하고 싶은 말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유난스러워도 어쩔수 없을 어른들만의 호들갑과 한층 높아진 톤으로...
오랜 수다를 풀다....스름스름 곯아 떨어졌다.
【 8.5일 (월) 】
오늘은 그냥 쉬는 날........나는 정말 늦게까지 게부러져서 잤다.ㅋ
몇몇분들은 일찍 일어나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고,
고구마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각자 최대한의 휴식을 취한 후,
오늘 점심은 셀프 선물 팡팡! 아주 특별하게.....근처 레스토랑(Le Fer A Cheval)으로 걸어가 처음으로 코스요리를 시켰다. ㅋ
근사한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이제야 원정대가 완전체로 컴백, 와인으로 다시 한번 치어스를 하고..
정말 맛있었던 달팽이 요리에, 양고기, 스테이크, Cold Cuts, 본토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는 비쥬얼 만랩의 훌륭한 디져트까지...
용수선배님이 지원해주신 용돈으로 럭셔리한 이색식사를 했다는...감사합니당 ㅋ
천천히 숙소로 돌아와 일부는 다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고, 일부는 쇼핑을....
저녁식사로는 오늘도 많은 장을 보았는데,
콩껍질, 버섯, 마늘, 양파와 어우러진 소고기로 배불리 먹었다. 그러고보니 다 건강식이었네.ㅋ
【 8.6일 (화) 】
아침 9시....누군가 깨울때까지 정말 곤하게 잔거 같다.
오늘은 근처 암장에서 몸풀기.ㅋ
아침은 새삼 유럽피언 스타일로 간단히 빵과 커피를 마시고, 냉장고에 있던 과일과 맥주를 바리바리 싸들고서,
근처에 있는 가이앙 암장으로 가본다.
바위의 좌측으로도 다양한 루트들이 있었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그레이들을 쉼없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오랫만의 바위 등반을 즐겼다.
간만의 암벽등반, 마치 쓰지 않던 뇌근육을 쓰는거 마냥 감각을 충족시키던 이 낯선 성취감.....행복했다는...ㅋ
그늘진 시원한곳에서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2시까지 놀다놀다 우쉬로 출발.
우리는 벨뷔역까지 이동하여 역 바로 앞에 있는 햄버거집 Kitsch Inn에서 아주 비싸고 이름만큼이나 거창한 햄버거,
Grand Dru버거, Mont Blanc버거, Dolomite버거 등과 콜라, 커피를 시켜서 맛있게 먹고 쉬멍놀멍하다...
다시 차를 몰고 까르푸에서 마지막 저녁을 위한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허투루 가만히 있기 싫은 나는 정희대장과 함께 이것저것 선물도 살겸 천천히 시내를 한바퀴 더 돌아보는데...
이젠 샤모니 거리가 제법 익숙하다.ㅋ
날씨는 2시에 비, 뇌우 예보였는데 하늘도 마지막 날이라는걸 아는지 끝까지 좋다.ㅎ
오늘도 마늘과 양파와 콩이 어우러진 소고기와 와인과 과일 등....만찬이다.^^
저녁때는 아니나다를까 천둥과, 번개, 바람, 비가 거세게 몰아쳤지만,
어떤 하루도 같은 하루가 없었던 이번 원정의 등반이야기, 스키이야기, 돌로미테 이야기, 음식이야기, 다시 등반이야기...
아늑하고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숙소에서의 마지막 밤을....우리는 이렇게 마음 자리를 짚으며 새우고 있었다.
여행은 머뭄과 이동의 연속이다.
이번 원정처럼 숙소를 한군데 정해 두고 여러곳으로 이동했던 방법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던거 같다.
【 8.7일 (수) 】
오늘은 출국하는 날.
냉장고에 있던 음식들을 모두 털어 아침을 맛있게 먹고 짐을 싣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다들 샤모니가 운덴다..ㅋㅋ
일정상 이탈리아 꾸르마요에 들렀다 밀라노로 갈 예정이었고, 이 시간 몽블랑 터널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익히 알고 있기에 일정을
조금 당겨 8:30분 출발!
아니나다를까 터널은 많은 차들로 혼잡하여 9:30분이 되어서야 꾸루마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비오는 꾸루마요 골목길을 쇼핑하는데....아담하고 잘 정돈된 도시가 나름 운치있다.
유리창 밖으로 맛있어 보이는 과자들이 보이기에 각기 다른 맛의 쿠기를 인원수대로 사들고 길거리에서 하나씩하나씩 먹으며 걷는다..ㅋ
예쁘게 진열된 상품들을 쇼핑하고...
여기 이탈리아에 왔으니, 토마토향 가득한 이탈리아 시그니처 피자와 파스타 맛을 보고 싶었으나,
12시부터 영업이랜다ㅠ....1시간 이상을 기다릴 수는 없고 일단 밀라노로 출발했다.
중간에 밀라노로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뷔페식당 Chef Express에 들러
샐러드, 고기, 야채, 등 각자 원하는 것들을 골라 담아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커피는 1층에서 에스프레소와 더블 에스프레소로 분위기 좀 잡아보다,
2:00 다시 밀라노로 출발했다.
아직도 공사중이긴했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거대한 두오모 성당을 구경하고,
도심 한편을 걸어 스포르체스코성까지 관광 후, 근처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피자 하나, 맥주, 아이스크림 등을 먹으며 쉬다가
4:30분경 공항으로 출발.
갑자기 쏟아 붓는 소나기로 하늘이 어두워지고 세찬 바람까지 부는데...
변덕스런 유럽의 날씨는 들쭉날쭉....스팩타클하리만치 심하다.
공항가는 길... 이제는 해가 떴다.ㅋ
간당간당한 기름을 공항까지 갈수 있을 만큼만 아주 조금만 넣고, (우리는 알뜰하니까...ㅋ)
밀라노 공항에 도착.
돌로미테팀은 새로운 차로 렌트를 해야 해서 여기서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텍스 리펀에 도전하러 공항으로 들어갔다.
Dogana에서는 연예인인 강소라까지도 물품을 직접 확인하던데, 우리는 그냥 도장만 꽝 찍어주길래 이때까지는 잘 풀리는 줄 알았다.
우리가 받아온 서류에는 텍스리펀 회사들이 각각 달랐고, 밀라노 공항에 없는 회사도 있었다는...ㅠ
검색대 밖에 있는 회사도 있었고, 검색대 통과 후 안쪽에 있는 회사도 있었고... ㅠ
도움주던 직원이 가라는 곳으로 이동하여 어쨌든 일부는 검색대 통과 후 텍스 리펀을 받기는 했지만,
일부 처리못한 서류에 대해서는 서울에 돌아가는대로 방법을 찾아 천천히 진행해보리라 다짐했다.
비행기 출발전 공항안에서 먹었던 초밥이 얼마나 맛있던지...ㅋ
【 8.8일 (목) 】
인천도착.
이색적인 경험과 자랑할게 많았던 이번 원정 후 새로 추가한 버킷리스트,
퇴직 후 "알프스에서 한달 살기!" ㅋ
삶의 느슨했던 어느 한순간, 내가 들이쉬던 숨에 항상 함께 했던 알프스.
계절이 여러번 옮겨간 후에도 여전히 나는 꿈을 꾸고 있고....
그리고 그 꿈을 하나씩 이루면서 살고 싶다. ^____^
첫댓글 맛깔난 알프스 후기 좔~~~ 읽었네요.
이 생생한 후기를 어찌 지금까지 방출하지 않고 있었지.. ㅋㅋㅋ 미스테리야~~~~
올 여름 ~~~
나두 저 샤모니에서 뜨거운 46시간
사투를 벌이고 오겠습니다.
와~~아직 다못읽었는데 넘 잼있다.
일단 중간박수~~~
아! 아직도 생생하네 ㅎ
며칠전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정말 맛깔나게 ~~
기억을 설렘을 ~~고맙습니다^^
갑시다~~
너무나 멋진~~ 이였나보네요
그대의 기억력에 놀람이로다~♡
기억이 새록 새록~~
이제는 추억으로 간직합니다^^
앞으로 저하고 알프스 가는 사람은 희정씨의 알프스 등반기 필독으로 해야겠군~~~^^
8월 1일까지 읽었습니다. 아직 아이거는 못갔음 ㅎ
스위스에서 아침, 이탈리아에서 점심, 프랑스에서 저녁.... 당일 3개국을 거친 식사가 새롭네요 ^^
빨리 코로나가 끝나야 점심으로 도쿄가서 초밥먹고 올텐데 ㅋ
아..
삼년전 얘기를 어제 있었던 일처럼 풀어내시는 기억력에 깜짝 놀랍니다.
덕분에 같이 등반하는것 처럼 생생함이 전해져 옵니다...
샘 유튜브 앤딩 사진이 아이거 사진이군요..^^
멋집니다..